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날짜 : 2025년 4월 27일 (일요일)
■ 진행 : 이성규 교수
■ 대담 : 조선일보 김민철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이성규 교수(이하 이성규) : 여러분은 혹시 꽃 이름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면 꽃박사가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스마트폰 없이도 꽃을 훤히 아는 분을 모셨습니다. 꽃에 매료돼서 수년간 산과 들을 다니면서 꽃 사진을 찍고, 공부했다고 하는데요. 조선일보 김민철 기자 모시고 이야기 나눠봅니다. 안녕하세요.
◇ 조선일보 김민철 기자(이하 김민철) : 예. 안녕하세요. 불러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성규 : 그러니까 꽃 기자라는 별명도 있고 이런데. 저는 이제 꽃민철 기자 이렇게 부르고 싶은데.. 어떻게 자기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 김민철 : 저는 조선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김민철이라고 합니다. 이제 주로 하는 일은 보건·복지·교육 등 사회 정책 분야를 담당하고 있고요. 그거 외에 들과 산으로 꽃을 보러 다닌 다음, 꽃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도 쓰고 있습니다.
◆ 이성규 : 예. 그게 이제 조선일보의 꽃 이야기가 연재되는 그 코너를 맡고 계신 거죠?
◇ 김민철 : 네.
◆ 이성규 : 꽃에 관심을 언제부터 그렇게 가지셨어요?
◇ 김민철 : 벌써 한 20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 이성규 : 무슨 계기가 있었어요?
◇ 김민철 : 저희 저희 딸이 이제 많이 컸는데. 저희 딸이 이제 17살 때, 그 아파트 공터를 이제 손을 잡고 지나가는데. 저한테 묻는 겁니다. "아빠 이거 무슨 꽃이야?" 그러더군요. 그 당시로서는 제가 이제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무슨 꽃인지 아주 흔한 꽃이긴 했는데, 그래서 "엄마한테 물어봐라, 나중에 알려줄게" 이렇게 하고 넘어갔는데. 저희 아이가 다음 날도 묻고.. 그다음 날도 묻고.. 또 계속 묻는 겁니다. 아마 그때 그냥 한 번 묻고 지나갔으면, 제가 꽃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요. 계속 물어보길래, "아.. 이러다가 이거 아빠 체통에 문제가 생기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초보자용 야생화 책을 하나 샀습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그 꽃이 씀바위라는 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 이건 씀바위란다" 하고 넘어갔더니. 애가 또 물어보는 겁니다. "아빠 저건 무슨 꽃이야?" 그래서, "그거는 저 죽단화란다"라고. 뭐.. 이런 식으로 계속 알려주다 보니.. 이게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꽃에 빠지게 됐습니다.
◆ 이성규 : 근데 그 따님은 지금 몇 살이에요?
◇ 김민철 : 지금 벌써 20대 후반이 됐습니다.
◆ 이성규 : 대학생이거나, 대학을 졸업했거나
◇ 김민철 : 예. 졸업했습니다.
◆ 이성규 : 네. 지금도 질문을 하시나요?
◇ 김민철 : 아니요. 이제 그때는 이제 어렸을 때 호기심이 많을 때라 질문을 한 것 같고요. 이젠 크니까 조금 관심이 줄어들어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 이성규 : 근데 딸의 질문이 아빠가 책을 쓰게 만들었네요?
◇ 김민철 : 그렇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 저희 딸이 "책 인쇄의 일부분은 자기 것 아니냐?" 뭐, 이렇게 그러기도 하고 그래서. 농담으로 그렇습니다. 뭐, 진짜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고요.
◆ 이성규 : 그러니까 따님의 질문에 의해서 이끌렸지만, 그래도 꽃에 대해서 그 아름다움을 느꼈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된 거 아니겠어요?
