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요]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날짜 : 2025년 10월 12일 (일요일)
■ 진행 : 김영민 아나운서
■ 대담 : 칼럼리스트 이상혁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김영민: 육아는 여자가 더 잘할 거야,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지 아직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편견이라는 거 이젠 다들 알고 계시죠? 오늘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이 시간에는 28살의 나이에 아빠가 되어 지금은 아들을 혼자 양육하고 있는 싱글대디 칼럼리스트이자 직장인 이상혁 작가 모셨습니다. 작가님 어서 오시죠.
□이상혁: 안녕하세요. 삼성전자 전략 마케팅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상혁이라고 합니다. 싱글대디로서의 경험으로 <아빠가 엄마야>라는 책을 썼고요. 그중에 더 중앙 플러스나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 같은 곳에 육아 인식 개선을 통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김영민: 아직 목소리가 떨리시는 것 같은데 떨려 긴장이 덜 풀리신 것 같아요. 편하게 이야기 나누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방송 출연은 많이 해보셨어요?
□이상혁: 책 이후에 몇 번 저한테 이런 제안이 오셔가지고 유튜브라든지 라디오라든지 이런 것들을 몇 개 해봤어요.
◆김영민: 그럼 프로시네요. 걱정 안 하겠습니다. 작가님 소셜미디어에 저희 프로그램 제작진 분들이 들어가 봤는데 싱‘글대디 직장인 작가’라고 소개가 되어 있는 문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아요. 싱글대디가 되신 지는 얼마나 되신 겁니까?
□이상혁: 아들이 46개월 됐을 때부터 싱글대디가 돼서 8년 차입니다.
◆김영민: 8년 차요? 그럼 아이가 지금 몇 학년이죠?
□이상혁: 초등학교 5학년이에요.
◆김영민: 5학년, 다 컸네요. 46개월 때면 또 흔히들 생각하기에는 한창 엄마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나이일 수도 있는데 그때 작가님도 사실 초보 아빠셨잖아요. 이럴 경우에는 부모님께 손을 빌리기도 하고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작가님은 어떠셨어요?
□이상혁: 사실 많은 싱글대디들이 부모님의 손을 빌리고는 있는데 사실 저는 그 시점에 부모님께서 두 분 다 사회생활을 하고 계시기도 했고요. 이게 무엇보다도 아들이 이혼을 해 가지고 실망감을 안겨드렸는데 거기에 육아라는 부담까지 드리기는 제가 마음이 좋지 못했어요. 그리고 또 잘 해볼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도 있었던 것 같고요. 지금 생각하면 왜 그런 자신감이 있었는지 모르겠는데요.
◆김영민: 그래서 거의 혼자 양육을 도맡아 하셨던 거예요?
□이상혁: 네습니다.
◆김영민: 근데 회사도 다니시잖아요.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이상혁: 제가 되게 운이 좋게 생각하는 거는 그래도 저희 회사가 자율 출퇴근제도 되고 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라든가 육아휴직이라든가 이런 거를 쓰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분위기였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료분들이 많이 이해해 주시고 또 같은 마을에 사는 주민분들도 도움을 많이 주셔가지고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영민: 보통 회사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정책들이 있잖아요. 그런 정책들이 잘 시행되지 않는 곳도 있고 일부 잘 시행되는 것도 있고요. 하지만 그게 정말 필요하고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제도구나라는 걸 지금 작가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좀 더 와닿게 됐습니다. 홀로 육아라는 것이 사실 쉬울 수가 없죠. 물론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셨겠지만 두려운 마음도 드셨을 것 같고요. 일단 현실적인 어려움이 어떤 것들이 있었어요?
