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5년 12월 2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박민희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A 씨는 물론이고, A 씨의 가족들은, 그날 병원에서 벌어질 ‘그 일’을 아마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저 성형외과에... 아주 간단하다 알려진, 시술 하나를 받으러 갔다가,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그렇게 A 씨는 원래 계획에도 없던 수술들까지 하게 됐고. 마취를 위해, 프로포폴이 투여됐습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요. 수술이 시작된 지 약 1시간 15분여가 지났을 시점이었습니다. A 씨에게 청색증. 즉 산소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 나타났고 급히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죠. 하지만 A 씨는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업무상 과실치사냐, 살인이냐,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하면, ‘이게 살인 아니고 뭐냐’ 분노 섞인 여론이 들끓곤 합니다. 반면 의료계에선, “이런 식이면 무서워서 진료 못본다” 두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곤 하죠. 의료사고, 도대체 어디까지가 실수고, 어디부터를 범죄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을 비롯한 유사한 의료사고들을 짚어보며, 그 기준, 자세히 따져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박민희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박민희 :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박민희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필러 시술을 받으러 갔던 어머니가, 갑자기 응급실로 옮겨졌다, 가족분들 입장에서는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 아니었을까 싶은데.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 박민희 : 네, 정말 가족분들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을 텐데요. 사건 기록을 보면, 이 분은 원래 인중 필러 같은 ‘가벼운 미용 시술’만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담당 의사가 사전 검사나 충분한 설명도 없이 복부 지방을 얼굴에 이식하는 수술, 그리고 이른바 ‘목 땡김이’ 시술까지 권하면서 예정에 없던 추가 수술이 함께 진행됐습니다. 80대 고령 환자에게 적정량, 즉 14.4cc의 두 배가 넘는 35cc의 프로포폴을 투여했고, 그 상태에서 산소포화도 알람이 시끄럽다며 경고음 소리를 아예 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산소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도 의료진이 변화를 알아차릴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결국 수술이 시작된 지 약 1시간 15분 정도 지났을 때, 환자에게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났고, 그제서야 급히 다른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습니다.
◇ 이원화 : 결국 이 여성분이 사망했죠?
◆ 박민희 : 네, 안타깝게도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됐습니다. 의료기록과 판결문 내용을 살펴보면, 환자의 수술 도중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사실을 의료진이 제때 파악하지 못했고, 그 결과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다른 병원의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이미 회복이 어려운 상태였고, 끝내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시술 중 부작용’을 넘어서 기본적인 안전조치와 감시의무가 무너진 상황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사’가 적용돼야 하느냐, 아니면 ‘살인죄’로 처벌해야 하느냐 하는 것에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이 변호사님생각은 어떠신가요?
◇ 이원화 : 질문 주신 그 부분이, 비슷한 의료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늘 쟁점이 되는 대목이잖아요. 일단 이 사건 같은 경우는 여론은 ‘무조건 살인죄다’ 쪽으로 기울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프로포폴 투여량과 산소포화도 알람 조작, 같은 요소들 때문에 이건 미필적 고의 아니냐는 해석이 많았는데 이 부분, 법적으로 보면 어떻습니까?
◆ 박민희 : 네, 말씀하신 것처럼 이 사건에서는 많은 분들이 ‘이 정도면 살인죄 아니냐’ 하고 분노하셨습니다. 그 핵심 근거가 두 가지였죠. 첫째, 프로포폴 적정량의 두 배가 넘는 35cc나 투여한 점, 둘째, 수술 중 산소포화도 알람을 ‘시끄럽다’는 이유로 최저치로 내려 사실상 꺼버린 점입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누구라도 ‘환자가 위험해질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그래서 ‘미필적 고의, 즉 죽을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그대로 진행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여론에서는 크게 힘을 얻었죠. 그런데 법적으로 접근하면 판단 기준이 조금 다릅니다. 살인죄가 인정되려면 ‘환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그 결과를 용인했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돼야 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법원이 본 건, 의사로서 환자 상태가 악화되자 119를 직접 부르고, 응급실로 이송하려고 조치를 취한 정황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환자를 사망하게 하려는 의도나, 위험을 알면서도 ‘그래도 상관없다’고 방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법원은 살인 고의는 부정했고, 최종적으로 업무상과실치사를 인정해 금고 1년 8개월을 선고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의료진의 심각한 실수‘와 ’형법상 살인죄의 높은 고의 입증 기준‘이 충돌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렇다면 반대로 의료사고에서 고의성이 인정돼 살인죄가 적용된 사례도 있었나요? 그걸 알면 이 사례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 박민희 : 법원이 의료사고에서 살인죄를 인정한 사례들을 보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나타납니다. 의료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고의적 위해 행위가 인정된 경우입니다. 예를 들면, 환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약물을 의도적으로 과다 투여한다든지,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위해를 가한 정황이 명확하게 드러난 경우입니다. 이런 사건은 ‘의료행위 과정의 실수’가 아니라, ‘환자를 해하려는 의도’가 법원에서 설득력 있게 인정된 경우죠. 또 다른 경우는 환자가 급격히 나빠졌는데도 응급조치를 전혀 하지 않거나, 119를 부르지 않고 방치하거나, 오히려 상황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 있는 경우입니다. 즉, 위험을 인지하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살인죄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거죠.
