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5년 8월 20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강호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재판 결과에 따라서요. 선처의 나라 아니냐 라는 조롱 섞인 비판이 나오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국민들의 법 감정과는 거리가 먼 판결이 내려진다거나, 검찰이 피고인에게 구형한 형량보다도 훨씬 낮은 선고가 내려질 때 이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따라붙곤 하죠. 그런데 가끔은 그런 흐름과는 전혀 다른 아주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유학생이 숨졌습니다. 가해자는 50대 운전자 A씨. A씨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렌즈 착용으로 시야가 흐려졌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는데요 재판부의 판단은 어땠을까요? 재판부는 징역 8년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6년보다 더 높은 형량이 내려진 것이죠.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이처럼 법원이 검찰의 구형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사례들이 간혹 있는데요. 과연 어떤 상황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이 부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김강호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김강호: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김강호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보통은 검찰 구형량보다 법원이 내리는 처벌 수위가 낮아지는 경우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이게 뭐 정해진 규칙은 아니지 않습니까?
◇김강호: 네, 그렇습니다. 보통은 검찰의 구형보다 낮은 처벌을 내리지만, 높은 형량을 선고하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이원화: 그러다보니 검찰에서도 구형량을 정할 때 이 부분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 같거든요.
◇김강호: 네, 검찰은 구형량을 정할 때 여러 요소를 고려하게 됩니다. 구형범위 내에서 사실관계와 사건의 경중, 피고인의 범죄 이력, 피해자에 대한 배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최종적인 판결은 재판부의 판단에 달린 것이므로 검찰의 구형이 재판부의 판결에 대한 상한선으로 작용하는 것도 아닙니다.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특별한 사정이나 중대한 범죄 등이 있을 경우 재판부가 구형보다 더 무거운 형을 부과하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이원화: 그래서 오늘은, 법원이, 검사의 구형량보다 더 높은 형을 선고하는 케이스들, 도대체 어떤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법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이 부분을 좀 짚어보려고 하거든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김강호: 네, 울산지역 장애인 거주시설의 생활지도사 4명이 중증 장애인을 수십차례 폭행한 혐의로 최근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상대로 뺨을 때리는 등 폭행과 정서적 학대를 반복했습니다.
◆이원화: 피해자들이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기 힘든, 중증 장애인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생활지도사라면 그들을 돕는 역할을 하는 분들 아닌가요? 도대체 왜 그랬답니까?
◇김강호: 그렇습니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선생님’으로 불린 생활지도사 A씨는 시설 생활실에서 30대 장애인의 뺨을 갑자기 때렸습니다. 이유는 자신에게 다가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소파에 팔을 뻗어 엎드려 있는 20대 장애인을 보고 다가가선 손바닥으로 머리를 확 짓눌렀습니다. 이유는 없었고, A씨는 이 장애인만 한 달 가까이 60차례 폭행했습니다. B씨 등 다른 생활지도사들도 자신의 기분에 따라 습관적으로 장애인들을 분풀이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장애인들의 손가락을 꺾거나 물건으로 머리를 때리고, 머리카락을 잡아끄는 등 무차별적으로 때렸습니다. 한 명당 적게는 16회, 많게는 158회 학대하였습니다. 피해자들은 중증 지적·자폐성 장애로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폐쇄된 시설에 거주하면서 ‘선생님’들에게 지속적인 학대를 당했습니다. 이 사건은 해당 시설의 한 장애인이 갈비뼈 골절 진단을 받으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보호자가 이상함을 느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학대 의심신고를 해 수사기관이 나섰고, 학대 등 폭행의 전모가 밝혀졌습니다. 자칫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더 오랜 시간 학대받았을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A씨 등은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검찰은 A씨 등에게 2~4년을 구형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1심 판결이 나왔는데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이원화: 얼마나 높게 나왔죠?
