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날짜 : 2025년 6월 22일 (일요일)
■ 진행 : 김영민 아나운서
■ 대담 : 순천향대학교 공연영상학과 원종원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김영민 아나운서(이하 김영민) : 얼마 전 대학로에서 첫 무대를 선보인 우리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연극 뮤지컬계의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인 토니 어워즈에서 작품상, 극본상, 음악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면서 무려 6관왕에 올랐습니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이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은 건데요. 공연계에선 "노벨 문학상에 견줄만한 쾌거다" 이렇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소식을 누구보다 벅찬 마음으로 지켜본 분 계실 것 같아요. 뮤지컬계의 이른바 '성공한 덕후'. 이렇게 소개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분이죠. 오늘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시간에는 대한민국 1호 뮤지컬 평론가, 순천향대학교 공연영상학과에 원종원 교수 모셨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순천향대학교 공연영상학과 원종원 교수(이하 원종원) :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영민 : 네. 반갑습니다. 목소리부터 너무 좋으신데. 좀 어떻게 긴장되시거나 그러진 않으세요?
◇ 원종원 :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우리 YTN 청취자 여러분들 인사드리게 돼서 너무 반갑고요. 오늘 좋은 얘기 많이 들려드려서 "뮤지컬 보러 가고 싶다"라는 이런 마음 들게끔 만들어 드리고 싶다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 김영민 : 뮤지컬 전도사를 자처하고 계시네요. 교수님을 모르는 분들도 계실 수 있기 때문에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를 좀 부탁드릴게요.
◇ 원종원 : 저는 지금 순천향대학교에서 소개해 주신 대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공연 영상학과. 그리고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를 하고 있습니다. 2개 학과에서 교수라는 사람이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저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 김영민 : 그러게요.
◇ 원종원 : 연구하는 분야, 학생들 가르치는 분야가 지금 2개 학과에 걸쳐 있다 보니까 그렇게 됐습니다. 그런데 사실 교수로 사회생활 시작한 건 아니고요. 저는 방송국 PD 출신이에요.
◆ 김영민 : 아 그러시군요.
◇ 원종원 : 음악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었었고. 신문 기자도 좀 했었습니다.
◆ 김영민 : 기자도 하셨고요.
◇ 원종원 : 네.
◆ 김영민 : 그럼 아나운서 빼고 다 하신 거네요. 사실.
◇ 원종원 : 그러네요.
◆ 김영민 : 저희 프로그램을 이런 제작자의 입장에서 좀 평가해 주신다면 어떠세요?
◇ 원종원 : 너무 따뜻하고. 기분 좋고. 늘 들으면서 반가운 그런 목소리를 듣게 돼서 좋은 그런 방송이라는 생각입니다.
◆ 김영민 :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뮤지컬 평론가로 더 익숙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오랜 시간 뮤지컬 평론가로도 활동을 해오셨잖아요? 그런데 그 계기가 사실 가장 궁금하거든요. 가장 처음 보셨을 때
◇ 원종원 : 학창시절 때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그 80년대였었는데.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 해외여행 자율화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외국에 나가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았었던 때였습니다. 배낭 여행을 다니기 시작을 했어요. 사실 저희 부모님이 오늘 방송 들으시면 안 되는데.. 제가 아직도 한 번도 장학금을 타지 못한 걸로 알고 계세요. 왜냐하면 이렇게 모든 경비를 다 마련해서, 방학만 되면 여행을 떠났었거든요.
◆ 김영민 : 그러셨군요.
◇ 원종원 : 그럴 정도로 배낭 여행을 좋아했었는데. 특히 유럽 지역을 대학원 마칠 때까지 7차례나 다녀왔었습니다. 가장 길게 다녀온 건 군대 다녀와서 복학하기 전에 한 반 년 정도. 그리고 방학 기간에 여행을 다녀온 적도 굉장히 많았었는데요. 배낭여행이니까 어떻게 해서든 경비를 줄여서 절약하면서 다니려고 노력을 했는데. 거기서 처음 영국 친구가 추천을 해 준 거예요. "영국까지 왔는데, 뮤지컬을 한 편 봐야 되지 않겠니?", "그거 티켓 비싸지 않아?", "아니 그건 내가 마련해 줄게. 너 이거 한번 봐봐." 라고
◆ 김영민 : 너무 좋은 친구인데요?
