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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월~금] 06:40, 12:40, 19:40
제작진진행: 이원화 변호사 / PD : 김세령 / 작가 : 강정연
초고층 건물에서 화재 난 날 모텔에서 벌어진 끔찍 살인사건, 범인은 면식범?
2025-05-02 15:22 작게 크게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5월 2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임흥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2010년 10월 1일이었습니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초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불은 단 30여 분 만에 38층으로까지 번지며 무서운 기세로 뻗어나갔습니다. 당시 이 화재는 한 방송사가 정규 편성을 중단하고 재난 특보로 송출할 만큼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화재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던 그 시각 부산의 한 모텔에서는 입에 담기 힘든 아주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해당 모텔에서 일하던 평범한 직원이었습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출근을 했던 상황이었죠. 그런데 출근할 때마다 항상 카운터에 나와 있던 여주인 이 씨가 보이지 않자 뭔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김 씨는 평소 수건이나 휴지를 쌓아두던 비품실을 찾아갔는데 당시 해당 비품실은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고 하죠. 그의 말에 따르면 그 비품실은 자신이 일을 시작한 이래 단 한 번도 잠긴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열쇠공을 불러 비품실 문을 열게 된 김 씨. 슬쩍 보기엔 다소 어수선하지만 별다를 것 없어 보였던 그곳에서 결국 김 씨는 여주인 이 씨를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김 씨가 생각했던 그런 상황은 아니었죠. 과연 이날 부산의 버킹검 모텔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임흥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임흥준: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임흥준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오늘 살펴볼 이 사건 같은 경우 발생 당시 다른 사건에 세간에 관심이 쏠리면서 생각보다는 알려지지 못했던 그런 케이스거든요. 당시 부산에서 큰 불이 나서 전국적으로 떠들썩했잖아요.

◇임흥준: 2010년 10월 1일이죠.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 높이 솟아 있는 38층짜리 주거용 오피스텔 우신골든스위트에서 불이 났습니다.

◆이원화: 그 금색 건물 알아요.

◇임흥준: 맞습니다. 불은 4층에서 시작되었고 불길이 바닷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38층 꼭대기로 번져 나갔습니다. 거의 5시간 동안 화염이 지속되며 건물은 완전히 타버렸습니다.

◆이원화: 다행히 사망자 없이 화재가 진압됐습니다만 위기 상황에서의 매뉴얼이라든지 스프링클러 안전장치 이런 문제가 제기되면서 한참 동안이나 시끌시끌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임흥준: 특히 외장재가 불에 잘 타는 재질이었던 것이 화재를 키우는 것에 일조하게 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정감사에서까지 이 내용이 화두가 되었어요. 그리고 해당 사고를 계기로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 건축물 재난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50층 또는 높이 200미터 이상의 건물을 지을 경우 최소 1개 층 이상을 화재 등의 재난이 발생할 시 대피할 수 있는 대피 공간으로 설계해야 하며 종합 방제실 설치 의무화, 지진, 테러, 해일 등 자연재해 상황에 대비한 대비책을 마련하여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되게 바뀌었습니다. 너무 잘 아시는 송파구의 롯데타워가 바로 이 법이 적용된 첫 건축물입니다. 그런데 오늘 다룰 이야기는 이 화재 사건이 일어난 같은 날 부산에서 발생한 다른 사건입니다. 당시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사건의 관심이 쏠려 언론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고 주목도 받지 못했던 사건이죠. 

◆이원화: 어떤 사건이죠? 

◇임흥준: 2010년 10월 1일 부산광역시 서면 유흥가에 위치한 버킹검 모텔에서 여주인 이 씨가 칼에 찔려 살해당한 채 발견된 사건입니다. 사건 현장인 버킹검 모텔은 본래 이 씨가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다가 이 씨의 아버지가 사망한 후 이 씨가 혼자 운영했고, 주로 인근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이들이 장기 투숙을 하던 곳이었습니다. 모텔에 있는 객실 중 20여 개의 객실은 장기 투숙객이 묵던 곳이며, 1일 숙박용 객실은 45개 정도에 불과했다고 하네요.

