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6년 04월 01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우지형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예전엔 유명인을 노린 범죄라고 하면, 집요한 스토킹이나 과도한 집착부터 떠올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좀 달라졌죠. 투자와 동업, 성장 제안을 미끼로, 유튜버나 틱톡커 같은 크리에이터에게 접근해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습니다. 처음엔 그저 팬이라는 친근한 말로 다가옵니다. 응원하고 공감하고 그리고 그렇게 아주 천천히, 신뢰를 쌓아가죠. 구독자를 늘릴 방법을 알고 있다, 이 시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정말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돕고 싶다. 거기에 투자와 동업 제안까지 더해진다면? 아마 쉽게 의심하기도 어려울 겁니다. 심지어 실제 거액의 후원이나 선물을 하며 신뢰를 쌓은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죠. 하지만 문제는, 그 관계가 늘 선의로만 남아있지 않다는 겁니다. 어느 순간부터 조언은 간섭이 되고, 도움은 통제가 되고, 신뢰는 압박으로 바뀌기 시작하죠. 도움인 줄 알았던 제안이 지배와 통제가 되는 순간, 관계를 장악하려는 욕망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지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관련사건, 차근히 살펴보겠습니다.
◇ 이원화 :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우지형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우지형 :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우지형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20대 여성 틱톡커 살인 사건, 최근 1심 선고가 나왔는데요. 변호사님, 일단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사실관계부터 차근히 정리를 해주시죠.
◆ 우지형 : 사건은 지난해 5월, 50대 남성 A씨가 20대 틱톡커 윤지아 씨에게 접근하며 시작됩니다. A씨는 자신을 IT 업체 대표이자 재력가로 소개하며, 틱톡 시장을 잘 아니 구독자를 늘려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던졌죠. 하지만 실상은 빚더미에 앉아 집이 경매로 넘어갈 처지인 '가짜 재력가'였습니다. 결국 작년 9월 11일, A씨는 지아씨와 인천 영종도에서 채널 운영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지아 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전북 무주의 한 야산에 유기한 잔혹한 사건입니다.
◇ 이원화 : 말씀해주신 내용 가운데 전속계약을 맺고 활동했다란 부분이 눈에 띄는데, 그런데 과연 이게 제대로 된 계약관계이긴 했을지, 의문이거든요. 이런 관계는 법적으로 어떻게 봐야하는지, 이번 사건에서 따져볼 쟁점은 없는지도 궁금합니다.
◆ 우지형 : 해당 계약은 표면적으로는 수익 배분을 목적으로 한 '전속 매니지먼트 계약'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보면 이는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을 동반한 지배 관계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A씨는 '모더레이터'를 자처하며 지아 씨의 방송 흐름과 댓글을 관리했는데, 이는 단순한 서포트를 넘어 피해자의 외부 소통을 차단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었습니다. 특히 재정 상태를 속이고 맺은 계약인 만큼,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 사유가 충분하며, 피해자가 동업 종료를 선언하자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지배력 상실에 대한 분노'가 살인의 직접적 동기가 된 점이 핵심 쟁점입니다.
◇ 이원화 : 아무튼 말씀해주신 바에 따르면, 처음에는 동업과 투자 제안으로 시작된 관계였지만, 결국 그 끝은 살인이었거든요. 많은 분들이 충격적으로 느끼는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일 텐데, 범행 당일,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
◆ 우지형 : 범행 당일인 9월 11일, 지아 씨는 라이브 방송을 마친 직후였습니다. A씨는 지아 씨가 동업 관계를 정리하려 하자 무릎을 꿇고 애원했으나 거절당했고, 결국 차 안에서 지아씨를 폭행하였고, 목을 졸라 살해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범행 이후의 행적입니다. A씨는 시신을 트렁크에 실으려다 실패하자 사망한 지아씨를 조수석에 앉힌 채 반나절 동안 돌아다녔고, 심지어 지아 씨인 척 가족들에게 "엉"이라는 카톡 답장을 보내며 범행을 은폐하려 했습니다.
◇ 이원화 : 사망한 시신을 조수석에 앉히고 돌아다녔다는 게 굉장히 충격적이네요.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피고인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무거운 형벌인데요. 검찰은 특히 어떤 점을 무겁게 보고, 이런 구형을 하게 된 걸까요?
◆ 우지형 : 검찰은 세 가지 측면에서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범행의 잔혹성과 계획성입니다. 둘째, 범행 후 태도입니다. A씨는 시신 발견 전까지 허위 진술로 수사기관을 농락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했습니다. 셋째, 피고인의 전력입니다. A씨는 이미 지난해 12월 다른 20대 여성을 폭행·감금한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던 중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른 것입니다. 이렇듯 재범 가능성이 높고 사법 체계를 경시했다는 점이 '법정 최고형' 구형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 이원화 : 첫 공판 당시만 해도 피고인 측은 폭행치사를 주장하면서 살인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알려졌는데요. 또 이후에는 이 입장을 바꿨단 말이죠. 변호인 입장에서 봤을 때 피고인이 왜 처음엔 폭행치사를 주장했고 또 이후에는 왜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이는지 분석을 해주시죠.
◆ 우지형 : 초기 '폭행치사' 주장은 살인의 '고의성'을 부정하여 형량을 대폭 낮추려는 전형적인 전략입니다. 살인죄보다 형량이 낮은 폭행치사로 몰고 가려는 의도였죠. 하지만 CCTV 영상, 시신 유기 정황, 목 졸림 흔적 등 살인의 고의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들이 쏟아지자, A씨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양형에 불리하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결국 최후 변론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한 것은 '진지한 반성'이라는 감경 요소를 노린 뒤늦은 태도 변화로 보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건 검찰 구형량인 거고, 사형이 실제 선고될지는 또 다른 문제잖아요. 최근 1심 판결 결과가 나왔는데 어땠죠?
