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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월~금] 05:40, 12:40, 18:40
제작진진행: 이원화 변호사 / PD : 김양원 / 작가 : 강정연
"돈 대신 몇 대 맞고 끝내자" 쓴 각서, 진짜 빚 안갚아도 될까? [사건X파일]
2026-08-26 01:11 작게 크게
■ 방송 : FM 94.5 (05:45~06:00, 13:40~13:55, 18:40~18:55)
■ 방송일 : 2026년 08월 26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임흥준 변호사

- '야차룰', 선량한 풍속 즉, 사회상규에 반해..맞는 대가로 빚 탕감? 무효
- 현직변호사 "'야차룰' 사망사건, 법원 무죄 선고, 충격적 판결"
- 법원,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 예견했다는 증거 불충분으로 1심과 항소심 모두 무죄 판결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살면서 약속 많이들 하시죠? 한 발짝 더 나아가서요. 말로 한 약속만으론 부족하다 싶어 종이에 내용을 적고, 이름을 쓰고, 사인까지 받아두는 경우도 생기곤 하죠. 흔히 “각서”라 부르곤 하는데 그런데 과연 이 각서의 법적 효력, 어느 정돌까요. 효력이 정말 있긴 할까요. 갈등이 불거지고, 도저히 말로는 안 된다 싶었는지 두 사람은 몸싸움을 하기로 합의하고, 각서까지 썼습니다. 그런데 싸움이란 게 시작할 때 생각했던 대로 끝나지만은 않죠. 두 사람이 쓴 각서에는 싸움의 결과에 대해 서로 책임을 묻지 않겠단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몸싸움의 결과가 예상보다 훨씬 커졌다면 어떨까요. 크게 다쳤다면, 심지어 목숨까지 잃었다면 그때도 “서로 합의했잖아” 라는 말이 통할까요? 실제로 최근, 아파트 동대표 회의에서 두 사람이 이른바 “싸움 각서”를 쓰고 몸싸움을 벌이다 한 사람이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건을 결국 재판으로 이어졌죠. 최근 “신고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싸우는, 이른바 ‘맞짱, 야차룰’ 형태의 싸움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고 하죠. 정말 서로 합의했다면 이런 방식, 괜찮은 걸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실제 사례와 함께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 이원화 :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임흥준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임흥준 변호사 (이하 임흥준)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임흥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프닝에서 ‘각서’ 이야기가 나왔는데 일단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주변에 보면, 돈 문제라든지, 부부간의 약속이라든지 “각서 썼다”는 말, 종종 듣게 되는데 종이에 내용을 적고, 서로 사인까지 한 각서, 법적 효력을 갖나요? 

◇ 임흥준 : 네, 사실 각서라는 게 법적으로 딱 정해진 형식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냥 종이에 내용 적고 사인했다고 해서 무조건 법적 효력이 생기는 건 아니하는 것이죠. 핵심은 그 내용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약속이냐, 아니냐입니다. 예를 들어 돈을 빌렸으니 언제까지 갚겠다, 이런 내용이라면 당연히 효력이 있죠. 그런데 법이나 사회 상규에 어긋나는 내용이라면, 아무리 사인을 했더라도 법원에서 그 효력을 인정해주지는 않습니다.
 형식보다 내용이 결정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 이원화 : 네, 이렇게 효력이 인정이 안 되는 가장 대표적인 각서 하나 예를 들어 드리자면, ‘부부 간에 또 바람 피우면 전 재산을 놓고 나가겠다’ 이렇게 쓴 각서 무효입니다.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이른바 싸움 각선데요. 실제 사건을 들어서 이야길 해보겠습니다. 아파트에서 동대표 회의를 하다가, 싸움이 벌어졌던 모양인데 각서까지 쓰고 싸울 일이 뭐가 있었나 싶긴 하거든요.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각서 쓰고 한 판 붙자, 여기까지 간 겁니까?

