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날짜 : 2025년 9월 7일 (일요일)
■ 진행 : 김영민 아나운서
■ 대담 : 서울대학교 국악과 안나 예이츠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김영민 아나운서 (이하 김영민) : 호기심은 때론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된 무대를 보고 피어난 작은 호기심이 한 사람의 인생을 한국으로 또, 판소리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정치학을 공부하던 학생의 호기심이 국악 연구자이자 판소리꾼으로 꽃피운 이야기를 들어볼까 하는데요. 서울대학교 국악과 안나 예이츠 교수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시죠.
◇ 서울대학교 국악과 안나 예이츠 교수 (이하 예이츠) : 네, 안녕하세요.
◆ 김영민 : 반갑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 주신다면요?
◇ 예이츠 : 네, 안녕하세요. 저는 안나 예이츠라고 하고요. 제가 인류 음악학 비주를 연구하고 있고 서울대학교 국악과에서 부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 김영민 : 반갑습니다. 이름이 안나 예이츠, 외국인이면 뭔가 생소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디서 오셨고, 어쩌다가 한국에 오셨는지 간단하게 청취자분들께 설명을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예이츠 : 네, 저는 일단 독일에서 태어났고요. 국적은 독일도 있고 영국도 있고, 이중 국적이죠. 한국에 온 이유는 이번에 서울대에서 일하기 위한 것이 제일 큰 이유인데요.
제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렇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판소리를 처음 보고 판소리에 대한 호기심이 갈수록 커지니까 결국은 연구했던 정치학을 버리고 인류 음악학 방식으로 판소리를 계속 연구하면서 박사 학위도 받았습니다. 판소리라는 것을 연구하면 실제적으로, 실기적으로 접근하면 연구에 도움이 되니까 같이 연주도 하면서 판소리를 배웠고 그 연구와 접근을 11년 이상 해오면서 한국과의 인연이 계속하고 있습니다.
◆ 김영민 : 판소리에 대한 호기심이 결국에는 시간이 흘러흘러 저희가 만나는 이 인연을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참 고마운 판소리인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오셨는지 재미난 이야기를 앞으로 들려주시면 될 것 같아요. 앞서서 잠깐 얘기를 하셨는데, 판소리는 그냥 단순 호기심이었고 원래는 정치학을 전공하셨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 학문적 히스토리를 들려주신다면요?
◇ 예이츠 : 학부 때는 인류학을 전공했다가 중간에 문화 정책에 관심이 생겨서 석사 때는 정치학을 전공하게 됐는데 그때 학점이 모자라서 들었던 동아시아 전통 음악에 대한 수업에서 판소리를 처음 알게 됐었고요. 공연장에서, 현장에서 보니까 반해버리고 그다음에는 전공을 다시 한 번 바꾸고 인류 음악학으로 판소리를 지금까지 연구해 오게 되었습니다.
◆ 김영민 : 인류 음악학으로 전공까지 바꿀 정도로 판소리 공연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는 말을 해 주셨는데, 어땠길래 그렇게나 인상적이었을까요? 굉장히 낯설고, 저라면 외국의 전통 음악 공연을 봤을 때 그렇게까지 큰 울림과 감명을 느낄 수 있을까 싶기도 하거든요. 어떠셨어요?
◇ 예이츠 : 제가 그때는 한국어도 제대로 못 했어요. 석사 과정 때 한 6개월밖에 안 배웠어서 언어적으로 이해는 전혀 되지 않았는데, 그냥 그 소리의 표현력 자체가 너무 강하니까. 사실 자막이 있었는데 자막을 보면 공연자를 못 보게 되니까 그 시간이 아까워서, 그리고 사실은 그냥 그 소리 자체로, 그리고 그 공연자의 몸짓으로만 무슨 이야기인지는 감이 오니까. 그래서 그냥 공연에만 이렇게 심취하게 됐었고, 결국은 그런 힘이 갖게 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서 결국은 전공도 바꾸고 연구를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 김영민 : 인류 음악학으로 전공을 바꾸셨는데, 논문을 쓰기 위해서 한국에 찾아와서 인터뷰한 국악인들이 60명이 넘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통찰을 얻을 수 있는지도 궁금하고고 또 어떻게 직접 하게 되셨는지 그 과정도 궁금해요.