□이상혁: 가장 어려웠던 건 사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라는 거였죠. 제가 한 번 아이랑 같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내려주고 회사를 출근하는 길에 많은 부모님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모습을 본 거예요. 횡단보도 양옆에 다들 엄마 아빠들이 회사 가는 복장으로 아이 손을 잡고 있는데 그거 보면서 아이를 보육기관에 맡기는 시간이랑 부모의 출근 시간이 똑같이 일치하는 게 이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사실 아직도 우리나라는 가야 할 길이 멀고 그러다 보니까 매일 출퇴근 시간에 거의 레이싱을 하듯이 차를 달려서 출퇴근하고 그렇게 했었는데요. 그래도 다행인 거는 그런 어떤 제도들의 혜택을 볼 수 있었던 시기에 제가 아이를 도맡아 키우게 돼서 그 부분은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영민: 맞습니다. 제가 클 때는 그런 제도들이 좀 덜 돼 있을 때였잖아요. 사실 많이 힘드셨을 거예요. 지금은 지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시기를 버텨내게 해준 어떤 원동력이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이상혁: 역설적이기는 한데 아이를 키우느라 힘든 시기에 제일 힘이 됐었던 건 사실 아이였던 것 같아요.
◆김영민: 그러셨을 것 같아요.
□이상혁: 맞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기도 한데 아이가 제가 이렇게 아이를 키우는 상황이 아이한테 전해졌겠죠. 그런 것 때문에 아빠한테 고맙다라든가 힘내라든가 이런 표현을 되게 많이 해 주는 편이기도 하고 그럴 때 아이가 사랑한다 아빠가 해주는 음식이 제일 맛있다 이런 얘기해 줄 때마다 더 잘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김영민: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아이가 혹시 엄마를 찾거나 하진 않았나요?
□이상혁: 어렸을 때니까 사실 아이는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 채로 맞닥뜨리게 된 거였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당연히 일상 속에서 엄마는 왜 안 오는지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물어보는 시기가 있었고요. 근데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저희는 이혼한 직후부터 아이랑 제가 같이 놀이 치료를 다니고 상담 치료도 받고 그랬어요. 근데 저는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던 게 우리 주변에 되게 이런 상담이나 어떤 정신과 치료 같은 것들 받을 수 있는 기회들은 많이 있는데 그것조차도 어떤 인식이 있잖아요.
◆김영민: 장벽이 있잖아요.
□이상혁: 정신과 치료받는다라고 하면 뭔가 문제 있는 사람 같아 보이고 근데 막상 가서 해보니까 그분들은 되게 다양한 인간의 어떤 성격에 대해서 분석을 다 해놓고 계시고 이런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를 이미 많은 사례들을 통해서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저나 아이의 상황 또 아이의 성격 이런 것들에 맞춰서 맞춤형으로 이렇게 상담을 해 주셨고 그 덕분에 무사히 그 시간을 힘겹지 않게 지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영민: 그렇군요. 정말 많은 사회보장적인 제도들 덕분에 지금 작가님이 계실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좀 듭니다. 아빠와 엄마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작가님만이 갖고 계신 양육 철학도 생기셨을 것 같아요. 어떠세요?
□이상혁: 사실 책이 나오고 나서 이 책이 그런 육아 지침서 이런 것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좀 있었어요. 그래서 이런 질문들을 종종 받는데 사실 저는 제가 좋은 아빠라거나 완벽한 아빠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분들한테 어떤 조언을 해 드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제 가 가지고 있는 육아 철학도 사실은 100가지의 가정이 있으면 또 100명의 아이가 있으면 100가지의 양육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저희 상황에 맞춰서 제가 최선을 다해서 했었던 거고 각자가 아이의 성격이나 상황에 따라서 거기에 맞는 양육법을 적용하는 게 가장 좋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영민: 좋습니다. 싱글 대디로 꽤 오랜 시간 살아오고 계신데 사실 싱글대디가 사회 전체로 봤을 때 아주 많지는 않잖아요. 그러다 보니 편견 섞인 질문을 받거나 그런 시선을 느껴보신 적도 있을 것 같아요. 혹시 경험을 좀 나눠주실 수 있다면요?