◇ 김민철 : 예. 제가 이제 주변에 있는 꽃 이름을 좀 어느 정도 안 다음, 이제 산에 다니면서 꽃을 좀 보러 다니기 시작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산에 가서 이제 이름을 몰랐던 사진을 찍어와서 이제 도감이나 인터넷을 뒤져가지고, 그 이름을 알아냈을 때의 기쁨. 그리고 또 아주 비슷하게 생긴 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차이를 몰랐는데. 그걸 깨달았을 때의 기쁨. 또 이제 접사라는 게 있습니다. 그러니까 접사 사진을 이제 클로즈업시켜서 찍는 그런 방식인데. 그렇게 찍으면, 새로운 세계가 있습니다. 육안으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이 나오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 멋있는 접사를 찍었을 때 그럴 때 굉장히 기뻤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제가 이제 꽃에 빠지게 된 것 같습니다.
◆ 이성규 : 그 아빠가 자기의 관심에 이렇게 반응하는 그런 거를 느끼지 않았을까요?
◇ 김민철 : 저는 뭐 저희 딸한테 뭐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 한 번은 이제 꽃을 좀 알려준 다음, 딸 손을 잡고 이제 길을 걷는데. 이제 발이 꼬여서 넘어질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마터면 꽃마리를 밟을 뻔했네?" 뭐,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 이성규 : 혹시 몇 살 때에요?
◇ 김민철 : 그때가 초등학교 1학년 때니까, 8살 때.
◆ 이성규 : 아이고
◇ 김민철 : 그래서 이제 꽃마리라는 이름을 아니까. 차마 그 길거리를 가다가도 밟을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 이성규 : 꽃마리가 뭐예요? 근데?
◇ 김민철 : 꽃마리(Cucumber herb)는 저 우리 주변에 아주 흔한 잡초라고나 할까요? 어쨌든 풀 종류입니다. 보도블록 사이에서 많이 나고요. 화단 같은 데 많이 있는데. 이제 연보라색 꽃이고. 가운데 이제 노란 그 포인트가 있는 아주 자잘하지만 예쁜 우리 꽃입니다.
◆ 이성규 : 꽃 이름이군요? 꽃마리라는 게..
◇ 김민철 : 왜 꽃마리냐면, 꽃이 이제 이렇게 말려서요. 말린 태엽처럼 말려 있다가, 이게 풀어지면서 피는 꽃이라고 해서 꽃마리입니다.
◆ 이성규 : 그거를 밟을 뻔했다고 막 가슴이 철렁해 가지고, 따님이 그렇게 반응하셨군요?
◇ 김민철 : 넘어질 뻔한 그런 겁니다. 그래서 그 이런 말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꽃 이름 한 100개만 알려주면, 따로 인성 교육은 필요 없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미국의 어떤 생태학자가 한 얘기인데요. 저는 그 말이 맞기를 바라면서 애들한테 꽃 이름을 계속 알려주었습니다.
◆ 이성규 : 아, 인성 교육이 저절로 되는군요.
◇ 김민철 : 예. 그거를 저 교육계에서 연구한 논문도 있고 그렇습니다.
◆ 이성규 : 근데 기자님이라 그래서 그런 건지.. 뭐, 그런 연구도 많이 하셨네요. 취재를 하신 건지 모르겠는데.
◇ 김민철 : 벌써 뭐 한 20년 이상 이제 관심을 갖다 보니까. 이런 것도 좀 알아보고, 저것도 좀 알아보고 그랬습니다. 자세히 깊이는 솔직히 말씀드려서 잘 모르고요.
◆ 이성규 : 예. 근데 이제 코너도 쓰시고 하니까. 전국을 누비면서 이제 야생화를 보게 되기도 하겠고. 뭐, 여러 가지 추억들이 있겠습니다.
◇ 김민철 : 한 번은 이제 딸을 데리고 강원도에 있는 곰배령(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소재)이라는 데를 갔습니다.
