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5년 9월 10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동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오늘 소개해 드릴 이 사건은 어쩌면 이게 정말 현실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아니 심지어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믿기 힘든 그런 사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정이 막 지났을 무렵 부천의 한 비디오 가게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소방대원들이 급히 출동했고 다행히 화재는 신속히 진압됐죠. 현장을 살피던 소방대원들 눈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한 남성의 시신이었습니다. 여기까지 듣는다면 화재를 채 피하지 못한 피해자 아니었을까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의 형태는 절대 화재 현장에서 나올 수 없는 형태였죠. 온몸이 붕대와 테이프로 감겨 마치 미라 같았고 바닥은 피로 흥건했습니다. 경찰은 수사 끝에 유력 용의자를 한 명 특정했는데 그 용의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황당하기 짝이 없었죠. 그는 고인이 보험금을 위해 폭행을 시켰다 주장하며 그 과정을 담은 증거 영상이 있다 밝혔습니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실제 비디오가 존재했죠. 그런데 문제는 비디오에 담긴 내용이었습니다. 그날 부천의 그 비디오 가게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김동현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동현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김동현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저는 이 사건 이번에 방송 준비하면서 처음 알게 됐거든요. 이런 기괴한 일이 대한민국에 있었구나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 김동현 : 네 이 사건은 정말 믿기 힘든 충격적인 사건인데요. 1998년 3월 2일 새벽 경기도 부천의 한 비디오 가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시작됩니다. 119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급히 현장에 도착해 불을 진압했습니다.
◆ 이원화 : 다친 사람은 없었나요?
◇ 김동현 : 안타깝게도 화재 현장에서 1명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바로 그 비디오 가게 주인이었던 30대의 남성 김 모 씨였습니다.
◆ 이원화 : 가게에 남아 있다가 미처 불을 피하지 못했던 모양이로군요.
◇ 김동현 : 불을 피하지 못했던 것은 맞지만 우리 예상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발견되었습니다. 단순히 화재로 인한 사망이라고 보기에는 시신의 상태가 매우 참혹하고 기이했습니다.
◆ 이원화 : 어떻게 기이했다는 거죠?
◇ 김동현 : 시신은 마치 영화에 나오는 미이라처럼 온몸이 붕대와 테이프로 꽁꽁 묶인 상태였습니다. 외관상으로도 안면부 함몰과 전신 다발성 골절이 확인되었고 부검 결과 둔기로 무수히 구타당해 살해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바닥은 피로 흥건했습니다. 이에 경찰 현장 감식반은 화재 현장에서 나올 수 없는 시신의 형태를 보고 살인 사건이라고 심증을 가지고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경찰은 처음에는 피해자의 아내를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했습니다.
◆ 이원화 : 부인과 사이가 안 좋았었나요?
◇ 김동현 : 피해자 김 씨가 머리에 상해를 입으면 8천만 원, 범죄 등으로 사망하면 4억 원을 받을 수 있는 생명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 씨의 아내는 남편이 생명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었고, 범행 당시 확실한 알리바이도 입증되어 혐의점이 없었습니다. 보험금을 노린 강도 살인으로 보기도 어려웠습니다. 단순히 금품을 노린 강도였다면 왜 굳이 오랜 시간 동안 피해자의 몸을 붕대와 테이프로 싸매고 잔인하게 구타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주위에서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는 점도 의문이었습니다. 더욱이 화재 진압 과정에서 물이 뿌려져 지문이나 족적 등 범인의 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수사는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다가 경찰은 피해자 주변 인물에 주목했고, 마침내 유력한 용의자 1명을 특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피해자 김 씨의 고향 후배로 몇 년 전부터 김 씨의 비디오 가게 일을 도우며 가게 주인 부부 집이 옥탑방에 살던 임 모 씨였습니다. 임 씨는 처음에는 사건이 나던 시간에 혼자 잠을 자고 있었다며 범행 사실을 적극 부인했습니다.
◆ 이원화 : 언뜻 듣기엔 말씀해 주신 것처럼 오래, 그리고 친하게 지냈던 사이이기 때문에 그렇게 잔인한 범행을 저질렀다 이해가 잘 안 가는데, 혹시 수사 과정에서 납득할 만한 정황 같은 게 나왔었나요?
◇ 김동현 : 수사 과정에서 임 씨의 숨겨진 동기가 드러났습니다. 임 씨는 김 씨 부부와 함께 살면서 김 씨가 아내에게 함부로 대하고 폭행하는 것을 보며 김 씨에 대한 실망과 미움, 혐오감을 키워왔다고 진술했습니다. 임 씨는 형수를 마치 천사처럼 아름답고 착한 사람으로 생각하며 연심을 품고 있었고, 심지어 피해자 부부에 거실과 안방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일거수일투족을 훔쳐 보기도 했습니다. 결국 임 씨는 처음에 진술을 번복하고 자신이 김 씨를 구타한 것은 맞지만 자신이 살해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 이원화 : 아니 그런데 애초에 폭행은 어떻게 하게 된 거죠?
◇ 김동현 : 이 부분이 참 놀라운데요. 임 씨의 주장에 따르면 갑자기 들이닥쳐서 폭행한 것이 아니라 사망한 비디오 가게의 주인 김 씨와 용의자 임 씨가 합의 하에 폭행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비디오 가게 주인이 나 좀 때려달라 부탁이라도 했다는 건가요?
