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날짜 : 2025년 4월 13일 (일요일)
■ 진행 : 이성규 교수
■ 대담 : 작가 김예지 (작가 필명 : 김가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이성규 교수(이하 이성규) : 요즘 ‘N잡러’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죠? ‘N잡러’는 수학 공식에서 임의의 자연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을 뜻하는 ‘Job’. 그리고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이 합쳐진 신조어입니다. 그러니까 본업 이외에도 여러 개의 직업을 갖고 있는 것을 말하는데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청소일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또 글도 쓰고 하는 N잡러로 살아가는 30대 청년 작가입니다. 김가지 작가와 이야기 나눠보죠. 안녕하세요.
◇ 작가 김예지(이하 김예지) : 안녕하세요.
◆ 이성규 : 네. 김가지 작가님. 자기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 김가지 : 앞에서 설명해 주신 것처럼. 청소 일 하고, 그림 그리고, 그 외에 이제 뭐.. 책도 쓰고.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 작가 김가지입니다.
◆ 이성규 : 네. 근데 데뷔하실 때는 커피 루왁, 김예지 등 이런 이름 쓰셨는데. 어쩌다가 최근에 김가지로 활동명을 바꾸셨어요?
◇ 김가지 : 제가 커피 루왁은 이제 예전에 카모메 식당(2007년 개봉) 이라는 영화를 되게 좋아해서. 거기에서 주인공이 드립 커피를 내릴 때 "커피 루왁" 이렇게 주문을 외우고, 커피를 내리는 장면이 있어요. 그래서
◆ 이성규 : 이제 루왁 커피 아니어도요?
◇ 김가지 : 네. 그렇죠. 맞아요. 이제 어쨌든 "루왁 커피처럼 맛있게 돼라!"라는 염원으로 이제 그런 행위를 하는 거거든요. 근데 그게 너무 귀엽고 좋아서 "나중에 작가가 되면 작가명을 저걸로 해야겠다"라고 대학교 때 생각을 했다가, 정말로 이제 작가가 돼서 그거를 이제 작가명으로 했어요.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이 루왁 커피를 생산하는데 동물 학대가 되게 심하더라고요. 몰랐는데. 그래서 "내가 지향하는 삶과 맞닿지 않다"라고 생각을 해서. "새로운 이름으로 가자"라고 했던 게 김 가지였고. 저희 엄마가 저한테 이제.. "가지가지 한다!"라는 말을 많이 하세요. 그래서 가지가지로. 근데 여러 가지 일도 하고 하니까, "김가지.. 나쁘지 않다"라고 해서 이제 골랐습니다.
◆ 이성규 : 청소 일 하신 지가 11년째라면서요? 근데 청소 일을 처음 시작하셨던 계기가 있나요?
◇ 김가지 : 제가 그때 이제 25살, 26살이었거든요. 회사를 1년 다니다가 이제 회사가 너무 안 맞는 거예요. 저랑. 그래서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를 준비를 했어요. 원래는. 그래서 일러스트 프리랜서를 준비를 했는데..
◆ 이성규 : 그러니까요. 미술 전공하셨다고요?
◇ 김가지 : 네. 맞아요. 그래서 이제 그거를 살려서 이제 가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잘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프리랜서 준비를 하고 있다가. 저희 엄마가 "너 아르바이트 하는 것보다 청소일이 훨씬 가성비 좋은데.. 엄마랑 한번 해볼래?"라고 이제 제안을 해 주셨어요.
◆ 이성규 : 그 엄마랑 같이 하시기를 시작하신거군요?
◇ 김가지 : 맞아요. 지금도 이제 같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어쨌든 그거를 시작으로.. "아르바이트보다 좋다", "가성비 좋다"라는 걸 듣고 시작을 해서. 지금까지 11년이 되어 버렸어요.
◆ 이성규 : 근데.. 이 청소 일은 매일 하나요?
◇ 김가지 : 아니에요.
◆ 이성규 : 아침마다 하는 줄 알았더니.