◇ 원종원 : 그런데 공교롭게도요. 제가 아는 또 다른 영국 친구들이 '웰컴 파티'를 해주겠다고 그 같은 날 약속을 한 거예요.그래서 다른 영국 친구에게 물어봤거든요. "나는 너희들이 해주는 파티에 가야 할지, 뮤지컬 보러 가야 할지 모르겠어" 그랬더니.. 이 친구가 눈이 동그래져서 그러는 거예요. "야, 당연히 뮤지컬 보러 가야지.
◆ 김영민 : 그렇군요.
◇ 원종원 : "파티는 다음 날 하면 돼", "표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건데!" 근데.. 사실 좀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공연을 찾아갔는데. 제가 무슨 슬픈 드라마 보고 우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그날 정말 펑펑 울었습니다.
◆ 김영민 : 그렇군요.
◇ 원종원 : 공연 보다가.
◆ 김영민 : 그때 보신 작품이 어떤 작품이었어요?
◇ 원종원 : 오페라의 유령이었어요.
◆ 김영민 : 너무 유명한 작품 보셨네요.
◇ 원종원 : 제가 너무 우니까 옆에 있는 연극 부인이 좀 안쓰러우셨나 봐요. 손수건을 빌려주시더라고요.
◆ 김영민 : 아, 진짜요?
◇ 원종원 : 그래서 제가 눈물을 닦으면서 그 얘기했습니다. 정말 멋지지 않나요? 이렇게 여쭤봤더니. 이분이 씩 웃으면서, "자기는 볼 때마다 그렇게 생각했다"라고 그러는 거예요.
◆ 김영민 : 처음 본 게 아니셨나 봐요?
◇ 원종원 : 그러니까 그런 표현 잘 안 쓰거든요. 그래서 제가 다시 여쭤봤어요. "오늘 몇 번째 보시는 거예요?" 그랬더니. 농담 반, 진담 반 섞어서 답변을 하더군요. "I Can't Remember(기억이 안 난다)"
◆ 김영민 : 셀 수가.. 기억이 안 난다.
◇ 원종원 : 몇 번째 보는지 내가 모르겠다. 약간 문화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 김영민 : 그러셨군요. 이렇게 충격적으로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던 뮤지컬 경험이 지금의 뮤지컬 평론가 교수님을 만든 계기가 됐군요. 근데 사실 80년대라고 하셨잖아요? 그 시절에 우리나라 뮤지컬은 좀 어떤 상황이었나요?
◇ 원종원 : 아직 뮤지컬의 불모지에 가까웠던 시절이었었고요. 그리고 뮤지컬이 사실은 정식 저작권을 지불하기 이전에 해적 버전들이 많이 있었던 시기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우리나라가 국제 저작권 협약인 베른 협약에 가입된 게 90년대 후반의 일이거든요.
◆ 김영민 : 얼마 되지 않았네요.
◇ 원종원 : 그래서 그 이전까지만 해도 사실은 제대로 된 라이센스를 지불하고 정식 공연이 올려지지 않았었던. 어떻게 보자면 해적 버전들이 국내에 있었던 시절이었는데. 흥미롭게도 그런 정식 버전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실험들이 존재했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원작자한테 허락을 받지 않고도 마음대로 내용을 좀 변화시키기도 했었거든요.
◆ 김영민 : 그랬겠네요.
◇ 원종원 : 그런 것들이 우리나라에 좋은 토양을 만들기도 했었어요. 근데 웃지 못할 해프닝들도 있었는데요. 예를 들자면.. 아마 중장년층 우리 청취자분들이라면 기억하실 거예요. <아가씨와 건달들> 이라는 뮤지컬이 정말 인기가 있었습니다. 근데 먼저 공연을 했던 극단이 나중에 공연한 극단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건 적이 있었어요.
◆ 김영민 : 아, 정말요?
◇ 원종원 : 그러니까 우리가 번역한 걸 허락도 안 받고 갖다 썼다. 그런데 두 회사 모두 원 저작자한테 돈을 낸 적이 없어요.
◆ 김영민 : 그러니까요.
