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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월~금] 06:40, 12:40, 19:40
제작진진행: 이원화 변호사 / PD : 김세령 / 작가 : 강정연
돈 내면 감형? 악어의 눈물 ‘형사공탁’, 피해자 울리는 이유
2024-06-27 16:06 작게 크게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6월 27일 (목요일)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장익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 여러분은 살면서 누군가를 용서해 본 적 있으신가요? 만일 누군가가 나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면 그러니까 가령 범죄와 같은 형태로 말이죠. 우리는 그 누군가를 과연 용서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혹여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심지어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가해자를 용서한다고 한다면 우린 그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판결을 내릴 때 재판부가 참고하게 되는 감형 사유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만 그중 정말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것 중 하나 바로 형사공탁으로 인한 감형입니다. 형사공탁이란 피고인 그러니까 가해자가 피해자의 회복을 바란다며 금전 금품 등을 법원 공탁소에 맡기는 제도인데요. 문제는 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공탁이라지만 정작 피해자는 원치 않는 경우에도 감형 사유로 활용된다는 점입니다. 더 황당한 건요. 형사공탁으로 감명을 받은 뒤 공탁금을 회수해가는 먹튀 공탁도 있다는 점인데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장익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장익준 : 네 안녕하세요. 장익준 변호사입니다. 반갑습니다.

◇ 이원화 : 형사공탁이라는 제도가 처음 마련됐을 때는 가해자들이 이 제도를 악용할 거라는 생각은 아마 못했을 것 같아요.

◆ 장익준 : 2022년 9월에 공탁법 제5조에 형사공탁 특례 시행 전에는 형사 피해 변제 공탁에 대해서도 민사상 변제공탁 절차를 원칙으로 했습니다. 이에 피공탁자를 특정하고 공탁 통지 절차 등을 위해서 공탁서에 이제 피공탁자의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기재해야 되는데요. 이에 형사 사건 관련 피해자와 합의를 통해 유리한 양형 판단을 받고자 하는 피고인 입장에서는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서라도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알아내려고 하거나 피해자에게 합의를 적용하는 등 2차 피해 문제도 있었습니다.

◇ 이원화 : 가해자들이 법원 공탁소에 공탁금을 맡기면 그 돈이 피해자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피해자들에게 전달되는 형태인 겁니까? 어떻게 쓰이는 건가요?

◆ 장익준 :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 형사 피해자의 경우에 합의금의 문제가 아니라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에 상응하는 엄벌을 받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원하는 경우도 많을 텐데요. 이때는 공탁금 회수 동의서를 제출함으로써 공탁금 수령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형사공탁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한다면서 2022년 그러니까 재작년에 특례가 만들어졌잖아요. 어떤 점이 보완됐던 겁니까?

◆ 장익준 : 형사사건 피고인이 법령 등에 따라서 피해자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 사건 수소법원, 그리고 사건번호, 사건명 등으로 피해자를 특정해서 공탁할 수 있도록 개정안이 제정 시행된 것입니다. 입법 당시 취지는 이제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유출하지 않으면서 공탁하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죠.

◇ 이원화 : 그런데 황당한 건 특례가 만들어지면서 또 웃지 못할 문제점이 자꾸 나오고 있다는 부분이죠.

◆ 장익준 : 형사공탁 특례가 시행되면서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피고인들이 오직 감형을 목적으로 기습 공탁을 난발하는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이 기습 공탁은 피해자가 재판부의 거부 의사를 전할 시간조차 없게 선고 직전에 공탁하는 것입니다. 제도 도입 초기부터 이 같은 부작용이 있었으나 이 기습 공탁 문제가 지금처럼 공론화되기 이전에는 법원에서도 기계적으로 공탁 여부가 감경 사유로 반영되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 이원화 :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심지어 피해자가 그 상황을 몰라도 상관없는 건가요? 재판 감형받는 데 문제가 안 되는 건가요?

◆ 장익준 : 특례 시행 후 공개된 988건의 비재산 범죄 판결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 의사에 반한 공탁임에도 피해 회복으로 간주하고 법원이 일방적으로 감경한 사건은 약 80%에 달했습니다. 선고 전 기습 공탁은 시간상 피해자가 대처할 기회가 전혀 없기에 심지어 피해자가 그 상황을 몰랐음에도 양형에 있어 감경 요소로 반영된 판결이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 이원화 : 청취자분들께서도 형사 공탁 이렇게 단어만 인터넷에 쳐보셔도 가해자가 감형받기 위해 기습적으로 돈을 얼마 냈다, 결국 어느 정도 감형받았다 이런 기사들 정말 많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실제 많이 늘기도 했죠.