◆ 이성규 : 곰배령
◇ 김민철 : 예. 거기가 이제 어른이 사실 다녀오기에도 좀 약간 부담스러운 거리도 있고, 험한 산인데요. 험한 고개인데. 한 번은 이제 가족들이 같이 갔는데. 그 작은 딸은 뭐 한 3분의 1도 못 가서 울어서, 엄마가 이제 다시 업고 돌아갔고요. 큰 아이는 이제 그 데리고 올라갔는데.
◆ 이성규 : 그때 큰 따님은 몇 살이에요?
◇ 김민철 : 그때가 초등학교 한 2학년 때.
◆ 이성규 : 이해했을 것 같습니다
.
◇ 김민철 : 올라갔는데. 너무 힘들다고, 막 울다가.. 이제 곰배령이라는 곳이, 올라가면 평지로 돼있습니다. 이렇게
◆ 이성규 : 올라가면요?
◇ 김민철 : 올라가면 평지로 돼 있으면서. 거기가 이제 야생화가 사계절 내내 이제 만발하는 그런 곳이거든요. 그래서 이제 야생화하는 사람들한테는 성지 중의 하나입니다.
◆ 이성규 : 곰배령이
◇ 김민철 : 예. 몇 년에 한 번씩은 꼭 가봐야 될 그런 성지 중의 하나인데요. 거기 가서 이제 꽃을, 그때가 동자꽃 피는 시기였는데.
◆ 이성규 : 동자꽃
◇ 김민철 : 동자꽃 등등을 보면서 애가 굉장히 좋아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이제 나중에 딸한테 "너 곰배령 하면 뭐가 생각나느냐?" 이렇게 한번 물어봤더니, 동작꽃이라고 이렇게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 이성규 : 동자꽃
◇ 김민철 : 예. 그 주황색 꽃인데요. 이제 꽃잎이 딱 하트 모양으로 생긴 아주 예쁜 꽃이 있습니다. 우리 그 자생종인데요. 제가 라디오라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어쨌든 한번 동자꽃을 검색창에 치시면, 얼마나 예쁜지 바로 찾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 이성규 : 그러니까 곰배령의 동자꽃을 기억한 거네요. 따님은.
◇ 김민철 : 그렇습니다.
◆ 이성규 : 기자님. 별명이 "꽃으로 소설을 읽는 미중년" 이렇게 되어있거든요? 근데 이제 꽃에 대한 글만 쓰신 게 아니라 소설에 등장하는 꽃들을 찾는 데도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 김민철 : 예. 제가 이제 약간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그런 겁니다. 그러니까 제가 약 10년 이상 꽃에 관심을 갖다 보니까. "뭔가 정리를 좀 한번 해보고 매듭을 짓는 게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제 청소년기부터 소설에 관심을 갖고 습작도 해보고 좀 그랬습니다.
◆ 이성규 : 글도 쓰셨군요.
◇ 김민철 : 예. 해봤습니다. 그래서 이제 제가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소설 하고, 약 10년 정도 이제 이상 공부한 꽃을 좀 결합시키는 방법이 어떨까. 그래서 꽃이 중요한 상징 또는 소재로 나오는 소설을 골라서 한번 소개를 해보자. 그래서 그런 글을 자주 쓰게 됐습니다.
◆ 이성규 : 그런데 그 원래 기자가 되신 것도 "문화부 기자가 돼서, 글도 좀 쓰고 읽겠다" 그런 동기였다면서요? 그런데 뭐, 사회부도 하시고. 정치부에도 옛날에 몸 담으셨고 이렇게 됐어요. 근데 그때는 느낌이 어떠셨어요?
◇ 김민철 : 저희 또래 기자들 중에서는 이렇게 문학 담당 기자를 꿈꾸면서 그 언론사에 입사한 기자들이 많이 있었어요.
◆ 이성규 : 그래요?