□이상혁: 사실 너무 많아요 예를 들어서 아이와의 일상의 루틴대로 돌아갈 때 자주 방문하게 되는 학원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편의점 또는 미용실 이런 데서 저랑 아이랑 둘이서만 다니는 모습을 계속 반복해서 보시는 분들은 왜 너는 아빠랑만 다녀? 엄마는 바쁘시니? 이런 식으로 물어보더라고요.
◆김영민: 아이한테요?
□이상혁: 그렇죠. 그러면 사실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벌어지는 거다 보니까 저도 당황스럽기는 한데요. 그분들을 원망할 수는 없는 게 이게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육아 역할은 엄마라는 게 고정관념으로 박혀 있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 분들하고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이거는 바꿔야 되지 않나 그러니까 아빠도 충분히 아이랑 하루 종일 또는 1년 내내 시간 보낼 수 있다라는 그런 분위기가 좀 만들어져야 된다라고 생각을 했고요. 그 과정에서 엄마들도 진짜 힘들겠다 엄마가 육아하는 게 이렇게 당연하다라고들 생각하시는구나라는 것도 느꼈어요. 그래서 처음에 저도 원래 사실 일기처럼 쓰던 글이었던 건데 이거 책으로 써서 많은 분들이 읽어보시면 생각할 바를 좀 드릴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어요.
◆김영민: 이상혁 작가님의 하나하나의 활동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갈 수도 있으니까요. 근데 이런 편견 섞인 질문들 속에서도 누군가는 오히려 도와주기도 하고 희망 가득한 말을 전해주기도 했을 것 같은데 특히 동료분들이 되게 많이 도와주셨다고 들었어요.
□이상혁: 사실 저는 앞서 질문에서 하셨던 것처럼 뭔가 당혹스러운 적은 없었냐라는 거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사례보다 제가 고마웠던 사례가 훨씬 많아요.
◆김영민: 그렇군요.
□이상혁: 진짜 사실 싱글대디라고 하면 어디 가든 되게 인정받고 박수를 받아요. 정말 희한한데 제가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대디입니다 하면 와 정말 대단하시다, 어떻게 그렇게 혼자 하시냐 엄마랑 아빠랑 둘이 하기에도 힘든데 진짜 멋있으시다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시거든요. 그래서 사실 말씀하신 것처럼 동료분들도 그런 식으로 해 주시면서 제가 아이와의 그런 시간 때문에 일찍 나가야 된다거나 하면 제 일을 대신 해주기도 하시고요.
◆김영민: 쉽지 않은데 남의 일 대신 해 주는게요.
□이상혁: 해보신 적 있으세요?
◆김영민: 많이 해봤죠. 근데 또 거기에 뿌듯함도 있고 그런 게 있으니까 해주는 거긴 한데 그래도 쉽지 않죠.
□이상혁: 우리 김영민 아나운서 님 같은 분들 덕분에 할 수 있었습니다.
◆김영민: 그 말 있잖아요.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도와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정말 많은 분들께서 도와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책 얘기를 조금 해볼게요. 2022년에 아이와의 에피소드를 담은 책을 내셨는데 책 제목이 <아빠가 엄마야> 라는 책이에요. 이 책 제목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이상혁: 사실 제가 직업이 마케터다 보니까 처음에 이거를 온라인 플랫폼에 연재를 했어요. 근데 그때 제가 다른 작가분들의 키워드를 검색을 해보니 싱글맘인 작가님들은 많이 계시더라고요. 근데 싱글 대디는 한 명도 없었고요. 그래서 이거는 시장에 내가 블루오션에 들어가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면 뭔가 싱글대디라는 것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작가 책 제목을 생각을 하다 보니까 나오게 된 건데요. 이게 아들이 저한테 해줬었던 말이에요. 그냥 되게 지나가는 말이었었거든요. 아빠가 밥도 해줘야 되고 옷도 챙겨줘야 되고 그래서 다른 집에서는 엄마들이 해주는 건데 아빠가 다 해줄게 걱정하지 마 이런 식으로 제가 얘기를 하던 과정에 아이가 그럼 아빠가 엄마야 이렇게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게 뭔가 뇌리에 남아 있었어 쓰게 됐는데 제목이 좋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 주시는 거
◆김영민: 그러니까요. 제목이 너무 뇌리에 박히는 그런 제목이라서 인상적이어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여쭙습니다. 책을 쓴 지 한 3년 정도가 흘렀는데 책을 쓰고 나서 방송 출연도 많이 하셨다고 아까 전에 이야기하셨잖아요. 책을 쓰기 전후 어떤 점이 가장 달라지셨나요?