◆ 장익준 : 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형사공탁금 신청 건수는 형사공탁 특례제도가 시행된 2022년 12월 1,486건에서 2023년 6월 2,369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달 2천 건 안팎을 기록하며 공탁액은 1,151억 원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이 중 피해자와 합의 등을 통해 신청된 형사 변제공택은 그 10분의 1 수준에 그친 총 2,112건에 불과했습니다.

◇ 이원화 : 피해자가 사전에 거부할 수는 없습니까?

◆ 장익준 : 정작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기습 공탁에 대비하기 어려운데요. 선거 직전 기습 공탁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물리적으로도 부족한 피해자들이 거쳐야 하는 공탁 거부 절차가 번거롭기 때문이죠. 공탁을 거부하려면 피해자들은 공탁 회수 동의서를 작성해서 우편으로 신청하거나 직접 법원에 출석해야 합니다. 특히 2차 피해 방지를 위해서 가명을 사용하는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에는 동일인 확인 증명서까지 발급받아야 되는데요.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내기까지 시간이 촉박한 데다 이 같은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아서 피해자가 공탁금을 받아가지 않은 사이에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감명을 받은 뒤에 공탁금을 회수해가는 이른바 먹튀 공탁 등 2차 3차 피해로 이어지는 것이죠.

◇ 이원화 : 최근 형사공탁금 논란과 관련해서 이야기 나눠볼 만한 사건, 바로 대구판 돌려차기 사건입니다. 어떤 사건인가요?

◆ 장익준 : 2023년 5월 대구 북구 대학가 원룸촌에서 발생한 사건인데요. 밤 10시가 넘은 시각에 배달원 복장을 한 피고인이 집으로 돌아가는 여성의 뒤를 밟았습니다. 여성이 공동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배달원 복장을 한 피고인은 배달원인 척 태연하게 뒤따라 들어가는데요. 이 배달원 복장을 한 남자가 이처럼 닫히는 문 사이로 들어오는 경우가 참 많죠. 여자는 별다른 의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성이 원룸 현관문을 열자 피고인은 바로 침입했고, 여성을 바닥에 넘어뜨린 후 흉기로 위협하며 마구 때리고 성폭행을 시도했습니다. 그때 마침 근처에 있던 여성의 남자친구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피고인을 제재하게 됐습니다.

◇ 이원화 : 남자친구도 정말 깜짝 놀랐을 것 같은데 몸싸움이 벌어졌을 것 같아요.

◆ 장익준 : 여자친구를 보호하고자 본능적으로 상대방에게 달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죠. 남자친구는 몸싸움을 벌이다가 복도에 따라 나오게 됐고, 양손으로 피고인을 붙잡아 여자친구를 보호하고자 했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남자친구를 흉기로 수에 찔렀던 것입니다. 사건 후 남자친구는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과다 출혈로 두세 차례 심정지가 발생했고, 2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40여일 만에 가까스로 의식을 찾았으나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인해서 사회연령 만 11세 수준의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습니다. 여자친구 역시 저항하는 과정에서 양손과 손목에 약 24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동맥 파열 상해를 입었습니다.

◇ 이원화 : 이 사건이요. 현재 1심과 2심까지 진행된 상황인데 두 번 모두 언론에서 굉장히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화제가 된 이유가요. 극명히 갈립니다. 일단 1심 재판이 화제가 된 이유는 뭐였죠?

◆ 장익준 : 1심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징역 50년을 선고했기 때문인데요. 선고형이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보다 무려 20년이나 높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고 징역 50년은 유기징역형으로는 법이 정한 최장기형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피해 여성 또한 검찰 구형이 30년이어서 그 이하로 선고될 줄 알았는데 묻지마 범죄의 경정을 울린 재판부에 믿을 수 없게 감사하다고 하면서도 남자친구가 자신의 회복되기 어려운 피해 상황을 토로했습니다.

◇ 이원화 : 최대 형량을 선고한 배경은 뭐라고 봐야 할까요?

◆ 장익준 : 특별한 이유 없이 일반인을 살해하려고 한 묻지마 범죄는 엄벌이 필요하죠. 그리고 장래 이와 유사한 모방 범죄 발생을 막기 위한 예방적 차원에서도 중형에 처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들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와 후유증을 얻게 된 점도 고려됐을 것입니다.

