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6년 08월 05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연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연인의 뜻밖의 요구에, 남성은 당황했습니다. 고민 끝에 이 관계를 더는 이어갈 수 없다, 판단했고 결국 이별을 결심했죠. 그런데 황당한 요구였습니다. 하지만 이 남성은 그냥 무시하고 자리를 뜰 수만은 없었죠.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요. 남성은 이 말에 겁을 먹고, 혼인자금을 지급하겠단 내용의 이른바 “결혼 이행각서”를 작성했습니다. 여성에게 3천만원도 보냈죠.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남성이 법률 상담을 받은 뒤 여성을 고소하자, 여성도 “남자친구가 나를 강간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죠. 공무원이었던 남성은, 직장 안에서 성범죄자로 의심받으며 직위해제 위기에까지 내몰렸는데요. 과연 이 사건의 끝은 어땠을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김연근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김연근 변호사 (이하 김연근) : 안녕하세요, 로엘법무법인의 김연근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한때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여겼던 사람에게 이런 일을 당하게 된다면, 얼마나 당황스럽고 괴로울까 싶은데 먼저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설명을 해주시죠.
◇ 김연근 : 2022년 5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던 공무원 남성 B씨와 여성 A씨 사이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두 사람이 결혼 자금 문제로 갈등을 빚게 되었고, A씨가 ‘부모님에게 드린 용돈을 모두 회수하고 결혼자금도 받아오라’는 요구를 하자 B씨가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갑자기 “내 순결을 빼앗고 잠수탔으니 고소하기 전에 손해배상을 하라며 합의금 3,000만 원을 주고 관계를 이어갈지, 5,000만 원을 주고 헤어질지 선택하라”고 강요했고요.
◆ 이원화 : 3천 내놓고 나랑 계속 만나든지, 아니면 5천만원을 내놔라. 진짜 황당한 요구거든요. 고민할 것도 없이 그냥 무시하면 되는 거 아니냐, 생각할 수 있는데 당시 두 사람의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죠? 왜 그랬던 건가요?
◇ 김연근 : B씨가 A씨의 요구를 무시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A씨가 “성범죄 고소 기록은 퇴직할 때까지 따라다닌다”며 B씨의 공무원 신분을 이용해 압박했기 때문입니다. 무혐의로 끝나더라도 그 과정에서 성범죄자로 낙인 찍히는 건 사실상 당연했고요. 결국 B씨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과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서 A씨가 요구하는 대로 각서를 작성하고 3,000만 원이라는 거금도 지급했던 거죠.
◆ 이원화 : 어떤 형태의 각서였는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결혼 이행각서를 작성하고 3천만원을 보낸 이 남성의 선택, 변호사로서 어떻게 보세요?
◇ 김연근 : 당시 B씨의 상황을 고려하면 B씨의 선택도 이해는 되지만 법적으로는 상당히 불리한 선택입니다. A씨도 재판에서 “해당 각서는 B씨가 결혼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합의금 명목으로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각서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 봐서 그 효력 자체를 부인할 수는 있지만, 작성 당시의 증거가 남아있지 않다면 입증하기 쉽지 않은 만큼 즉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 이원화 : 이건 공갈로 봐야합니까. 협박입니까? 어떻게 보세요?
◇ 김연근 : 일상적으로 비슷한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공갈죄는 사람을 협박하거나 폭행해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에 성립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공갈죄의 내용에 협박이 포함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법정형도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 공갈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이어서 공갈죄가 훨씬 무겁고요. 이 사건도 A씨가 “성범죄로 고소하겠다”는 해악을 고지해 B씨를 협박하고 3,000만 원을 받아냈기 때문에 공갈죄가 성립합니다.
◆ 이원화 : 물론 합의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만 이 여성의 행동이 정당한 피해 보상 요구가 아닌 이유, 어느 선을 벗어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건지. 예를 들어서 나한테 권리가 있으면 되는 건지 아니면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방법이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건지 한번 정리해 주시죠.
