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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월~금] 06:40, 12:40, 19:40
제작진진행: 이원화 변호사 / PD : 김세령 / 작가 : 강정연
살인이냐 사고냐 21년 전 '저수지 아내 살인사건' 진실은 떠오를까?
2024-06-25 11:35 작게 크게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6월 25일 (화요일)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장익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장 씨는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무기징역을 구형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방금 들으신 내용은 장 씨의 1심 판결문 내용 중 일부였는데요. 장 씨는 곧바로 항소했지만 2005년 9월 대법원 상고 기각을 끝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됐습니다. 그리고 4년 후 대법으로부터 무기징역을 확정받았지만 장 씨는 끊임없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교도소에서 무려 세 차례, 심지어 변호인의 도움 없이 홀로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장 씨가 남긴 자필 재심 청구서와 탄원서는 무려 A4 용지 900여 쪽에 달하는 아주 방대한 양이었지만 결국 재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그리고 또다시 7년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재수사를 요구하며 해당 글을 쓴 이는 과연 누구였을까요? 놀랍게도 장 씨와는 일면식도 없다는 현직 경찰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장익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장익준 변호사(이하 장익준): 네 안녕하세요. 장익준 변호사입니다. 반갑습니다.

◇ 이원화 :  최근이죠. 6월 초 전라남도 진도의 송정저수지에서 살인사건 현장 검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게요. 최근에 있던 사건의 현장 검증이 아니라 무려 21년 전에 살인 사건 현장 검증이었죠?

◆ 장익준 : 네, 2003년에 있었던 송정저수지 화물차 추락 사고가 수사 재판을 통해서 사고로부터 2년 2개월 뒤에 살인죄로 확정되었던 사건에 대한 현장 검증이 2024년에 이루어지게 된 건데요. 당시 운전대를 잡고 있던 남편 장 씨가 운전대를 고의로 왼쪽으로 틀어서 아내를 조수석에 태운 차를 일부러 저수지로 추락하게 하였다는 19년 전 법원의 판단이 맞았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장 씨의 변호인, 검사, 재판부가 번갈아 차에 탄 뒤에 운전대를 조작하지 않는 상황과 왼쪽으로 조작하는 상황을 가정해서 총 5차례 재현하는 검증이 이루어졌습니다.

◇ 이원화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2003년으로 돌아가 보죠. 말씀해 주신 대로 당시 한 차량이 저수지로 추락했는데 한 남성이 살아나왔고 조수석에 있던 여성은 숨진 채 발견됐죠? 

◆ 장익준 : 아내를 조수석에 태우고 남편 장 씨가 운전대를 잡은 화물차가 송정저수지 앞 삼거리 교차로를 지나서 그대로 저수지 속으로 추락하게 된 것인데요. 사고 직후에 남편 장 씨는 헤엄쳐 나왔는데 아내는 이후 진도경찰서 잠수부에 의해 올려졌고 이미 차갑게 식은 상태로 사망한 채 발견됐습니다.

◇ 이원화 : 남편의 말대로라면 피로 누적, 졸음운전으로 인한 안타까운 교통사고가 아니었나 싶은데, 그런데 이걸 경찰에서는 사고가 아닌 살인으로 봤던 건가요?

◆ 장익준 : 네 교통사고 조사 과정에서 장 씨가 가입한 보험 내역을 확인하고부터 경찰은 장 씨를 의심하기 시작했는데요. 장 씨는 사고 발생 1년 전부터 여러 건의 보험에 새로 가입하거나 보험 금액을 늘리고 있었습니다. 저수지 추락 사고로 보험금을 지급받을 경우 장 씨가 받을 수 있는 돈은 약 9억 원이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장 씨가 보험금 수령을 위해 고의로 아내를 살해한 것이라는 점에 대한 직접 증거를 끝내 찾지 못했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서 불구속 상태로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습니다.

◇ 이원화 : 그러니까 보험금을 노린 범행인 것 같다, 의심은 가지만 증거가 없기 때문에 교통사고 특례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서 검찰에 넘겼다는 건데, 그러면 검찰에 넘겨진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됐습니까?

◆ 장익준 : 장 씨 자녀 3남매가 아버지를 살인범으로 지목하고 아버지가 보험금을 받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내 어머니를 죽였다라고 진술하면서 장 씨에 대한 의심의 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수사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검찰은 불구속 상태였던 장 씨를 처음 불러 조사한 날 바로 장 씨를 긴급 체포한 이후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살인 사건이라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 이원화 : 직접 증거가 나왔던 건가요? 검찰에서는 왜 그렇게 확신했던 겁니까?