◇ 예이츠 : 일단은 소리 하시는 분들 인터뷰하면서 느끼는 점이 일단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일단 소리하시는 분들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인터뷰들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능력을 갖고 계시니까.
◆ 김영민 : 스토리텔러들이잖아요.
◇ 예이츠 : 그 부분이 일단은 너무 재미있었고요. 두 번째는 너무 존경하게 됩니다. 그분들이 많은 노력을 해서,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서 ‘그래도 나는 소리 할 거야’ 이렇게 결정하는 그런 그 힘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 김영민 : 특히나 기억에 남는 명창과의 만남이나 스토리도 있으세요?
◇ 예이츠 : 일단은 제 선생님의 스승이셨던 故박송희 선생님 흥부가 보유자셨는데요. 제가 인터뷰했을 때 판소리 근대 역사에 인상적인 순간에 다 계셨거든요. 여성국극이 작년에 화제 됐는데 여성국극도 하셨고 일제강점기 때 공연도 하면서 돌아다니셨고, 정말 옛날 명창들을 다 만나셨는데요. 그런 경험들을 들으면서 정말 살아있는 역사를 만나고 있다 그리고 역사의 인간적인 모습, 그래서 이 스승이 돌아가셨을 때 마지막 인사를 못하셨거든요. 그 슬픈 그런 기억을 담아서 단가 하나 만들었어요. 인생 100년이라고. 그래서 박승희 선생님의 제자들이 모두 다 이렇게 부르는 단가인데 그 인터뷰를 하면서 그 이야기를 하고 그 슬픈 마음을 담으면서 이 인생 100년을 직접 부르셨어요. 정말 소름도 돋고 그때가 제일 인상적인 순간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김영민 : 감정이 그 순간에 노래로 표현되는 걸 목격하셨으니까 너무 감동적이셨을 것 같아요. 늦게 시작했고 외국인이고 하다 보니까 ‘내가 소리를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드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어렵지 않으셨어요?
◇ 예이츠 : 일단 저는 항상 이 국악이 어렵다는 부분을 강조하는 점에 살짝 조심스러워요. 왜냐하면 이미 국악이 어렵다는 선입견이 너무 많이 존재하니까. 누구든 무엇을 잘 하고 싶으면 극복해야 되는 어려움이 당연히 있겠지만 반대로 어떤 부분들이 잘 해낼 수 있었냐 아니면 어디서 위로를 받았냐, 저는 저기서 집중하려면 박승희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었거든요. 제가 처음에 만났을 때 이미 나이가 구순이 되셨어요. “나는 나이가 90인데 이제는 판수리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 것 같다. 그런데 몸이 안 따라간다”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어떤 면에서 살짝 겁을 줄 수는 있죠. 일단 90까지 노력을 해야 뭔가 해낼 수 있는 건가에 대한. 그런데 반대로 시간이 남았구나. 아직. 잘 안 해도 되겠다, 아직은 적어도 90까지 시간이 남았으니까. 그렇게 스스로 많이 위로하기도 합니다.
◆ 김영민 : 할수록 어렵고 할수록 더 알아가야 될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들 것 같아요.
◇ 예이츠 : 그렇죠. 너무 몰라서 그냥 하는 건데 갈수록 어떤 부분에 주의해야 되는지도 알게 되고 또한 이 인생을 살면서 달라지는 부분들도 있어요. 왜냐면 이미 쌓아왔던 그 경험이 다 소리 안에 들어가잖아요. 제가 8년 전에 이별가로 이렇게 공연했을 때, 젊었을 때 20대 불렀던 이별가와 30대 불렀던 이별가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런 면도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 김영민 : 언어적으로 안 힘드셨어요?