◇ 김연근 : 판례는 “정당한 권리가 있다 하더라도, 권리행사를 빙자하여 사회통념상 용인되기 어려운 정도를 넘는 경우”를 협박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A씨가 선을 넘은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실제 성폭행 피해가 없었음에도 고소를 빌미로 금전을 요구했고요. 뒤늦게 B씨가 법률상담을 받고 돈을 돌려달라고 했을 때에도 “공갈이나 명예훼손 해봤자 난 안 잘리는데 너는 공무원이라서 성 관련으로 고소하면 평생 면직된다”며 다시 B씨를 협박했다고 합니다. 둘째, A씨는 B씨의 공직자 신분을 이용해 직업상의 불이익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압박했고요. 셋째, A씨는 B씨가 자신을 공갈죄로 고소하자, B씨를 강간으로 무고하고 B씨의 상관에게까지 연락해 인사상 불이익을 요구했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정당하게 합의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구체적으로 해악을 고지했다면 공갈죄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이죠.
◆ 이원화 : 어쩌면 이번 사건에서 남성이 가장 두려워한 것도 돈 자체보다는 "넌 공무원이라 잘려" 이 말이었을 것 같은데, 이 말 사실입니까? 문제 제기만 돼도 인사상 불이익이 있거나 기록이 남는다거나 잘린다든지 이런 조치를 당하는 겁니까?
◇ 김연근 : 성범죄 혐의를 받는 공무원은 수사가 시작되기만 해도 직위해제 당할 수 있고, 성폭력처벌법상 성범죄에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연퇴직 사유가 됩니다. 성범죄가 아니더라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연퇴직 되고요, 2022년 개정된 내용에 따르면 성범죄뿐만 아니라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유포나 스토킹범죄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더라도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합니다.
◆ 이원화 : 일단 공무원인 경우에는 수사가 시작이 되면 수사 개시 통보가 기관장에게 바로 가죠. 그게 가장 무서운 부분인 것 같아요. 내가 범죄를 저질렀든 저지르지 않았든 어쨌든 수치스러운 내용으로 사건이 시작된다는 것이 내가 다니고 있는 이 조직의 즉각적으로 알려진다는 것. 이게 굉장히 무서운 부분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결국 양측 고소전으로 확대가 됐어요. 그럼 결론은 어떻게 됐습니까?
◇ 김연근 : A씨의 B씨에 대한 강간 고소는 당연히 불송치 결정을 받아 종결됐고요. 반면에 A씨는 무고와 공갈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두 사람 사이의 통화 녹음과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 등을 근거로 A씨의 성폭행 피해 주장을 허위라고 판단했고, 특히 ‘B씨가 공무원 신분임을 이용해 고소를 빌미로 돈을 갈취했는데도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 점’을 양형에서 주요하게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허위고소에 따른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어떤 것들이 입증돼야 합니까?
◇ 김연근 : 실무적으로 무고죄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데요, 중요한 요건부터 말씀드리면 첫째, 신고 사실이 허위사실이어야 하고 단순히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정도의 소극적 증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허위라는 점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둘째로는, 피고인이 허위임을 알면서 신고했다는 고의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A씨가 B씨로부터 여러 차례 강간당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결혼을 전제로 연인 관계를 이어왔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두 사람 사이의 통화 녹음과 문자메시지가 중요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 이원화 : 재판부는 여성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곧바로 구속하진 않았다고 해요. 이건 왜 그런 거예요?
