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6년 07월 09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형철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직원 전원 사직”이란 제목의 게시물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직원들이 한둘도 아니고, 전원 사직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죠. 그래서 온라인에선,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는 반응이 이어졌죠. 보도에 따르면, 직원들은 일부 동대표들의 언어폭력과 부당한 업무 지시, 반복적인 보고 요구 등을 사직 이유로 들었습니다. 또 협박성 발언이 있었단 주장도 전해졌죠. 이후 직원들은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까지 제기했습니다. 참 이상하죠. 현장에선 분명히 ‘갑’처럼 느껴졌는데 법적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단 판정이 났다고 하죠. 그나저나 우린 이런 뉴스를 보며 흔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저런 갑질은 안 하지’ 이렇게 말이죠. 어쩌면 누군가는 이 정도는 그냥 부탁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뉴스에 나오는 갑질 입주민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혹시 나 역시 그들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 일을 너무 쉽게 부탁하고 있진 않았을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김형철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김형철 변호사 (이하 김형철)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김형철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프닝에서 짚어본 사건부터 보죠. ‘관리실 직원 전원이 사직했다’ 이게 절대 흔한 일은 아닐 텐데요. 어떤 사건이었는지 정리해주시죠.
◇ 김형철 : 네,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 직원 9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한 사건입니다. 직원들은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공지문을 붙이면서 사직 이유를 9가지나 열거했는데요. 부당한 책임 전가와 언어폭력, 모욕적 발언과 위협성 과시, 비상식적인 업무 지시, 직원 채용에 대한 부당 간섭 등이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밤에 잠을 재우지 말아볼까"라는 협박성 발언, 입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쓰레기통을 발로 차며 면박을 준 사례도 있었습니다. 장기간 스트레스로 병원 치료를 받은 직원도 있었고, 이후 직원들은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까지 제기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여기서 관리실 직원과 동대표, 입주자대표회의, 이런 말들이 나오는데 청취자분들 입장에선 관계가 좀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구조라고 보면 될까요?
◇ 김형철 : 쉽게 설명드리면 각 동에서 선출된 대표자가 '동대표'이고, 이 동대표들이 모여 구성하는 기구가 '입주자대표회의'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 관리 전반을 감독하고 의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법적 고용주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아닙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외부 주택관리업체와 위탁관리계약을 맺고, 그 업체가 직원들을 고용하는 구조입니다. 즉 직원들의 법적 사용자는 위탁관리업체이고, 입주자대표회의는 그 업체에 관리를 맡긴 발주자 격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원들에게 직접 지시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 구조적인 괴리가 이번 사건의 핵심 문제가 됩니다.
◆ 이원화 : 쉽게 말하면 하청업체의 원청이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입주자대표회의 측에서는 구체적인 문제제기를 사전에 전달받지 못했다 이 부분도 비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우리에게 먼저 문제제기 하지 않고, 외부로 알려진 건 부당하다”라는 입장입니다. 이게 법적으로도 의미가 있나요?
◇ 김형철 : 법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근로자가 부당한 처우를 받았을 때 어디에 먼저 알려야 한다는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오히려 공동주택관리법은 관리사무소장이 입주자대표회의의 부당한 간섭이 있을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직접 사실 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은 오히려 외부 기관에 직접 신고하는 경로를 열어두고 있는 겁니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의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고, 오히려 직원들이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보도를 보면요, 직원들이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제기했는데 직장내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다란 판정이 나온 것 같더라고요. 들으신 분들은 이게 갑질이고 괴롭힘이 아니면 뭔가? 이해 안 간다. 하실 것 같은데 어떤 이유가 있었던 거죠?
◇ 김형철 : 일반인의 시각에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근로기준법상 관리실 직원들의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행정 종결 처분을 내렸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는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근로자' 또는 '사용자' 사이에서만 적용됩니다. 그런데 직원들의 법적 사용자는 위탁관리업체이지 입주자대표회의가 아니기 때문에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이 아무리 심한 갑질을 해도 직장 내 괴롭힘 법 적용이 안 된다는 겁니다.
◆ 이원화 : 현실에서는 동대표나 입대의가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직접 고용한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는 거잖아요. 근데 실제 영향력을 행사하긴 했다면 조사를 통해 밝혀져도 이 부분은 전혀 반영이 될 수 없는 구조인지, 이걸 사각지대라고 봐야 할까요?