◇ 예이츠 : 제가 연습실에 있으면서 저희 선생님 다른 제자인 초등학생이 한 명이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는데, 중간에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너 혹시 무슨 말인지 알면서 부르고 있니?” 물어보니까 “몰라요!” 이렇게 대답했어요. 그때 한국 사람들도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전혀 모르면서 이렇게 시작하는 거구나. 이런 큰 깨달음이 있었던 순간이었어요.
◆ 김영민 : 그러네요. 하다 보면 또 늘고 처음부터 너무 장벽이 크게 느껴지면 시작하기가 어려우니까 일단 해보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유럽 판소리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셨다는 것도 제가 전해 들었는데요. 기분 엄청 좋으셨을 것 같아요.
◇ 예이츠 : 당연히 상을 받으면 기분이 안 좋은 사람이 없겠는데, 저는 오히려 선생님 제안으로 나가게 됐는데 저만 해외에 이렇게 오는 사람이었고 다른 분들 다 프랑스 사람들이었어요. 저희 선생님이 매해 1년에 한 번씩 가서 가르치는 그런 제자들이었는데 1년에 한 번씩 2주 동안만 만나고 혼자서 열심히 막 배웠던 것을 복습하면서 배웠던 사람들이 결국 대회에 나가게 되고 사실은 불공평했죠. 저는 학원에 거의 살다시피 이렇게 1년 동안 이렇게 보냈는데. 그래서 그 부분은 미안한 마음도 있으면서 이런 열정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 김영민 : 그러니까요. 그런 거 보면 환경은 중요하지 않고 의지와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하다는 거를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판소리의 길을 계속 걸어오신 끝에 지난 2020년, 만 31살의 나이에 서울대 국악과 교수로 임용이 되셨습니다. 어떠셨어요? 처음 그 순간이 기억나세요?
◇ 예이츠 : 너무 행복했죠. 일단 서울대라고 하면 이 국악과로 한국에서도 제일 오래된 국악과가 되기도 하고 너무 훌륭한 교수님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게 너무 영광스럽고 저한테도 연구자로서 이 자리에 있으니까 할 수 있는 연구가 훨씬 많아지고 배울 수 있는 기회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리고 학생들도 다 너무 열정적이잖아요. 서울대니까 얼마나 노력을 해서 들어왔는데. 그런 열정적인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도 너무나 좋은 경험이라서 항상 행복하고 고맙습니다.
◆ 김영민 : 개인적인 궁금증인데, 학자로 연구하실 때랑 소리 하실 때랑 가르칠 강단에 있을 때 셋 중에 언제가 가장 재밌고 행복하세요? 그 각각의 정체성이 다 다를 것 같아요.
◇ 예이츠 : 그렇긴 하죠. 근데 다 서로의 행복은 있긴 해요. 가끔 강의가 너무 잘될 때는 진짜 나 잘하고 있다는 만족감도 있고 소리를 할 때는 쏟아낼 수 있는 행복도 있고 정말 호기심에 사는 것 같아요. 뭔가 새로운 주제 하나 발견하면 완전히 흥분도 하고. 여기서도 연구할 수 있겠구나. 그렇게 각각의 행복이 있어서 뭐가 제일 큰 행복인지는 판단하기가 어렵네요.
◆ 김영민 : 그럼 결국에는 셋 다 각자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가장 좋다고 얘기하기 어렵다. 모든 것이 다 행복하기 때문에 정말 교수로서 늘 행복하실 것 같아요. 연구하실 때도 그렇고 가르치실 때도 그렇고. 보통 수업할 때 학생들한테 특히 강조하는 부분이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세요?
