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6년 08월 04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연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여성 A씨와 남성 B씨는 동거 중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난 순간, 남성 B씨는 깜짝 놀라고야 말았죠. 아이의 외모와 피부색이 자신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B씨는 아이를 버리기로 마음먹었고 친모인 A씨도 여기에 동조했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지 불과 한 달 된 아이는, 한 보육원에 버려졌고, 아이를 버린 두 사람도 결국 이별했죠. 그리고 3년 뒤, 3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하고 A씨 부모 소유 농장의 컨테이너에서 아이를 출산해 약 1년 동안 함께 키웠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남성 B씨의 친자가 아니었죠. 이 사실을 알아챌까 두려웠던 A씨는 결국 현실에서 도망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때가 2009년이었으니까, 벌써 17년이 지났습니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이 사건, 과연 결론은 어땠을까요.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아이를 유기한 부모에겐 어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 이원화 :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김연근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김연근 변호사 (이하 김연근) : 네, 안녕하세요, 로엘법무법인의 김연근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세상에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나 싶은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처음부터 차근히 짚어볼까요?
◇ 김연근 : 2005년 경기도 포천에서 동거 중이던 A씨와 B씨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는데요. 태어난 아이의 피부색과 외모가 B씨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외국인 같아 보이는 아이의 피부색과 외모 때문에 B씨는 태어난 아이가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결국 두 사람은 출산 한 달 만에 경기도 북부의 한 보육원 정문 앞에 아이를 두고 현장을 떠났습니다. 그 이후 결국 두 사람도 헤어지게 되었고요.
◆ 이원화 : 아이를 낳은 지 불과 한 달 만에 보육원에 유기하고, 두 사람도 헤어졌다는 건데 B씨야 친부가 아니란 사실을 알고 아이를 키우지 못하겠다고 했다지만, A씨는 자신이 직접 낳은 친자식이잖아요. 그런데 B씨가 그러자 했다고 동조했다는 거예요?
◇ 김연근 : 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죠. A씨에게는 자신이 직접 낳은 친자식인데도 B씨가 “못 키우겠다”고 하자 같이 따라갔던 겁니다. 친모인 A씨와 사실혼 관계의 B씨가 같이 보육원에 가서 아이를 유기했으니 법적으로 보면 아동복지법상 아동 유기·방임에 해당합니다.
◆ 이원화 : 두 사람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발견하기 쉬운 보육원 앞에 뒀으니 아이를 위험에 빠트리려는 의도는 없었다”, “키울 형편이 안 돼서 오히려 아이를 위한 길이었다” 이런 식으로 주장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사정이 형량을 정할 때 참작이 됩니까?
◇ 김연근 : 어느 정도는 참작이 될 수 있습니다. 보육원 앞에 뒀다는 건 완전히 방치한 것과는 다르고, 누군가 발견해서 보호받을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 아이를 위험에 빠뜨리려는 적극적인 의도는 없었다는 점에서는 양형에서도 일부 반영될 수 있거든요. 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재판부가 “피해 아동의 생존이 확인됐다”는 점을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 중 하나로 들었습니다. 다만 이런 사정이 범행 자체를 정당화하지는 못합니다. 아이를 보육원 앞에 뒀다고 해서 유기가 아니게 되는 건 아니니까요.
◆ 이원화 : 그런데 황당한 건, 이런 일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단 점입니다. 물론 두 번째 사건은 첫 번째 유기와 조금 다르긴 한데 이번엔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이번에도 이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인가요?
◇ 김연근 : 네, 두 번째 사건도 A씨와 B씨 사이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A씨와 B씨는 첫 번째 유기가 있고 나서 헤어졌다가 2008년에 다시 만났는데요. 사실 A씨는 그 당시에도 이미 다른 외국인 남성과의 사이에서 임신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회한 이후 A씨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이번에는 자신의 아이라고 믿었고, 혼인신고까지 했습니다. 두 사람은 혼인신고 이후 아이를 출산해 1년 가량 함께 아이를 키웠는데요. 이번에도 아이가 자랄수록 피부색과 외모가 점점 외국인 같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B씨의 추궁이 두려웠던 A씨는 2009년 3월 친정 부모에게 “월급날이니 돈을 찾아오겠다”며 아이를 맡기고 가출해버렸습니다. 그렇게 A씨가 아이를 두고 사라지자 B씨도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됐고, 결국 첫 번째 아이를 버렸던 그 보육원을 다시 찾아가 아이를 두고 떠났습니다. 첫 번째 사건은 두 사람이 함께 아이를 버린 것이었다면, 두 번째 사건은 A씨가 친정집에 아이를 두고 가출한 다음에 B씨 혼자 보육원을 찾아가 아이를 유기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 이원화 : 이 경우는, 확실히 앞선 상황보다 법적 책임을 따지기 복잡해 보입니다. 직접 아이를 보육원 앞에 두고 떠난 사람은 남성 B씨였고 친모인 A씨는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긴 뒤, 가출했던 건데, 그러면 유기 범행의 책임은 아이를 직접 버린 B씨에게만 적용되는 건가요?
◇ 김연근 : 아닙니다. 법원도 이 부분을 명확히 짚었는데요. A씨는 자신이 아이를 두고 가출할 경우 B씨도 친자가 아닌 아이를 유기할 가능성을 충분히 알면서도 행동했다는 점을 이유로 A씨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게다가 친모인 A씨에게는 B씨보다 아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더 강하게 요구되는데요, 재판부도 “A씨는 피해 아동을 남편의 친자라고 속여 함께 키우다가 무단 가출해 보호 의무를 저버려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하면서 A씨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했습니다. 결국 직접 아이를 유기한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유기가 일어날 것을 알면서 그 상황을 만들어낸 이상 공동 책임을 지게 됩니다.
