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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시간[월~금] 06:40, 12:40, 19:40
제작진진행: 이원화 변호사 / PD : 김세령 / 작가 : 강정연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내, 사인은 질식사? '잉꼬부부' 부사관 부부 파국 맞은 이유
2024-08-14 17:42 작게 크게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8월 14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박지윤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는 경우 형사 사건을 다루다 보면 생각보다 직접 증거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 관계자의 진술 한마디 한마디를 허투루 들을 수 없는 것이죠. 그런데 만일 이 과정에서 용의자의 말이 자꾸 바뀐다면 어떨까요? 특히 그 사건이 누군가를 살해한 살인 사건이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부검을 진행하겠다는 말에 급히 말을 바꿔 전혀 다른 진술을 한 A씨. 과연 A씨의 말은 왜 바뀌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박지윤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박지윤 변호사 (이하 박지윤) : 안녕하세요 박지윤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늘 다뤄볼 이 사건의 가해자 육군 부사관입니다. 그래서 1심 재판이 군 법원에서 진행됐던 그런 사건인데 박 변호사님께서 군 판사 군 검사 지내셨잖아요. 일반적인 법원과는 뭐가 다를까 청취자분들께서 굉장히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가장 대표적인 건 뭐가 다른가요?

◆ 박지윤 : 군사법원은 군 형사 사건을 다루는 특별법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헌법에 근거하고 있고요. 일반 법원이 사법부 소속이라면 군사법원은 국방부 장관 즉 행정부 소속입니다. 군 형사사건은 대표적으로 군인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있고요. 민간인이라도 군사상 기밀 유출 등 일부 군 형법상 범죄를 저지른 경우 군사법원 재판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간혹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으면 전과가 남지 않느냐 이렇게 궁금해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군사법원도 법원이기 때문에 판결의 효력은 일반 법원과 같고요. 판결에 불복하는 경우 일반 법원과 똑같이 2심, 3심으로 상소를 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아무튼 오늘 이야기 나눌 이 사건 1심이 군 법원에서 진행됐던 만큼 박 변호사님께서 좀 더 예리한 시각으로 보다 풍성한 이야기 전해주시길 바라겠고요. 그럼 사건 개요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 박지윤 : 사건은 2023년 3월 8일 강원도 동해시 새벽에 발생한 한 교통사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고 차량은 동해시 사거리 인적 없는 텅 빈 도로에서 시속 90km 이상의 속도로 돌진하여 옹벽을 크게 들이받았는데요. 당시 차량에는 부부가 타고 있었고 남편은 부상을 입은 채로 아내는 숨진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운전자는 남편이었고요. 육군 부사관 군인이었어요. 이 부부는 두 아이를 둔 20년 차 부부였고요.

◇ 이원화 : 교통사고는 어떻게 난 겁니까? 음주였나요?

◆ 박지윤 : 아닙니다. 사고 직후 운전자인 남편은 졸음운전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남편의 태도가 굉장히 수상했습니다. 사고 직후 운전석에서 아내가 사망한 채로 발견됐는데도 정작 남편은 아내의 상태를 묻거나 걱정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이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사망한 아내의 시신에도 이상한 점이 많았습니다. 아내의 시신은 뼈가 탈구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는데도 정작 차량에서는 혈흔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던 겁니다. 이에 수사기관은 남편을 의심하고 남편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게 되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남편은 군인이었기에 육군과 경찰이 공조하여 함께 수사에 나섰습니다. 경찰이 사고 당일 남편의 행적을 추적해 보니 사고 발생 몇 시간 전 남편이 아내를 캐리어에 실어 조 수석에 태우는 장면을 발견했고요. 졸음운전을 주장하던 남편이 사고 현장을 주변을 배회하며 갑자기 급가속하여 옹벽을 들이받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이원화 : 부검을 했죠?

◆ 박지윤 : 네. 부검 결과 사인은 경부 압박 질식으로 드러났습니다. 아내는 교통사고 전 이미 사망에 이를 정도로 목이 눌리는 일이 있었다 이런 점이 밝혀진 거죠. 또한 남편도 아내의 부검이 진행되자 졸음운전을 주장하던 종전의 입장을 바꿔서 새로운 주장을 하였는데요. 평소 우울증을 앓던 아내가 사고 전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아이들이 충격을 받을까 봐 자신이 아내의 시신을 차량에 옮긴 후 충격과 슬픔으로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아내가 스스로 목을 졸라 자살한 건지 남편에게 목을 졸려 타살된 건지가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궁금한 건 범행 동기입니다. 평상시에 잉꼬 부부였다라는 주변 진술도 있었던 걸로 아는데 만일 정말 살인이라면 도대체 왜 그런 거냐 범행 동기가 좀 나왔나요?