◇ 원종원 : 예. 그러니까 내가 먼저 훔쳤는데, 쟤가 나중에 훔쳤다. 그거를 그래서 또 절도죄를 씌운 거나 마찬가지 식의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는데. 이제 90년대 말에 우리나라에 이제 <캣츠>라는 공연이 허락을 안 받고 공연을 올렸다가 송사가 벌어져요. 그러니까 공연 중지 가처분 신청이 벌어져서 수익금을 전부 몰수당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 이후로는 지금 2025년 오늘날까지 정식 라이센스를 취득하지 않고 공연을 올린다는 건 거의 꿈을 꿀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변하긴 했어요.
◆ 김영민 : 그렇군요.
◇ 원종원 : 그래도 그 시절을 생각해 보면.. 지금 굉장히 많이 변했고 또 좋아진 부분도 많고 하지 않았나. 이런 것들이 좀 생태계를 잘 조성시켜서 우리나라 뮤지컬이 해외에 나가서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되는 배경이 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 김영민 : 그러면 교수님께서는 가장 처음 봤던 국내 뮤지컬은 혹시 기억이 나세요?
◇ 원종원 : 아주 어렸을 때 엄마 손 잡고 가서 봤던 작품이 있었어요.
◆ 김영민 : 어떤 작품이죠?
◇ 원종원 :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였습니다.
◆ 김영민 : 어떤 내용이었어요?
◇ 원종원 : 어<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예수가 세상을 떠나기 전, 7일간의 행적을 그린 작품이거든요.
◆ 김영민 : 그렇군요.
◇ 원종원 : 우리나라에서는 교회에서 단체 관람 가는 작품으로 되게 유명한데. 외국에서는 기독교인들이 항의하는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 김영민 : 진짜요?
◇ 원종원 : 왜냐하면 거기 나오는 예수님은 부활도 하지 않고요. 기적도 부리지 않거든요.
◆ 김영민 : 그렇군요.
◇ 원종원 : 그러니까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는 예수의 죽음 사건이라는 내용이고요. 락 음악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요. 락 음악이라는 게 이제 요즘에는 워낙 인기를 많이 누리고 있는 장르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이 처음 등장한 게 1970년대 초반인데. 그때까지만 해도 락음악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었거든요. 록 스피릿이라는 게 있어요. 그게 기성세대가 하지 않는 미친 짓 하는 게 록 스피릿입니다. 그러니까 록 음악가들은 그런 전통을 갖고 있었는데. 처음에 예술을 가지고 소재로 만든 이 뮤지컬의 주인공 예수로 나온 사람이 락커였어요.
◆ 김영민 : 그렇군요.
◇ 원종원 : 이안 길런(Ian Gillan)이라는 가수였는데. 이안 길런(Ian Gillan)은 디퍼플이라는 해비메탈 밴드의 리드싱어거든요. 그러니까 예수님 역을. 그 거룩한 역을 헤비메탈 싱어의 리드 싱어, 리드 보컬이 표현을 한다는 게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야.. 이거 좀 너무 발칙한 상상 아니야?" 라는 말이 있기도 했었죠. 근데 사실 예수라는 인물이 2천년 전에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에는.. 정말 기존 질서를 다 파괴했었던 인물이었거든요. 그만의 어떤 이론을 주창했던 선각자 같은 분이셨잖아요? 그러니까 락 음악으로 표현되는 예수의 모습이 정말 사람들에게는 크게 어필을 할 수가 있었던 거죠. 어렸을 때 엄마 손 잡고 그 작품을 보러 갔다가 정말 큰 충격을 받았었던 기억이 납니다.
◆ 김영민 : 그렇군요. 그 어렸을 때의 기억까지도 여전히 이렇게 풍부하게 말씀하실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놀랍습니다. 그만큼 뮤지컬을 너무 좋아하시고 진심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또 대학생 시절로 가보면, 교수님께서 관극 운동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왜 이렇게까지 하셨을까요?
◇ 원종원 : 제가 배낭 여행을 다니면서 유럽 지역에 갔더니 영국은 사실 유럽 안에서 그렇게 관광 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아니에요. 농담할 때 그런 얘기합니다. "프랑스에서 길거리 돌아다니는 거 집어가지고 영국에 가져가면 국보가 된다"
◆ 김영민 : 그렇군요.
◇ 원종원 : 그 반대로 "이탈리아에서 길거리 돌아다니다가 하나 집어가면 프랑스에서 국보가 된다" 이런 농담을 하는데. 이제 전성기가 다르기 때문에 그런 거겠죠? 그런데 그렇게 어떻게 보자면 프랑스나 이탈리아보다 관광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영국인데, 관광 수익이 굉장히 높아요.