◇ 김민철 :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중에 하나였고요. 그래서 이제 "언젠가 한 번은 문학을 담당하는 기자를 한 번 해보겠다"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신문사 부서에서는 배치를 받지 못하고 기회가 없었고요. 그 대신 이제 제가 이제 꽃으로 소설을 읽는 그런 쪽으로 글을 쓰게 된 겁니다. 정치부 할 때는 뭐.. 제가 이제 그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 총재할 때부터 대통령 되시고, 그다음에 이제 돌아가시기까지..
◆ 이성규 : 담당하셨군요.
◇ 김민철 : 예. 담당 기자를 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또 나름 소명감을 갖고 재미있게 했습니다. 좀 됐죠. 이제. 벌써 그 뒤로 대통령이 여러 번 바뀌셨으니까요.
◆ 이성규 : 그런데 그동안 기자 활동이 다채로웠을 것 같기도 하고, 책을 많이 내셨더라고요? 그 어떤 활동을 그렇게 하셨어요?
◇ 김민철 : 이제 주로 제가 낸 책은 이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꽃이 주요 소재 또는 상징으로 등장하는 그 소설들을 모아서 책으로 엮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처음 쓴 책이 <문학 속에 핀 꽃들>인데. 이를테면,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에 나오는 마타리가 어떤 맥락에서 쓰였고, 비슷한 꽃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이런 거죠. 그다음에 또 이제 김유정 작가의 <동백꽃>이라고 기억나시죠?
◆ 이성규 : 네.
◇ 김민철 : 그 동백꽃은, 사실 생강나무를 강원도에서는 동백꽃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 이성규 : 생강나무?
◇ 김민철 : 예. 왜 그러냐면, 강원도는 동백나무가 없거든요. 그건 상록수이기 때문에. 그런데 강원도 여인들도 머릿기름을 발라야 되기 때문에. 이 생강나무 기름으로 생강나무 열매에서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을 썼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거를 동백나무라고 불러서, 생강나무 꽃을 동백꽃이라고 한 겁니다. 그러니까 이제 김유정 작가 소설에는 노란 동백꽃이라고 나오거든요?
◆ 이성규 : 노란 동백꽃.. 원래는 동백꽃은 빨갛지 않나요?
◇ 김민철 : 빨간색이고. 어쩌다가 이제 흰색이 있는 그 정도거든요. 그러니까 노란 동백꽃이니까, 그거는 이제 생강나무를 가리키는 겁니다.
◆ 이성규 : 아, 참.. 꽃 이야기 아주 오늘 다채롭게 듣네요. 근데 그 독자들이 제일 좋아했던 그 꽃 이야기가 어떤 거였습니까?
◇ 김민철 : 예. 제가 좀 알려드리고 싶었던 게. "야생화 공부를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번 제가 쓴 적이 있습니다. 이제 그거를 굉장히 많이 이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반응도 좋았는데요. 이제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야생화 공부의 시작은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이름을 좀 외우려고 저도 지금 꽃 이름 공부를 해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메모를 하고, 다시 외우고 그러는데요. 그래서 이제 꽃 이름을 너무 잊어버리는 것에는 연연하지 마시고.
◆ 이성규 : 네.
◇ 김민철 : "꽃을 보고 즐기는 데 일단 관심을 가지시라.", "그리고 이제 정확한 이름을 알기보다는 집안을 알고. 그다음에 이제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깊이 들어가는 식으로 공부를 하시면 좀 수월하실 거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좋은 반응이 있었습니다.
◆ 이성규 : 예. 기자님. 이쯤에서 우리가 그 노래 하나를 들어요. 김민철 기자님은 어떤 노래 하나를 소개해주시겠어요?
◇ 김민철 : 예. 가수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 이거 좀 듣고 싶습니다.
◆ 이성규 : 또 무슨 사연이 있습니까?
◇ 김민철 : 꼭 그런 건 아니고요. 그 가사들이 마음에 들어서 제가 가끔 듣는 그런 노래입니다.
