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6년 07월 21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정기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그 날 문자 한 통에 A씨의 가슴은 또 한 번 무너져 내렸습니다. 내용은 이랬죠. 해당 문자는 한 병원에서 자동 발송된 홍보성 문자였습니다. 병원 이용 후기를 요청하고, 건강검진 상품을 홍보하는 자동 발송 문자였죠.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광고문자 였겠지만 A씨는 이 상황을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었습니다. 해당 병원에서 수면 위내시경을 받던 가족이 응급상황에 빠진 뒤 결국 사망했기 때문이었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던 40대 남성이 수면 위내시경 도중 응급상황에 빠졌습니다. 남성은 결국 숨졌고, 유족은 의료진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죠. 수면내시경 과정에서 환자가 숨지거나 심각한 뇌손상을 입는 사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후 의료진의 책임을 묻는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제법 많았죠. 과연 법원은 어떤 경우에 의료진의 책임을 인정하고 어떤 경우엔 불가피했다, 판단할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김정기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김정기 변호사 (이하 김정기) : 안녕하십니까? 로엘 법무법인 김정기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수면 위내시경을 받던 40대 남성이 응급상황에 빠진 뒤 숨진 사건입니다. 유족이 의료진을 고소했는데요. 양측 입장이 확연히 갈리는 상황이죠. 일단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부터 들어볼까요?
□ 김정기 : 경기도 광명의 한 내과의원에서 수면 위내시경 검사를 받던 40대 환자분이 응급상황에 빠져 결국 사망에 이른 정말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46세 안 모 씨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다른 기저질환은 전혀 없는 분이셨지만 중등도 비만이셨습니다. 건강검진을 위해서 위내시경을 받으시려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 80mg을 투여받으셨습니다. 그런데 검사 도중에 환자분이 마취에서 깨어나려는 모습을 보이신 거예요. 그래서 의료진이 검사를 계속하려고 진정제인 미다졸람 2mg을 추가로 투여했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 직후부터 발생했습니다. 미다졸람이 들어가자마자 환자분의 산소포화도가 정상 범위 아래로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얼굴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까지 나타났고요. 의료진이 인공호흡도 하고, 심폐소생술도 하고, 기관삽관까지 마쳤습니다. 하지만 이미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지 10분이나 지난 뒤였죠. 상급병원으로 급히 옮겨져서 심장 박동은 겨우 돌아왔지만 안타깝게도 저산소성 뇌 손상 판정을 받으셨고요. 결국 해를 넘겨 1월 중순에 숨을 거두셨습니다. 유족분들은 당연히 의료진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입니다.
◆ 이원화 : 유족과 병원 측 입장이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입장이 갈리는지 서로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 건가요?
□ 김정기 : 가장 크게 부딪히는 핵심 쟁점은 딱 두 가지입니다. 첫째, 진정제를 추가로 넣은 게 맞느냐. 둘째, 응급조치가 늦지 않았느냐입니다. 우선 유족 측 주장을 보면요. 검사 전 기록을 보면 환자분이 '말람파티 4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게 뭐냐면 기도가 좁아서 산소 확보가 어려울 수 있는 위험군이라는 뜻이거든요. 유족분들은 "이렇게 위험한 환자인 걸 알았으면서 왜 굳이 약을 더 넣어서 검사를 무리하게 강행했냐. 당장 멈추거나 비수면으로 돌렸어야 했다"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계십니다. 게다가 "산소포화도가 떨어졌을 때 곧바로 기관삽관을 했어야 했는데, 응급 장비도 늦게 들어오고 너무 지체됐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병원 측 입장은 정반대입니다. "수면내시경 중에 환자가 움직인다고 검사를 무조건 중단하는 건 아니다. 환자 상태를 봐가면서 최소한의 약을 추가하는 건 의료계에서 흔한, 아주 일반적인 진료 과정이다"라고 정면 반박하고 있습니다. 또한 산소포화도가 떨어지자마자 즉시 검사를 중단했고 심폐소생술 지침에 맞춰서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기관삽관과 응급조치를 다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유족분들 억장이 무너진 일이 또 하나 있었죠. 보도에 따르면, 환자분이 중환자실에 계시고 결국 돌아가셨는데 해당 병원에서 환자분 휴대폰으로 '리뷰를 남겨달라', '건강검진 이벤트 한다' 이런 문자가 왔다는 겁니다. 병원 측은 시스템에서 자동 발송된 거라고 해명했고 항의 후 중단하긴 했지만요. 유족분들 입장에선 정말 피눈물 나는 상황입니다. 다만 법적으로 따지자면, 이 문자가 과실 여부를 결정하는 직접적 원인은 아니기 때문에 감정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기록으로만 다투게 될 겁니다.