◇ 예이츠 : 특히 경험이 너무 중요하다고, 그래서 경험도 최대한 다양하게 해야 된다. 일단 저희 국악과 학생들도 여기 세계가 계속 달라지고 있으니까 많은 경험을 해야 또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요. 제가 교류 학생도 많이 가르쳐요. 한국 음악을 소개하는 그런 수업에서 나가서 공연을 많이 봐라. 한국에 왔는데 현장에서 보는 그 느낌이 다르다. 그런 식으로 결국은 어떤 학생이든 경험을 많이 해봐라를 제일 많이 주장하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어요.
◆ 김영민 : 그리고 얼마 전에 학위 수여식에서 졸업생들에게 ‘호기심을 잃지 말고 지금까지 해온 노력을 믿으라’ 이런 메시지를 또 전하셨는데, 아까 전에도 그렇고 이 호기심이라는 단어가 계속 나오는 것 같거든요. 교수님에게 호기심이란?
◇ 예이츠 : 호기심은 생명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걸로 이 인생에 대한 즐거움을 항상 다시 한 번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 김영민 : 그렇군요. 그러면 오늘 방송에 출연하기를 결심하신 것도 호기심이셨나요? 호기심이 잘 해소가 되는 좋은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판소리 연구하는 독일인 학자이자 소리꾼 서울대학교 국악과 안나 예이츠 교수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저희가 출연해 주신 분의 추천곡을 듣고 있거든요. 혹시 어떤 추천곡 있으세요?
◇ 예이츠 : 서도밴드의 이별가입니다. 제가 상 받았을 때 그 노래로 상을 받았거든요. 이번에 살짝 재해석된 버전으로 한번 들려드리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 곡을 한번 추천했습니다.
◆ 김영민 : 서도밴드의 이별가 듣고 다시 돌아오도록 하죠. 뭔가 현대적인 느낌이 드는 그런 곡이었는데요. 뭔가 저는 요즘 국악은 뭔가 세련되고 트렌디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되게 기분 좋게 들었는데, 소리를 하시는 입장에서는 이런 국악의 현대화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더라고요.
◇ 예이츠 : 저는 일단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국악을 개인 취향에 맞게 향유할 수 있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정말 전통을 좋아하고 전통 위주로 활동하고 싶은 사람이 전통만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고 새로운 시도하고 싶은 분들이 재미있는 시도도 많이 할 수 있으면 일단은 향유층도 다양하게 생기고요. 다양하게 향유해야 문화도 오래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서 저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으로 봐요. 그런데 퓨전만 있으면 안 되죠. 그리고 퓨전을 국악으로 오해하면도 안 되고. 퓨전도 있고 국악도 있고 여러 가지 창작품이 있는데 다 같이 공존하는 그런 음악 시장이 됐으면 좋겠어요.
◆ 김영민 : 뭔가 희망적으로 바라보면 그렇게 볼 수 있지만 자칫 비판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는 이런 퓨전 국악이 주류가 되면 아주 전통적인 우리 고유의 소리의 파이가 작아지는 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우려는 없나요?
◇ 예이츠 : 있죠. 이게 확실히 지원이라든가 방송에서 보면 그 분량이 대부분은 퓨전에 가는 게 확실하긴 해요. 이 부분도 주의해야 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중간에 제가 국악 팬들을 연구한 적이 있거든요. 많은 분들이 퓨전을 처음 듣다가 갈수록 전통에 빠졌다고 하시는 분들이 확실히 있기는 있어요. 그래서 그런 역할도 부인할 수 없고, 이 단계에만 머물지 않게, 그런 부분은 방송이나 이렇게 국악 보존을 위해 활동하시는 분들이 다 같이 협조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영민 : 저도 뭔가 퓨전곡을 들으면 원곡은 뭘까 궁금해질 것 같거든요. 좋은 방향으로 국악이 사랑받을 수 있는 그런 시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수님에 대한 얘기도 나눠볼까 해요. 어쨌든 서울대 국악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뭐랄까요? 대표적인 대학에서 가장 우리나라와 친숙한, 전통적인 학문을 가르치고 계시잖아요. 외국인이시기 때문에 겪는 애로사항은 없으실까요?