◇ 이원화 : 피고인이 불복하고 항소했죠.

◆ 장익준 : 징역 50년이 과하다며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습니다.

◇ 이원화 : 앞서 1심과 항소심 모두 굉장히 화제가 됐는데 화제가 된 이유가 극명히 갈렸다 말씀드렸잖아요. 그렇다면 항소심 결과는 1심과 굉장히 달라졌다 이렇게 보면 되겠죠.

◆ 장익준 : 1심에서 구형보다 20년이 중한 징역 50년이 선고된 것과 반대로 항소심에서는 징역 50년에서 징역 27년으로 20년 이상 감형되었습니다. 피고인이 수사 단계에서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 남성과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다소 우발적으로 강간 살인 미수 범행에 이른 점, 그리고 피고인이 피해 남성을 위해서 1억 원 형사 공탁한 점 등 사유로 항소심 재판부는 양형에 참작했습니다. 이에 검사 1심 구형 의견과 유사 사건 양형 사례들에 비추어 보면 1심이 피고인에게 유기징역형을 가중한 법정 최상한인 50년을 선고한 것은 이제 너무 무겁다는 취지였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우발적이라는 이야기 나눴습니다만 수사 과정에서 사전에 범행을 준비한 정황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 장익준 : 범행 직전 피고인은 강간, 강간치사, 강간 자살, 화장실 몰카 강간 시도 등 다수의 강간 또는 살인 사건을 검색했고, 배달 라이더 일을 마치고 실제로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해서 그때부터 범행 대상을 물색했던 사정이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충분히 계획적인 범행으로 볼 여지가 다분함에도 불구하고 다소 우발적으로 강간 살인 미수 범행을 하였다는 판단은 납득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 이원화 : 아무래도 1심과 2심의 선고 형량이 너무 차이가 크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더 속상하고 화가 날 것 같은데 이거 형량 바꾸기가 쉽지 않을 거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이게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 장익준 : 가장 불복하고 싶은 사람이 아마 피해자일 텐데요. 이제 그러나 형사사건에서 당사자는 기본적으로 검사와 피고인이고 형사소송법상 피해자는 상고의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피해자를 대신해서 공익의 대표인 검사가 상고를 하는 것인데요. 이 사건에서 문제는 항소심에서 심판 대상이 되지 않은 사항은 상고심의 심판 범위에 들지 않기 때문에 이 사건 상고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한 상고만 가능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한 검찰의 상고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데요. 판례는 형소법 383조 4호를 사형 무기 10년 이상 징역 금고로 선고된 사건에서 예외적으로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적정 여부를 심리하는 피고인만 적용받는 규정으로 보기 때문에 10년 이상 징역이 선고된 사건에서 피고인만 너무 과한 형이라는 이유로 상고를 할 수 있고 검사는 너무 형이 강하다 이런 이유로 상고할 수는 없는 것이죠. 이번 사건과 비슷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역시 피해자가 검찰도 양형 부당으로 상고할 수 있어야 된다 이런 취지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요청한 바 있지만 아직 형소법 개정 소식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앞으로 유사 사건에서 이번 판례를 양형 예시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 이원화 : 방법이 그럼 전혀 없다고 보십니까? 어떤가요?

◆ 장익준 : 현행법상 그리고 현재까지의 대법원의 견해에 따르면 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형소법 383조 4호가 피고인에게만 적용되는 편면적 규정이라고 보는 것은 이제 대법원 판례에 따르는 것일 뿐 명문 규정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이 상고를 통해서 그 대법원 판례를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존재하긴 합니다.

◇ 이원화 : 그래도 변호사님 형사공탁 특례 개정 움직임이 있죠.

◆ 장익준 : 법무부는 올해 5월에 기존 형사공탁 제도를 보완하는 내용을 담은 공탁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는데요. 개정안은 형사재판 중인 가해자가 피해자의 권리 회복에 필요한 금전을 공탁한 경우 법원이 피해자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성취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또 가해자의 형사 공탁금 회수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하면서 다만 피해자가 공탁물 회수에 동의하거나 확정적으로 수령 거정을 하는 경우 공탁 원인이 된 형사재판이나 수사 절차에서 무죄 판결, 기소유예를 제외한 불기소 결정을 받는 경우 예외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 이원화 : 사건의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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