◆ 장익준 : 보통 화물차에 있는 햇빛가리개에 고정돼 있죠. 검찰은 가리개가 분리된 상태일 경우에 앞 유리가 쉽게 빠진다는 국과수 감정을 토대로 장씨가 화물차 앞 유리가 쉽게 빠지도록 추락 사고 전에 미리 햇빛 가리개를 조작하고 그리고 실제로 물속에 아내만 두고 혼자 유리 쪽으로 빠져나왔다는 점에서 보험금 수령을 위해서 사전에 장 씨가 살인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그때 당시에도 검찰은 현장 검증을 했었는데요. 다만 사고 지점에서 70~80m 거리에서 출발한 차량이 저수지 앞에서 좌측으로 운행했다는 경찰이 그린 현장 약도를 토대로 현장 검증을 했고, 장 씨가 저수지 추락 직전 고의로 핸들을 좌측으로 꺾은 것이지 졸음운전이 아니었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또 검찰은 아버지가 보험금을 받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내 엄마를 죽였다라는 장 씨의 자녀들의 진술을 확보했죠. 그러나 남매 또한 그 사고 당시의 정황과 증거는 직접 보지 못한 만큼 그 진술을 살인 사건의 직접 증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법원의 판단은 어땠습니까?

◆ 장익준 : 법원은 판결문에서 판단을 전제로 이 사건에는 살해 범위에 관한 직접 증거가 없다는 점을 설시한 이후에 법원에 현출된 각종 간접 증거를 통해서 피고인의 살인의 고의를 인정했고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 이원화 : 결국 장 씨,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에 처해지고 수감생활을 하게 됐는데 특이한 대목은 이 부분이죠. 수감생활하면서 계속해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재심 신청을 했는데 심지어는 변호사 없이 혼자 그걸 했다면서요?

◆ 장익준 : 네 2005년 대법원 판결이 확정됐음에도 장 씨는 2009년, 2010년 2013년 세 차례에 걸쳐서 무죄를 주장하며 재심 청구를 했는데요. 변호사 없이 자녀들마저 자신에게 등을 돌린 상황에서 자필로 A4 용지 900여 쪽에 달하는 재심 청구서와 탄원서를 교도소에서 홀로 작성해가며 자신의 무죄와 재심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 이원화 : 재심은 왜 세 차례나 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겁니까?

◆ 장익준 : 재심은 이제 기본적으로 예외적인 비상구제 절차라는 점에서 개시 사유 자체가 형소법 420조에 제한적으로 열거돼 있습니다. 크게는 허위 증거에 의한 재심 이유, 그리고 새로운 증거에 의한 재심 이유로 구분이 되는데요. 허위 증거에 의한 재심 이유는 또 그 허위라는 점에서 또 그 확정 판결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증거에 의한 재심 이유 또한 그 증거가 유죄 확정 판결을 파기할 고도의 가능성 내지 개연성이 있어야 됩니다. 일반 형사재판에서는 검사가 공소사실을 입증하지만 재심 개시 절차에서는 신청인이 재심 개시 사유가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 재심 개시가 쉽지 않은데요. 900여 쪽에 달하는 재심 청구서와 탄원서에 자신에 대한 유죄 확정 판결에 명백한 사실 오인이 있다는 주장은 사실관계를 가장 잘 아는 장 씨 본인이 상세하게 기재했을 것이지만,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장 씨가 유죄 확정 판결을 파기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새로운 증거를 확보해서 재심 청구서를 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재심 개시 사유 요건 불비로 세 차례 기각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 이원화 : 그렇게 또 한참의 세월이 흐르다가 2020년인가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이 하나 올라왔는데 정말 놀라운 게 장 씨와 아는 사람이라든지 가족이라든지 이런 게 아니라 일면식도 없는 현직 경찰관이었다고 해요. 전우상 전 경감이 도대체 왜 이 사건의 관계자도 아닌데 나서게 된 건지 말씀해 주시죠.

