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5년 9월 09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동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지난 2014년 육군에서 복무 중이던 윤일병이 냉동식품을 먹다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당시 군 당국에선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기도 폐색으로 사망했다 발표했죠. 하지만 이후 드러난 사건의 진실은 군 당국이 밝힌 그것과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아니 달랐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였죠. 경기도 연천 육군 28사단 예하 포병대대에서 근무하던 윤일병은 2013년 말부터 약 4개월 동안 이어진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 행위로 2014년 4월 결국 숨졌습니다. 그리고 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은 사망 후 석 달이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졌죠. 당시 윤일병의 몸은 피멍으로 가득했으며 갈비뼈는 무려 14곳이나 부러진 상태였다고 하죠. 보통 누군가가 사망했을 때 이런 상태였다면 혹시 폭행이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부터 해야 하는 게 상식일 텐데요. 당시 군에선 윤일병 사망을 그저 질식사로 발표했습니다. 이게 정말 그럴 수도 있는 일인 걸까요?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지도 올해로 어느덧 11년이 되었습니다.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과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은 끝이 났지만 유족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인권위에 윤일병 사인이 조작됐다는 의혹, 그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안건이 올라와 있기 때문인데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김동현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동현 변호사(이하 김동현):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김동현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발생한 지 11년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진실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듯해 참 답답하기만 한 그런 사건인 것 같습니다. 윤일병 사망 사건 아마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실 것 같거든요. 변호사님도 기억나시죠?
◇ 김동현 : 네 기억합니다. 윤일병 사망 사건은 2014년 4월 7일에 발생했습니다. 대한민국 육군 제28보병사단 포병여단 977포병대대 의무대 소속 윤승주 일병이 선임 병사들의 집단 구타로 사망한 사건입니다. 당시 군 당국은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기도 폐색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진실은 그게 아니었죠?
◇ 김동현 : 진실은 군 당국의 발표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사건 발생 약 3개월 만인 그해 8월에야 선임병들의 구타와 고문에 의한 살인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윤일병의 사인은 처음 발표됐던 기도 폐색에 의한 뇌 손상이 아닌 구타로 인한 속발성 쇼크사로 변경되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왜 군에서는 질식사라고 발표했을까요? 뭔가 사건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 의심할 만한 정황이 전혀 없었던 건가요?
◇ 김동현 : 초기 군 당국이 질식사라고 발표한 배경에는 가해자들의 조직적인 은폐 시도가 있었습니다. 가해 병사들은 사건 직후 서로 말을 맞춰 냉동식품을 먹다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고 주장했고, 심지어 사건 다음 날에는 증거 인멸을 위해 윤일병 관물대를 뒤져 수첩 2권을 찢어 버리기도 했습니다. 목격자 김 일병에게도 함구하도록 압박했습니다. 당시 군 수사기관은 이러한 가해자들의 말에 속아 사인을 질식사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 제기는 사건 발생 약 3개월 만인 2014년 7월 군 인권센터의 폭로로 시작되었습니다. 군 인권센터가 군 수사 내용의 전말을 공개하며 윤일병 사인이 선임들의 폭행 때문이라고 밝히자 육군은 해당 사건을 재수사하게 됩니다. 재수사 결과 윤일병의 사인은 구타로 인한 과다 출혈에 의한 속발성 쇼크 및 좌멸증후군으로 변경되었습니다.
◆ 이원화 : 구타로 인한 쇼크사라고 하면 모르긴 몰라도 숨진 윤일병의 몸이 성치만은 않았을 것 같거든요.
◇ 김동현 : 그렇습니다. 숨진 윤일병의 몸은 정말 처참한 상태였습니다. 부검 결과 윤일병의 다리와 배 등 온몸으로 피멍이 가득했고 갈비뼈는 무려 14곳이나 부러져 있었습니다. 위, 간, 폐, 심장 등 주요 장기에는 피가 고여 있었고, 비장은 아예 터진 상태였다고 합니다. 다리에서는 상처가 아물어 흉터가 될 정도로 오랜 기간 구타를 당한 흔적도 발견되었습니다.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과 교수는 이러한 부상의 정도가 교통사고나 추락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하며 단순한 주먹질로는 이런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랬는데도 이걸 그냥 질식사라고 했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쉽지 않은데, 아무튼 그 이야기는 잠시 뒤에 다시 해보기로 하고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심한 폭행을 당했던 겁니까? 윤일병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 김동현 : 윤일병은 2013년 말 자대 전입 후부터 사망한 2014년 4월까지 약 4개월 동안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 행위에 시달렸습니다. 사망 전날인 4월 6일에도 잠을 잤다는 이유로 폭행이 시작되었고, 바닥에 뱉은 가래침을 핥아먹게 하거나 뺨과 다리를 때리고 기마 자세를 시키기도 하였습니다. 오후에는 냉동식품을 먹던 중 쩝쩝거린다는 이유로 가슴과 턱 뺨을 맞았고, 입안에 음식물이 바닥에 떨어지자 핥아먹게 한 뒤 음식 때문에 대답을 잘 못했다 하며 앉았다 일어났다를 시켰습니다. 이어진 폭행으로 윤일병은 침을 흘리고 오줌을 싸며 의식을 잃었지만 주범 이 병장은 꾀병이라며 계속 폭행했습니다. 의식을 잃기 전 25분간 가해진 쿠타는 무려 64대에 달했습니다.
◆ 이원화 : 내무반에서 해당 사건을 목격한 목격자의 진술이 보도되기도 했는데 상황이 정말 처참했다고 하더라고요.
