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6년 03월 10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문지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겉으로 드러난 그들의 “행동”만 봤더라면, 저렇게 무모하게 행동한다고?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라며 고개를 저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본인 하나만으로도 부족해, 가족 명의 계좌까지 동원하고거액의 대출을 끌어다 주식 투자에 나선 A씨. 결과는 어땠을까요. A씨에겐 뭔가 특별한 투자 비법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물론 주식으로 큰돈을 버는 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A씨가 그렇게까지 확신에 찬 베팅을 할 수 있었던 이유, 그건 단순한 배짱 때문만은 아니었죠. A씨가 믿고 있던 그것은 바로 “미공개정보”였습니다. 기업의 인수 합병, 유상증자, 공개매수. 주가를 뒤흔들만한 이 같은 정보는, 공시되기 전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만약 이를 이용해 투자에 나선다면, 명백한 불공정거래, 불법이죠. 그런데 A씨는, 다른 사람의 이메일 계정에 무단으로 접속해, 그 안에서 미공개정보를 빼냈고, 이를 활용해 무려 18억의 부당이득을 챙겼습니다. 참 간도 크다 싶지만, 이런 유형의 범죄, 생각보다 적지 않은데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이원화 :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문지은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문지은 : 안녕하세요. 문지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늘 먼저 짚어볼 사건. 사실 로펌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듣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사건인데요. 한 대형 로펌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사건 내용부터 소개해 주시죠.
◆ 문지은 : 이 사건은 법조계에서도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 사건입니다. 대형 로펌 법무법인 전산실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소속 변호사들의 이메일 계정에 무단으로 접속해 미공개 정보를 빼내 주식 거래에 활용한 사건입니다. 전산실 직원 가씨와 남씨는 2021년 9월부터 약 2년간 소속 변호사 14명의 이메일 계정에 무단으로 접속했습니다. 전산 관리자로서 시스템 접근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악용한 거죠. 이들은 기업 자문팀 변호사들이 주고받는 이메일에서 주식 공개매수, 유상증자, 주식양수도계약 체결 등 주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공개 정보를 취득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가씨는 징역 3년 6개월에 벌금 60억 원, 남씨는 징역 3년에 벌금 16억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함께 기소된 사모펀드 운용사 MBK 전 직원 고씨 등 3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 이원화 : 이메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들을 취득했다는 건지, 그리고 그 정보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주식 거래에 활용됐던 거죠?
◆ 문지은 : 이들이 빼낸 정보는 주로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관련 정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광장이 자문을 맡았는데, 이 과정에서 공개매수 정보가 공시되기 전에 이메일을 통해 오갔고, 전산실 직원들이 이를 열람한 겁니다. 공개매수 정보는 주가에 매우 민감한 정보입니다. 공개매수 가격은 통상 기존 주가에 웃돈을 더해 책정되기 때문에 공시 전에 미리 주식을 사두면 공시 직후 주가가 오를 때 팔아 큰 차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재판부도 "공시 전 가족과 지인 명의를 동원해 집중 매수하고 공시 직후 곧바로 매도해 현금화한 거래 양태를 보면 주가 상승에 대한 확신 없이는 하기 어려운 거래"라고 판단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사건이 더 심각해 보이는 건, 본인 이메일도 아니고, 타인의 이메일에 무단으로 접근해서, 정보를 빼냈단 점이거든요. 이 경우, 업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한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법적으로 어떻게 볼 수 있는지도 설명을 해주시죠.
◆ 문지은 : 자본시장법 제174조는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요. 규제 대상자로 내부자, 준내부자, 그리고 이들로부터 정보를 공개 받은 정보 수령자를 포함합니다. 이 사건에서 가 씨와 남 씨는 법무법인의 직원으로서 자문 업무 수행 과정에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으므로 직무 관련성이 인정됩니다. 재판부도 전산 관리 직원으로서 관리자 계정과 접근 권한을 가진 우월적 지위에 있었고 직무 수행 과정에서 정보를 알게 된 것이라며 직무 관련성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일반적인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과 다른 점은 단순히 업무 중 자연스럽게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이메일 계정을 무단으로 접속하는 위법한 방법까지 동원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자본시장법 위반에 더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즉 정당한 접근 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혐의까지 함께 적용됐습니다.
◇ 이원화 : 그래서 결국 얼마나 벌었던 거예요?
◆ 문지은 : 가씨는 5개 주식 종목을 매매해 약 18억 2,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고, 남씨는 약 5억 2,700만 원을 취득했습니다. 두 사람 합산으로 약 23억 원이 넘는 규모입니다. 함께 기소된 MBK 직원 고씨 등 3명도 총 7억 9,9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이원화 : 수익 규모가 상당한데요. 그런데 피고인 측에서, 일부 종목은 이전부터 매매해왔다, 주장한 걸로 알고 있거든요. 또 비슷한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정보를 보긴 했지만 그걸로 투자한 건 아니다” 주장할 수도 있잖아요. 이럴 경우 법원에서는 어떻게 판단하나요? 미공개정보 이용 여부는, 어떻게 입증합니까?
◆ 문지은 : 이 부분이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방어 논리입니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들이 "직무상 정보를 얻은 것뿐이고 일부 종목은 범행 이전부터 매매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미공개정보를 단순히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거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거래한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판례는 "미공개중요정보를 인식한 상태에서 주식거래를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공개정보를 이용하여 거래한 것으로 추정"하고, "거래가 전적으로 미공개정보 때문에 이루어지지는 않았더라도 미공개정보가 거래를 하게 된 요인의 하나임이 인정된다면 미공개정보를 이용하여 거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렇다면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번 만큼 그대로 다 토해내야하나요? 어떻게 되는 거죠?