◆ 김영민 : 왜 그런가요?
◇ 원종원 : 그 이유는 산업혁명 이후에 만들어진 굉장히 다양한 여러 가지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낸 물건들이 관광 자원 역할을 하는 겁니다. 공연이 그렇고요. 영화가 그렇고. 기술이 그렇고. 사이언스 뮤지엄 같은 산업혁명의 역사 같은 흔적들이 그렇거든요. 뮤지컬도 마찬가지고요. 근데 저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영국 친구들은 제가 영국을 갔더니, 이 뮤지컬 티켓을 주면서 저를 보고 영국을 체험하라고 얘기를 해줬는데. 과연 이 친구들이 한국에 오면 나는 반만 년 우리의 유구한 역사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경복궁에 데려갈까? 나중에 커서 중국 베이징에 갔더니 자금성이 있더라고요. 우리 경복궁만한 게 한 99개 정도 이렇게 붙어 있더라고요. 또 설악산. 물론 아름다운 산이지만, 그랜드 캐니언하고 비교해 보면.. 이게 우리의 정체성을 표현할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우리가 음악 정말 좋아하잖아요?
◆ 김영민 : 네. 맞아요.
◇ 원종원 : 이야기 좋아하고. 심지어 대학생들도 모이면 처음에 노래 시켜서 노래 못하면 시집 장가 못 간다고 저주를 퍼붓는 민족인데.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뮤지컬 우리나라에 하면 너무 좋겠다. 근데 이게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면 한 세 가지가 모자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첫 번째는 작품이 없고. 네 두 번째는 공연장이 없고.
◆ 김영민 : 세 번째는 관객이었겠군요.
◇ 원종원 : 그래서 관극 운동을 시작을 했습니다.
◆ 김영민 : 그렇군요. 그래서 관극 운동을 해서 그 극장을 가득 메울 수 있게끔 관객을 만들고, 우리나라의 뮤지컬 문화를 만들어 가셨는데. 결국에 우리나라 1호 뮤지컬 평론가로 자리매김을 하셨습니다. 근데 처음에 1호라는 것은 항상 어렵잖아요? 세상에 없는 직업이었을텐데. 어떻게 이 길을 개척하시게 된 거예요?
◇ 원종원 : 처음에는 평론가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고 활동을 했었어요. 그냥 좋아서.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런 느낌을 좀 주고 싶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긴다", "이거 알고 보면 더 재미있어요" 이런 식의 화두를 던지는 작업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점차 작업을 하다 보니까.. 전문성을 갖고 어떤 활동을 하고. 전문적인 정보 혹은 영어로 얘기하면, 가치 판단이 들어간 정보들. Value Judged Information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사람들의 감상을 할 때 큰 도움이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제 평론가로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평론가라는 타이틀보다는 아까 말씀드린 그런 관극 운동. 사람들에게 보다 많이 즐기고 삶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우리가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드리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평론가 활동도 하고 있어요.
◆ 김영민 : 네. 아마 교수님 덕분에 작품을 볼 때 정말 더 깊이 있게 봤다. 이렇게 도움을 많이 받으셨던 분들 계실 것 같아요. 그런 분들 방송 또 듣고 계시다면 굉장히 기분 좋게 방송 들으실 것 같은데요. 처음에 교수님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나라가 뮤지컬의 불모지 같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표를 구하는 거가 귀찮아서 나는 못 보러 가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 계실 정도로 인기가 정말 많거든요. 뭔가 이렇게 확 바뀐 우리나라의 뮤지컬 환경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
◇ 원종원 : 저는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실 아시아 시장을 좀 두고 보면 한국보다 더 빨리 뮤지컬 시장이 발달한 나라가 있어요. 일본이거든요. 지금도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의 한 2배에서 3배 정도의 매출을 기록을 할 정도로 규모는 더 큰 시장인데.
◆ 김영민 : 그렇군요.
◇ 원종원 : 우리나라 시장하고 일본 시장하고 굉장히 차이점이 있습니다. 일본 시장은 번안 뮤지컬. 그러니까 해외의 유명한 영미권 작품의 일본어 번역 뮤지컬이 인기를 누린 반면, 우리는 올려지는 작품의 거의 70%가 창작 뮤지컬이에요.