◆ 박지윤 : 네. 이 부분은 사고 발생 전에 경제적인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고 했습니다. 용도는 알 수 없지만 남편은 은행, 제2금융권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에게까지 여기저기서 돈을 빌렸고 밝혀진 부채만 3억 7천만 원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보통 이러면 도박이나 이런 걸 의심하긴 해요.

◆ 박지윤 : 그런데 정작 아내는 남편의 이런 재정 상태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했고, 이를 수상히 여기던 아내는 아이들의 학원비까지 밀리는 상황이 되자 결국 사고 전날 남편에게 계좌 내역을 보여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내는 인터넷 뱅킹으로 계좌 잔고를 확인한 뒤에 생각보다 심각한 경제 상태에 큰 충격을 받았고 이것이 부부 간의 갈등을 유발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남편은 오히려 아내에게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한 뒤에 우리 전셋집을 정리하고 군인 간서에 들어가자 이렇게 설득을 했다고 하고요. 아내도 이를 수긍했는데 그날 밤 도연이 아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이렇게 주장하면서 끝까지 부인했습니다.

◇ 이원화 : 본인이 끝까지 부인했다고 하면 검찰 측에서 이 사건이 단순 사고가 아닌 살인이다라는 걸 입증을 해내야 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쟁점으로 보이는 게 교통사고를 내기 전에 사망했는지 아니면 교통사고로 사망한 건지, 그리고 사고 전에 이미 목이 졸린 상태였다면 범행 도구 같은 그런 직접 증거들 이런 부분들이 쟁점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떻습니까?

◆ 박지윤 : 이 부분이 쟁점이었고, 사실 이 사건이 어려웠던 것이 아내가 사망에 이르게 된 시점을 증명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목에서는 삭흔 이렇게 목 졸린 흔적 같은 게 남지 않았습니다. 목을 조른 도구도 현장에서 이미 없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목을 조른 도구나 강도 등을 밝힐 수 없게 되었죠. 그리고 아내의 신체에서 다수의 상흔이 남았지만 이 또한 교통사고로 인해서 언제 발생한 것인지 모호한 상태가 돼버렸고요. 그래서 아마 군 검찰에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남편이 아내의 사망 시점에 따라서 법망을 피해 나가지 못하게 여러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야 했고, 결국 군 검사는 처음에는 남편이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를 하고 교통사고로 위장한 것으로 기소를 했지만, 1심 재판 도중에 남편이 목 졸라 정신을 잃은 아내를 교통사고로 살해했다라는 사실을 택일적으로 추가하게 됩니다. 이를 전문적인 법용어로는 택일적 공소사실을 추가라고 하고요.

◇ 이원화 : 택일적 공소사실이라는 게 뭔가요?

◆ 박지윤 : 택일적 공소사실이란 검사가 수개의 범죄 사실 중에 선택적으로 어느 하나로는 심판해 달라라는 취지로 법원에 제기하는 공소사실을 말합니다. 즉 이 사건의 경우 남편이 아내를 목졸라 살해하고 교통사고로 위장한 것, 남편이 목 졸라 정신을 잃은 아내를 교통사고로 살해했다는 것 중에 어느 하나로는 유죄로 인정해 달라라는 취지입니다.

◇ 이원화 : 그러니까 검찰에서는 사망 시점을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재판 과정에서 밝혀지는 여러 가지 사실들을 고려해서 법원에서 사망 시점을 정해달라고 하는건가요?

◆ 박지윤 : 네 맞습니다. 

◇ 이원화 : 사고를 낸 남편이 당시 육군 부사관이었잖아요. 궁금한 게 군대 내라든지 군사 영역이 아닌 곳에서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군 경찰이나 군 검사가 개입을 하게 되나요? 어떻습니까?

