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5년 7월 18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보경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이때까지만 해도, 김 씨는 아마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겁니다. 40대 여성 A씨가 자신의 밭에 심고 싶다던 ‘그것’이 알고 보면 나무가 아닌, 전혀 다른 것이었음을 말이죠. 아무튼 그렇게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까요. 여성 A씨, 이번엔 김씨 없이 홀로, 다시 그 밭을 찾았다고 하죠. 여성 A씨가 김씨의 밭에서 그토록 찾아내고자 했던 그것, 그것은 과연 뭐였을까요? 청취자분들도 한 번 상상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김 씨의 밭 한구석에 나무를 심고 싶다던 한 여성이 일주일 뒤 다시 그 밭을 찾아, 땅을 파가며 힘들게 무언가를 찾는다? 도대체 뭘 찾고 있었던 걸까요. A씨는 그렇게 땅 속에서 무언가를 찾자마자, 가방 속에서 계약서 한 장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이용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죠. 그렇다면 그것은 자신의 도장이었을까요?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한 남성의 손가락이었는데요. 도대체 이 엽기적인 사건의 전말은 뭐였을까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함께 파헤쳐보시죠.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김보경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김보경: 네, 안녕하세요.
◆이원화: 정말 엽기적이라는 말밖엔 할 수 없던 그런 사건이었는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살펴볼까요.
◇김보경: 40대 여성 A씨가 어느 날 지인에게 밭을 좀 쓸 수 있을까 요청했다고 합니다. 아는 사람이 준 나무를 심게 밭을 좀 빌려달라는게 그 이유였는데요. 지인은 A씨의 요청을 승낙했고 그래서 A씨는 그 지인과 함께 포크레인 기사까지 불러 구덩이를 팠습니다. 구덩이는 깊이 1.3m에 폭 1.5m나 되는 상당한 크기였다고 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나무 심는 일은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이원화: 실제 나무를 심진 않았던 모양이죠?
◇김보경: 네, A씨는 나무를 심진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무를 심으려던 일이 틀어진건 아니라고 해요. 애초에 이 여성은 그 밭에 나무를 심을 생각이 전혀 없었던 거고, 다른 꿍꿍이가 있었던 거죠
◆이원화: 다른 꿍꿍이요?
◇김보경: A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밭주인인 지인에게 부탁하기 며칠 전으로 돌아가보면 알 수 있습니다. A씨는 자칭 ‘주식투자전문가’로 9년 전 주식카페에서 만난 의사인 B씨와 함께 주식투자 사무실을 운영 중이었습니다. 둘은 처음에는 주식 투자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사이였다가 결국 함께 투자 사무실을 차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동업자가 된 남성이 의사라고 하셨잖아요, 직업이 있기 때문에 사무실 운영은 여성 A씨가 전담하다시피 했겠다 싶습니다?
◇김보경: 그렇습니다. B씨는 안정된 직업이 있기도 했고, A씨가 자신을 ‘주식 전문 변호사다’, ‘내 동생도 의사다’라는 거짓말을 하면서 B씨의 신뢰를 얻어냈거든요. 그렇게 B씨가 A씨를 믿고 A씨에게 돈을 맡기면 A씨가 그 돈을 받아 굴리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A씨가 초기 몇 달 동안은 B씨에게 투자 수익금이라며 매달 수백만원씩 수익금을 보내줬다고 해요. 그래서 B씨는 A씨가 자신이 준 돈을 가지고 투자를 잘 하고 있겠거니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후 주식 시장이 안좋아졌고, A씨는 투자 종목을 선별하는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A씨는 B씨가 주식 투자를 위해 준 돈을 빼돌려 생활비로 쓰기 까지 했다고 해요. 결국 A씨는 B씨가 준 원금까지 날리고, 투자 사무실 월세도 몇 개월치가 밀려 옮겨야 할 만큼 궁지에 몰리게 됐고, 그런데도 B씨에게는 이 사실을 털어놓지도 않고 계속 주식 투자가 성공적인 척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원화: 주식전문가라는 말도 알고 보면 거짓말 아니었을까 싶은데 변호사님도 잘 아시겠지만, 사기꾼들 보면 말이 정말 청산유수잖아요. 진짜 전문가보다 더 전문가 같은 때도 많죠.