◇ 김형철 : 완전한 사각지대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상당히 불완전한 구조인 건 맞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입주자대표회의의 부당한 업무 간섭에 대해 지자체가 사실 조사를 할 수 있고 위법하다고 판단되면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위반해도 형사처벌 규정이 별도로 없다는 겁니다. 지자체 조사와 행정 명령 정도가 전부입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도 울산 북구청이 업무방해죄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구체적인 피해 사실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반송됐습니다. 이 부분은 분명히 법 제도의 보완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 이원화 :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해서 아무 책임도 물을 수 없냐, 그건 아니죠? 실제 폭언이나 협박성 발언, 공개적인 모욕이라든지 부당한 업무 지시가 있었다면 어떤 법적 대응 가능하겠습니까?
◇ 김형철 :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런 법적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크게 세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첫째, 형사 고소입니다. "밤에 잠을 재우지 말아볼까"라는 협박성 발언은 협박죄, 입주민들 앞에서 발길질하며 면박을 준 행위는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아파트 관리소 직원에게 공개적으로 모욕적 발언을 한 동대표에게 명예훼손을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둘째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입니다. 법원은 이런 행위를 불법행위로 보고 위자료 지급을 명령하고 있습니다. 셋째로는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행정 신고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관할 지자체에 사실 조사를 의뢰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관리사무소 직원을 폭행했다가 벌금형을 받은 사례도 있죠?
◇ 김형철 : 네,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아파트 지하 주차장 물청소 안내방송이 시끄럽다며 관리사무소에 찾아와 욕설을 퍼붓고 직원의 팔과 목을 기둥에 세게 밀친 입주민이 폭행죄로 기소됐는데요.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 70만 원을 선고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 관리사무소장이 자신의 요청사항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리사무소장에게 욕설을 하고 협박한 입주자가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고요. 관리사무소에 수십 차례 전화를 걸고 술에 취해 욕설을 퍼부은 입주민이 징역 8개월 실형을 받기도 했습니다. 폭행이나 협박은 상대를 불문하고 엄연한 범죄에 해당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우리 자신도 한 번쯤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관리해주는 분들에게 폭언이나 폭행 하는 분들, 많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나는 그래도 꽤 친절하게 대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더 많으실 것 같거든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혹시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정말 별거 아닌 부탁인데? 라면서 업무범위를 벗어난 일을 나 역시 쉽게 부탁하진 않았는지. 그리고 “관리비 받으면서 이런 것도 안해줘?”라고 불편한 마음을 드러낸 적은 없었는지. 이게 당장 법으로 문제삼긴 어렵다 할지라도 공동체 안에서 누구나 돌아볼 법한 문제 아닐까 싶거든요. 어떻게 보세요?
◇ 김형철 : 중요한 지점을 짚어주셨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입주자 등이 관리사무소장의 업무에 대해 법령에 위반되는 지시를 하거나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간섭'의 경계가 현실에서는 굉장히 모호합니다. 택배 맡아달라는 부탁, 집 안 전등 교체 요청 같은 것들은 관리직원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입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관리비는 공용 시설 유지·보수, 행정 업무 처리 등을 위한 비용이지, 개인 심부름 비용이 아닙니다. 그리고 관리직원들은 악성 민원 제기나 재계약 불가 등으로 일자리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거절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습니다. 거절하기 어려운 상대에게 하는 부탁은, 아무리 작아 보여도 사실상 강요에 가깝습니다.
◆ 이원화 : 여기서 증거 이야기도 짚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은데요.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경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냥 참자.’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을 거잖아요. 그런데, 혹여 나중에라도 문제를 제기하려면 어떤 자료를 남겨두는 게 좋겠습니까?
◇ 김형철 : 나중에 법적 대응을 하려면 증거가 핵심입니다. 네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일시·내용을 그날그날 메모해 두시고요. 둘째, 카카오톡·문자 같은 메시지는 반드시 보관하세요. 업무 시간 외에 개인 카카오톡으로 지시가 왔다면 그 자체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폭언이나 협박이 있었다면 녹음하세요. 그 당사자 중 한 명이 녹음하는 것은 합법적인 영역에 속합니다. 넷째, CCTV 영상 보존 요청을 가급적 빨리하는 것입니다. 아파트 CCTV는 보통 15일에서 30일 정도 보관되는데 그 안에 요청하지 않으면 확보가 어렵습니다. 실제로 법원 판결들을 보면 CCTV 영상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경우가 많습니다.
◆ 이원화 : 일부 동대표나 입주민들의 부당한 행동으로 관리실 직원들이 그만두고 관리 공백이 생기면 결국 피해는 전체 입주민에게 돌아오는 거잖아요.
◇ 김형철 : 맞습니다. 관리 공백의 피해는 결국 전체 입주민에게 돌아옵니다. 입주민들이 할 수 있는 조치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위탁관리업체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둘째, 문제를 일으킨 동대표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입니다. 셋째, 동대표 해임 투표입니다. 실제로 이번 울산 사건에서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입주민들의 해임 투표를 통해 해임됐습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라디오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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