◇ 김동현 : 네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상황은 정말 형언할 수 없는 정도로 잔혹했습니다. 윤일병이 자대 전입 후 35일간 선임병들로부터 지속적이고 잔혹한 가혹 행위를 당했습니다. 가해자들은 윤일병이 대답이 느리다는 이유로 폭행하고 다리를 절뚝거리면 또다시 때리는 등 폭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또한 허벅지뿐만 아니라 성기에 안티푸라민을 바르거나 치약 한 통을 강제로 먹이고 개처럼 행동하라고 강요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주는 고문과 엽기적인 가혹 행위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폭행 사실이 알려질까 봐 윤일병의 가족 면회와 외부 활동을 막았으며, 보복을 암시하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윤일병은 의식을 잃기 전 살려주세요라고 웅얼거린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 이원화 : 가해자가 총 몇 명인 겁니까?
◇ 김동현 : 윤일병 사망 사건에는 총 6명의 가해자가 존재했습니다. 주범은 이 모 병장 당시 25세였고, 하 모 병장, 이 모 상병, 지 모 상병 등 선임병 3명이 공범으로 폭행에 가담했습니다. 여기에 의무반을 책임지고 있던 간부인 유 모 하사도 폭행을 방관 묵인하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가해자로 기소되었습니다. 이들은 폭행 사건 발생 후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말을 맞췄습니다. 주범인 이 병장은 윤일병이 음식을 먹고 TV를 보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고 거짓 주장을 했고, 또한 현장을 목격한 김 이병에게 난 차라리 윤일병이 안 깨어났으면 좋겠다. 너만 입 닫고 조용히 하면 잘 마무리될 수 있다며 비밀로 해달라며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 이원화 : 군 당국에서 사건 현장을 직접 봤을 거 아닙니까? 폭행하는 장면은 못 봤더라도 쓰러진 윤일병 상태를 확인했을 텐데 이걸 그저 질식사라고 했다는 게 글쎄요. 납득할 분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 김동현 : 가해자들은 처음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군 검찰은 초기 수사에서 살인죄 적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는데요. 윤일병이 쓰러진 후 가해자들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고,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급소를 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 이원화 : 다들 죗값은 제대로 받았는지 모르겠습니다.
◇ 김동현 : 주범인 이 병장은 대법원에서 살인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40년을 확정받았습니다. 폭행에 가담하거나 방조한 나머지 공범들인 하 병장, 이 상병, 지 상병은 각각 징역 7년, 유 하사는 징역 5년이 확정되었습니다.
◆ 이원화 :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죠?
◇ 김동현 : 네 유가족들은 군 당국이 윤일병의 사인을 음식물로 인한 기도 폐쇄에 따른 뇌 손상이라고 발표했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폭행 및 가혹 행위에 따른 사망으로 변경한 것을 두고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2017년 4월 주번 이 병장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이원화 : 결과는 어땠습니까?
◇ 김동현 : 손해배상 소송의 결과는 안타깝게도 최종 패소로 끝났습니다. 1심과 2심 모두 이 병장의 배상 책임만을 인정하고 국가 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법원도 2022년 9월 29일 심리 불속행으로 원심판결을 확정하면서 국가의 배상 책임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 이원화 : 근데 여기서 궁금해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심리불속행이라는 게 뭐죠?
◇ 김동현 : 심리불속행이란 대법원이 상고심 절차 특례법에 따라 원심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별도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원심판결을 확정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 생각은 어떠세요? 군이 사건을 은폐 조작하려 했다 보기 어렵다는 판단, 재판부를 설득할 만한 증거나 주장, 생각해 볼 부분은 없겠습니까?
◇ 김동현 : 2023년 2월 대통령 소속 군 사망 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역시 군이 사고를 축소하거나 사인을 은폐 조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위원회는 군이 선임병들의 말에 속아 사인을 발표한 것이 실수와 착오였다고 설명했습니다.
◆ 이원화 : 실수와 착오였다라고 하면 법적으로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는 건가요?
◇ 김동현 : 실수와 착오라는 결론은 고의성이나 조직적인 은폐 유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법적으로 새로운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운 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이러한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군으로부터 수많은 기만을 당했다고 판단하여 2023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 군 인권보호관에게 윤일병 사망 은폐 조작과 관련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진정을 다시 재기했습니다.
◆ 이원화 : 군 인권보호관 이건 뭡니까?
◇ 김동현 : 군 인권보호관은 군대 내 인권 침해 및 차별 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윤일병 사건 발생 8년 후인 2022년 7월에 출범한 독립기구입니다. 유가족이 2023년 4월에 진정을 제기하자 당시 군 인권보호관을 맡았던 김용원 상임위원이 6개월간 재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진정 제기로부터 사건 발생으로부터 2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했습니다. 이에 유가족들은 2024년 1월 같은 내용으로 또다시 진정을 재개하며 김용원 위원에 대해 기피 신청까지 낸 상황입니다.
◆ 이원화 : 관련 내용이 각하됐다고 하더라도 다시 진정을 재개할 수는 있는 모양이죠?
◇ 김동현 : 네 그렇습니다. 관련 내용이 각하되었더라도 유가족들은 진실 규명을 위해 끈질기게 다시 진정을 재개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유족들의 진정에 따라 지난달 28일 남규선 인권위 상임위원이 군 인권 소위 위원장을 맡아 회의가 열렸습니다. 윤일병 진실 규명 안건이 인권위에 올라온 것은 약 10년 만입니다.
◆ 이원화 :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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