■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0월 08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이서연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이 실종된 경우 가족들이 아무리 애를 태운다고 해도 경찰은 함부로 수색 수사에 나설 수 없습니다. 성인 실종에 대한 법령이 없는 상태기 때문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종종 강력범죄로 인한 성인 실종의 수사 타이밍을 놓쳐 안타까운 일들이 반복되곤 하는데요. 심지어 실종 신고가 사건 발생으로부터 한참 후에 이루어진다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한 여성이 실종된 채로 13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답답한 건 이 여성이 자발적으로 떠난 건지 아니면 어떤 사고로 사망한 건지 진위를 전혀 알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놀랍게도 실종됐다던 한 여성은 자신의 남자친구가 살던 옥탑방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에 갇힌 채 발견됐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 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이서연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이서연 변호사(이하 이서연):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이서연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이거 하마터면 미제로 남을 뻔했던 사건입니다. 최근 남성 B씨가 체포됐는데 살인 혐의로 구속이 됐죠? 어떤 일이 있었던 겁니까?
◇이서연: 네. 남성 B씨와 피해자 A씨는 연인 관계였는데요. B씨는 2008년 10월 10일경 자신이 살던 옥탑방에서 동거녀 A씨와 다투던 중 둔기로 머리와 얼굴 등을 때려 살해한 혐의로 구속이 되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방금 여자친구를 살해한 게 2008년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구속된 게 얼마 전이잖아요. 무려 16년 전 일인데 왜 이제야 잡힌 겁니까?
◇이서연: 네. 먼저 B씨가 A씨의 시신을 은닉한 방법 때문에 A씨의 사망 자체가 늦게 알려졌어요. B씨는 A씨를 살해한 후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은 뒤 당시 자신이 거주하던 원룸 옥탑방 야외 베란다에 묻고 그 주변에 벽돌을 쌓은 뒤 시멘트를 부어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었습니다. 이 구조물은 베란다 사각지대에 있어 창문을 넘지 않고는 잘 보이지 않는데다가 두껍고 견고하게 제작이 되어 있어 시신이 썩는 냄새도 새어나가지 않아서 건물주나 다른 세입자가 시신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피해자 A씨에 대한 실종 신고 자체도 굉장히 늦은 편이었습니다. A씨는 평소 가족 자주 교류하지 않고 지내왔던 터라 A씨가 살해된 2008년경에는 아무도 A씨의 사망을 눈치채거나 실종 신고를 한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A씨의 가족들은 A씨 사망으로부터 3년이 지난 2011년경에야 비로소 실종 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이원화: 성인 실종 신고라는 게 안 그래도 법령이 마땅치 않다 보니까 없어지고 바로 신고를 한다고 해도 바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거나 그런 게 아닌데 사라진 지 3년 만에 실종 신고를 했다 그러면 더 어려웠을 것 같긴 합니다.
◇이서연: 네 맞습니다. A씨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했을 때는 이미 범행으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이어서 CCTV 영상이나 통화 내용 확보가 어려웠습니다. 또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당시 A씨의 동거인이었던 B씨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B 씨는 이미 오래전에 A 씨와 헤어져서 아는 것이 없다고 진술을 했습니다.
◆이원화: 경찰 당국도 같이 살던 남성이 의심스럽다 생각은 했지만 잡아둘 근거라든지 이런 게 마땅치 않았던 거군요. 그래도 당시에 집 압수수색이라도 해봤으면 어땠을까 싶긴 한데 쉽지는 않았겠죠.
◇이서연: 그렇습니다. B 씨는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피해자 A 씨와 헤어진 지 오래라고 진술을 했고요. 실제로 당시 A씨가 사망한 지 이미 3년이나 지난 상황이기에 너무나 당연하지만 B 씨의 옥탑방에서 피해자가 생활한 흔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피해자의 생사도 불분명하고 시신도 발견되지 않은 상태라 B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이원화: 그러면 실종 사건은 별다른 성과 없이 미제로 남았습니까?