◆ 박지윤 : 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군인일 경우에 성범죄를 제외한 사건은 장소와 범죄를 가리지 않고 모두 군사법원에 재판을 받게 됩니다. 군사법원에서 재판하는 사건은 수사도 군사경찰과 군 검찰에서 하게 되고요. 이 사건의 경우도 범인이 군인이었기 때문에 군사경찰에서 수사를 하는 게 원칙이고요. 다만 CCTV 확보 이런 거는 아무래도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기에 공조하에 함께 수사를 하게 된 겁니다. 군사경찰에서 1차 수사를 마치면 군 검찰로 넘어가게 되고요. 군 검찰에서 수사를 마치고 이제 군사법원에 기소하게 된 겁니다.

◇ 이원화 : 그렇게 군사법원에 기소가 돼서 1심 재판이 어떻게 진행됩니까?

◆ 박지윤 : 1심은 춘천에 있는 제3지역 군사법원에서 진행됐고요. 군 검사는 징역 30년을 구형했습니다. 법원은 남편에게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하고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사체를 송괴한 후 보험금을 청구한 것에 대해서 살인 사체 손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죄를 인정해서 징역 35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에서도 남편이 아내를 살해했다고 볼 만한 직접 증거는 없다고 봤지만 여러 정황을 토대로 남편이 아내의 목을 조르고 교통사고를 내 숨지게 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특히 남편은 아내가 스스로 목을 매 자살했다고 주장을 했잖아요.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한 징후나 뚜렷한 동기가 없다고 보았고, 피고인이 남편이 의식을 잃은 배우자를 발견했는데도 신고하거나 응급처치를 하지 않고 오히려 범행 현장을 치우고 청소하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을 보인 것을 종합해 볼 때 목을 조른 것이 없다라는 피고인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 이원화 : 검찰이 구형한 것보다 5년이 더 많은 형량이 선고된 건데, 특히 군사법원에서 이런 결정이 나오는 케이스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 박지윤 : 네 맞습니다. 보통 군 검사의 구형보다 재판부에서 더 높은 형을 선고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입니다. 그 이유는 남편이 저지른 범행 자체가 죄질도 굉장히 나쁘고요.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법정까지 보여준 남편의 태도에서 반성하는 모습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에서도 남편이 납득할 수 없는 변명과 모순되는 진술로 일관하면서 범행에 대한 참회나 반성 등의 감정은 찾아보기 어렵다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범행의 중대성과 반성하지 않는 태도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을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등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 이원화 : 항소심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 박지윤 : 항소심에서도 남편은 아내가 집 화장실에서 목을 매 자살을 했고, 남편이 이렇게 명예 실추 같은 것을 염려하다가 응급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차량의 아내를 태우고 가다가 순간 정신을 잃어서 교통사고 났다 이렇게 주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도 남편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은폐하기 위해 교통사고를 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렇게 판단을 했고요. 아울러 목조른 행위 자체로 아내가 사망한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남편이 아내를 사망한 것으로 오인해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교통사고를 내어 죽게 한 경우 실제 인과관계의 진행과 남편이 예상한 진행의 차이가 다른 행위로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본질적인 차이는 아니다라는 점을 덧붙였는데요.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남편의 의도는 결국 실현됐으므로 어느 경우로 보든 살인죄는 성립한다라고 본 것입니다.

◇ 이원화 : 이 사건 대법까지 간 걸로 알고 있는데 이 남성 어떤 처벌 받았습니까?

◆ 박지윤 : 이 사건이 3심까지 갔지만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35년이 확정이 됐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 직접 증거는 없었지만 간접 증거나 정황 증거가 많았고요. 이러한 증거가 개별적으로는 직접 증거만큼의 증명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 하에 종합적으로 볼 때 증명력은 유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남편은 아내를 모포로 감싼 뒤 여행용 가방에 넣어 차를 옮겼고, 차량 조수석에 엎어놓은 형태로 실은 뒤 안전벨트를 채우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상태로 계속 근처를 배회하다 갑자기 사고를 냈고요. 남편은 아내가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평소 아내에게 자살 징후나 동기가 없었고, 자살 현장도 남편이 다 청소하고 옷과 가방도 폐기했고요. 신고도 하지 않았어요. 법원은 이런 증거들을 모두 종합해서 볼 때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이죠.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은 육군 부사관이었던 남편이 교통사고로 위장해 아내를 살인한 사건 살펴봤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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