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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월~금] 06:40, 12:40, 19:40
제작진진행: 이원화 변호사 / PD : 김양원 / 작가 : 강정연
두 딸 있는 본처와 아들 낳은 혼외자, 숨진 남편의 유골을 두고 벌인 소송..결과는?
2025-10-30 11:02 작게 크게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10월 30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이동연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세상에 뭐 이런 일로 다투는 경우가 있겠어?’라는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실제 사건을 수임하다 보면 상상도 못할 다양한 영역에서 별의별 다툼이 생기곤 합니다. 지금 소개해 드릴 이 사례처럼 말이죠.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두 중년 부부, 이들은 어느 날 아들의 유골이 안치된 봉안시설을 찾았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아들의 유골함이 들어있는 칸에 A 씨 외 개방 금지란 표찰이 붙어 있었죠. 그러니까 A 씨 말고는 아무도 그 칸에 조화나 사진 숨진 남편 아들에 대한 유골 소유권을 두고 벌어진 법적 분쟁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유골을 둘러싼 소유권 분쟁 의외로 자주 벌어진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두 딸이 있는 본처와 아들이 있는 혼외자 간의 유해 인도 소송 1, 2심은 아무리 혼인관계에 있는 여성일지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골 소유권은 장남에게 있다는 2008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혼외자 측 손을 들어줬는데요. 하지만 이후 대법에서는 판결이 뒤집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는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골 소유권에 관한 분쟁 그 법적 쟁점들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의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이동연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이동연 변호사(이하 이동연):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이동연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이미 숨진 사람의 유골을 두고 다툼을 벌인다는 게 조금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생각보다 이런 분쟁 꽤 자주 일어나곤 합니다. 그런데 일단 유골 그러니까 시신이나 유해에 대해서도 소유권이라는 게 법적으로 성립이 되는 건가요?

◇이동연: 네, 성립됩니다. 대법원은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사람의 유체·유골은 매장, 관리, 제사, 공양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유체물이라고 판시하면서 소유권의 객체가 되는 물건이다’ 이렇게 판단했는데요, 물건이라고 하니 이상하게 들리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보통의 소유권과는 달리 오직 매장 제사 등의 목적 내로 관리 처분 권능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소유권과는 다른 특별한 개념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원화: 그러면 이 소유권을 누가 우선적으로 갖게 되는 겁니까?

◇이동연: 유골 유해의 소유권은 제사 주재자에게 승계됩니다. ‘제사 주재자’란 망인의 제사를 주관하고 분묘 등 제사용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을 말하는데요, 민법 제108조의 3에서 제사용 재산의 소유권을 제사 주재자가 전부 승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결국 관련된 모든 문제는 그래서 제사 주재자가 누구냐에 따라 결정되는데요. 호주제가 존속하고 있던 상황에서 대법원은 제사 주재자가 원칙적으로 종손이다라고 판시해 왔습니다. 다만 이 판례도 일반적인 인식과는 좀 동떨어진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2015년 사례를 보면요. 본부인 장남이 50여 년간 아버지를 봉양해 온 이복동생을 상대로 유체 인도 청구 소송을 했고, 대법원은 협의가 없었다면 소유권이 장남에게 있다라며 장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원화: 숨진 본인이 유골을 어떻게 해 달라, 어디에 매장해 달라 지정했음에도 그 의사보다 ‘제사 주재자’의 권한이 우선된다는 겁니까?

◇이동연: 네,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대법원은 ‘제사 등에 관한 망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의무는 도의적인 책임에 그친다. 제사 주재자가 무조건 이에 구속되어야 하는 법률적인 의무는 아니다’ 이렇게 판시했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제사 주재자의 권한이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사례 하나 말씀드릴게요. 한 남성이 본처와의 사이에 두 딸을 두었는데 혼인 관계 중에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습니다. 이 남성이 2017년에 사망하자 혼외자 측이 화장을 거쳐 납골당에 봉안했고, 본처와 두 딸은 유해를 인도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아무리 혼인 관계에 있는 여성이고 혼외자 사이의 관계라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골의 소유권은 장남에게 있다 라는 판례를 근거로 혼외자 측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원화: 법에 따라 내려진 판결입니다만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긴 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들 딸 성별 구분이 웬 말이냐 그리고 혼인관계 여성의 손을 들어준 꼴이 됐으니 이거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이동연: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끼셨을 겁니다. 저도 충분히 공감하고요. 그래서 대법원도 이 문제를 면밀하게 검토했고 2023년 5월 11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 15년 만에 다시 판례를 변경했습니다. 2023년 변경된 판례는 이렇게 판시합니다. 제사 주재자는 우선 공동 상속인들 사이의 협의로 정한다.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피상속인의 직계 비속 중 남녀·적서를 불문하고 최근 친의 연장자가 우선한다 이렇게 판례를 변경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헌법상 평등 원칙 그리고 양성평등 이념과의 부조화입니다. 물론 호주 제도의 폐지 이후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도 그 기저에 있겠습니다. 두 번째는 제사 제도의 의미 변화입니다. 대법원은 현대사회 제사에서 남성 중심의 가계 계승 의미는 많이 퇴색했고 망인에 대한 경외와 추모의 의미가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세 번째는 종중 제도 관련 판례와의 정합성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이미 2005년 여성도 종중원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판시한 바 있으니까요. 이러한 판례의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겠죠. 앞서 말씀드린 본처와 혼외자 간 유해 인도 소송, 이 소송이 바로 해당 대법원 판결인데요, 결과적으로는 본처와 두 딸 중 장녀가 제사 주재자가 되어 유해를 인도받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그러면 이전에 내려진 판결에 대해서도 소급해서 어떤 적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까?