◇김강호: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B씨 등 3명의 전직 생활지도사에게 각각 징역 2~4년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검찰이 A씨 등에게 구형한 2~4년보다 더 높은 형을 선고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이유 없이 기분에 따라 장애인들을 습관적으로 폭행하는 등 분풀이 대상으로 삼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이번 사건으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면 피해자들을 포함한 해당 시설 장애인들은 지속적인 폭행를 당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피해 보상을 위해 공탁금을 냈지만 보호자들이 엄벌을 호소하며 거절했기에 유리한 정황으로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굉장히 이례적인데, 재판부가 '당부의 말씀'이 있다고 하면서 덧붙인 말도 있었습니다.
◆이원화: 진짜 특이한 경운데, 어떤 말을 덧붙였죠?
◇김강호: 재판부는 "앞으로 장애인 인식과 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형을 선고받은 생활지도사 4명은 모두 항소하였습니다. 그러나 1심에서 대부분 “반성하고 있다”고 법정에 진술했지만 상당수 피해자 및 보호자들과는 합의조차 이루지 못하였으며, 공탁금도 거절된 점에 비추어 항소심에서 극적으로 합의가 되지 않는 한 1심 선고형과 크게 달라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화: 항소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저희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할 것 같고요. 그런데 검사 입장에서요. 자신이 정한 구형량보다 재판부가 더 센 처벌을 내린다, 그 심정이 어떨까요.
◇김강호: 다소 당혹스러울 것 같고, 제가 만약 검사였다면 흔치 않은 일이기에 역시 당황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판결 이유를 보며 어떠한 점을 높은 형량의 근거로 삼았는지 살펴볼 것 같습니다.
◆이원화: 또 다른 케이스 하나 더 살펴볼까요?
◇김강호: A씨는 김해시 복지재단 소속 직원으로 지난 2021년 8월 20일 동료 둘과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당시 김해시는 거리두기 4단계로 오후 6시 이후 3명이 회식한 것은 방역수칙 위반에 해당됩니다. A씨는 회식 후 이날 오후 9시 5분쯤 만취 상태로 자신의 그랜저 차량을 몰고 경남 김해시의 한 도로를 운전하다 앞서 가던 투싼 차량과 추돌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사고 발생을 인지하고도 A씨는 별다른 조치 없이 운전대를 놓지 않고 오히려 속도를 내며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투싼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며 쫓아왔기 때문입니다. A씨는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차선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도주했습니다. 결국 2분 뒤 김해 금관대로 부근 제한속도 시속 60km 구간에서 132km까지 속도를 내던 A씨 차량은 신호대기중이던 쎄라토 차량을 들이받았습니다. 이 충격에 밀린 쎄라토 차량은 앞에 있던 XM3 승용차까지 충격했습니다. 이 사고로 앞선 차량 두 대에 타고 있던 운전자가 크게 다쳤고, 특히 쎄라토 차량 뒷좌석에 타고 있던 60대 B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숨진 B씨는 당일 타지에서 취업 준비 중인 딸을 응원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이원화: 추돌사고가 연이어 발생한건데, 그때도 또 멈추지 않고 도주를 한 거예요?
◇김강호: 네, 그렇습니다. A씨는 큰 사고를 내고도 구호 조치 없이 차를 버린 채 재차 도주했다가 1시간여 뒤에야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A씨가 도망간 이유는 음주운전이 적발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76%로 면허취소 수준이었습니다. A씨는 과거 2004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보행자를 사망케 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가 있었습니다.
◆이원화: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적도 있으면서 또 이랬다는 겁니까? 이런 경우면 가중처벌 불가피하다고 봐야겠죠?
◇김강호: 네, 동종 전과가 있으니 비난 가능성이 커 가중처벌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A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사·도주치상·위험운전치사 등)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검찰은 6년형을 구형했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거리두기 4단계 방역수칙을 위반해 직장 동료들과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술을 마신 후 운전하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1차 사고 후 무책임하게 도주하지 않았더라면 B씨가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유족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또 피고인은 과거 음주운전 전력 등에도 또다시 동종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도 크다”며 “피고인에게는 스스로 초래한 참담한 결과에 상응하는 무거운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검사 구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원화: 검찰 구형량이 너무 낮았다 보십니까?