◇김보경: 그렇죠. 그 자신감있는 눈빛과 그럴듯한 화술을 보고 들으면 세상 모든 일이 쉽게 해결될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정말 깜박 속아넘어가기 십상입니다.
◆이원화: 그런데 세상일이란 게 이런 일들은 꼭 들통이 나기 마련이더라고요.
◇김보경: 이 사건도 그랬습니다. B씨가 우연히 A씨와 동업하던 투자 사무실에 방문했고, 투자 사무실의 컴퓨터를 살펴보던 중 우연히 자기 투자금 중 1억이 비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거든요. 당연히 B씨는 A씨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꼈고 크게 분노하면서 A씨에게 “1억 원을 돌려달라, 갚지 않으면 너의 남편한테 말하겠다“고 하였어요. A씨가 당장 갚을 능력이 안된다고 아무래 애원해도 이미 분노에 휩싸인 B씨에게 A씨의 애원은 그 순간을 모면하려는 핑계로밖에 들릴 수 밖에 없어 당연히 A씨의 애원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해요. 결국 A씨는 남편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면 이혼을 당할 거고, 끔찍이도 아끼는 아들과도 헤어질 것이라는 공포에 떨었습니다. 그리고 절대로 해선 안 될 계획을 떠올리고야 말았어요.
◆이원화: 이 남성을 죽여야겠다, 결심한 건가요?
◇김보경: 네, 그렇습니다. A씨는 정말 철저하게 범행을 위한 사전 준비를 했어요. 첫째, 밭을 가지고 있는 지인에게 “아는 사람한테 나무를 받았다. 나무를 심기 위해 구덩이를 파고 싶다”라고 하면서 구덩이를 팠습니다. 그리고 둘째, 행적을 숨기기 위해 지인의 차를 빌리고 그 차에는 A씨가 따로 출력한 가짜 차 번호판을 붙였어요. 그리고 셋째, 갈아입을 옷과 가발까지 준비하였습니다. 이렇게 A씨는 완전 범죄를 계획했어요. 그리고 계획했던 대로 밭에 구덩이를 파고나서 나무는 묻지 않고 며칠 후 B씨를 만나러 갔습니다.
◆이원화: 나무가 아니라 사람을 묻으려고 계획했던 거군요? 진짜 끔찍하네요.
◇김보경: 네, A씨는 B씨에게 또다시 돈을 갚을 테니 봐달라고 애원했다고 해요. 그렇지만 B씨는 단호했고 A씨의 남편에게 말하겠다고 다시 한번 완강하게 말했습니다. A씨는 남편에게 말하겠다는 B씨의 말에 당연히 공포에 질렸고, 결국 B씨를 목졸라 살해하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A씨는 범행 전부터 치밀하게 세웠던 완전 범죄를 위한 계획을 행동에 옮겼습니다. 우선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 B씨의 휴대전화까지 부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미리 가짜 번호판을 출력해서 붙인 차를 운전해서 B씨의 시신을 옮겨, 며칠 전 파놓은 구덩이에 묻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이 피해남성이 의사라고 하셨잖아요. 갑자기 이 사람이 없어졌다? 주변에서 난리가 났을 것 같거든요.
