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5년 9월 18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안수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사건 x파일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종교라는 이름 아래 피해자들의 신앙심을 빌미로 가스라이팅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경우들 수법은 다양해 보이지만 놀랍게도 대부분 동일했죠. 40대 여성 A 씨는 자신을 하나님의 주식 트레이더라 소개했습니다. 전직 목사의 사모였고 하나님의 일꾼이라 주장했죠. 얼핏 들으면 이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누가 들어주나 싶지만 실제 그녀를 만나 설득 당한 피해자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종교를 앞세운 심리적 조작 이른바 가스라이팅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치밀했죠. 여성 A 씨는 하나님이 주신 차트로 매매한다. 주변인들로부터 돈을 뜯어냈습니다. 행여 자신의 범행이 들통날까 피해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게끔 철저히 고립시키기도 했죠. 이간질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종교적 신앙심을 악용한 가스라이팅 범죄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하죠. 그런데 종교를 빌미로 한 범죄의 경우 일반적 사기와 달리 법정에서 그 사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이는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라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안수진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안수진 변호사(이하 이원화)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안수진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 명시돼 있다 보니 법정에서 관련 사안을 다룰 때 일반적인 사건과는 다른 까다롭게 볼 만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잖아요.
◇ 안수진 : 네 맞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종교의 자유는 헌법상의 기본권에 해당합니다. 이에 법원에서는 종교와 결부된 사안을 판단함에 있어서 종교적 신념과 범죄적 수단을 구분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 이원화 : 하지만 오늘 저희가 주목하려는 건 종교의 자유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의 신앙심을 교묘하게 악용한 사례들입니다. 종교적 행위라기보다는 명백히 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그런 사건들이죠.
◇ 안수진 : 네 그렇습니다. 관련해서 최근에 이슈가 된 사건 하나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본인을 하나님의 주식 트레이더라고 지칭하며 거액의 투자금을 편취한 40대 여성 박 씨가 있는데요. 이 여성의 주식 투자 방식은 통상적으로 알려진 방법과는 사뭇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 이원화 : 일단 듣기만 해도 사실 허무맹랑하기는 한데요. 달랐다는 게 어떤 식으로 달랐다는 거죠?
◇ 안수진 : 박 씨는 본인을 전직 목사의 사모이자 하나님의 일꾼이라면서 나는 하나님이 주신 차트로 매매하기 시작했더니 해외 선물 고수가 되었다 나는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환상으로 해외 선물 안전 투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라는 등 일반적인 투자 논리가 아니라 주식 투자 자체를 신의 계시 환상과 같은 종교적 언어로 포장한 점이 이 사건의 특이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이원화 : 지금 방송 듣고 계신 분들은 아마 그걸 믿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실 것 같거든요.
◇ 안수진 : 저도 처음 사건을 접하고 동일한 생각을 했었는데요. 가스라이팅 범죄의 무서움이 바로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가스라이팅 범죄에 노출된 사람들을 만나보면 심리적으로 취약한 계층들도 있지만 소위 엘리트로 불리는 집단도 다수 있습니다. 오히려 잃을 게 많은 사람일수록 개개인의 약점을 파고드는 것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박 씨는 전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하고 있던 한 피해자에게 집에 귀신이 있어서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거니까 기도하고 순종해야 된다. 나한테 투자해야 전 남편이 때리고 돈을 뺏아가는 것을 멈춘다라고 속여서 무려 22억 원가량을 편취하였습니다.
◆ 이원화 : 22억 원이요. 정말 만만치 않은 액수인데요.
◇ 안수진 : 그렇습니다. 현재 박 씨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한 6명 사람들의 피해액은 합계 49억 원에 달하고, 그중에서는 카드론이나 제2 제3금융권으로부터 대출까지 받아가며 박 씨에게 투자금을 조달한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이원화 : 한두 푼도 아니고 심지어 빚까지 냈다 이러면 이거 어떻게 되는 건가요? 만약 재판을 통해 사귀었다 인정된다고 해도 이 돈은 빌린 본인이 갚아야 되는 거죠.
◇ 안수진 : 원칙적으로는 대출 명의인이 변제해야 되는 것이 맞겠습니다. 다만 사기 혐의가 인정된다면 추후 가해자에게 민사상 구상권을 행사할 여지는 있겠는데요. 그때 가해자가 이미 재산을 다 빼돌렸다거나 전부 소진한 경우라면 실질적인 회수는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 이원화 : 이상한 낌새가 전혀 없었을까 계속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안수진 : 박 씨의 범행 수법을 좀 살펴봐야 될 것 같은데요. 박 씨는 피해자들 각각에게 거짓말을 퍼뜨려서 서로를 의심하게 하기도 하였고, 이로써 피해자들이 사로 상호 정보 교환을 하거나 협심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였습니다. 심지어는 일부 피해자가 박 씨의 범행 사실을 알리니까 박 씨는 해당 피해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역고소를 하였습니다.
◆ 이원화 : 이 역고소한 사건은 어떻게 됐습니까?