◇김강호: 정확한 소송 기록을 살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양형기준만 놓고 본다면 다소 낮은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구형보다 높은 선고형이 내려진 사건이 또 있습니다. 50대 운전자 김모씨는 2020년 11월 6일 저녁 서울 강남구 도곡동 일대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79%의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대만 유학생을 치어 숨지게 했습니다.
검찰은 징역 6년을 구형하였으나, 재판부는 징역 8년을 선고했습니다. 권고형인 징역 4~8년의 범위 내에서 최고 형량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과거 음주운전으로 두 번이나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술에 취한 채 운전해 피해자를 사망케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당시 왼쪽 눈 렌즈가 돌아가면서 시야가 흐려져 피해자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시력이 안 좋으면 운전을 더 조심했어야 하는데 술까지 마셨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원화: 저는 검찰 구형량보다 재판 선고가 높게 나온 사례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사건이 중학생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11개월 동안 시신을 방치했던 목사부부 사건, 이 프로그램에서도 다룬 적이 있었거든요. 이 사건이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김강호: 이씨 부부는 2015년 3월 17일 오전 경기 부천시 소사구 자택에서 14세의 중학생 딸이 가출했다는 이유로 빗자루와 빨래건조대 살로 5시간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자신의 집에 11개월간 시신을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딸의 시신은 장기 미귀가자 사건처리를 위해 경기 부천 소사경찰서 여성청소년팀이 2016년 2월 3일 이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됐습니다. 발견 당시 딸의 시신은 이불에 덮인 채 미라 상태로 있었습니다. 이씨는 조사에서 “기도를 하면 딸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생각해 그동안 시신을 집안에 방치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씨는 독일 유학파 출신의 개척교회 목사로 범행 직전까지 인근의 신학대학교의 겸임교수로 일했습니다. 이씨는 2007년 유방암을 앓던 전 부인과 사별한 뒤 2012년 현재 부인인 백씨와 재혼했습니다. 검찰은 이씨에게 징역 15년을, 백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습니다. 재판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및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방임·유기)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47)에게 징역 20년을, 계모 백모씨(40)에게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하여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죽음을 마주하기에는 너무 이른 12세 소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안겨 줘 무거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사건을 비롯한 연이은 아동학대 범죄를 접한 다수의 국민들도 공분하며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범죄사실 전부를 인정하고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피해자의 도벽과 거짓말이 학대의 원인이라며 여전히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모습도 보여 과연 피해자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는 마음인지 그 진정성이 의심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재판부는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범행 동기의 비합리성, 범행 수법 및 기간,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양형 요소들과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엄벌이 불가피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점, 다시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에게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원화: 소속 여교사를 성추행하고 스토킹한 중학교 교장 사건도 검찰 구형보다 형량이 높아졌다면서요?
◇김강호: 네, 그렇습니다. A씨는 2023년 9월 경상북도 내 한 중학교에 학교장으로 부임한 뒤 피해 교사에게 “장학사가 되도록 도와주겠다”라거나 “근무 평가에 영향을 끼치겠다. 교육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협박하며 수개월간 성추행하고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범죄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 이후에도 A씨는 피해 교사와 가족들에게 80여 차례 전화 통화나 연락을 시도하며 2차 가해(스토킹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검찰은 징역 6개월을 구형하였고, 재판부는 검찰 구형보다 높은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교장으로 재직하며 관리 감독을 해야 하는 위치에서 피해자를 위력으로 추행하고 피해자는 성적 모멸감과 보복의 두려움을 겪었다”며 “현재는 불안 증세와 수면 장애, 우울감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피해자가 공탁금을 거부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법정 구속했습니다.
◆이원화: 오늘 이 시간, 법원이 검찰의 구형량보다 더 높은 형을 선고한 사례들을 모아서 살펴봤는데, 사건들을 하나씩 되짚어보니, 생각해볼 만한 지점들이 꽤 있었던 것 같거든요. 변호사님은 어떤 생각 하셨습니까?
◇김강호: 네, 재판부가 피해자의 입장을 좀 더 잘 헤아려 판결해 주신 것 같고, 피고인으로서는 법원에 와서 진지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원화: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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