◆ 문지은 : 네, 부당이득은 추징을 통해 환수됩니다. 이 사건에서 가씨에게는 18억 2,000여만 원, 남씨에게는 5억 2,700여만 원의 추징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추징과 벌금은 다른 개념입니다. 추징은 범죄로 얻은 이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불법으로 번 돈을 토해내는 것"입니다. 반면 벌금은 범죄에 대한 형사적 제재로 부과되는 것으로, 부당이득과 별개로 추가로 납부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가씨는 추징금 18억 원에 더해 벌금 60억 원을 별도로 납부해야 합니다. 사실상 번 돈을 다 토해내고도 그 몇 배를 더 내야 하는 구조입니다.
◇ 이원화 : 벌금은 어떤 기준으로 매기나요?
◆ 문지은 : 자본시장법 제443조에 따르면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합니다. 이 사건에서 가씨의 부당이득이 약 18억 원이니, 3배에서 5배면 54억 원에서 90억 원 사이가 되는데, 재판부는 60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부당이득액이 없거나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 또는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5억 원 이하인 경우에는 벌금 상한을 5억 원으로 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만약에 이미 써버리고 없다, 갚을 돈 없다, 이러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 문지은 :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실제로 그런 시도를 했습니다. 부당이득으로 산 외제차와 아파트를 금감원 조사가 시작되자 처분해 현금화했는데, 재판부가 이를 "추징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 보고 양형에서 불리하게 고려했습니다. 추징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노역장 유치, 즉 일정 기간 노역으로 대신하게 됩니다. 다만 추징금 규모가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경우 노역으로 전부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또한 검찰은 이 사건에서 이미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받아 피고인들의 재산을 미리 동결해 두는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범죄수익을 미리 빼돌리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는 겁니다.
◇ 이원화 : 이번 사건 같은 경우, 또 하나 살펴볼 게, 본인 자금만 갖고 한 게 아니라, 가족 명의 계좌까지 만들고 거액의 대출까지 받아 투자를 했다는 건데, 만약 가족이, 직접 거래에 가담하진 않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처벌 가능한가요. 아니면 적극적으로 공모를 했어야만 처벌 대상이 되는 겁니까?
◆ 문지은 : 단순히 알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공모, 즉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배우자가 주식 투자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공범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처럼 가족 명의 계좌를 제공하고 그 계좌로 주식 거래가 이루어진 경우는 다릅니다. 계좌 명의자가 거래 사실을 알면서 계좌를 제공했다면 공모공동정범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유사한 사건에서 배우자가 미공개정보를 지인에게 넘기고 공범들과 함께 부당이득을 챙긴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명의만 빌려준 경우라면 형사처벌은 어렵지만, 금융거래 관련 불이익이 생길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만약 처벌받은 직원들이 주변 지인들에게 정보를 흘렸다 그러면 그 사람도 동일하게 처벌이 되나요?
◆ 문지은 : 네 처벌됩니다. 자본시장법은 내부자나 준내부자로부터 미공개정보를 받은 정보수령자도 규제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MBK 직원 고씨가 지인 2명에게 미공개정보를 전달했고, 그 지인들도 함께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 이원화 : 그리고 또 하나, 로펌 측에서 개인의 일탈이라고 선 그었습니다만 로펌의 관리 감독 책임을 물을 여지는 없습니까?
◆ 문지은 : 법무법인 측은 "전산실 직원이 관리자 기능을 이용해 변호사 메일을 무단 열람하면서 발생한 범죄로, 전적으로 직원의 일탈 행위"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현행법상 법인에 대한 형사처벌은 양벌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한데, 자본시장법에도 양벌규정이 있습니다. 다만 법인이 해당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면책됩니다. 이 사건에서 로펌 측이 재발방지책을 시행하고 외부 업체를 고용해 전산시스템을 정비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이번 사건 같은 경우는 실형이 선고됐습니다만 미공개정보 사건에서,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기준은 어떻게 되죠?
◆ 문지은 : 법원은 부당이득의 규모, 범행 기간, 범행 방법의 불법성, 반성 여부, 피해 회복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이 사건에서 가씨와 남씨가 실형을 받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겹쳤습니다. 2년이 넘는 장기간 범행, 18억 원과 5억 원이라는 상당한 부당이득 규모, 타인의 이메일을 무단 열람하는 위법한 방법 사용, 가족 명의 계좌와 거액 대출 동원,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의 진술 번복, 그리고 범행 후 재산을 처분해 현금화하는 등 불량한 사후 정황이 모두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이 사건 같은 경우, 항소심에서 감형될 가능성, 어떻게 보세요. 어떤 부분이 관건이라고 보십니까?
◆ 문지은 :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재판부가 1심에서 지적한 불리한 사정들, 즉 장기간 조직적 범행, 위법한 방법 사용, 수사 과정에서의 진술 번복, 범행 후 재산 처분 등은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형을 위해서는 항소심에서 피해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 즉 추징금 납부나 공탁 등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 또한 1심에서 부인했던 혐의 일부를 항소심에서 인정하고 진정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만 부당이득 규모가 크고 범행 방법이 불법성이 높다는 점에서 대폭적인 감형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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