◆이원화: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임흥준: 네. 사건 당일 아침 10시 45분쯤 모텔 직원 김 씨가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항상 모텔 카운터를 지키며 맞아주던 이 씨가 보이지 않았던 거죠. 김 씨는 당연히 이 씨가 화장실에 갔거나 잠시 다른 볼 일이 있나 보다 생각하고 무심하게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이 씨가 나타나지 않으니까 김 씨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겁니다. 특히 이불이나 휴지, 수건 등의 모텔 비품을 쌓아두고 창고로 쓰던 11호의 문이 굳게 잠겨 있는 것이 가장 이상했습니다.

◆이원화: 비품실에 잠겨 있다는 게 왜 이상한 거죠? 원래는 항상 열려 있었던 건가요?

◇임흥준: 맞습니다. 김 씨가 버킹건 모텔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래 단 한 번도 잠긴 적 없던 곳이 바로 101호입니다. 어쨌든 김 씨는 시간이 흘러도 도무지 이 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열쇠 수리공을 불러 잠긴 101호의 문을 열었습니다. 방 안은 비교적 말끔했지만 쌓아둔 이불과 수건들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평소와는 명확히 다른 모습인 거죠.

◆이원화: 거기도 여주인은 없었고요

◇임흥준: 아닙니다. 이 씨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 씨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씨가 이불을 덮어 쓴 채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죠. 김 씨는 이 씨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즉시 119를 불렀습니다.

◆이원화: 저 같아도 진짜 놀랐을 것 같아요.

◇임흥준: 그렇죠. 항상 열려 있던 공간이 닫혀 있었고 닫힌 문을 여니 아는 사람이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다. 완전히 공포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아무튼 이후 경찰이 빠르게 수사를 시작하며 몇 가지 정황 등을 발견했는데요. 경찰이 이 중 특히 주목한 것은 이 씨의 시신의 상태입니다. 이 씨는 무려 74회에 걸쳐 몸 전체가 칼로 난도질된 상태였습니다. 이런 행위를 범죄 심리학에서는 ‘오버킬’ 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미 죽거나 치명상을 입은 피해자에게 계속해서 공격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이원화: 말씀해 주신 걸 듣고 떠오르는 거는 원한을 가진 면식범이라거나 아니면 정말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패스 아닐까 싶거든요.

◇임흥준: 정확하십니다. 경찰도 면식범일 확률이 높다고 가정하고 수사를 이어갔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오버킬 보통 원한 관계가 심한 면식범에 의한 범행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죠. 또 이 씨의 시신이 이불로 덮여 있었다는 점도 특이할 만합니다. 면식범은 이미 죽은 피해자의 얼굴이 보이는 것을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얼굴을 덮어두는 행동을 합니다. 이외에도 면식범의 소행일 것이라는 단서는 많았습니다. 이 씨의 저항의 흔적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고, 모텔에 있던 현금 30만 원도 사라지지 않았던 것 뿐만 아니라 101호 옆 객실에 투숙했던 커플이 있었는데요. 이분들도 수상한 소리나 인기척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면식범이 아니라면 아마 이 씨가 소리를 지르거나 구호 요청을 하는 소리를 들었겠죠.

◆이원화: 그러게요.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흔적이나 증거 같은 것들은 따로 없었나요?

◇임흥준: 네. 현장에서 안타깝게 흉기는 나오지 않았고 담배꽁초와 사용 흔적이 있는 피 묻은 수건이 하나 발견됩니다. 둘 다 DNA 감식을 맡겼는데요. 안타깝게 담배꽁초는 아주 오래된 것이라 DNA 발견에 실패했습니다. 다만 수건에서는 성인 남성의 DNA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어요.

◆이원화: 피 묻은 수건에서 나온 DNA다. 이 DNA 일치하는 사람이 있었습니까?

◇임흥준: 네. 바로 근처에서 잡동사니를 수리하는 만물상 주인의 것이었습니다.

◆이원화: 이 사람은 뭐라던가요?