◆ 장익준 : 네 2017년에 평소 알고 지내던 장 씨 동생이 전 경감에게 자신의 형이 살인죄로 무기징역 복역 중이라는 사실을 얘기하게 됐는데요. 형이 14년째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데 자신은 형을 도와줄 방법을 모르겠다며 한번 알아봐 달라 전 경감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전 경감이 자료를 수집하며 조사를 진행했고, 자신이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100쪽에 이르는 사건 기록을 다시 작성하면서 사건을 파헤쳤습니다. 그래서 당시 수사에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 이원화 : 그 과정에서 더 놀라운 일이 발생하죠? 재판 과정에서 막내딸이 본인이 20여 년 전에 위증했다 밝혔다고 하던데요. 당시 재판에서 자녀들의 탄원서와 법정 증언, 이게 무기징역 받는 데 꽤 큰 역할을 했을 것 같거든요?

◆ 장익준 : 네 검찰 단계에서 보험사기 살인을 예단하게 되는 그 시작점에 장 씨 자녀 3남매의 진술과 탄원서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기도 하고요. 보험 사기 살인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는 상황에서 보험에 가입했던 기간, 그리고 사고 시점까지 부부 관계에 대해서 가장 잘 알 수 있는 자녀들이 아빠가 보험금 받으려고 고의로 사고를 내 어머니 죽였다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엄벌 탄원서까지 낸다고 하면 그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 피고인에 대해서 더욱 중형을 선고할 가능성은 높습니다.

◇ 이원화 : 기사를 좀 찾아보면요. 따님이 자신이 위증을 했다 밝히고 수감생활 중인 아버지를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보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던 게요. 아버지 입장에서는 사실 딸이 원망스럽고 미울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너무 반가워하면서 우리 막내딸 왔냐 아빠가 걱정 많이 했다 이랬다고 하더라고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얼마나 끈끈한 건지 느껴지는 대목이라 굉장히 찡했는데 어쨌든 그래서 재심 신청 다시 하게 됐고 이번에는 받아들여진 겁니까?

◆ 장익준 : 네 장 씨는 2021년 4번째 재심을 청구했는데요. 이전 장 씨 혼자 진행했던 세 차례의 재심과 달라진 부분은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새로운 증거를 찾아낸 후 재심 청구서에 첨부하고 제출한 부분인데요. 이에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는 2020년 9월 과거 검찰이 제시한 간접 증거들에 대한 상반된 전문가 감정이 나온 점과 영장 없이 사고 트럭을 압수한 뒤 뒤늦게 압수조서를 꾸며 수사의 위법성이 인정되는 점에서 재심 개시 결정을 했습니다.

◇ 이원화 : 재심 신청이 드디어 받아들여졌는데 이분이 안타까운 게 최근 돌아가셨습니다. 보통 당사자가 사망하면 피의자 단계에서는 공소권 없음, 그리고 기소가 돼서 피고인이 되면 공소기각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재심은 다른가요? 어떻습니까?

◆ 장익준 : 네 형사소송법 438조에서 재심 심판 절차의 특칙을 정하고 있는데요. 사망자를 위해서 재심의 청구가 있는 때, 그리고 유죄 선고를 받은 자가 재심 판결 전에 사망한 때도 공판 절차의 정지, 공소기각의 결정에 관한 형소법 규정이 재심 심판 절차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한때 유죄가 확정됐던 사람의 명예를 사후에라도 회복하기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함이겠죠.

◇ 이원화 : 사실 사건의 진실은 증거에 기반해서 면밀히 들여다볼 부분이 있는 거기 때문에 함부로 예단할 수는 없죠. 그런데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당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대목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래서 재심이 필요한 사건이고 21년 만에 다시 재심을 하게 됐다 이 부분인 거거든요?

◆ 장익준 : 네 일부 증거는 해석과 판단 과정에서 주관이 개입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도 계획적 살인이라는 점에 대한 주요 간접 증거인 햇빛 가리개 감정 결과에 대해서 전혀 개연성이 없다는 반대 의견이 제시됐고, 심지어 당시 이 사건을 감정했던 국과수 감정인이 그때 당시 밝혔던 자신의 감정 의견을 재심 개시 심판 과정에서 철회했습니다. 차량을 국과수로 옮기는 과정에서 경찰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정황도 확인이 되었는데요. 이 서류들은 사후에 조작돼서 편철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또 일부 증거는 위법 수사로 인해 증거력이 없는 이 재심 심판 절차에서 그 엄격한 증명 정도를 이용하는 형사 유죄 판결이 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이원화 : 사건 엑스파일 오늘은 전남 진도의 한 저수지에서 발생했던 사망 사건이 사건 발생 21년 만에 재심을 받게 됐다는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피고인은 세상을 떠나고 없습니다만 과연 법정에서 그날의 진실 밝혀낼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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