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6년 09월 28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안광휘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이 남자의 뻔뻔한 태도는 보는 이의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아주 가관이었습니다. 경찰은 범죄자에게 식사와 휴식까지 제공했습니다. 심지어 그는 나중에 “어차피 사형을 받을 것”이라며 영장심사와 현장검증까지 거부했다고 하죠. 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스스로 “사형”이라는 말까지 꺼낸 걸까요. 시간을 불과 며칠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그는 7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지 이제 막 43일 차, 하지만 갈 곳이 마땅찮아 출소자들의 자립을 돕는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를 뵈러 안산에 다녀오겠다고 했죠. 하지만 그는 어머니를 보러 간다는 말과 달리 술집으로 향했습니다. 소주 4병을 마시고, 또 다른 술집에서 술을 더 마셨죠. 그러다 시비가 붙었습니다. 그렇게 경찰까지 출동했고 중재 끝에 상황은 마무리되는 듯 보였습니다만 사건은 오히려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날 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안광휘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안광휘 변호사 (이하 안광휘) : 안녕하세요 안광휘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프닝 듣고 왔습니다만, 7년 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해 보호소에서 지내던 남성. 술집에서 술값 문제로 시비가 붙었고,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중재 끝에 마무리가 된 것처럼 보였는데 진짜 사건은 그 이후에 벌어졌다는 거죠?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 안광휘 : 2012년 8월 20일 저녁, 경기도 수원시입니다. 이 남성은 서른아홉 살, 7년을 복역하고 나온 지 43일째였습니다. 오후 4시쯤 소주 4병을 마시고, 밤 9시 50분쯤 파장동의 한 주점으로 옮겨 양주를 한 병 더 마십니다. 여기서 술값 시비가 붙어 본인이 직접 112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의 중재로 2만 원을 돌려받는 걸로 정리됐고요. 그런데 화가 풀리지 않은 이 남성은 21일 0시 10분쯤 근처 마트에서 길이 23센티미터짜리 흉기를 삽니다. 술에 취해 그 주점을 못 찾고 배회하다가 며칠 전 역시 술값으로 실랑이가 있었던 다른 주점으로 들어갑니다. 0시 55분쯤 여성 사장이 혼자 있는 걸 확인한 뒤 흉기로 위협하며 "문 잠가, 옷 벗어"라고 했다고 합니다. 사장이 저항하던 중 손님 한 분이 잠긴 문을 두드렸고, 당황한 이 남성은 사장의 목과 그 손님의 복부를 찌른 뒤 달아났습니다.
◆ 이원화 : 술값 시비로 경찰이 출동했을 때 이 사람이 출소한지 얼마 안됐고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단 사실을 알 순 없었을까요? 어떻게 됩니까?
◇ 안광휘 : 네,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신원은 확인했지만, 보호소에 머무는 출소자라는 사정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전과나 입소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었는지는 당시 업무지침을 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목격한 택시기사가 뒤를 쫓자 휴대전화까지 버리면서 500미터를 도망갑니다. 그러다 새벽 1시 5분쯤 정자동 주택가에서 문이 열려 있던 예순다섯 살 남성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거실에서 마주친 집주인이 "누구냐"고 소리치자 배와 가슴을 열 차례 넘게 찔렀고, 비명을 듣고 나온 아내와 아들도 여러 차례 찔렸습니다. 그 집 가장은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하겼습니다.
◆ 이원화 : 전혀 상관도 없는 가정집에 들어가서 결국 한 사람을 숨지게 한 건데요. 그런데 나중에 이 사람이 한 말이 정말 가관입니다. “남자가 소리를 질러 정신이 없었고, 빨리 그곳을 벗어나야겠단 생각뿐이었다” 그러니까 죽일 생각은 없었단 건데, 이런 주장으로 살인죄를 피할 수 있습니까?
◇ 안광휘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주장만으로 살인죄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살인죄가 되려면 죽여야겠다고 마음먹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 정도의 미필적 고의만 있어도 인정됩니다. 그러면 속마음을 어떻게 아느냐. 흉기의 종류, 찌른 부위와 횟수, 범행 전후의 행동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이 사건은 23센티미터짜리 흉기로 배와 가슴이라는 목숨이 걸린 부위를 열 차례 넘게 찔렀지 않습니까? 몰랐다고 말하기가 대단히 어렵죠. 참고로 심신미약도 주장했는데, 술을 마셨다는 사실만으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출동했던 경찰관도 대화가 안 될 만큼 인사불성은 아니었다고 기억했고요.
◆ 이원화 : 그리고 그 전에 들어갔던 주점에서도 업주에게 “문잠고 옷벗어라” 말해놓고, 나중에는 또 “성폭행하려던 건 아니었다” 주장했단 말이죠. 이렇게 범행 의도를 부인하면, 성폭행 목적이 있었는지는 뭘 보고 판단하나요?