◇ 안수진 : 결과에 대해서는 별도로 알려진 바가 없지만 현행법상 사실을 적시하여도 명예훼손죄는 성립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이 문제가 되었을 수는 있겠고, 다만 공공의 이익을 위함이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었다면 위법성 조각 사유로 기능하였을 여지는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형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등 이 일련의 과정에서 크나 큰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 박 씨는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해서 서울에 소재한 좋은 호텔에 장기간 투숙을 하고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본인을 포장하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허위의 투자 회사를 설립해 경기도 고양에 사무실을 차리기까지 하였습니다.
◆ 이원화 : 이 유명한 사기 사건들이 막 떠올라요. 기시감이 드는 그런 장면입니다. 변호사님 저희도 이런 사건 많이 봤습니다만 번듯한 사무실이 있다고 해서 돈을 잘 벌거나 믿을 만하다 이렇게 보면 안 되는 거잖아요.
◇ 안수진 : 물론입니다. 이는 전부 실제로 큰 수익을 내고 있다는 착시 효과를 유발하는 범행 수단에 불과합니다. 더불어 박 씨는 본인이 유명 증권사에 스카우트 되었다라는 얘기도 피해자들에게 마치 본인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처럼 전달하였습니다.
◆ 이원화 : 당연히 거짓말이죠?
◇ 안수진 : 네 전부 거짓말이었습니다.
◆ 이원화 : 해당 증권사에서 법적 절차를 좀 밟아줬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요.
◇ 안수진 : 해당 증권사 입장에서는 회사의 명예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별도로 법적 대응을 고려할 수도 있겠고, 아니면 박 씨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본인들과는 박 씨가 전혀 관계가 없다는 증거를 수사 기관에 전달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수사에 협조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그래서 이 여성 구속은 됐나요?
◇ 안수진 : 아직 구속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경찰은 박 씨에 대해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의 사기, 유사수신 등의 혐의로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 이원화 : 들으시는 분들께서 사기는 어떤 범죄인지 잘 아실 것 같은데,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이거는 뭘 말하는 거죠?
◇ 안수진 : 법령에 따른 인가 또는 허가를 받지 않았거나 등록 또는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원금을 보장해 주겠다거나 고수익이 발생한다라는 조건을 내세워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경우입니다.
◆ 이원화 : 최종적으로 기소가 돼 재판으로 간다고 하면 쟁점은 뭐가 될까요? 검찰 측에서 혐의 입증을 위해 특히 신경 써야 할 대목은 뭐라고 보세요?
◇ 안수진 : 무엇보다도 이 사건의 경우 종교적 표현이 기망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라는 점에서 검찰에서는 박 씨의 언행이 단순한 신앙의 표현이 아니라 기망 행위였다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집중해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그리고 사실 이 사람이 자기는 정말로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이 아니었다 이런 주장도 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분을 또 재판부에서는 어떻게 판단을 할지 이 부분도 저희가 한번 좀 살펴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나 싶지만 비슷한 사례들이 정말 많죠.
◇ 안수진 : 박 씨의 사건 이전에도 유사한 사례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2017년경 투자 연구소를 세우고 하나님이 감동과 계시를 줘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투자는 헌금이다라는 등의 발언을 통해 150여 명으로부터 투자금 200억 원을 받은 목사와 연구소 상담 팀장이 사기 및 범죄단체 조직죄 등의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고 그 일당 18명이 입건되었는데요.
◆ 이원화 : 그 일당 18명이라고 하니 굉장히 큰 조직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 안수진 : 해당 목사는 편지액이 30억 원으로 특정이 되어서 재판에 넘겨진 뒤 1심에서 징역 6년이 선고되었고, 항소심에서도 이와 같은 형량이 유지되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종교나 무속인에 의한 범죄 같은 경우 일반적인 사기와 달리 기망 행위를 인정받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까다롭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잖아요. 어떤 점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거죠?
◇ 안수진 : 종교나 무속 행위는 어디까지가 신앙이고 어디서부터 사기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면이 있습니다. 대법원에 의하면 무속 행위의 대가가 전통 관습 종교 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 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이 한계에 대한 기준점이 명확히 설정되어 있지 않다 보니 무속 행위가 실제로 효과를 보지 못했더라도 곧바로 기망 행위로 인정받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기도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을 때 이를 단순한 기도비로 해석할지 기망에 따른 사기 피해액으로 해석할지는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
◆ 이원화 : 관련해서 정부에서 가스라이팅에 따른 의사 표시를 취소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하던데 어떤 의미가 있는 내용인지도 전해주시죠.
◇ 안수진 : 올해 2월 법무부는 부당한 간섭에 의한 의사 표시 조항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습니다. 법무부는 위 개정안에 대해서 기존의 착오 취소나 사기 강박에 의한 취소 규정으로는 보호하기 어려웠던 공백을 보강하기 위해 부당 위압의 법률을 도입하고자 한다라며 입법 취지를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종교적 우위를 이용해서 투자금 내지 헌금을 교부할 것을 강요하는 등의 행위가 있을 경우 피해자에 대한 권리 구제의 폭이 넓어지고 종교적 가스라이팅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길 기대합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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