◇임흥준: 경찰은 이 남성을 긴급 체포해 수사를 펼쳤으나 범인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사건 발생 며칠 전 만물상 주인이 모텔 수리를 한 뒤 101호 욕실에서 샤워를 했고 이 수건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고 간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죠. 그뿐만 아니라 이분 알리바이도 있었고요. 적극적으로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도 응했는데 진실 반응도 나왔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모텔이라고 하면 카운터라든지 출입구 쪽에 CCTV가 있었을 것 같은데 이것도 샅샅이 살펴보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뭐 나온 게 없었나 보죠?

◇임흥준: 경찰이 모텔 1층의 CCTV에 찍힌 모든 출입자들을 용의선상에 올리고 수사를 했습니다. 사건 전날부터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모텔을 출입한 사람이 약 200여 명이었고, 이들의 행적을 하나씩 조사했으나 안타깝게 용의점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단 한 사람, CCTV에 찍힌 사람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성이 있었습니다. CCTV 영상에는 얼굴이 나오지 않았고, 점퍼를 입은 모습만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1명이 있었다. 물론 그 사람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단 확인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여전히 못 잡은 거예요.

◇임흥준: 그렇습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도 백방으로 이 남성을 알아봤다고 합니다.그런데 당시 모텔 주변에 CCTV가 많지 않아 남성이 제대로 찍힌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또 서면 일대에 모든 CCTV를 다 뒤졌지만, 모텔에서 나온 뒤 골목길을 벗어나는 한 장면을 제외하고는 이 남성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 해당 남성은 모텔에서 나온 뒤 곧바로 택시를 타고 서면을 떠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원화: 번화가였기 때문에 오히려 더 찾기 어려운 딜레마가 생긴 거네요. 한때 피해 여성의 오빠들이 용의선상에 오르기도 했었다던데 이거는 왜 그런 거죠?

◇임흥준: 사건이 진척되지 않다 보니까 몇 가지 소위 설들이 돌았습니다. 당시 이 사건으로부터 약 1개월 전 이 씨의 아버지가 사망해서 상속 문제가 좀 있었는데, 이 씨의 오빠들이 혹시 재산을 노린 것이 아닌가 하는 경찰의 추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 오빠 모두 알리바이가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치정설인데요. 아까 말씀드린 만물상 주인의 증언에서 시작된 설입니다. 수리공은 3년 전쯤 이 씨가 모텔 카운터 안에서 갓난아기에게 수유를 하는 모습을 보았으며, 30대로 보이는 남자가 자주 출입하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한 것입니다. 만약 이게 사실이고 이러한 사실을 계속 숨겼다면 치정 관계에 의한 살인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죠. 마지막은 사이비 종교 관련설입니다. 이 씨 지인들이 이 씨 부친 사망 이후 이 씨가 종교적인 고민이 많아짐과 동시에 조금 이상해졌다고 증언한 것입니다. 심지어 모텔의 남자 직원은 종교 단체에서 나온 사람들이 이 씨에게 돈을 요구하는 상황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기도 했었습니다.

◆이원화: 이게 진짜 사건이 오리무중이다 싶은 게 상관이 없는 별의 별 얘기가 다 나오네요. 이 사건은 2010년에 발생했기 때문에 공소시효 문제는 없죠. 그러면 만약 지금이라도 범인이 잡힌다면 누가 왜 어떻게 이렇게 잔인한 짓을 저질렀냐에 따라서 사실 형량 차이도 있을 수 있겠다 싶거든요.

◇임흥준: 만약 범인이 면식범이고 치정 관계에 의해 이런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 숨은 것이라면 형량이 꽤 세게 나올 것으로 사료됩니다. 살인죄의 형량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인데요. 장기 미제 사건이 해결된 경우 대부분 무기징역이 선고된다고 보셔도 됩니다.

◆이원화: 변호사님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임흥준: 오늘 이야기의 핵심 주제 미제 사건 해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제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은 정말 오랫동안 고통받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고통 때문에 오히려 2, 3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저희 같은 소시민이 적극적으로 신고 정신을 발휘하고 주변의 사건 사고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다면 이러한 미제 사건 해결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원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 사건이 발생한 곳이 번화가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히 목격자가 존재할 수 있었을 것 같거든요. 지금이라도 그 당시에 뭔가 이상한 것이 있었다는 생각이 드시는 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제보를 해서 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사간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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