◇ 김연근 : 집행유예 없이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무조건 법정구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B씨에 대한 무고에 대해서 불송치 결정이 내려져 실제로 재판절차가 개시되지는 않았다는 점과 피해자와의 합의 내지 피해 복구 기회를 부여하고자 피고인을 법정 구속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B씨에 대한 성폭행 고소가 재판 또는 형사처벌로 이어지지 않아 피해가 그나마 제한적이라는 점, 그리고 A씨에게 합의를 통한 피해 회복의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에서 법정구속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 이원화 : 결국에는 합의하라는 거네요. 자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합의금을 통한 피해 회복 노력을 한다라고 하면, 형량이 좀 달라질 수 있는 겁니까? 만약에 달라진다고 하면 어느 정도까지 달라질 수 있을까요?
◇ 김연근 : 피해자와의 합의는 당연히 양형에서도 중요하지만, 특히 실형과 집행유예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판례를 보면 특수준강간 피고인이 선고 전날 극적으로 피해자와 합의해서 처벌불원서를 받았고, 검사가 징역 5년을 구형했음에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습니다. 결국 합의가 이루어지면 실형이 집행유예로 바뀔 수도 있고, 집행유예 기간이나 부수처분의 내용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범행의 죄질, 피해의 정도, 반성 여부, 전과 등 모든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이 사건처럼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 경우에는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 이원화 : 이번 사건에서 여성이 노린 건 공무원인 남성이 느낄 수밖에 없는 어떻게 보면 원초적인 그런 두려움이었던 것 같아요. 성폭행범으로 고소당하면 또는 낙인 찍히면 직장도 명예도 다 잃을 수 있다, 다 끝난다 이런 두려움을 악용해서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또 있었죠?
◇ 김연근 : 또 다른 사건은 청원경찰로 일하던 A씨와 B씨가 선배 공무원 C씨를 상대로 6년에 걸쳐 15억 원이 넘는 돈을 뜯어낸 사건입니다. A씨는 B씨와 함께 C씨를 식당으로 불러 소위 꽃뱀으로 불리는 여성을 동원해 함께 술을 마시도록 한 다음 모텔에 같이 가도록 분위기를 조성했고, “술자리에 동석한 여성이 성폭행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하려 한다, 무마하려면 합의금이 필요하다”고 속여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약 9억 원을 갈취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2017년부터 2018년 사이에도 같은 수법으로 또 C씨를 식당으로 불러 만취하도록 하고, “부모에게 연락이 와서 미성년자인 딸이 성폭행 당했다더라, 10억 원을 요구하는데 안 주면 감옥에 갈 수밖에 없다”고 C씨를 협박해 6억 6,000만 원을 추가로 갈취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들은 부인과 결별한 C씨가 평소 술을 마시면 기억을 잘 못하고 여성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점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가해자가 두 명이었잖아요. 그런데 둘이 형량 차이가 꽤 크던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난 거죠?
◇ 김연근 : 재판부는 A씨에게는 징역 6년, B씨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형량 차이가 크게 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A씨는 C씨가 여성을 성폭행 했다며 C씨를 속이는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던 반면, B씨는 여성을 불러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고 모텔로 가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맡았습니다. 둘째로, 재판부는 “A씨는 피해 복구를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범행을 부인하는 등 잘못을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판시한 반면, “B씨의 경우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7,500만 원을 변제했고 피해자 역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결국 범행에 대한 기여도도 달랐지만 자백과 피해 변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B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입니다.
◆ 이원화 : 이 충격으로 피해자, 정년을 불과 2-3년 앞두고 퇴직했다 알려졌는데 이 일이 없었다면 최소 2,3년은 더 일을 했을 거잖아요. 월급도 월급이지만 퇴직금, 연금에서도 차이가 생겼을 수 있는데 이런 피해도 보상이 가능할까요?
◇ 김연근 : 이론적으로는 공갈이라는 불법행위로 조기 퇴직하게 된 경우 정년까지의 월급 상당 일실수익, 정년까지 근속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퇴직금과 실제 지급된 퇴직금의 차액, 공무원퇴직연금 감소분 등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판례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공갈이라는 불법행위와 조기 퇴직 사이의 인과관계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예견가능성이 증명되어야 하는데, 실무상 인정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라디오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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