◇ 안광휘 : 네, 이것도 결국 겉으로 드러난 말과 행동으로 판단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남성은 흉기로 위협하며 옷을 벗으라고 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다만 무시당한 게 분해서 혼내주려던 것뿐이라고 주장한 거고요. 옷을 벗으라는 말은 성적 행위를 의도했다고 볼 수 있는 중요한 사정입니다. 게다가 여성이 혼자 있는 걸 확인한 뒤 들어갔고, 문을 잠그게 했습니다. 다만 그 말 하나만으로 확정되는 건 아니고, 흉기 위협이 성적 행위를 위한 수단이었는지까지 함께 봅니다. 하나 더, 붙잡힌 직후에는 욕구를 참을 수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는 보도가 있고요. 당시 경찰도 형량을 줄이려는 의도로 판단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이 사건에서 또 하나 중요해 보이는 게 범행의 계획성인데요. 처음 술집에서 시비가 붙은 뒤, 화를 못 참고, 직접 마트에 가서 흉기까지 샀던 거잖아요. 다만, 원래 찾아가려던 술집은 못 찾아서 결국 다른 곳에서 범행을 저질렀던 건데 이렇게 범행대상이 바뀐 경우에도 계획범행으로 볼 수 있습니까?
◇ 안광휘 :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볼 수 있습니다. 계획성이라는 게 "그 사람을 콕 집어서 노렸느냐"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범행을 마음먹고 준비를 했느냐를 봅니다. 이 사건은 그 준비가 뚜렷합니다. 흉기를 산 게 0시 10분쯤, 범행이 0시 55분쯤이니 45분가량 간격이 있습니다. 마음을 돌릴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흉기를 들고 계속 돌아다닌 겁니다. 원래 가려던 곳을 못 찾은 것도 계획을 접은 게 아니라 길을 못 찾은 것뿐이고요. 다만 우리 법에 계획살인이라는 별도의 죄가 있는 건 아닙니다. 죄목은 살인죄 하나고, 계획적이었느냐는 형을 정하는 단계에서 반영되는데 그 차이가 큽니다.
◆ 이원화 : 또 중요한 게 이 사람, 초범도 아니었잖아요. 출소한 지 43일밖에 안 된 사람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었다고 하는데 이전에는 어떤 범죄였죠?
◇ 안광휘 : 네, 보도에 따르면 전과 11범이었습니다. 가장 무거운 건 2005년 전북 순창에서 저지른 특수강간 두 건인데, 징역 7년을 받고 만기까지 복역한 뒤 2012년 7월에 출소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출소 직후 얼마 되지 않아서, 심지어 보호소는 어머니를 보러 간다 거짓말까지 하고 나온 상황이었단 건데 이렇게 출소 직후, 다시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량을 정할 때 얼마나 불리하게 작용합니까?
◇ 안광휘 : 네, 아주 불리합니다. 형 집행이 끝난 뒤 일정 기간 안에 다시 금고 이상의 죄를 범하면 누범이 문제 될 수 있고요. 출소 43일 만이라는 사정은 누범 여부와 별개로 재범 위험성을 판단하는 데 불리하게 고려됩니다. 성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이 또 성범죄를 시도하다 사람을 해쳤다면 변명의 여지가 거의 없고요. 그리고 이 사건엔 더 무겁게 볼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국가가 출소자 자립을 도우려고 마련해 준 보호소에서 지내면서, 치매로 요양 중인 어머니를 뵈러 간다며 거짓말로 외박계를 내고 나왔습니다. 죄질을 안 좋게 볼 여지가 큽니다.
◆ 이원화 : 법정에서의 태도도 아주 가관이었다면서요?
◇ 안광휘 : 보도에 따르면 첫 재판부터 그랬다고 합니다. 재판장이 공소 사실을 인정하느냐 고 물었는데 정면만 응시한 채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국선 변호인이 대신 대답하니 재판부가 다시 본인에게 물었고 그제야 투명스럽게 인정했다고 하고요. 그리고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다 제지당했다고 합니다. 재판장이 다시 불러 세워 방청석의 유족이 있을 수 있으니 공손한 태도를 취하라고 꾸짖었는데 그러자 판사 말을 자르면서 재판이 끝난 줄 알았다, 어떤 행동이 불순한지 모르겠다고 받아쳤었다고 합니다. 이런 태도는 진지한 반성으로 보기 어렵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이 양형에 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보입니다.
◆ 이원화 : 근데 문제는 지금까지 저희가 이렇게 사건을 열심히 살펴봤잖아요. 근데 이 사람이 재판을 받던 중에 그냥 사망을 해버립니다. 사망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약을 이제 중첩해서 복용을 하다가 급격하게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사망을 한 걸로 밝혀졌는데 그렇다고 하면 이 사건은 재판을 더 이상 진행을 할 수가 없게 돼요. 그래서 법원이 공소 기각 결정을 하게 되고 유무죄 판단이 없이 절차가 그냥 바로 종결이 되는 거죠? 근데 이렇게 되면요, 유족 입장에서는 허탈하죠. 갑자기 피고인이 사망을 했다는 이유로 모든 절차가 다 종결이 된다고 하면 이 경우에 어떻게 되는 겁니까? 배정받을 권리 같은 것들 어떻게 되는 건지 한번 정리를 해 주시죠.
◇ 안광휘 : 네, 이게 남은 분들께는 가장 아픈 부분입니다. 가해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생전에 발생한 손해배상 책임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에 포함되니 상속인을 상대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긴 재산이 거의 없었을 가능성이 높고요.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을 하면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범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렇게 배상받기 어려운 경우에는 범죄피해자 구조제도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동으로 지급되는 게 아니라 피해 정도와 유족관계 같은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요. 유족분들께 가장 아쉬운 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법정에서 이 사람의 죄가 무엇이었는지 판결로 확인받을 기회를 끝내 잃어버린 것, 그게 가장 아픈 부분일 겁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라디오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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