◇ 김가지 : 예전엔 그랬거든요. 예전에는 이제 취작한 지 한 거의 4년 동안. 4년인가.. 5년 동안은. 월, 화, 수, 목, 금, 토까지 했었어요. 일을. 이제 그때 청소일 처음 시작하고 돈이 잘 벌렸거든요. 그래서 엄마랑 좀 "바짝 돈을 벌자"라는 마음으로 주 6일을 일했었다가.. 지금은 이제 월, 수, 금만 하고 있고요. 최소한으로만 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 근데 주로 아침에 청소하나요? 밤에 하나요?
◇ 김가지 : 아침에 합니다. 새벽같이.
◆ 이성규 : 그럼 그날은 별보기 운동.
◇ 김가지 : 그렇죠.
◆ 이성규 : 그럼 그 전날 좀 일찍 주무시나요?
◇ 김가지 : 예. 한 10시에 잠자리에 듭니다.
◆ 이성규 : 뭐 좀 드시고 나오세요? 아니면 막 일어나서 나와서 하시다가 뭘 드시나요?
◇ 김가지 : 이제 제가 출근할 때 제가 거의 5분 만에 출근하거든요? 그냥 정말 세수하고, 로션만 바르고 바로 나오기 때문에 먹지는 못하고. 이제 운전해 가면서 엄마가 이제 먹여주죠. 옆에서. 그렇게 먹어요.
◆ 이성규 : 그럼 엄마는 뭐 드세요?
◇ 김가지 : 엄마도 같이 드세요. 먹으면서 이렇게 같이
◆ 이성규 : 그래도 딸을 계속 먹이시는구나. 엄마는.
◇ 김가지 : 맞아요.
◆ 이성규 : 그리고 어떤 날은 다 끝나면 늦어지나요? 아니면 뭐 점심 때쯤 끝나나요? 어떻게 되나요?
◇ 김가지 : 예전에는 늦게 끝났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이제 한 12시에서 1시 사이. 혹은 뭐.. 1시에서 2시 사이. 그러니까 웬만하면 2시 안에는 끝나는 스케줄입니다.
◆ 이성규 : 그러면 그때 글을 쓰시고, 독서도 하시고 그러나요?
◇ 김가지 : 이제 끝나고요?
◆ 이성규 : 예.
◇ 김가지 : 그렇죠. 이제 돌아와서 사실 월, 수, 금은 돌아와서 엄마 집에서 밥 먹고. 또 따로 살거든요. 집에 가서 집안일 하고, 이것저것 챙기면. 밤에 그냥 독서. 자기 전에. 이 정도까지는 하는데. 대체적으로 그런 활동은 이제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일요일. 이때 제일 많이 하는 것 같긴 해요.
◆ 이성규 : 그러시군요. 근데 이 직업에 대해서 많이 편견이 없어지긴 했지만. 어떤 때는 그 청소하시는 우리 작가님이나 어머니한테 어떤 분들이 툭툭 던지는 말 속에 뼈가 있다거나 그런 기억 좀 있으신가요?
◇ 김가지 : 제가 오히려 지금은 이제 11년이 됐고. 오래된 곳에서.. 지금 일하는 데가 거의 11년 차거든요. 그래서 친해요. 지금은 그 분들과 안면도 트고 이래서 그런데. 초반에 이제 여기저기 다닐 때는 무례한 질문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간혹, "저한테 대학을 나왔냐?" 그러니까 저의 어떤.. "어? 너 나이 젊은데. 대학은...? 대학 안 나와서 이런 일 하나?" 약간 이렇게 여쭤보는 분도 있었고. 그리고 이제 뭐.. "부모님이 열심히 키워놨는데, 왜 이런 일을 하냐?" 그래서 제가 "저희 엄마가 하자고 한 일인데요?" 약간 이런 식으로 했던 적도 있었고. 무례함은 있었어요. 없지 않았던 것 같아요.
◆ 이성규 : 근데 또 반대로 상큼한 기억도 있을 것 같아요.
◇ 김가지 : 근데 많아요. 진짜 그것도 제가 느낀 건 사람들이 정말 오히려 나쁜 사람보다 따뜻한 사람이 더 많긴 했었어요.생각을 해보면 지금도 오히려 정말 더 인사도 잘해 주시고. 맛있는 거 있으면 지나갈 때 챙겨주시는 분들이 되게 많거든요.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제가 이제 학원을 청소했었어요. 근데 이제 그날이 발렌타인 데이였었어요. 그날 이제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해드렸거든요. 항상. 그래서 아침에 이제 딱 열고 들어갔는데. 칠판 밑에다 이제 "감사하다" 이러고 이제 초콜릿을 얹어 놓으신 거예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되게 너무 많았죠.