◆ 이성규 : 네. 그러면 조선일보 김민철 기자가 신청해 주신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 듣고 오겠습니다. 네.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 듣고 오셨습니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조선일보 김민철 기자와 꽃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김민철 기자님. 박완서 선생님 좋아하세요? 박완서 선생님 소설과 함께 꽃 이야기를 엮은 책이 있더라고요?
◇ 김민철 : 예.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라고 하는 책을 제가 몇 년 전에 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어떻게 해서 내게 됐냐면. 그러니까 꽃이 주요 소재 또는 상징이 나오는 그런 소설을 골라서 소개하는 형식으로 주로 글을 쓴다고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자꾸 박완서 선생님 소설이 이제 걸리는 겁니다. 저한테 이제.. 예를 들어서, 지난번에 박완서 선생님의 소설을 썼으면, 다음에는 좀 소재를 바꿔줘야 될 거 아닙니까? 그래서 이제 그런 것들은 제가 메모를 쭉 해 두는데. 그 메모가 굉장히 많이 쌓이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 "어? 이거 박완서 선생님 책만 소설만 가지고도 책이 나오겠다. 책 한 권 엮을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박완서 선생님의 나오는 소설. 예를 들어서, <친절한 복희씨>,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등 이런 것들을 읽고, 거기에서 주요 소재 또는 그 상징으로 나오는 꽃들, 나무들을 정리한 책이 이 책입니다.
◆ 이성규 : 그런데 이분이 굉장히 그 꽃을 좋아하셨어요?
◇ 김민철 : 박완서 선생님이요?
◆ 이성규 : 예
◇ 김민철 : 예. 이분이 그 구리 아치울 마을에서 이제 노년을 보내셨는데요. 거기 이제 마당에다 꽃을 다 심으시고, 매일 가꾸시면서 이제 글을 쓰셨거든요. 그래서 이제 본인이 "우리 집 마당에만 꽃이 약 100가지가 넘는다"라고 지인들한테 자랑도 하고 그랬고요. 소설에도 많이 집어넣었습니다.
◆ 이성규 : 네. 그러니까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그렇게 읽다 보니까, 박완서 선생님이 꽃같이 보이기도 했나요?
◇ 김민철 : 그러니까 꽃이 필 때, 그분이 더 그리운.. 그립다고나 할까요? 뭐, 이런 경우가 있었는데. 예를 들어서 이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나오는 싱아 이야기. 이제 그게 이제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런 내용이거든요. 어릴 적 고향에 싱아가 많이 있어서, 그것을 하나 따서 먹으면 개운해졌는데. 지금 어린 박완서가 그 싱아를 찾아봐도 나오질 않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렇게 이제 의문을 갖는 그런 내용이거든요. 이것뿐만 아니고. 예를 들어서 요즘 이제 그 길거리나 공원에 박태기나무 꽃이 이제 화려하게 피어 있습니다. 홍자색으로.
◆ 이성규 : 박태기나무 꽃
◇ 김민철 : 박태기나무라고, 꽃 몽우리가 이제 밥알같이 생겼다고 그래서 박태기나무입니다. 근데 <친절한 복희씨>라는 소설을 보면, 버스 차장을 목표로 상경한 그 시골 처녀가 처음으로 이성에 느끼는 떨림. 그것을 박태기나무 꽃에 비유를 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인상적인 그런 장면이고요. 또 이제 <아주 오래된 농담>이라는 소설을 보면 능소화로 시작해서 능소화로 끝나는 그런 소설입니다. 그러니까 거기에 '현금'이라고 하는 그 여주인공이 나오는데. 그 여주인공을 능소화로 비유를 해서, 그냥 막 불꽃이 되기도 하고 능소화가. 검붉은 혀가 되기도 하고. 막 그냥 자유자재로 이렇게 꽃을 가지고 묘사를 했던 게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제가 모아서 책을 한 권 썼습니다.