◆ 이원화 : 내시경을 받다가 숨지거나 심각한 뇌 손상을 입는 경우가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는 일도 아니에요. 사실은 꽤 많이 일어나는 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이 소송으로까지 이어졌을 때 법원의 판단은 매번 같지는 않단 말이에요. 이게 형사 고소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요. 어쨌든 수면 내시경 사고에서 의료진의 과실 여부를 판단을 할 때 법원이 구체적으로 따지는 부분들 어떤 부분이 있겠습니까?
□ 김정기 : 법적으로 이 부분이 참 까다롭습니다. 환자가 돌아가셨다는 결과가 너무 비극적이긴 하지만 그 결과 하나만 놓고 "아, 의사가 잘못했네!"라고 법원이 무조건 인정해 주지는 않거든요. 형사 처벌을 하려면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성립해야 하는데 이때 제일 중요한 건 '예견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입니다. 말이 좀 어려우니 이 부분은 딱 네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사전 평가'입니다. 의사가 사전에 이 환자가 위험한지 제대로 평가했느냐. 둘째, '검사 진행 판단'입니다. 중간에 환자가 깼을 때 약을 더 넣은 게 합리적이었냐, 아니면 멈췄어야 했냐. 셋째, '사후 대응'입니다. 응급 상황이 터졌을 때 심폐소생술이나 기관삽관 같은 대처가 매뉴얼대로 제때, 빠르게 들어갔느냐. 넷째, '인과관계'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입증하기 힘든 부분인데요. 실무에서도 이 인과관계 싸움이 가장 치열합니다. "만약 의사가 조치를 1, 2분 더 빨리 했다면, 이 환자가 무조건 살았을까?" 이 질문에 확실하게 "그렇다"라고 증명이 돼야만 과실이 인정되는 겁니다. 형사 재판은 이 기준이 엄청나게 엄격합니다.
◆ 이원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의료진 과실이 인정된 사례가 있었죠?
□ 김정기 : 응급상황인데 대처가 명백하게 '늦었거나', '방치했을 때' 주로 과실이 인정됩니다.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2021년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비만이고 고혈압이 있는 환자가 위·대장 내시경을 연달아 받았어요. 의사가 검사 도중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프로포폴을 계속 추가로 넣었죠. 여기까지는 법원도 "검사상 흔히 있는 일이다, 투여량 자체는 문제없다"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회복실로 옮겨진 환자가 계속 안 깨어나는데 의료진이 활력징후나 호흡을 제대로 체크 안 한 겁니다. 청색증이 올 때까지 관찰을 소홀히 한 거죠. 법원은 바로 이 '경과 관찰 소홀'을 심각한 과실로 인정해서 병원이 2억 2천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비슷한 결례로, 대장내시경 하다가 천공, 장에 구멍이 난 사건도 있었습니다. 환자가 내시경 끝나고 무려 5시간을 배가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했어요. 그런데 70대 내과 의사가 큰 병원으로 안 보내고 그냥 퇴원시켜 버렸습니다. 결국 복막염이 와서 수술까지 받았죠. 이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적절한 조치도 안 했다"라면서 1심, 2심 모두 의사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확실히 늦장 대응이 문제가 되는 거죠.
◆ 이원화 : 반대로, 우리가 볼 땐 비슷해 보이지만, 환자 측이 패소한 사건도 있었잖아요. 사례와 함께 뭐가 달랐던 건지 그래서 이런 사건에서 어떤 부분이 중요한 건지 짚어주시죠.
□ 김정기 : 결과는 정말 끔찍하고 안타까운데, 반대로 병원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사례도 꽤 많습니다. 합병증 원인 자체가 의사가 예측하기도 어렵고 손쓸 틈도 없었을 때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게 2022년 울산에서 일어난 수면내시경 뇌손상 사건입니다. 유족들이 9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는데요. 법원은 환자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환자분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져서 심정지가 왔고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은 건 맞아요. 그런데 재판부가 보니까 원인이 약물 부작용이 아니라 '공기색전증'으로 추정된다는 겁니다. 이 '공기색전증'이 뭐냐면, 내시경 할 때 시야 확보하려고 공기를 주입하는데 그 공기가 아주 드물게 혈관으로 들어가서 혈류를 콱 막아버리는 증상입니다. 이건 일반적인 의사가 사전에 예측하기도 너무 힘들고, 발생하면 대처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한 치명적 부작용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게다가 의료진이 산소포화도 떨어지자마자 산소 늘리고 바로 응급조치 다 하고 심폐소생술까지 했거든요. 즉, "의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빨리빨리 했으니 과실이 없다"라고 본 겁니다.