◆ 우지형 : 2026년 3월 20일, 수원 지방법원은 A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의 사형 구형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유기징역형 중에서는 대단히 무거운 중형이 내려진 것입니다.
◇ 이원화 : 사형이 구형됐는데, 징역 40년이 선고됐다. 1심 재판부는 어떤 이유로 그 같은 형을 선고한 건지, 징역 40년이란 판결의 무게는 어떻게 봐야할까요?
◆ 우지형 :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절대적인 가치"이며 "범행을 부인하며 살해 고의를 다투었던 점"을 꾸짖었습니다. 징역 40년은 사실상 50대인 피고인이 사회와 영구히 격리될 가능성이 높은 '사회적 사형'에 가까운 선고입니다. 다만, 사형이나 무기징역이 선고되지 않은 이유는 우리 법원이 사형 선고에 극히 신중하다는 점, 그리고 우발적 동기가 일부 섞여 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이 아주 미세하게나마 고려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 이원화 : 피해자의 아버지가 재판에서 “초범이란 점에 양형의 기준을 두지 말아달라”란 취지로 호소했다 알려지기도 했는데 초범이란 부분이 이번 판결에 영향을 미쳤나요. 어땠습니까?
◆ 우지형 : 유족들은 초범 기준을 두지 말아달라고 호소하셨죠. 하지만 엄밀히 말해 A씨는 이 사건 이전에 살인 전과가 없다는 의미에서의 초범일 뿐, 이미 감금 및 폭행 혐의로 재판 중이었으므로 '성행이 우수하거나 법을 준수해온 자'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재판부 역시 이 점을 고려해 일반적인 초범에게 내려지는 형량보다 훨씬 높은 징역 40년을 선고함으로써 유족의 고통을 판결에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항소심에서 지금보다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될 가능성, 사형까지도 가능할지, 만약 그렇다면 그 핵심 포인트는 뭐가 될지도 궁금합니다.
◆ 우지형 : 사실 우리나라 사법부에서 단일 피해자 사건에 대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형량이 상향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고 봅니다. 그 핵심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범행의 계획성'입니다. 검찰이 A씨의 살인에 대해 단순히 말다툼 끝에 벌어진 우발적 살인이 아니라, 처음부터 피해자를 도구로 이용하려 했고 거절당할 경우를 대비해 치밀하게 유인했다는 점을 입증해낸다면 양형 기준상 가중 요소가 됩니다. 둘째는 '범행 후의 극도로 불량한 태도’입니다. 시신이 발견되기 전까지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가족을 기망하고 수사를 방해한 점은 재판부가 매우 엄중하게 보는 대목입니다. 마지막으로 '재범 위험성'입니다. 피고인이 이미 다른 여성을 폭행·감금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에 이번 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은 법질서를 정면으로 무시한 것이기에 , '영구적 격리'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사형 또는 무기징역 선고의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최근 유튜버나 틱톡커 같은 인플루언서를 둘러싼 관계형 범죄, 특히 팬이라고 접근한 뒤, 투자하겠다, 동업하자, 키워주겠다, 이런 말로 신뢰를 쌓고, 결국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케이스들이 빈번해지는 것 같은데요. 이런 사건들, 변호사님 보시기에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 뭐가 있다고 보십니까?
◆ 우지형 : 네, 소위 '그루밍(Grooming)'과 '비대칭적 권력 관계'가 특징입니다. 범죄자들은 처음엔 '큰손 후원자'나 '업계 전문가'로 나타나 경제적 호의를 베풀며 피해자의 심리적 장벽을 허뭅니다. 그러다 피해자가 자신의 통제나 과도한 요구를 거절하려 하면, 그동안 투자한 비용을 빌미로 "꽃뱀이다"라고 매도하거나 신상을 유포하겠다는 식으로 돌변하며 지배력을 행사하려 합니다. 이번 사건 역시 조력자를 자처한 피고인이 피해자를 자신의 수단으로만 여겼기에 벌어진 참극입니다
◇ 이원화 : 피해자 입장에선 이게 단순 감정문제인지, 아니면 진짜 법적으로 대응해야할 문제인지, 판단이 잘 안 설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어디서부터는 단순 갈등이 아니라 범죄 가능성까지 의심해봐야 하는 건지, 또 그럴 땐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짚어주시죠.
◆ 우지형 : 조언이 '통제'로 바뀌는 순간이 위험 신호입니다. 사적인 일정에 간섭하거나, "나 없으면 너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식의 가스라이팅이 시작되면 즉시 거리를 둬야 합니다. 위협을 느낀다면 모든 메시지와 통화 기록을 증거로 남기고, 즉각 경찰에 신고하십시오. 특히 신상 유포나 지속적인 연락 테러가 시작되면 '스토킹 처벌법'이나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법원에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물리적·온라인적 차단 조치를 취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 이원화 : 앞서도 나왓지만, 이런 관계가 전속계약이나 투자, 동업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계약이란 형식이라고 해서 다 정상적 관계라고 볼 순 없거든요. 크리에이터들이 이런 계약을 맺을 때, 특히 주의해야할 부분도 설명해주시죠.
◆ 우지형 : 첫째, 상대의 '실체'를 검증하십시오. 재력가라는 말만 믿지 말고 사업자 등록 여부나 과거 이력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둘째, 계약서에 '사생활 불간섭'과 '인격권 보호' 조항을 명시해야 합니다. 셋째, 정당한 이유 없이 신체적·정신적 자유를 구속할 경우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해지 권한'을 명확히 설정해야 지아 씨처럼 관계를 끊으려다 위험에 처하는 상황에서 법적 방어막을 가질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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