◆ 김영민 : 분위기가 확 다르네요?
◇ 원종원 : 네. 그러니까 우리 이야기, 우리의 정서, 우리의 음악, 우리의 감수성 등 이런 것들을 담아내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더 도드라진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갖고 있는 특성이 꼭 해외의 어떤 유명한 것들을 보고 즐기는 게 아니라. 우리 이야기.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경험 같은 것들을 담아내려고 하는 노력들이 있어서 저는 이게 우리의 문화 정체성하고도 관련이 되어지는 것 같고.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나. 토니상도 그래서 시장 규모가 우리보다 더 큰 일본보다 우리가 먼저 토니상 받았잖아요?
◆ 김영민 : 그러니까요.
◇ 원종원 :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 김영민 : "우리나라는 해학의 민족이다" 이런 이야기 있잖아요? 그런 흥을 뮤지컬은 종합 예술이기 때문에 풀어내기가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덕업일치'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덕질과 업의 일치라고 하죠. 교수님은 그걸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좀 가벼운 질문인데. 이제 뮤지컬을 워낙 많이 보셨을 것 아니에요? 그러면 좌석이나, 좌석을 선택하는 팁이나, 루틴이나, 이 뮤지컬을 보러 가는 분들에게 조언해 줄 만한 팁 같은 게 있을까요?
◇ 원종원 : 사실 그런 질문 정말 많이 하세요. 보면은. 어디서 보는 게 제일 좋으냐는 말씀하시거든요? 그런데 그럼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작품마다 달라요.
◆ 김영민 : 아, 그렇군요.
◇ 원종원 : 그러니까 가장 좋은 자리. 그 작품을 만끽하기 좋은 자리는 작품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보를 얻으셔야 된다라는 말씀을 드려요. 예를 들자면, 오페라 유령 같은 작품은 가능한 한 1층 가운데 쪽에 앉으시는 게 제일 좋은 자리입니다. 왜냐하면 샹들리에가 떨어져요. 특수 효과를 더해서. 유령이 성이 나가지고. 화가 나서 천정에 있는 샹들리에 떨어뜨리거든요? 1층 가운데 앉으시면, 샹들리에가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듯한 착각을 경험해 보실 수가 있습니다.
◆ 김영민 : 그렇군요.
◇ 원종원 : 반면 <라이언 킹> 같은 뮤지컬은요 객석 통로에 앉으시는 게 좋아요.
◆ 김영민 : 왜요? 뒤에서 나오나요?
◇ 원종원 : 그렇습니다. 각양각색의 동물 인형 탈을 쓴 배우들이 객석 통로로 걸어 들어옵니다.그렇기 때문에 그 통로 쪽에 앉으시는 게 좋고요. <캣츠> 같은 경우에는 1층 사이드에 앉으시는 것도 좋아요. 왜냐하면 고양이들이 객석으로 내려와서 전부 돌아다닙니다.
◆ 김영민 : 제가 <캐츠> 두 번 봤거든요. 그런데 항상 그거를 느꼈던 것 같아요. 고양이들이 이렇게 가장 자리에서 이렇게 이렇게 고양이처럼 나오는 느낌.
◇ 원종원 : 럼텀터거라고. 장난 많이 치는 고양이 있는데요. 그 고양이는 가끔 이렇게 객석에 있는 관객들에게 장난도 막 걸고 맞아요. 제가 처음 봤을 때는 어떤 대머리 아저씨가 오셨는데. 그 머리 위로 자기 꼬리를 이렇게 비벼서 광을 내더라고요.
◆ 김영민 : 그렇군요.
◇ 원종원 : 재미난 체험을 하실 수 있는 자리가 따로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어떤 때는 뮤지컬마다 그런 자리를 따로 팔기도 해요.
◆ 김영민 : 더 비싸게 프리미엄을 붙여서요?
◇ 원종원 : 아니면 특별한 이름을 붙여서요. "여기 앉으시면 고양이들하고 더 가까이 보실 수 있어요", "여기 앉으시면 유령이 떨어뜨리는 그 샹들리아를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요" 이렇게 얘기를 해 주시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티켓 구매하기 전에 꼭 반드시 가까이 보겠다라는 생각보다는 어떤 자리가 더 좋은지 평론가가 쓰는 글을 참고해 보시면 더 만끽하실 수 있습니다.