□이상혁: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 제가 육아 현장에서 느꼈었던 것들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라는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이런 책에 대해서 뭔가 말씀드릴 수 있는 자리보다도 저는 나아가서 일과 육아가 좀 양립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와야 저출생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라서요. 그런 어떤 정책을 내는 분들이 저를 불러서 자문을 구하기도 하시고 그런 자리들이 마련된다라는 게 뭔가 내가 그동안 했었던 경험이 그냥 나와 아이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가 좀 좋아지는 데 기여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되게 가치 있고 보람 있게 느끼고 있습니다.
◆김영민: 맞습니다. 또 그 책 덕분에 저희 방송에도 출연하실 수 있게 된 거니까요. 저도 참 영광으로 생각을 합니다. 언제부터 글을 쓰셨어요?
□이상혁: 제가 사실 글 쓰는 게 일이긴 합니다. 회사에서도 뭔가 일이 늘 일을 하면 보고서를 써야 되고 근데 육아와 관련된 글은 사실은 일기처럼 이게 혼자서 밤에 아이 재워놓고 새벽에 보통 그렇잖아요. 빨래 돌려놨는데 아이 재우다 보면 잠들면 선잠을 자게 되거든요. 저거 널어야 냄새 안 나는데.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 가지고 빨래 널고 하다 보면 적막하고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이 드는데 그때 생각해 놨던 게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그거를 일기로 써놨었는데 하루는 저희 부장님이 상혁아 너는 글을 엄청 빨리 쓰고 잘 쓰는 것 같아 보고서를 보고 그렇게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그러면 이게 내가 잘하는 건가 해서 그 일기를 좀 메모처럼 해놨었던 것들을 좀 에세이로 정리를 하다 보니까 또 빨리 써지고 잘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책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김영민: 글도 잘 쓰시는데 그 내용조차도 사실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는 글들이라 어 지금의 이상혁 작가님이 탄생하실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YTN 라디오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8년 차 싱글 대디 직장인 아빠 이상혁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육아도 일도 포기하지 않은 다재다능한 아빠 이상혁 작가와 함께하고 계십니다. 아들 이름이 시형군이에요. 맞죠? 아까 초등학교 5학년이라고 하셨었죠? 사춘기가 다가왔을 때 아빠의 마음을 좀 알아달라 이런 이야기하셨는데 요즘 애들 좀 빠르잖아요. 사춘기가 올 때쯤 되지 않았나요?
□이상혁: 저는 아직은 아니라고 믿고 있는데 최근에 친구들이랑 보내는 시간도 많아지고 저하고 뭔가 의견이 맞지 않을 때 나오는 이 반응도 조금씩 달라지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김영민: 머리가 커진다고 하잖아요.
□이상혁: 실제로 머리도 많이 커졌고요. 근데 공포감이 있나 봐요. 제가 잠재의식 속에 자는데 코 밑이 거뭇거뭇해지고 변성기가 온 아이가 아빠 이러면서 꿈에서 나와 가지고 제가 이러면서 깬 적이 있었어요. 좀 두려움도 있는 요즘인 것 같습니다.
◆김영민: 그래도 아빠는 남성의 사춘기를 겪어봤기 때문에 오히려 아들의 사춘기를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긴 했는데 그래도 두려움이 있으신가 보네요.