◇김보경: 그렇죠. 당장 B씨의 부인은 밤에 남편이 집에 들어오지 않자 실종 신고를 했어요. 그리고 주식 투자 사무실을 동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A씨에게 연락해서 “내 남편과 만났냐”고 물어봤습니다. A씨는 자신의 범행 사실을 숨기고자 “동업 관계가 이미 끝났다. 계약서도 있다.”라는 거짓말을 했어요. 그런데 말만으로는 핑계를 대기 힘들다는 판단을 한 A씨는 자신의 거짓말을 입증할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허위 계약서를 하나 만들어야 겠다, 계약서에는 A씨와 B씨 사이에 동업 및 채무 관계가 종료됐다는 것을 적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이원화: 그런데 이 남성의 도장이라도 갖고 있었나요? 계약서를 사전에 작성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김보경: 네, 이미 B씨가 죽고 나서 만든 계약서니까 B씨는 도장을 찍거나 서명을 할 수가 없었죠. 만약 A씨 부인이 B씨에게 주식 투자 동업 관계가 종료되었다는 서류를 요구하면 B씨는 바로 의심을 받게 될 건데, 상식적으로 도장 없는 계약서는 말이 안되잖아요? 그래서 A씨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아, 지장을 찍어야겠다.”
◆이원화: 지장이요? 아니 근데 본인이 이미 밭에 묻어버리지 않았나요?
◇김보경: 정말 끔찍하게도, 맞습니다. A씨는 B씨를 암매장한 밭을 다시 찾아가 흙을 파헤쳐 B씨의 시신을 찾았어요. 그리고는 B씨 시신의 손가락을 꺼내 인주를 묻혀 자신이 작성한 계약서에 지장을 찍었어요. 그리고 다시 시신을 묻고 조용히 마을을 빠져나왔어요. 그렇게 A씨는 자신의 거짓말을 입증할 자료까지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며 완전범죄를 꿈꿨겠죠? 한편, 경찰이 B씨 아내의 실종 신고를 받고 수사를 나서게 됐습니다. 비록 처음에는 A씨의 범행이 심야에 이루어졌고, 한적한 곳이어서 근처에 CCTV도 없어 난항을 겪었다고 해요. 그래도 수사를 하면서 건너편 마을 농로에 CCTV가 있다는 것을 찾아냈고, 그 CCTV를 확인하니 밭 주변에 1시간 넘게 머문 수상한 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리고 마을 주민을 탐문조사하다보니 “누가 얼마 전에 밭에서 흙을 팠다.”라는 진술까지 듣게 됐어요. 그렇게 실마리를 잡은 경찰은 밭을 수색하던 중 한 밭위에 깡통이 뒹구는 걸 발견했는데, 그 깡통은 누가봐도 땅속에서 오랜 시간 산화됐을 것으로 보였어요. 그래서 경찰은 “아 이 정도의 깡통에 밖에 나와있을 정도면 이 밭을 팠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깡통이 있던 밭의 주인에게 최근 땅을 판 적이 있는지 물었죠. 그리고 이 밭 주인은 A씨와 함께 땅을 판 지인이기에 경찰에게 “A씨가 나무를 심어도 되냐고 물어서, 포크레인까지 불러서 땅을 팠다.”라는 얘기를 하게 되었어요. 경찰은 서둘러 그 밭을 파냈고, 땅 속에서는 왼손 엄지에 붉은 도장밥이 묻어있는 A씨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렇게 완전범죄를 꿈꾼 A씨의 범행은 모두 발각되었고, 경찰은 A씨를 긴급체포하였으며, A씨는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였습니다.
◆이원화: 많은 범죄자들이 완전범죄를 꿈꿉니다만, 저희도 사건 보다보면 사실 그게 가능하지가 않거든요.
◇김보경: 그렇죠.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고, 이 씨는 최종적으로 징역 30년을 선고받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자신의 투자실패를 숨기기 위해 동업자를 살해하고 암매장 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파내서 계약서까지 위조했던 아주 엽기적인 사건, 살펴봤는데,
이 사건 만만치 않게 엽기적인 사건, 하나 더 준비해오셨다고요?
◇김보경: 그렇습니다. 2013년에 경찰에 충격적인 제보 하나가 왔다고 해요. “아는 사람이 시신과 4년째 살고 있어요.” 이 제보를 들은 경찰은 즉시 출동했습니다.
◆이원화: 처음엔 장난전환가 싶었을 것도 같거든요. 그런데 또 그렇다고 아예 무시해버릴 순 없는, 그런 제보였던 것 같습니다.