◆ 이원화 : 결국 환자가 숨지거나 크게 다쳤다는 결과보다는 사고 발생 전후, 의료진이 어떤 조치를 했는가가 중요하단 건데요. 그러면 현 상태에서 예단하긴 어렵겠습니다만 앞서 살펴본 사건, 현재까지 나온 정황을 놓고 봤을 때 어떤 부분이 핵심 쟁점이 될까요? 그리고 유족측이나 병원 측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반드시 무언가를 입증해야 된다 하면 뭐가 있겠습니까?
□ 김정기 : 다시 이번 광명 사건으로 돌아와 볼까요? 결국 이 사건의 핵심 쟁점도 '타이밍'과 '판단'입니다. 첫째, "진정제 들어가고, 환자가 깼을 때 약을 더 넣은 그 판단이 그 상황에서 최선이었나?"입니다. 둘째, "53분부터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얼굴이 파랗게 변했는데, 무려 10분이 지난 12시 3분에야 기관삽관이 된 게 과연 매뉴얼에 맞는 빠른 대처였나?"입니다. 유족분들은 이 10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는 걸 꼬집고 계신 거고요. "당장 검사 멈추고 삽관을 5분만 빨리 했어도 안 돌아가셨다"라는 걸 입증해야 합니다. 반대로 병원 측은 "아니다, 우리 지침대로 최선을 다한 거다. 그때 삽관을 일찍 했더라도 어차피 결과는 못 바꿨을 거다"라며 방어하려고 할 겁니다. 결국 내시경실 CCTV 영상이랑 당시 투약 시간, 모니터에 기록된 산소포화도 곡선. 이 객관적인 자료들이 누구 말이 맞는지 증명해 줄 겁니다.
◆ 이원화 : 유족이 의료진의 책임을 묻고 싶을 때 경찰에 고소하는 형사절차가 있고요. 손해배상을 법원에 청구하는 민사 절차가 있잖아요. 두 절차가 어떻게 다르고 형사에서 무혐의가 나왔다고 해서 민사소송도 안 되는 거냐, 이건 또 아닌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김정기 : 형사와 민사, 목표 설정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형사 소송은 쉽게 말해 '의사를 처벌하고 전과자로 만들 거냐'를 따지는 겁니다. 그러니까 재판부 입장에서도 아주 엄격하게 볼 수밖에 없어요.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과실이 명백해야만 유죄가 나옵니다. 반면에 민사 소송은 '돈', 즉 금전적으로 손해를 물어줄 책임이 있냐를 따지는 겁니다. 예를 들어 형사 사건에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의사가 무혐의를 받았더라도, 민사로 넘어가서는 "그래도 병원이 관리를 좀 소홀히 한 책임은 인정된다"면서 일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실무상 꽤 흔하게 존재합니다.
◆ 이원화 : 의료과실이 의심된다, 할 경우 가장 먼저 어떤 자료부터 확보하면 좋을까요? 대응 요령도 좀 알려주시죠.
□ 김정기 :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혹시라도 가족 중에 이런 의료사고 겪으시면 절대 당황하지 마시고 당장 세 가지부터 확보하셔야 합니다. 첫째, 의무기록 일체입니다. 약이 몇 시 몇 분에 얼마나 들어갔는지, 환자 혈압이나 산소포화도는 몇 분 단위로 어떻게 변했는지 적힌 차트를 모조리 뽑으셔야 합니다. 이때 컴퓨터 로그 기록도 엄청 중요합니다. 나중에 병원이 자기들 유리하게 차트를 수정했는지 안 했는지 로그 기록 보면 다 나옵니다. 둘째, 내시경실 CCTV 영상입니다. 응급카트가 몇 시에 들어왔는지, 의사가 언제 뛰어왔는지 말로 하는 거 안 믿습니다. 영상으로 지연 시간을 초 단위로 입증해야 합니다. 셋째, 119 구급대 기록이랑 이송 간 대학병원 기록입니다. 119가 도착했을 당시 환자 상태가 어땠는지 구급대원이 적어둔 게 있습니다. 이게 동네 병원 기록이랑 일치하는지 꼭 대조해 봐야 합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라디오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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