◇이서연: 네 그렇습니다. 별다른 인적 물적 증거가 없어 더 이상 수사가 진전되지 못하고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범행으로부터 16년이 지난 올해 8월경 반전의 계기가 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원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서연: 네 올해 8월 건물 베란다 누수 방지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A 씨의 시신이 담긴 가방이 발견이 된 것입니다. 발견 당시 시신은 가방 속에서 밀랍 인형처럼 변해 있었는데요. 다행히 시신이 완전히 백골화된 상태는 아니었기에 지문도 확인이 되어서 이 시신이 2011년 실종되었던 그 여성이었다는 점이 확인이 되었습니다.
◆이원화: 공사를 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묻힐 뻔했던 그런 사건이었다 싶은데요. 사건이 이렇게도 연결되고 풀릴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서연: 네 맞습니다. 국과수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둔기에 의한 머리 손상이었다는 점이 확인이 되었고요. 경찰은 피해자와 동거하던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긴급 체포했습니다.
◆이원화: 뭐 웃기다고 표현하면 좀 어폐가 있습니다만 범인은 자신의 완전 범죄를 위해서 시멘트 콘크리트를 해서 피해자를 그 안에다 묻었는데 그게 오히려 피해자를 완벽하게 보존하는 결과가 됐기 때문에 부검까지 가능했고 자기가 자기의 꼬리를 밟은 그런 결과가 된 것 같아요. 그런데 범인이 그렇게까지 치밀하지 않았다 싶은 게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해서 베란다에 묻어났다는 거를 잊었을 리는 없잖아요.
◇이서연: 그렇죠.
◆이원화: 근데 그걸 그냥 두고 갔다는 게 뭐 이걸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서연: B 씨는 범행 후에 이 옥탑방에서 2016년까지 8년간 살았습니다. 이후에 B씨는 2016년경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이 되어서 1년 동안 교도소에서 복역을 하다가 이듬해 출소한 뒤에는 경남 양산에 거주했기 때문에 이 옥탑방은 오랫동안 빈집으로 방치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빈집으로 방치됐군요. 이 사람이 마약으로 형을 살고 나왔다 이런 얘기하셨습니다.
◇이서연: 네 맞습니다. B 씨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도 필로폰 투약 혐의가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이원화: 또 또 했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사건 X파일에서 다뤘던 케이스가 하나 생각이 납니다. 수십억 원대 재산을 보유한 재력가를 내연녀가 살해하고 사체를 오피스텔로 옮겨서 유기했던 당시 그 사건도 시멘트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비슷한데 그 당시에는 방 한쪽에 화단처럼 시멘트를 발라가지고 사체를 그 안에다가 유기를 했었어요. 변호사님도 혹시 이거 들으셨었나요? 기억나시나요?
◇이서연: 네 말씀하신 사건은 2014년 4월에 재력가인 한 남성을 그 내연녀가 살인하고 자신의 딸과 함께 남성의 시체를 은닉한 사건입니다. 이 모녀는 빌라 거실에 시신을 눕히고 그 주위로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부어 채워 넣는 방식으로 시신을 은닉했고요. 결국 남성의 내연녀는 강도 살인과 시신 은닉으로 징역 30년의 선고를 받았고, 내연녀의 딸은 시신 은닉 방조로 징역 10년을 선고를 받았습니다. 시신 은닉 방법 자체만 두고 보면 2014년 사건은 오늘 소개해 드린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다만 2014년 사건의 경우 남성이 살해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했고요. 때문에 CCTV 영상이나 검색 기록 등 증거 수집이 쉬웠습니다. 그런데 오늘 사건은 실종 신고 자체가 늦어서 다른 증거 수집이 쉽지 않았고, 범행이 발생한 지 16년 만에 범인이 검거되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큽니다.
◆이원화: 그나저나 용의자로 지목된 이 남성 2011년에 실종 신고 들어와서 수사 진행됐을 때 참고인 조사 받았었다고 했잖아요. 그때 뭐 이미 헤어진 지 오래다 딱 잡아뗐었는데 이번에는 자기가 그랬다 시인을 혹시 했나요?