□이상혁: 그렇죠. 아무래도 애기는 어쨌든 부모가 하려는 쪽으로 좀 이끌 수가 있고 제가 통제를 할 수 있고 근데 하나의 인격체로 해 줘야 된다라는 게 결국에는 그런 자녀를 가진 부모로서의 역할은 또 제가 처음 해보는 거다 보니까 긴장도 많이 되고 걱정됩니다.
◆김영민: 지난주 방송에 저희 출연하셨던 가족 관련 상담 전문가인 교수님께서 그런 얘기하셨어요. 딱 요 나이대 한 12세 13세 이후로는 아이를 가르치려고 들면 안 된다 이런 얘기하셨던 게 갑자기 기억이 나네요. 그냥 한 인격체로 받아들이고 그때부터는 어떻게 하면 내가 더 많이 사랑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되는 시기라고 하시더라고요. 갑자기 그 생각이 좀 들었는데 근데 참 사랑을 많이 줄 수밖에 없는 아들일 것 같은 게 정말 너무 닮았더라고요. 아까 사진 봤는데 똑같이 생겼더라고요. 보면 어떠세요?
□이상혁: 진짜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사고 방식이나 말투나 이런 것들이 다 저랑 거의 똑같아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랑을 많이 줄 수밖에 없어요. 저의 분신처럼 여겨지다 보니까. 근데 한편으로는 좀 제가 경계하려고 하는 거는 뭔가 나랑 너무 똑같아서 어차피 이렇게 생각할 거야. 또는 뭐 얘는 이렇게 행동하겠지라고 생각해서는 또 안 되겠더라고요. 얘도 나름대로의 삶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까 그래서 그런 거는 경계하면서 조심해서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영민: 맞습니다. 성격도 닮고 사고 방식도 닮고 외모도 닮았는데 혹시 취미도 닮았나요?
□이상혁: 조금 달라요.
◆김영민: 축구 굉장히 좋아하시잖아요.
□이상혁: 그건 제 얘기고 아들은 축구 별로 안 좋아해요. 제가 너무 어려서부터 축구장 데리고 다녀서 그랬는지 축구장 가면 너무 시끄럽다고 별로 안 좋아해요.
◆김영민: 그러면 아들 시형 군은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어요?
□이상혁: 친구들이랑 자전거 타면서 요즘 광교 폭주족 모임이 있거든요.
◆김영민: 자전거를 타는구나. 근데 축구를 굉장히 좋아하시잖아요. 물론 시형 군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아들과 함께 축구장 가고 하면 굉장히 행복하실 것 같아요.
□이상혁: 맞아요. 다들 부러워하시고 카타르 월드컵도 둘이 같이 갔다 왔거든요. 카타르가 되게 작은 나라에서 월드컵을 개최한 거다 보니까 전 세계 축구 팬들이 거의 한 도시에 몰려 있는 격이었어요. 그래서 거기에서 막 진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친구 사귀고 이러면서 아이한테도 정말 좋은 경험이 됐었던 것 같고 그때도 여기저기 이렇게 둘이서 가면 다들 부럽다고 축구 팬분들이 전 세계에서 오신 분들이 그런 식으로 말씀을 많이 해 주셨었죠.
◆김영민: 그렇군요. 아드님은 아빠의 취미를 같이 즐겨주잖아요. 그러면 아빠도 시원 군의 취미를 같이 즐겨주시나요?
□이상혁: 그게 저희의 모종의 거래입니다. 저희가 매주 주말에 수원 삼성 블루윙즈 축구 보러가요. 근데 그렇게 하면 같이 게임도 하고 자전거도 같이 타야 되고 기브앤 테이크로요.
◆김영민: 같이 해줘야죠. 이번 추석 때는 그럼 어떻게 보내셨어요?