◇ 이원화 : 앞서 살펴본 사건 같은 경우, 또 하나 논란이 됐던 게 이 의사가 ‘가석방 기간’이었다면서요? 이건 무슨 이야깁니까?
◆ 박민희 : 네, 맞습니다. 이 사건이 더 큰 공분을 샀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의사가 가석방 이후 다시 이런 중대한 사고를 일으켰다는 점이었어요. 판결문을 보면, 이 의사는 2022년도에 음주운전으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그해 12월 가석방된 상태였습니다. 이후 형기를 종료하고 누범기간 중에 본 사건과 같이 중한 과실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입니다.
◇ 이원화 : 음주운전으로 징역 8월 나왔다고 한다면 이것도 초범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겠네요. 가석방 상태에서 의료행위를 하는데 제약은 없는 모양이죠?
◆ 박민희 : 네, 현실적으로 가석방 상태라고 해서 의료행위를 바로 제한하는 장치는 없습니다. 가석방은 어디까지나 형 집행을 조건부로 면제해주는 제도일 뿐, 의료인의 면허 자체를 제한하거나 정지시키는 조치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 의사의 이전 범죄는 음주운전이었고, 당시 이 범죄는 의료법상 면허제재 사유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가석방 상태였지만, 면허는 그대로 유지되었고, 의료행위도 법적으로 전혀 제한이 없었던 겁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 사건이 알려졌을 때, ‘가석방 기간인데도 환자 수술을 하게 하는가’, ‘면허제도가 너무 허술한 것 아닌가.’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게 되었습니다.
◇ 이원화 : 어쨌든 결국 이 의사, 과실치사로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그러면 이 사람의 의사면허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 박민희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 사건만으로는 면허가 자동 취소되지는 않습니다. 현행 의료법 제65조는 의료행위 중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하여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더라도 의사 면허를 취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의료행위가 본질적으로 위험을 수반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단순한 의료과실만으로 면허가 박탈되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규정된 겁니다. 그리고 본 사건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상황이죠.
◇ 이원화 : 저희도 예전에 다룬 사건입니다만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술을 받다 과다출혈로 사망했던 권대희 씨 사건. 이 경우도 접도의가 수술 도중 자리를 비우면서,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지만 의료면허는 취소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국민들이 사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기도 하거든요. 현행 의료법 규정 때문인 거죠?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죠.
◆ 박민희 : 정말 안타까운 사건이었죠. 2016년 9월, 20대 남성 권대희 씨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 윤곽 수술을 받던 중 과다출혈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수술을 담당한 집도의는 수술 도중 자리를 비웠고,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는 권 씨의 출혈량을 정확하게 체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권 씨는 3500cc가 넘는 과다 출혈 상태로 대형 병원에 옮겨졌으나 49일 뒤 숨졌습니다. 법원은 집도의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여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으나,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면허취소 사유에서 제외한다는 의료법 제65조에 따라 의사면허는 취소되지 않았습니다. 국민 법 감정과 현행 법규 간의 괴리가 가장 크게 발생하는 부분이 바로 의료과실에 대한 제재 수위 문제입니다.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환자의 생명권을 침해한 중대한 과실에 대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처벌과 징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이 현 상황입니다.
◇ 이원화 : 그렇죠 사실 신해철 씨 집도했었던 의사 같은 경우에도 비슷한 류의 사고를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는 것이 최근에 또 드러났잖아요? 이런 경우를 살펴본다면 방금 말씀하셨던 것처럼 뭐 의료 과실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그런 일이기는 하지만 반복적으로 일으키는 경우라든지, 아니면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제재 조항이 좀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만약에 부득이 의료 사고로 억울한 점이 생겼다 하는 경우 환자 측에서 법적 대응에 나서려면 어떤 것들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되겠습니까?
◆ 박민희 :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확보와 전문가의 도움이며, 부적절한 감정적 대응 피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의료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는 진료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록이 유실되거나 변조되지 않도록 사고 발생 직후 모든 진료 기록을 열람 및 복사해 놓으셔야 합니다. 특히 간호기록지나 수술 전후 사진 및 영상이 의료과실을 입증하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실제 환자나 가족 측에서 취할 수 있는 법적 절차는 어떤 것들이 있죠?
◆ 박민희 : 네, 첫 번째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한국의료분쟁 조정중재원의 조정 또는 중재를 신청하는 것입니다. 소송보다 신속하고 저렴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비사법적 절차입니다. 소액 사건이나 인과관계 입증이 명확하지 않을 때 활용하기 좋습니다. 두 번째로는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병원의 과실이 명백하거나, 손해배상액이 크거나, 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하고 싶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가장 광범위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죠. 세 번째로는 형사고소를 들 수 있는데요. 의사나 의료진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물어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민사 소송과는 별개이나, 형사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민사 소송에서도 과실을 입증하는 데 매우 유리해집니다.
◇ 이원화 : 네,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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