◇이동연: 아쉽지만 전부 소급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새로운 법리는 이 판결 선고 이후에 제사용 재산의 승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이렇게 명시했는데요. 이미 제사 주재자가 확정된 상황에서 전부 소급한다면 더 큰 혼란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원화: 유골 소유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을 보면 순수하게 고인을 곁에 두고 싶다라는 마음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만 재산이나 상속 문제가 얽혀 있는 경우들이 많잖아요. 대법원 판례가 변경되면서 상속 분쟁에도 여파가 있을지 궁금한데요.

◇이동연: 유골 소유권뿐만 아니라 분묘 선산 이런 제사용 재산을 전부 승계하는 주체가 달라졌으니 상당한 여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선산이 재개발 지역에 포함되어 토지 보상금이 발생하는 경우 사전에 협의가 없었다면 이제는 장남이 아니라 연장자가 보상금을 수령하는 것이죠. 실제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년이 지나고 나서야 이복동생이 뒤늦게 유골 인도를 구하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그 배경에도 산업단지 개발에 따른 수십억 원의 보상금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제사는 장남이 지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텐데요. 그렇게 유언을 남기시더라도 제사 주재자는 변경된 판례에 따라 협의 또는 연장자로 결정되니 혼란이 없을 수는 없겠습니다. 그리고 상속 재산을 분할할 때에도 제사 주재자가 제사용 재산을 전부 승계하는 것을 고려해서 상속분을 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러한 조정의 내용도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화: 다른 사례 하나 더 살펴보죠. 부모와 며느리 사이에서 아들 며느리 입장에서는 남편의 유골을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인 사례가 있죠, 어떤 상황이었던 거죠?

◇이동연: 네, 부산에서 있었던 사례입니다. 2020년 8월 한 남성 A 씨가 여성 B 씨와 혼인 신고는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로 함께 살았는데요. 1년 후에 A 씨가 갑자기 사망하자 A 씨의 부모와 B 씨는 A 씨의 유골함을 봉안시설에 안치하면서 봉안시설 사용 계약은 부모와 아내인 B 씨가 공동으로 체결했고, 천만 원가량의 사용료, 관리비는 부모가 전액 부담했습니다. 그런데 A 씨 사망 3개월 후인 2021년 11월 B 씨가 딸을 출산했고요. B 씨는 이 아이가 A 씨의 친생자임을 확인받고자 인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에 가정법원에서 A 씨의 친생자라는 판결을 받게 됐고요.

◆이원화: 여기서 ‘인지 청구 소송’ 이게 뭡니까?

◇이동연: ‘인지 청구 소송’은 법률상 부부가 아닌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가 아버지와의 친자 관계를 확인받기 위한 소송입니다. 이 사건에서 B 씨가 인지 청구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딸이 사망한 A 씨의 상속인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인지가 되면 딸은 A 씨의 유일한 상속인이 되고 제사 주재자의 지위도 갖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인지 청구 소송이 제기되는 도중에 B 씨는 봉안시설 측에 본인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유골함이 보관된 칸을 열거나 조화 사진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해달라 이렇게 요청했고, 봉안시설도 이를 받아들여서 유골함이 보관된 칸을 봉인한 다음 B씨 외 개방 금지라는 표찰을 부착했습니다. A 씨 부모는 어느 날 봉안시설을 찾았다가 이 표찰을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들의 유골함 옆에 꽃 한 송이조차 두고 갈 수 없었으니까요.

◆이원화: 부모입장에서는 내 아들인데 그리고 앞서 봉안시설에 계약을 할 때 공동계약자로 진행을 했다 이야기해 주셨잖아요. 황당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이동연: A 씨 부모는 B 씨를 상대로 유골함 소유권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손녀는 만 1세의 유아이므로 본인들이 아들에 대한 사실상의 제사 주재자다 손녀와 유골함의 공동 소유자다 이렇게 주장한 것인데요. 법원은 A 씨 부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단지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는 단속 상속인이자 제사 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는 없고 원칙적으로 손녀 즉 만 1세의 딸이 제사 주재자로서 유골함에 대한 소유권도 가진다 이렇게 본 것이죠.

◆이원화: 네, 유골 소유권을 둘러싼 여러 가지 법적 쟁점들 짚어봤습니다만 누군가가 사망한 상황에서 겪고 싶지 않은 분쟁이기도 하거든요. 혹시 이런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법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부분들 어떤 것들이 있겠습니까?

◇이동연: 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속에서 겪는 가족들 사이의 분쟁은 그만큼 더 고통스러우실 것 같은데요. 사전에 대비하실 수 있는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은 사전적인 협의가 가장 중요하겠습니다. 판례에서 정한 연장자 우선 원칙보다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가 앞서는 만큼 가족들끼리 모이셔서 제사 주재자를 누구로 할 것인지 미리 협의하고 또 합의서를 작성해 두신다면 분쟁을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사실혼 관계이시라면 혼인 신고를 미리 해두시고 그 사이에 자녀가 있다면 인지 절차를 마쳐야 상속인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실 수 있겠습니다. 화장한 유해는 물리적인 분할도 가능한데요, 2023년 대법원 판결에서 보충 의견으로 제시됐던 것처럼 유족들이 유해를 각자 나누어 보관하면서 서로 추모하는 것도 분쟁을 해결하는 한 방법이 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망인에 대한 경외와 추모의 마음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다면 망인도 남은 유족들도 모두 불행해집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원화: 네,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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