◆ 김영민 : 네. 후기나 평론 다양하게 참고해 보시면 더욱더 재미있는 뮤지컬 관람이 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YTN 라디오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오늘은 우리나라의 1호 뮤지컬 평론가 순천향대학교 공연영상학과에 원종원 교수 모시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요. 저희 잠시 쉬어가면서 이때 노래 듣는데 신청곡 봤거든요. 어떤 곡 신청하시겠어요?
◇ 원종원 : 요즘 <어쩌면 해피엔딩>이 워낙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려서 한국 사람으로서 정말 뿌듯한 마음 갖게 되는데. 그래서 그 뮤지컬에서 한 곡 들려드렸으면 좋겠다 생각을 해봤습니다.
◆ 김영민 : 어떤 곡이죠?
◇ 원종원 : <사랑이란> 이라는 노래인데요. 주인공들이 로봇이에요. 인간이 사랑을 하는데. "어? 사랑이란 도대체 뭐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랑이란 무엇이다"라는 정의를 내리는 노랫말이 등장하는 노래입니다. 아마 우리 청취자분들 중에서 드라마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음치 역할을 했던 전미도 배우. 사실은 정말 유명한 뮤지컬 배우거든요.
◆ 김영민 : 맞습니다.
◇ 원종원 : 노래 너무너무 잘하는데 음치를 연기하더라고요.
◆ 김영민 : 명배우네요.
◇ 원종원 : 그 전미도 배우와 정문성 배우의 목소리로 한번 들려드렸으면 좋겠습니다.
◆ 김영민 : 네. 전미도와 정문성이 부른 <사랑이란> 듣고 올게요. 전미도와 정문성이 부른 <사랑이란> 함께 하셨습니다.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시간에는 대한민국 1호 뮤지컬 평론가시죠. 원종원 교수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해피엔딩> 이 작품. 많은 분들께서 기사로도 접하셨고, 작품 감상으로도 접하셨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이죠. <어쩌면 해피엔딩> 이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이다 이렇게 평가되는 토니상에서 1관왕, 2관왕도 아니고 무려 6관왕을 차지했습니다. 노미네이트가 된 것도 굉장히 다양한 분야였다고 제가 알고 있는데요. 이 정말 수십 년 동안 뮤지컬을 지켜보시고, 뮤지컬 업계에 공헌하신 분으로서 정말 감회가 남다르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떠셨어요?
◇ 원종원 : 꿈꾼다는 생각했었어요.
◆ 김영민 : 아, 진짜요?
◇ 원종원 : 네. 사실 제가 뮤지컬.. 말씀드린 대로 학창시절 때부터 너무 좋아했는데. 어렸을 때 그런 생각 많이 했었거든요. "내가 죽기 전에 한국 뮤지컬이, 창작 뮤지컬이 토니상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죽기는 커녕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으면서 이런 기록을 세우는 것을 보니까. "아, 이거 내가 진짜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반갑고. 막 박수 쳐주고 싶고.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 김영민 : 직접 보셨죠? 어쩌면 해피엔딩
◇ 원종원 : 우리나라에서 지금 5차례 앙코 공연이 올려졌거든요. 그때마다 봤는데. 글쎄요. 전부 본 거 합치면 한 10번쯤 본 것 같아요.
◆ 김영민 : 정말 많이 보셨군요. 그러면은 다음에 이제 옆자리 사람에게 "I Can't Remember" 이렇게 하실 수 있는 그 정도로 많이 보신 것 같은데
◇ 원종원 : 맞아요.
◆ 김영민 : 처음에 보셨을 때. "아, 이 작품 뭐라도 되겠다" 이런 예감하셨어요? 혹시?
◇ 원종원 : 그런 예감까지는 없었지만. "아. 비범하다."라는 느낌을 좀 받았었던 것 같고요. 그때도 좀 눈물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 제가 너무 자세히 말씀드리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말씀을 못 드리겠지만. 이야기가 굉장히 공감이 되는데. 왜.. 이런 게 있는 것 같아요. 뮤지컬에서도 굉장히 자주 활용이 되는데. 사람이 아닌 존재들. 사람이 아닌 것들이 사람의 감정을 경험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사람보다 더 그 감정에 대해서 충실하거나 솔직한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그리고 좀 객관적으로 바라보게도 되는 것. 이런 것들이 주는 매력. 그런데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그런 뒷맛을 남겨주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실제로 공연 보고 나와서 전화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더라고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한테 막 연락하고, 부모님한테 연락하고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고.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 김영민 : 듣고 있는데. 저 진짜로 지금 닭살이 돋는 것 같아요. 너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또 스포일러가 안 되게끔, 너무 이렇게 절묘하게 지금 평론을 해 주신 것 같은데. 혹시 브로드웨이 공연도 보셨어요?
