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5년 10월 15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수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가해자는 그날 누군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뭔가 심상치 않았죠. 그의 손에는 무려 40cm 길이의 망치가 들려있었습니다. 가해자는 자신을 보자 달아나는 이 씨를 뒤쫓으며 망치를 휘둘렀습니다. 그 과정에서 길 가던 행인을 차로 치기도 했죠. 도대체 가해자는 왜 이런 일을 벌였던 걸까요? 새로운 피해자 이 씨가 일방적으로 임대료와 보증금을 대폭 올리며 두 사람의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강제 집행 과정에서 가해자는 손가락이 절단되는 부상을 입기도 했죠. 하지만 이후에도 두 사람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극단적 범죄로 이어지게 된 건데요.이후 재판에서는 가해자의 살인 혐의 적용을 놓고 검사와 변호인 간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아무리 부당하다 해도, 폭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이건 자명한 사실이죠. 다만 죽일 의도가 있었느냐,는 또 다른 문제긴 합니다. 또한 이 사건은, 우리 사회 속 깊숙이 자리 잡은 임대인과 임차인 갈등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기도 했는데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김수민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김수민 변호사(김수민): 안녕하세요. 김수민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겉만 보면 폭행 사건입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 그런 상징적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이른바 궁중족발 사건,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차근히 짚어볼까요.
◇김수민: 네, 2018년 6월 7일 가해자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거리에서 피해자의 집 앞에서 승용차를 타고 대기하다가 피해자가 나오자 뒤를 쫓기 시작하여, 차량을 몰고 피해자를 치기 위해 돌진하고, 왕복 6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할 정도로 필사적으로 도주하는 피해자를 쫓아가 미리 준비한 쇠망치를 휘두르는 참극이 있었습니다. 이때 가해자가 피해자를 차량으로 뒤쫓는 과정에서 길을 지나던 행인을 차로 치기도 했고, 피해자는 내리치는 쇠망치를 피하여 머리에 골절은 없었고 두피만 찢겨진 정도였는데요. 만일 지나가는 행인이 쇠망치를 빼앗고 경찰이 출동하여 긴급체포하지 않았더라면 피해자의 생사를 달리하거나 적어도 더 심각한 상해를 입었으리라는 점은 넉넉히 추단할 수 있었던 사건입니다.
◆이원화: 아니 무슨 일이 있었길래 망치를 들고 사람을 차로 쳐가면서 이런 만행을 저질렀나 싶은데 가해자와 피해자 이 둘이 원래 아는 사이였던 거죠?
◇김수민: 네, 가해자와 피해자는 상가건물 임차인과 임대인의 관계였습니다. 서울 중구에서 ‘궁중족발’이라는 음식점을 운영하던 가해자는 2009년경부터 같은 건물에서 영업을 해왔는데,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263만 원으로 최초 임대차계약을 맺고 영업을 시작한 이래로 이 계약을 매년 갱신해가면서 식당운영을 유지했는데 그동안 임대료는 2015. 5.경 297만 원으로 한차례 올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2015. 12.경 가해자가 음식점을 운영하던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이후 가해자에게 리모델링 명목으로 일시적 퇴거를 요청했고 공사 이후 재계약 조건으로 기존 보증금 3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월 임대료 297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 인상을 요구하면서 가해자와의 갈등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가게 리모델링을 하고도 한달 순수입이 200만 원 남짓이었던 가해자에게는 새로운 건물 소유자가 된 피해자가 보증금과 임대료를 3~4배 넘게 올리는 것은 터무니 없는 요구였고, 가해자가 권리금을 챙겨 나가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합의가 여의치 않아 가해자는 과도한 임대료 인상에 반발하며 이에 응하지 않았고, 이후 임대인과의 갈등이 심화되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월 300만 원에서 갑자기 1200만 원을 내라고 하면 이걸 감당할 수 있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 싶은데 장사하는 분들 공감하시겠지만 겨우 자리 잡고 단골도 생기고 하는데 이런 일 생기면 얼마나 막막할까 싶거든요. 심지어 간혹 이걸 악용하는 임대인들도 있잖아요?
◇김수민: 네 이 사건 피해자도 가해자의 장사가 잘 되는 걸 보고 보증금과 임대료를 무리하게 올린 것으로 파악되기는 합니다.
◆이원화: 임차인 입장에서는 이전 임대인과 재계약한 부분도 있는데 이렇게 갑자기 임대료를 올리는 게 말이 안 된다 주장했습니다만, 법원에서 임대인 측의 손을 들어준 배경은 뭐라고 봐야 할까요?
◇김수민: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계약 갱신 거부를 하고 퇴거를 요구했으나 가해자는 계속해서 점포에 남아 영업을 이어갔고, 결국 피해자는 가해자를 상대로 건물 명도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피해자의 손을 들어 주어 가해자에게 퇴거하라는 판결을 내렸죠. 이후 법원의 판결에 따라 강제집행이 결정되자 가해자는 철거를 막기 위해 건물 외벽에 현수막을 걸거나 매장을 점거하는 등의 방식으로 저항했는데요. 그게 어느 정도였냐면은 2017년경부터 퇴거에 불응하는 가해자를 내보내기 위한 강제집행을 무려 12차례 시도했으나 가해자의 반발로 무산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법원은 이 노무자 10명을 동원해서 불시집행을 실시했는데, 가해자는 경비 용역들에 강제로 끌려 나가는 과정에서 조리대 밑을 붙잡고 버티다가 왼쪽 손가락 4개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강제집행이 완료된 직후 가해자와 피해자는 전화로 말다툼을 하면서 감정이 더욱 격해졌고, 결국 마지막 강제집행 이틀 뒤인 2018년 6월 7일, 가해자가 피해자를 찾아가 쇠망치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원화: 무려 12차례나 강제집행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까지 있었다고 하니 이 임차인과 임대인인 피해자 사이의 갈등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짐작이 됩니다.