◇ 예이츠 : 저는 운이 좋게 제 전에 외국인 교수님이 계셨거든요. 힐러리 핀첨 성 교수님이 계셨는데 생길 수 있는 많은 어려움을 미리 제거해 주셔서 제가 아주 편하게 이렇게 다닐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국악을 실제로 가르치는 것은 아니고 인류 음악학 위주로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보니까 이 학문은 사실 아직까지 한국에 잘 존재하지 않아요.
◆ 김영민 : 저도 생소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 예이츠 : 네, 해외에서도 주류는 아니거든요. 제가 외국인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뭔지 생각해 보면 여기서 이러한 연구 방법들이 있다고 소개하는 역할에 제가 서면 그래도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식으로 최대한 잘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 김영민 : 여전히 ‘국악을 하는데 외국인이네?’ 하는 그런 편견 선입견 여전히 있을 것 같기도 해요. 그런 시각들, 생소하게 느끼는 시각들이 서운하거나 불편하진 않으세요?
◇ 예이츠 : 오히려 대부분 사람들에게 ‘우리도 관심을 잘 갖지 않은 이 문화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더 많이 들어요. 그리고 저 말고도 올해 최초로 이렇게 외국인이 가야금 병창 이수자가 되셨거든
◆ 김영민 : 네 저도 봤습니다.
◇ 예이츠 : 그러한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다른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저는 프로 소리꾼이 아니거든요. 제 나이대의 소리꾼과 한 15년 정도의 경력 차이가 있으니까 당연히 그만큼은 못하는데, 저는 그거를 시간문제로 보고 외국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시간만 충분히 주면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저 말고도 다른 선생님들이 잘 증명하고 계시니까 그만큼 노력해 보려고요.
◆ 김영민 : 오히려 그런 특이함이 특별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으니까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여러 가지 판소리 대목이 있잖아요. 그중에서 교수님께서 가장 좋아하거나 애정이 가는 대목도 있으신가요?
◇ 예이츠 : 어려운 점이 뭐냐 하면 판소리라는 것이 보통 희로애락이 다 담겨 있다고 하는데 그 날에 어떤 느낌을 느끼는지에 따라서 감정이 따라가는 대목을 고르게 되더라고요.
화날 때 잘 듣는 대목도 있고 행복할 때, 기분이 좋을 때 듣는 대목도 있고. 요즘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에 따라 매력을 느끼게 되는 거예요. 요즘 단가 만고강산을 배우고 있는데 가사, 판소리에서는 사설이라고 하거든요. 그 사설이 너무 아름다워요. 잠든 구름을 내가 깨우겠다고 막 이렇게 하는 정말 시 같은 그런 표현들이 많이 들어가 있으니까 그걸 부를 때 느끼는 만족감이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만고강산인데 내일은 또 뭐가 될지 잘 모르겠어요.
◆ 김영민 : 혹시 제가 한 소절 청하면 실례가 되려나요?
◇ 예이츠 : 제가 배운 지 얼마 안 돼서 자신 있게 부를 수 없거든요. 그냥 심취만 하고 있고 아직 그 심취의 느낌을 다른 사람한테 전달할 수 있는 자신이 없어요.
◆ 김영민 : 혹시 나중에 통달하게 되시면 저희 방송에 한 번 더 나와주시면 좋겠습니다.
◇ 예이츠 : 그 대목을 추석 때 남산골 한옥마을 에서 추석 때 월드 판소리 페스티벌에서 공연할 거거든요. 그때 오시면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영민 : 알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도 꼭 가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 오늘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서울대 국악과의 안나 예이츠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저는 너무 즐거웠는데 어떠셨어요?
◇ 예이츠 : 너무 재밌었어요.
◆ 김영민 : 다음에 또 모시도록 하고요. 오늘은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 예이츠 : 네, 감사합니다.
◆ 김영민 :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YTN 라디오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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