□이상혁: 사실 저희가 최근에 너무 바쁘게 지냈어요. 제가 출장이 잦았고 지난달 말에도 저의 출장 겸 휴가로 아들이랑 둘이 같이 일본에 갔다 오고 근데 그렇게 하고 나서 회사 앞 통근버스에서 내려서 동네를 이렇게 걸어오면서 아이한테 전화했더니 마침 학원 끝나는 시간이라 둘이 푸드트럭에서 막 맛있는 거 먹고요. 이렇게 하니까 이거 왜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되지? 이게 진짜 행복한 일상인데 이번에는 추석 연휴에는 어디 가지 말고 그냥 진짜 동네에서만 지내보자 그렇게 결심해서요. 이번 연휴에는 완전히 사람도 별로 없는 동네에서 둘이서 자전거 타고 맛있는 거 먹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김영민: 그렇군요. 아이를 혼자 키우고 계시다 보니 사실 워라벨이 가능하실까 이런 생각도 좀 들기는 하거든요. 일과 육아 사이에서 그리고 여기 사이에서 나의 인생까지 챙겨가는 나름의 비결이 있을까요?
□이상혁: 사실 워라벨이라는 거는 일 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말자라는 주의에서 나온 말이잖아요. 근데 사실 저는 아이랑 둘이서 이렇게 살게 되면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동료분들의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아서 그런지 아이 혼자서도 집에서 지낼 수 있고 또 아이도 친구들하고 시간을 보내야 되고 그러다 보니까요. 그럴 때 더 일을 더 열심히 해야 된다라고 좀 동기부여가 오히려 좀 되고 있어요. 그때 도와주셨던 동료분들한테 저도 도움이 되고 싶고 회사가 이런 제도들을 잘 쓰게 해줬으니까 회사에도 기여하고 싶고 그래서 사실은 워라벨을 이렇게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아이하고 있을 때는 아이한테 최선을 다하고 또 일해야 될 때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런 편이고요. 또 최근에는 아이가 제가 하는 일에 부쩍 관심이 많아져서 아빠가 하는 일은 뭐냐 그러면 무슨 제품이 나오냐 언제 출시하냐 이런 얘기들을 하다 보니까 이게 애한테도 되게 좋은 영향인 것 같더라고요. 제가 열심히 일을 한다라는 게 그래서 한 번은 집에서 제가 막 회사 자료 같은 것들을 이렇게 만들고 하고 있을 때 옆에 와가지고 아빠 나도 이런 거 만드는 거 배워보고 싶다고 하고 그럴 때 진짜 열심히 해야 이게 이것만으로도 또 좋은 교육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최근에는 워라벨보다는 그냥 뭐든지 닥치는 대로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김영민: 워라벨을 단어 그대로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라고 봤을 때 전 듣기에는 누구보다 워라벨을 잘 실천하고 계시는 분이 아닐까 싶어요. 일도 열심히 하시고 육아도 열심히 하시고 그 와중에 나의 삶의 이유도 찾아가시는 것 같아서 너무나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형 군이 아빠한테 관심도 많다고 했는데 시연 군은 어떤 스타일의 아들이에요?
□이상혁: 시형이는 엄청 사랑한다 이런 표현을 많이 해 주고 사실은 이맘때 아이들이 보통은 아빠 손 잡고 길을 걷는다거나 아빠랑 뽀뽀한다거나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특히나 친구들 시선이 있고. 그러면 근데 얘는 친구가 있건 없건 뽀뽀해 주고 포옹하고 약간 그런 캐릭터고요. 또 최근에는 아이가 회사에 학교에서 편지를 써왔는데 매일 맛있는 음식 해주고 자기가 잊지 못할 곳에도 데려다 주고 이래서 고맙다, 아빠 사랑한다 이런 편지를 써왔어요. 그런 거 보면서 이거 진짜 너무 내가 좋은 선물 받았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김영민: 사랑이 많은 아이군요. 너무 좋습니다. 오늘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습니다.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육아와 일 그 두 세계 사이에서 자신만의 균형을 만들어 내고 있는 이상혁 작가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YTN 라디오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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