◆ 이성규 : 네. 근데 또 어차피 이 청소 그러면. 요즘 뭐.. 기구들도 많이 발전이 됐지만. 개발이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몸을 많이 쓰잖아요? 그래서 춥거나 더우면 힘들 것 같고. 요즘은 좋을 것 같아요. 요즘 날씨는.
◇ 김가지 : 진짜 맞아요. 날씨를 정말 많이 타고. 특히 요즘 여름이 많이 더워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정말 제가 식욕을 잃은 적이 살면서 거의 없거든요? 근데 이번 여름에는 식욕을 잃을 정도로 더워서. "엇, 내가 이 일을 정말 어떻게 더 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좀 들었어요.
◆ 이성규 : 여름에. 이제 또 금방 봄이 짧고, 여름에 올 텐데..
◇ 김가지 : 그렇죠
◆ 이성규 : 걱정이네요. <저 청소일 하는데요?> 이게 책 이름입니다. <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 <다 똑같이 살 수는 없잖아>, <그만둘 수 없는 마음> 이렇게 여러 권 책을 내셨고. <저 청소일 하는데요?> 이게 처음 나온 책인데요. 그 때 독립출판으로 내셨어요?
◇ 김가지 : 네
◆ 이성규 : 그게 뭐예요?
◇ 김가지 : 일단.. 독립이 들어가잖아요? 뭐, 우리가 독립 영화도 있고, 이런 것처럼. 말 그대로 우리가 책은 출판사를 통해서 이제 낸다고 많이들 알고 계시는데. 그게 아니라. 이제 만들고, 유통하고, 마케팅 등을 모두 다 혼자서 하는 것을 이제 독립 출판이라고 하고. 그렇기 때문에 좀 B급 감성의 책들이 많고요. 그리고 출판사에서는 돈이 안 될 것 같아서 내주지 않는 책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좀 되게 다양하고 신기한 책들이 많아요.
◆ 이성규 : 오히려 잘 고르면.. 작품 명작이 나올 수도 있겠네요?
◇ 김가지 : 맞아요. 그렇죠.
◆ 이성규 : 이제 그렇게 첫 번째 책으로 이름을 알리신 뒤에.. 그때 반응 좀 좋았죠?
◇ 김가지 : 많이 좋았습니다.
◆ 이성규 : 그때 몇 부라고 해야 되는 거. 어떻게 얘기해야 돼요?
◇ 김가지 : 몇 부 맞죠. 그 이제 독립 출판으로 나왔던 책은 지금 기억이 잘 안 나거든요. 이제 거의 6~7년 전이어 가지고 그런데 어쨌든 몇 천 부 나갔고요. 그리고 지금 <저 청소일 하는데요?>, 출판사를 통해서 나온 거는 이제 20쇄를 넘겼으니까. 그래도 꾸준히 잘 나가고 있죠.
◆ 이성규 : 그런데 이제 두 번째 책. <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 여기 좀 제목이 많은 걸 암시하는 것 같아요. "다행히 죽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사회 불안장애를 다뤘더라고요? 여기에서 그것 좀 말씀 해주실래요?
◇ 김가지 : 제가 이제 <저 청소일 하는데요?> 라는 책을 내고 나서, 다음 책으로 무슨 책을 낼까 이제 고민을 하다가.. 이게 가장. 그러니까 첫 번째 책도 지금 가장 내가 잘 할 수 있는 이야기여서 냈거든요? 두 번째도 그런 얘기였어요. 그때 당시에 제가 가장 화두에 두고 있었고, 그리고 사회 불안 장애라는 게.. 일단은 불안장애의 일종인데요. 이게 이제 대인관계에서 사회적인 활동을 할 때 불안을 이제 느끼는 그런 장애예요. 그래서 지금은 이제 뭐.. 많이 건강해졌고. 잘 지내고 있지만. 제가 힘들었을 때 관련된 것들을 되게 많이 봤었어요. 그래서 "나도 이제 책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그런 이야기를 나도 해주고 싶다. 받은 만큼 얘기해 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해서 쓰게 됐습니다.