◇김수민: 네. 강제집행에 저항하던 가해자는 왼쪽 손가락 4개가 반 절단된 뒤에도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리며 극단적으로 저항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법정에서 공개됐는데,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시너쇼 기대한다’, ‘시너 안 뿌리나’ 등 심각하게 모욕하는 문자 메시지를 포함하여 가해자가 망치를 들기 전 일주일간 103건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그간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갈등이 얼마나 극단으로 치달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죠.
◆이원화: 이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알고 있는데 살인 고의를 입증하기 위한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공방이 아주 치열했겠다 싶은데요. 누가 어떤 증거를 활용해서 어떤 논리로 어떻게 배심원들을 설득했을지 궁금한데요?
◇김수민: 검찰에서는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입장이었고, 변호인은 폭행 혐의는 인정하지만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검찰은 가해자는 그러니까 사건 당일 건물주 피해자의 집 앞에서 승용차를 타고 대기하다가 피해자가 나오자 뒤쫓았고, 1차 가격 이후에도 피해자가 왕복 6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할 정도로 필사적으로 도망갔는데도 가해자는 머리를 겨냥해서 미리 준비한 쇠망치를 휘둘렀다고 주장하면서 살인미수죄 적용을 주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하여 변호인은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반박을 했는데요. 피해자를 때려 부상을 입힌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한다고도 하면서 가해자가 선택한 장소와 시간은 아침에 행인이 많은 대로였고, 피해자를 몰래 불러내지 않았고, 칼이 아닌 망치를 휘두르며 쫓아갔다는 점에서 이는 계획된 살인이 아니라 피해자를 혼내 분을 풀려는 의도였다고 변론하였습니다.
◆이원화: 그래서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됐죠?
◇김수민: 1심은 국민 참여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로 내려진 살인 미수 무죄와 특수상해 유죄 판결을 받아들여 가해자에게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살인 미수 혐의를 부인하였고, 이에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는데, 항소심은 원심 판결의 형량이 높았다는 그 가해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하였고, 상고하지 않아서 항소심에서 형이 확정되었습니다.
◆이원화: 아무리 억울한 사정이 있다고 해도 폭력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범죄입니다. 다만 이 사건이 주는 사회적 메시지는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터를 잡고 장사하던 상인이 터무니없이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쫓겨나는 현실,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기도 하죠.
◇김수민: 이 사건은 나중에 궁중족발 사건으로 칭해져서 유명해졌는데, 당시 10년 넘게 성실히 장사한 자영업자가 건물주의 일방적인 임대료 인상과 계약 해지 요구로 쫓겨나는 과정에서 극단적인 폭력 사태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을 주었습니다. 당시 많은 국민들이 건물주가 상권이 활성화되자 임대료를 올리고 기존 임차인을 내쫓았다며 젠트리피케이션과 임차인 보호 미비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결국에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 분쟁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의 임대차 보호 제도, 특히 상가 임대차 보호법의 미비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고, 이 사건이 발생한 2018년 9월에 실제로 법 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원화: 어떤 점들이 바뀌었을까요?
◇김수민: 상가 건물 임대차 보호법은 2002년 제정되어서 2015년부터 권리금 회수 방해 금지 조항을 도입하였습니다마는 권리금 회수 보호 기간을 3개월로만 인정을 하고, 계약 갱신 요구권을 5년까지만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해자처럼 5년 이상 영업한 임차인은 법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다가 이 사건을 계기로 법 개정이 이루어져서 개정 법률에서는 권리금 회수 보호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고, 계약 갱신 요구권 행사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였고, 임대료 상승률을 9%에서 5%로 하향 조정하였습니다. 다만 계약 갱신 요구권 행사 기간이 연장되기는 하였습니다마는 재건축이나 대수선 등 건물 용도 변경이 필요한 경우를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권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어서 여전히 궁중족발 사건과 같은 분쟁이 발생할 여지는 있어 보입니다. 이러한 경우에 영국에서는 재건축이나 임대인의 자기 사용 등 임차인에게 귀책 사유가 없는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에도 임대차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는 합니다마는 다만 이러한 경우, 임대인은 상가 건물의 과세 표준의 1배 내지는 2배를 임차인에게 보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상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계약 갱신을 거절할 경우, 임차인에게 퇴거료를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해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계약 갱신, 퇴거 요구를 둘러싼 불필요한 갈등 비화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사료됩니다. 한편, 지난 2020년 6월 김 씨가 만기 출소해서 사건이 마무리하는 듯 보였습니다마는 피해자는 올 초 가해자 김 씨와 그 배우자를 특수공무집행 방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만 검찰이 피해자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경찰의 보완 수사가 진행되었고 결국 지난 4월, 검찰에 송치되었습니다.
◆이원화: 네,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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