◇ 김동현 : 네 그렇습니다. 임 씨의 자백에 따르면 비디오 가게 운영이 어려워 빚을 지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 씨가 후배 임 씨에게 강도를 위장해 보험금을 타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김 씨가 가입한 생명보험을 이용해 보험 사기를 계획했습니다. 머리에 상해를 입히되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후유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보험금이 성공적으로 지급되면 임 씨에게 그 3분의 1을 사례금으로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 비디오로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용의자 말만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거 아닙니까? 사실 납득하기 쉬운 내용도 아니잖아요.
◇ 김동현 : 맞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인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용의자 임 씨가 이 과정을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가 있다고 경찰에 이야기한 것입니다.
◆ 이원화 : 비디오요? 그러니까 서로 합의하에 이런 일을 하는 거다라는 그 장면을 영상으로 남겨놨다는 이야기인가요?
◇ 김동현 : 네 그렇습니다. 임 씨의 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실제 범행 과정이 고스란히 녹화된 비디오 테이프가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이 이 비디오를 보게 되었는데 모두 경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디오의 초반부에는 임 씨가 김 씨의 온몸을 붕대와 테이프로 감싸고 김 씨에게 아프지 않게 빨리 끝낼 테니 걱정 마세요. 조금만 참으세요 형님이라며 정중하고 고분고분하게 존칭을 사용하는 등 두 사람 간의 계약 내용을 확인하며 합의 하에 범행을 진행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임 씨가 몽둥이를 몇 차례 휘두른 뒤 화면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갑자기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임 씨의 행동과 표정, 말투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린 것입니다. 싸늘하고 매우 빠른 어투의 반말채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섞으며 잔인하고 공격적인 말들을 내뱉기 시작했습니다.
◆ 이원화 : 자신을 악마라고 했다고요?
◇ 김동현 : 임 씨는 비디오 속에서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난 쉐도우다 내 나이가 몇인 줄 아느냐 난 3천살 먹은 악마다 너 같은 놈이 이해하지 못한 위대한 수천 년 전부터 널 응징하기 위해서 기다렸다 라고 외치며 이해하기 힘든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몽둥이와 옆에 있던 돌덩이를 들고 김 씨의 얼굴을 무자비하게 내리찍어 살해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임 씨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악마처럼 변해 마구 공격을 휘두르던 모습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비디오를 보고 임 씨에게 보여주자 머리를 쥐어 뜯으며 고통스러워하는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게 만일 영화였다면 놀라고 말 일이지만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저희 같은 입장에서는 이런 다중 인격 주장을 법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될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 이원화 : 그러니까요. 무슨 빙의 같기도 하고요. 다중 인격을 결국에는 주장을 하는 건데 이걸 법적으로 어떻게 풀 것인지 뭐 심신미약이라든지 더 나아가서 그 사람을 죽인 건 내가 아니다 해버리면 이걸 심신상실로까지 볼 수 있을지 이 부분이 관건이다 싶은데요. 일단 이런 판례가 있습니까?
◇ 김동현 : 네 다중인격 주장과 형사 책임의 문제는 법조계에서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쟁점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중 인격 장애를 주장하는 사건은 종종 있었지만 실제로 법원에서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으로 인정받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하지만 해외에 특히 미국에서는 유명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빌리 밀리건 사건입니다. 1977년 연쇄 강간 혐의로 기소된 빌리 밀리건은 자신의 몸에 24개의 인격이 산다고 주장했고, 어린 시절 끔찍한 아동 학대로 인해 이런 인격들이 생겨났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습니다. 결국 그는 범행 당시 다중 인격 상태였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고 치료 감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다중 인격의 존재 여부와 법적 책임에 대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 이원화 : 저도 기억을 더듬어 보면 살인을 해놓고 다중 인격이다 주장한 케이스는 몇몇 떠오르는데 심리 분석을 해보면 실제 다중 인격 장애가 아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거든요.
◇ 김동현 : 네 말씀하신 대로 한국에서는 다중 인격 주장이 심리 분석 결과 거짓으로 밝혀지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다중 인격 주장이 범행을 모면하기 위한 시도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만약에 심리 분석 결과 진짜 다중 인격이 맞다, 장애가 있다, 모든 전문가가 한 목소리를 낸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을까요?
◇ 김동현 : 만약 그렇다면 법적인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리성 정체감 장애가 매우 심각하여 주의 인격이 범행 당시의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거나 통제할 수 없었다는 것이 명확하게 입증된다면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습니다. 심신상실로 인정될 경우 형사 책임 능력이 없다고 보아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고, 심신미약으로 인정될 경우 형이 감경될 수 있습니다. 빌리 밀리건 사건의 경우처럼 법원에서 치료 감호 명령을 내리면서 사실상 처벌 대신 치료를 우선시하는 판결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전문가들의 만장일치 의견과 그에 따른 법원의 인정은 극히 이례적이고 어려운 일입니다.
◆ 이원화 : 오늘 살펴본 이 사건의 용의자는 어땠습니까? 진짜 다중 인격 장애를 갖고 있었던 건지 궁금한데 법원의 판단이 결국 어떻게 내려졌을지 이게 관건일 것 같거든요.
◇ 김동현 : 이 사건의 용의자 임 씨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렸습니다. 일부에서는 환청, 환시 등 망상 증세를 보이는 정신분열병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냈고, 어떤 전문가들은 악령이 빙의한 것 같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다중 인격 장애의 소견이 보인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법원에서는 임 씨의 다중 인격 주장이나 정신적 질환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임 씨가 처음부터 김 씨를 살해하기로 계획하고 이를 꾸민 살인 행위에 대해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임 씨는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현재까지 교도소에서 복역 중입니다.
◆ 이원화 :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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