◆ 이성규 : 그런데, 김민철 기자님. 꽃미남이 좋아하는 꽃은 뭡니까?
◇ 김민철 : 예쁜 야생화가 엄청 많고. 그래서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좀 당혹스럽기도 한데요. 그런데 또 그분들이 성의를 갖고 여쭤보시는데, 답을 해드려야 될 것 같아서 제가 하나 정했습니다. 처녀치마라는 꽃입니다.
◆ 이성규 : 처녀치마
◇ 김민철 : 예. 마침 요즘에 산에 가면 볼 수 있는 그런 야생화인데요. 그 잎이 처녀치마처럼 이렇게 쫙 퍼져있습니다.
◆ 이성규 : 막 퍼져 있군요.
◇ 김민철 : 그다음에 꽃도 분홍색에서 이제 보라색 홍자색으로 피는데. 이 꽃도 이제 짧은 캉캉치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굉장히 예쁜 꽃이라 제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고. 또 제가 꽃으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어떤 가능성을 보여준 꽃이거든요. 제가 처녀치마에 대한 글을 썼더니,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 "아, 이걸 좀 소개하는 그런 글을 써도 사람들한테 도움을 주고 관심을 끌 수가 있겠구나" 이걸 느끼게 한 꽃입니다. 그래서 제가 처녀치마를 제일 좋아하고요.
◆ 이성규 : 처녀치마
◇ 김민철 : 그 외에도 예를 들면, 노루귀나
◆ 이성규 : 노루귀
◇ 김민철 : 이 잎이 나올 때 그 털이 많은 게 노루귀처럼 생겼습니다. 그래서 노루귀고요. 얼레지. 그다음에 금강초롱꽃, 깽깽이풀 이런 것들도 굉장히 아름다운 우리 야생화들입니다.
◆ 이성규 : 근데 그 야생화가 저기 산속 깊이나 들판에 나가야 있는 것만은 아니죠?
◇ 김민철 : 예. 물론입니다. 그러니까 예쁜 꽃들 중에서 개량을 해서 우리 주변에 화단에 심어놓은 꽃들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요즘에 볼 수 있는 게 할미꽃. 한때 할미꽃은 저 산에 가도 거의 볼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 적도 있거든요. 이게 좀 농약에 취약한 꽃입니다. 그래서 급속히 줄어들었었는데. 이걸 화단에 심을 수 있도록 개량을 하면서, 굉장히 많이 볼 수가 있고요. 요즘 뭐 서울 시내에서도 얼마든지 조금만 눈을 돌리면 할미꽃을 볼 수가 있고. 뭐 금낭화랄지.
◆ 이성규 : 금낭화
◇ 김민철 : 그다음에 또 하늘매발톱 이런 것들도 굉장히 많고. 또 벌개미취라고 있습니다. 가을에 피는 들국화 중에 하나인데. 연보라색으로 피는 꽃이 있습니다. 서울 지역 화단에도 굉장히 많은데. 요게 이제 원래 이제 지리산 깊은 계곡에서 자라던 꽃인데. 개량화해서 전국에 보급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야생화 중에서 가장 원예종으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벌개미취라고요.
◆ 이성규 : 그런데 최근에 <꽃을 사랑한 젊은 작가들>이라는 책을 또 내셨어요. 근데 이게 꽃과 나무 이야기가 주된 내용인 것 같은데. 젊은 작가들 책을 이렇게 보시니까, 꽃과 어떤 연관성이 있어요?