◆ 이원화 : 또 하나 궁금한 게 B씨가 처음엔 자신의 아이인줄 알고 혼인신고까지 하고, 1년을 같이 살았잖아요. 그러다 뒤늦게 친자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 건데, 친자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됐다면 아이를 돌볼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건가요. 법적으로 봤을 때 어떻습니까?
◇ 김연근 : 그것도 아닙니다.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B씨는 처음엔 자신의 아이라고 믿고 혼인신고까지 하고 1년을 함께 키웠잖아요. 법적으로 보면, 혼인 중에 태어난 아이는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나중에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더라도, B씨의 법적 지위가 자동으로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친생자 추정을 깨려면 친생부인의 소 같은 별도의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거든요. 더구나 1년간 함께 양육했다면 사실상의 보호 의무도 생긴 거고요. 결국 B씨는 친자 여부와 무관하게 아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고, 그 의무를 저버린 겁니다.
◆ 이원화 : 앞서 아동복지법상 아동 유기, 방임 혐의를 이야기 해주셨는데 아이를 버렸다고 하면, 형법상 유기죄도 떠오르거든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두 혐의가 모두 적용될 수도 있습니까?
◇ 김연근 : 사실 넓게 보면 형법상 유기죄에는 과거 '영아유기죄'도 있었는데요. 영아유기죄는 2024년에 폐지됐기 때문에 현재 비교해 볼 수 있는 건 일반 유기죄입니다.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형법상 유기죄는 ‘법률상 또는 계약상’ 보호 의무가 필요하지만 유기의 대상이 꼭 아동일 필요는 없고,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반면 아동복지법상 아동 유기·방임죄는 법률상·계약상 의무가 없더라도 사실상 아동을 보호하고 감독하는 관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는 반드시 아동이어야 하고요. 법정형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법상 유기죄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기소됐는데, 이론적으로는 두 혐의가 동시에 적용될 수도 있겠지만, 죄수관계에 따라 법정형이 더 무거운 아동복지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론은 동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게 각각 2005년, 2009년 발생한 사건이라고 하던데 지금이 2026년이니까 십몇 년이 지난 거잖아요. 첫 번째 사건은 20년이 지났고요. 그런데 이게 어떻게 드러나게 된 겁니까?
◇ 김연근 : 확인된 바에 따르면 2024년 지자체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과 출생 기록은 있지만 초등학교에 취학하지 않은 아동 등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면서 이 사건이 비로소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최초에는 방금 말씀드린 두 아이가 아니라 또 다른 아이만 확인되었는데요, 경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와 B씨의 진술을 통해 이 사건이 확인된 겁니다. 그 동안 첫 번째 사건은 무려 20년 가까이, 두 번째 사건도 15년 넘게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겁니다.
◆ 이원화 : 공소시효 문제는 없었습니까?
◇ 김연근 : 일반적으로 아동복지법상 아동 유기·방임죄의 공소시효는 7년인데, 이번 사건은 7년은 훨씬 지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2009년 사건은 공소시효가 문제 되지 않았는데요, 2014년에 개정·시행된 아동학대처벌법 에 피해 아동이 성년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특별 규정이 있던 덕분입니다.
◆ 이원화 : 범행 당시엔 없던 규정인데, 이번 사건에 적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뭔가요?
◇ 김연근 : 2014년에 처음 시행된 법률규정이 2009년 사건에 소급 적용할 수 있었던 건,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규정은 해당 조항이 시행될 당시에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경우에는 소급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009년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 7년이 2016년에 만료되는데, 2014년에 특별 규정이 시행됐으니 아직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던 거죠. 비록 2005년 사건은 2012년에 이미 시효가 완성되어 버렸기 때문에 해당 규정이 적용될 수 없었지만요.
◆ 이원화 : 형량도 좀 짚어보죠. 친모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B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는데 두 사람의 형량 차이는 어떻게 이해하면 되고, 집행유예가 나온 부분은 어떻게 봐야할까요?
◇ 김연근 : 법원은 직접 아이를 유기한 B씨보다, 남편에게 친자가 아닌 아이를 친자라고 속여 함께 키우다가 가출해 보호 의무를 저버린 A씨의 비난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봤습니다. 집행유예가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는데요. 법원은 피해 아동이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고, 피고인들이 자백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아이가 무사히 자랐다는 결과가, 가해자들의 형을 줄여주는 사유가 되는 것에 대해 청취자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릴 것 같은데 아이가 다치거나,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고 하면 적용혐의가 처벌이 달라졌을까요?
◇ 김연근 : 만약 아이가 유기 과정에서 다쳤다면 아동학대죄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고, 아이가 사망했다면 아동복지법 위반이 아니라 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돼서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무사히 자랐다는 건 최악의 결과가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고, 이를 유리한 정상으로 반영한 것이지만, 이런 결과 중심의 양형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 이원화 : 끝으로 B씨 입장에서도 짚어볼 부분이 있습니다. A씨가 다른 남성과의 사이에서 임신한 아이를 B씨의 친자라고 속여 혼인신고까지 한 거잖아요. B씨가 A씨를 상대로, 사기나 혼인취소, 위자료 청구 생각해볼 수 있을까요?
◇ 김연근 : 우선 A씨가 다른 남성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B씨에게 친자라고 속여 혼인신고를 했다면 혼인의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기망으로 혼인취소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혼소송을 하면서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 혼외자녀를 친자라고 속여 양육하게 한 배우자의 행위를 불법행위로 인정하고 위자료를 인정한 판례도 있습니다. 사기죄 형사 고소의 경우 이론적으로는 검토해볼 수 있지만, 혼인 자체를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있는지 등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어서 실제로 인정될지는 불확실합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라디오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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