◇김보경: 그렇죠, 너무 충격적인 내용이긴 한데 그렇다고 아무 조치도 취해선 안될 내용이니까요. 그렇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한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 집은 한 여성과 남성, 그리고 세 아이들이 살고 있었어요. 경찰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을 구석구석을 살폈고, 그러던 중 다락방에 있던 이삿짐용 종이 상자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삿짐 상자를 열었더니, 충격적이게도 남성으로 보이는 미라가 발견됐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그리고 이 미라가 된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원화: 궁금하네요. 누구였죠?
◇김보경: 알고보니 그 미라는 집에 살고 있던 여성의 남편의 시신이었습니다. 분명 여성은 그 집에서 다른 남성이랑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말이죠. 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알기 위해서는 4년 전에 여성과 남성, 그리고 미라로 발견된 남편, 그리고 다른 남성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4년 전, 여성은 남편이 있음에도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남성과 비밀스럽게 내연 관계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당연히 그 여성의 남편이 여성의 불륜을 추궁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여성을 폭행하는일까지 일어나게 됩니다. 여성은 남편의 추궁을 참지 못해 내연남에게 내연관계가 남편에게 발각되었다고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이 내연남은 여성에게 “오늘 밤 내가 남편을 죽여주겠다”라고 제안하였고, 여성도 내연남의 범행을 돕기 위해 집 열쇠를 건네주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다음날 새벽, 여성의 도움으로 집에 쉽게 들어올 수 있었던 내연남은 준비한 흉기로 잠을 자고 있던 여성의 남편을 살해했습니다. 심지어 살해 당시 남편이 자고 있는 방의 옆방에는 세 아이들이 잠들어 있었다고 해요. 흉기로 습격당한 남편이 비명을 지르자 세 아이들이 깼고, 여성은 아이들에게 가 아무 일도 아니라고 안심시켰다고 합니다. 그렇게 여성과 내연남은 곤히 잠든 세 아이들을 옆에 두고 남편을 살해한 후 그 시신은 이불로 꽁꽁 싸매 장롱에 숨겨두었습니다.
◆이원화: 그럼 그 시신은 어떻게 했죠? 어디에 유기하진 않고 계속 가지고 있었던 거예요?
◇김보경: 끔찍하게도 이들은 그 시신을 계속 집에 두고 있었다고 해요. 다만 시신이 썩어 냄새가 날 것을 우려한 여성과 내연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장롱에서 시신을 꺼내 방부제와 김장용 비닐, 이불로 10겹 이상 겹겹이 감쌌고, 공업용 테이프로 둘러싸서 공기를 차단했습니다. 그렇게 남편의 시신은 미라가 된거죠. 그리고 여성과 내연남은 내연남의 고향인 청주로 이사를 갔는데, 이사를 갈 때에도 미라가 된 남편의 시신도 같이 이삿짐과 함께 옮겨져서 다락방에 방치되었다고 해요. 근데 아까 말씀드릴 때 세 아이들이 있었다고 했었죠? 세 아이들이 엄마에게 아빠가 어디갔냐고 물을 때 마다 여성은 “아빠는 집을 나갔다”라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고 해요. 심지어는 뻔뻔하게도 남편이 살아있는 것처럼 속여 나라에서 주는 매달 110만원 상당의 장애인 수당도 지원받았다고도 하네요. 그래도 지인의 제보로 이 여성과 내연남의 미라와의 치밀하고 끔찍한 동거는 4년 만에 끝이 났고 여성과 내연남은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심을 거쳐 항소심에서 여성은 징역 12년을, 남성은 징역 22년 선고와 함께 전자발찌 20년 부착을 명령받아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오늘 말씀드린 사건은 시신을 숨기고 어린 자녀들까지 속인 채 몇 년을 버텼다는 데서 정말 패륜적인 범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이 단순 범죄 기록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경종을 울려 공동체의 인간성이 회복되고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이런 참혹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원화: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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