◇ 김민철 : 기존에 이제 제가 벌써 이 작업을 한 지가 이제 10년이 넘었고. 한 12~3년 됐는데. 그동안 보면 이제 그 화단꽃이랄지, 아니면 야생화 등 이런 것들이 주로 소설 속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작가들은 관심을 갖는 꽃들이 많이 바뀌어 있는 것을 제가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제 화단이나 야생화가 아니라 실내 식물. 요즘 본인이 식집사라고. 식집사를 자처하는 작가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런 작가들이 키우는 실내 식물. 고무나무랄지, 행복나무 이런 것들이 소설의 이제 주요 상징 또는 소재로 등장을 하고 있고요. 꽃 중에서도 절화. 그러니까 튤립이랄지, 리시안셔스랄지.
◆ 이성규 : 절화라는 건 뭐예요?
◇ 김민철 : 자른 꽃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꽃다발을 만드는 꽃이라고 보시면 되겠는데요. 리시안셔스랄지, 튤립 이런 꽃들이 주요 상징으로 나오기도 하고. 또 하나 특징적인 게. 해외 식물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예를 들어서, 반얀트리랄지. 플루메리아랄지. 부겐빌레아 등의 이런 해외 꽃들. 해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들.
◆ 이성규 : 반얀트리도 꽃잎 이름이군요?
◇ 김민철 : 그건 나무 이름입니다.
◆ 이성규 : 나무 이름.
◇ 김민철 : 트리니까.
◆ 이성규 : 트리니까.
◇ 김민철 : 그 동남아 같은 곳, 따뜻한 지역에 가면 그 나무줄기에서 뿌리가 내려오는 그런 나무들이 있습니다. 주로 반얀트리입니다. 그런 꽃들이 많이. 그런 꽃들로 관심이 옮겨간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 이성규 : 근데 서울 7대 가로수, 5대 길거리 꽃, 10대 잡초. 이게 뭐예요?
◇ 김민철 : 기자의 장점은 이제 이렇게 압축을 하는 거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이제 늘 주장하는 게..
◆ 이성규 : 교수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단점일 수도 있어요.
◇ 김민철 : 이제 "꽃에 관심을 가지려면, 이제 주변에 있는 꽃부터 관심을 가지시라" 이렇게 말씀을 드리거든요? 그런데 이제 주변을 보면 그 제일 흔한 게 가로수.
◆ 이성규 : 가로수
◇ 김민철 : 길거리 꽃, 그다음에 잡초들입니다. 그래서 그 흔히 보이는 가로수, 길거리 꽃, 잡초를 제가 정리를 했습니다. 그래서 서울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7가지 가로수를 제가 7대 가로수로 정리를 했고요. 서울에 제일 많은 가로수는 은행나무입니다.
◆ 이성규 : 은행나무. 떨어질 때 좀 조심해야 되는데. 코를.
◇ 김민철 : 예. 그다음에 이제 두 번째가 플라타너스고요. 그다음에 이제 느티나무, 벚나무. 그다음에 요즘 새로 많이 등장하는 가로수가 이팝나무, 회화나무, 메타세쿼이아 이런 겁니다. 그래서 이 7개가 서울 시내에서는 주로 볼 수 있는 가로수입니다. 5대 길거리 꽃. 팬지부터 시작해서, 페튜니아, 그다음 메리골드, 베고니아, 제라늄. 이것들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꽃들입니다. 그래서 제가 가끔 강연도 가고 그럴 때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거 7대 가로수하고 5대 길거리 꽃은 꼭 기억해 두시라. 그러면 굉장히 커버할 수 있는 나무하고 꽃이 많을 거다" 이렇게 말씀을 드립니다.
◆ 이성규 : 하여튼 이 꽃 얘기하다 보니까 밤을 새워야 될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우리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마무리 말씀해 주시죠.
◇ 김민철 : 꽃이나 야생화에 관심을 가지시면, 여러 가지로 좀 위안을 얻을 수 있고 그렇습니다. 그러니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오늘 이렇게 불러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 이성규 :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문학 속에서 야생화를 비롯한 많은 꽃을 읽는 남자, 조선일보 김민철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김민철 : 불러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성규 :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YTN 라디오 홈페이지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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