◇ 원종원 : 브로드웨이 공연은 아직 보지는 못했습니다. 작년 말부터 시작을 해서 공연이 됐는데. 제가 외신 통해서 확인해 보니까 처음에는 이렇게 흥행이 잘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 김영민 : 그래요?
◇ 원종원 : 예. 그런데 점차 시간이 지나면 그 이유가 좀 있긴 있어요. 뉴욕의 공연 관객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경제적으로 티켓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관객층이 좀 나이가 많아요. 미국 같은 경우에는 복고나 향수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 <어쩌면 해피엔딩>은 주인공이 로봇들이잖아요? SF, 사이언스 픽션, 공상과학 얘기거든요. 거기다가 이야기 나오는 것도 굉장히 젊은 느낌. 게다가 배경은 근미래의 서울이에요. 그러니까 요즘 유튜브나 혹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서울에 대해서 묘사되고. 우리나라에 대해서 어떤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는지 생각하는 서양 사람들을 보면. 되게 미래적이다라는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놀라는 분도 있더라고요. 버스 정류장에 있으면 시간이 나오는데, 정말 그 시간에 맞춰 버스가 나타나더라. 서울에서는
◆ 김영민 : 우리에겐 너무 당연한 건데.
◇ 원종원 : 그렇죠. 앉아 있는데 무슨 따뜻한 기운이 올라오더라.
◆ 김영민 : 따뜻한 의자. 온열의자.
◇ 원종원 : 그래서 미래 도시라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 이 뮤지컬이 그 미래 도시 서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해프닝. 게다가 AI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요즘 또 AI에 대한 관심이 뉴스에서도 정말 많이 높은데, 그런 것들이 이 작품에 대한 상승 작용을 일으켜서 인기를 누리게 되지 않았나. 게다가 미국 젊은이들이 열광을 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거는 아마 이 우리나라 뮤지컬에 있는 팬덤 문화 같은 것들이 브로드웨이 버전에 올려지면서까지 어떻게 보면 접목이 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 스스로 극 안에 보면 반딧불 찾아가는 여행을 떠나는데. 관객 젊은 관객들이 스스로 그렇게 부른대요. "우리는 반딧불들이다"
◆ 김영민 : 아 정말요?
◇ 원종원 : 예. 'Fireflies' 라는 표현을 쓰면서, 보고 또 보는 관객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 김영민 : 아, 그렇군요. 저희 이제 방송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교수님. 요즘 대구에서 뮤지컬 축제가 지금 한창 열리고 있다라고 얘기를 또 들었거든요. 이 축제에 대한 소개도 잠시 부탁드릴게요.
◇ 원종원 : 지난 금요일에 시작했고요. 7월 첫째 주까지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아마 서울에서 보기 힘든 세계 각국의 뮤지컬들을 대구에 오시면 만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부산에 영화제가 있듯, 대구는 뮤지컬 축제가 있거든요. 실제로 서울에서 오는 관객들도 굉장히 많으시니까요. KTX 타고 와서 재미있는 뮤지컬 한번 만나보시고. 막창도 먹어보시고. 뭉티기도 맛보고 하시면 정말 좋겠습니다.
◆ 김영민 : 아니 이제 교수님 찾으면, 그 대구 맛집 소개해 주신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 원종원 : 맞아요. 제가 대구 맛집을 너무.. 이 축제 때문에 많이 알고 있는데요. 너무 많이 오시면 다 사드리진 못하겠지만.
◆ 김영민 : 소개만.
◇ 원종원 : 네. 소개는 충실히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김영민 : 감사합니다. 오늘 바쁜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오늘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이 시간에는 뮤지컬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남자. 덕과 업이 일치된 남자. 한국의 1호 뮤지컬 평론가, 순천향대학교 공연영상학과의 원종원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교수님,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원종원 : 네. 감사합니다.
◆ 김영민 :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YTN 라디오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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