◇ 임흥준 : 네. 2024년 2월 경기 평택시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동대표 회의가 열렸는데, 불법 주정차 스티커 부착 문제를 놓고 40대 A씨와 50대 B씨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갈등이 점점 커지자 두 사람은 이른바 ‘싸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직접 작성하고, 회의실 밖으로 나가 몸싸움을 벌였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싸움의 결과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쪽으로 흘러갔던 것 같아요. 단순히 누가 좀 다쳤다, 수준이 아니라 한 사람이 숨졌죠?

◇ 임흥준 : 네, A씨가 주먹과 발로 B씨의 얼굴 등을 폭행했고, B씨는 몇 걸음 걷다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국과수에서는 사망 원인을 ‘급성심장사’로 판단했고, 사건 발생부터 사망까지의 경과를 보면 두 사람의 다툼이 사망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함께 냈습니다. 즉, 폭행과 사망 사이에 연결고리 자체는 있다고 본 거죠.

◆ 이원화 : 결국 이 사건, 재판으로 이어졌고 검찰이 피고인에게 적용한 혐의, 폭행치사였는데요.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단 건, 어떤 판단이 있었던 건가요?

◇ 임흥준 : 쉽게 말해서, 검찰은 때렸는데 그 결과로 상대방이 사망에 이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폭행치사죄가 성립하기 위해서 살인죄처럼 ‘죽이려고 했다’는 고의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폭행을 했고, 그 폭행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으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국과수 감정 결과도 두 사람의 다툼이 사망을 유발했을 가능성을 인정했고, A씨의 폭행으로 B씨가 사망했으니 검찰은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재판부는 “무죄” 선고했거든요. 법원은 왜 무죄라고 본 겁니까?

◇ 임흥준 : 여기서 핵심이 나오는데요. 폭행치사죄는 ‘결과적 가중범’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즉, 폭행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추가로 피고인이 자신의 폭행으로 상대방이 사망할 수 있다는 걸 예견할 수 있었어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이 정도로 때리면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걸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느냐가 핵심입니다. 재판부는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A씨가 자신의 폭행으로 B씨가 사망할 수 있다는 점까지 예견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같은 판단이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러니까 때린 것과 죽음 사이에, 인과관계는 있지만 폭행치사는 아니다, 언뜻 들으면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거든요. 이 부분 설명을 해주시죠.

◇ 임흥준 : 네. 청취자분들도 처음 들으면 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시면 좋습니다. 폭행치사죄가 성립하려면 두 가지가 다 필요한 것입니다. 첫째, 폭행과 사망 사이의 연결고리, 즉 인과관계. 둘째, 그 사망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 즉 과실입니다. 재판부가 인과관계를 인정했다는 건, 폭행이 B씨 사망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는 겁니다. 그런데 예견가능성을 부정했다는 건, A씨 입장에서 ‘내가 이렇게 때리면 저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알기 어려웠다는 거죠.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얼굴 부위를 발로 걷어찼지만,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몸이 붙잡혀 있어서 온 힘을 다해 강하게 걷어차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고, 국과수 감정 결과를 봐도 폭행의 정도가 피해자의 생명을 위협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폭행죄는 유죄, 폭행치사는 무죄라는 결론이 나온 겁니다.

◆ 이원화 : 사인이 급성 심장사라고 아까 말씀을 주셨는데 그것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서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인한 사망 이런 거였다면 당연히 폭행과의 어떤 인과관계나 예견 가능성이 인정이 되지 않았을까 싶고요. 보도를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먼저 각서 작성을 제안했다, 이런 내용도 있던데 누가 먼저 싸움을 제안했고, 각서를 누가 먼저 쓰자고 했냐, 이 부분도 재판에서는 의미가 있습니까? 실제 폭행치사 무죄 판단에도 영향을 줬을까요?