◇이서연: 네 시인을 했습니다. B 씨는 처음에는 경찰에 체포될 때까지만 해도 범행을 부인을 했는데요. 수사가 진행되면서 결국 자신의 범행을 시인을 했습니다. B씨는 A 씨와 다투다가 살인하게 되었고, 살인에 사용한 둔기는 거제 앞바다에 버렸으며, 집주인이 이 보일러실 보수를 하려고 놔둔 시멘트와 벽돌을 시신을 은닉하기 위해 이용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B 씨는 A 씨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됐다며 피해자를 탓하는 뻔뻔스러운 모습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원화: 황당하네요. 경찰이 보강 수사를 더 하고 검찰로 사건 넘기면 이제 재판이 진행이 될 텐데 당연히 살인 혐의가 적용이 되겠죠.
◇이서연: 네 A 씨를 살인한 부분에 대해서는 살인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이고요. 이번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필로폰 투약 관련 혐의 역시 적용되어 처벌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화: 그러네요.
◇이서연: 이 사건이 16년 전에 발생한 사건이라 공소시효 완성 부분을 걱정하실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 2015년 8월에 살인 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 사건 또한 공소시한 도과 부분은 문제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네 다행입니다.
◇이서연: 다만 B 씨의 범행 중에 공소시효 도과 문제로 처벌할 수 없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이원화: 뭐죠?
◇이서연: 시신 은닉 혐의입니다. 시신 은닉죄의 공소시효는 7년인데요. 이 부분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미 완성되어 혐의 적용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원화: 저는 이야기 들으면서 걱정되는 부분이 혹시 지금은 자백했다고 해도 재판 진행하면서 사실 내가 그런 거 아니다 말 바꿀 가능성, 특히 범행 도구가 없잖아요. 지금 뭐 거제 앞바다에 버렸다고 했는데 옛날에 버린 거를 찾아올 수 있는 상황도 못 될 거고, 그리고 사체은닉죄도 또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했는데 내가 당신 뭐 무섭고 놀라서 은닉한 거 맞는데 죽인 건 아니다 이렇게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 듣기에는 황당하지만 이런 경우가 없었던 게 아니잖아요. 변호사님께서 어떻게 보세요?
◇이서연: 진술 번복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긴 합니다. 사건 X파일에서도 이전에 다뤘던 사건인데요. 2015년에도 연인 관계에 있던 여성을 살해한 후 시신을 시멘트로 암매장해서 은닉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의 범인은 수사 과정에서 1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 심지어 현장 검증 과정에서도 자기가 어떻게 구덩이를 팠고 어떻게 시멘트와 물을 부어 어떻게 사체를 은닉했는지까지 다 증언을 했으면서도 1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 사실은 피해자는 천식으로 사망을 했고 자기가 죽인 게 아니다 자기는 사망한 피해자를 은닉하기만 했을 뿐이다라는 식으로 주장을 하면서 항소를 했습니다. 다행히 2015년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가해자의 이런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상고심까지 거쳐서 1심형이 확정됐습니다.
◆이원화: 이 사건에서도 부디 비슷한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마약 투약 혐의도 받고 있는데 마약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심신미약 주장 가능성 우려됩니다. 행여 이게 인정이 되면 감염 요소가 되는 것은 아닌가 이런 걱정이 되는데 이 부분은 혹시 어떻게 보십니까?
◇이서연: 네 먼저 당시에 마약 투약 혐의를 했다는 사실관계도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요. 또 범행 수법이나 그런 시신을 은닉한 방법을 고려했을 때도 이런 심신 미약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화: 맞아요. 그리고 특히나 사람을 살해한 범죄에서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경우들이 그렇게 많지가 않기 때문에 실무적으로도 그런 주장은 해 봤자일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사건X파일 오늘은 동거하던 여자친구를 살해한 후 시멘트를 부어 암매장했던 거제 동거녀 살인 사건 짚어봤습니다. 무려 범행 발생 16년 만이었고요. 심지어 경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하던 중이 아닌 베란다 누수 공사로 우연찮게 해결의 실마리가 나왔던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인과응보라는 말이 떠오르는 사건이 아니었나 싶은데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죠. 아직 재판은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행여 재판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을지 끝까지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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