◇ 임흥준 : 맞습니다. 각서 작성을 먼저 제안한 건 피해자인 B씨 쪽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판부도 이 점을 고려했습니다. 피해자가 먼저 싸움을 제안하고 각서까지 썼다는 건, 양형, 그러니까 형량을 정할 때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될 수 있습니다. 1심 재판부도 “몸싸움 과정에서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을 폭행한 점, 범행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해서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다만, 각서 자체가 폭행치사 무죄의 직접적인 이유가 된 건 아닙니다. 무죄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사망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 이원화 : 네, 사실 각서를 쓰자고 했다는 거는 그만큼 세게 때리거나 많이 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각서까지 쓰자고 했겠죠. 근데 쓰자고 한 쪽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었으니까 상대적으로 지금 이 사건을 재판 받는 피고인 입장에서는 유리하게 참작이 됐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각서를 둘러싼 경우, 하나 더 생각해보죠. 돈을 빌렸는데, 당장 갚을 형편이 안 된다, 그랬더니 그러면 “돈 대신 몇 대 맞는 걸로 끝내자” 이런 식으로 서로 합의하고 각서까지 썼다, 가정해보겠습니다. 어떤 대가를 조건으로 폭행에 동의해 각서를 쓴 경우라면 돈을 갚는 대신 맞기로 했다는 약속 자체를 법적으론 어떻게 봐야 할까요? 

◇ 임흥준 : 이건 민법적으로 봐도, 형법적으로 봐도 효력이 없습니다. 민법에서는 선량한 풍속, 그러니까 사회 상규에 반하는 계약은 무효로 봅니다. ‘맞아주는 대가로 빚을 탕감해준다’는 약속은 그 자체로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거거든요. 형사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폭행은 피해자가 동의했다고 해서 무조건 합법이 되는 게 아니고, 특히 상해 수준으로 넘어가면 피해자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이 가능합니다. 실제 사례 중에도 각서를 쓰게 하고 폭행한 헬스장 트레이너 사건이 있었는데, 가해자가 “각서에 사인하지 않았냐”고 주장했지만 그 각서는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만약에, 약속대로 맞았어요. 그런데 이후 상대방이 “나 그런 적 없어, 돈 갚아, 각서 법적 효력 없어” 이렇게 나온다면,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임흥준 : 이 경우는 좀 복잡해지는데요. 일단 그 각서 자체는 무효입니다. 그러니까 ‘맞았으니 빚이 없어졌다’는 주장은 법적으로 통하지 않습니다. 즉, 빚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죠. 거꾸로, 맞은 사람 입장에서는 폭행 피해자가 되는 겁니다. 각서를 썼다고 해서 폭행에 대한 형사 책임이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 폭행을 가한 쪽은 여전히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각서를 쓰고 맞은 사람은 빚도 그대로고, 맞기까지 한 최악의 상황이 되는 거죠.

◆ 이원화 : 네, 말씀대로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여기서 조금 첨언을 드리자면 살짝 의견이 갈리는 게 이거는 변호사들마다 의견이 다를 수가 있겠습니다. 때린 행위는 별개고 때린 행위와 별개로 채무 면제 의사 표시는 또 한 걸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채무 면제 의사 표시 자체에만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면 이 부분도 채운 면제를 받았다고 주장을 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합니다. 이야기 들으시면서 아니 누가 싸우는 걸 갖고 각서까지 쓰냐, 싶지만 요즘 이른바 야차룰, 이라고 해서, 각서를 쓰고 싸우는 경우들이 제법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꼭 기억하셔야할 게 서로 합의해서 싸웠다고 해도, 폭행 자체가 법적으로 괜찮아지는 건 아니란 거잖아요. 특히. 단순 폭행이냐, 상해냐에 따라 책임 강도도 크게 달라지죠?

◇ 임흥준 : 네, 이게 정말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폭행이랑 상해는 엄연히 다른 범죄거든요. 폭행은 때리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거고, 상해는 신체에 실제로 손상이 생긴 경우 처벌하는 죄입니다. 그런데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예요. 그래서 서로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상해죄는 다릅니다. 피해자가 합의해줬다고 해도 처벌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맨주먹으로 싸우면 통상 전치 2~3주 이상의 상처를 입는 경우가 흔한데, 이건 단순 폭행이 아니라 상해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즉, 각서를 쓰고 싸웠다고 해서 상해죄 처벌을 피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오늘 사건처럼 사망까지 이어지면 폭행치사 혐의까지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요즘 유튜브에서 변호사까지 대동하여 소위 야차룰 결투 각서를 작성하고 싸우는 컨텐츠를 봤는데요, 이러한 각서는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것,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라디오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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