◆ 이성규 :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청소 노동자로 일하면서 자기만의 작품 생활을 하고 있는 김가지 작가와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김 작가님. 우리가 이쯤에서 노래 하나를 듣고 가거든요? 추천하실 노래가 뭐였죠?
◇ 김가지 : 저는 이문세의 <봄바람>입니다.
◆ 이성규 : <봄바람>
◇ 김가지 : 제가 이문세 가수를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봄 되면 듣는 노래 중 하나여가지고 추천했습니다.
◆ 이성규 : 네. 그러면 김가지 작가가 추천한 이문세의 <봄바람>, 듣고 오겠습니다. 네. 이문세의 <봄바람> 듣고 오셨습니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11년 차 청소 노동자이자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그리고 또 다른 글들을 여러 가지 쓰시는 김가지 작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김 작가님.
◇ 김가지 : 네
◆ 이성규 : 여러 가지 일들을 많이 하셔서 심리 상담받으시고 그런 거 아니에요? 작가. 지금 말씀드린 일러스트레이터, 강연자, 강사 등등등.. 그래서 사람들이 "청소.. 아직 하시나?", "이제 그만 두셨나?" 뭐, 이런 질문도 하고.
◆ 이성규 : 그럴 것 같아요.
◇ 김가지 : 너무 많이 하세요. 일단.. 어디 가기만 하면 무조건 있는 질문이에요. "아직도 하고 있냐?"
◆ 이성규 : 그래요. 근데 주된 이 많은 직업 중에 나의 메인은 뭐다?
◇ 김가지 : 저한테 메인은 작가인 것 같아요. 그림 그리는 작가.
◆ 이성규 : 그리고 작가님의 책을 읽고.. "일은 일일 뿐이고, 직업과 자아를 동일시하지 말아야겠다", "꿈을 잃지 말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한 청년들이 많이 있었다면서요? 그 얘기 좀 해주세요.
◇ 김가지 : 제가 이 책을 냈을 때 사실.. "누가 읽어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청소일이라는 게 특수하잖아요? 그 나이대에. 그래서 "많이 안 읽어줄 것 같다"라고 했는데. 의외로 청소 일이 아니라 그냥 진로 고민하는 분들한테 다 와닿게 갔던 거예요. 그게 그러면서 실제로 정말로 되게 젊은 나이에 청소를 시작하셨고. 자기 일을 싫어했었대요. 근데 이 책을 통해서 "자기 일에 대해서 더 자긍심을 느낄 수 있게 됐다"라고 하셨던 분도 있었고. 그리고 또 어떤 분들은 이제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데. 어쨌든 생계도 이어나가야 해서 캐셔 일을 하면서 준비를 하고 계셨나 봐요. 근데 그 캐셔 일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 중에 제가 말한 무례한 것들을 좀 겪은 적이 있었나 봐요. 근데 그게 이제 "제 책을 통해서 많이 위안이 됐다"라고. "어쨌든 내가 가는 과정에 하는 일일 뿐이고. 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는 그냥 그 사람들이 무례한 것뿐이다. 나의 인생에는 그렇게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라는 거를 알게 됐다"라고 해주셔서. 오히려 그 부분에서 제가 많이 저도 공감, 위안을 받았어요.
◆ 이성규 : 그 작가님 책 읽고. 그러니까 첫 번째 책 같은 느낌인데. 청소 일에 뛰어든 젊은 부부도 있다면서요?
◇ 김가지 : 맞아요. 네. 맞아요. 그분들은 예전에 제가 이제 북 토크 같은 걸 했었는데. 도배사로 이제 하신 분이랑 같이 했었는데. 그때 오셨어요. 오셔서, 이제 마지막에 "자기도 그 책을 읽고, 청소를 지금 남편과 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 거예요. 그때도 신기했어요.
◆ 이성규 : 그래서 김가지 작가가 낸 책에는 늘 어머니가 등장하시는데. 이제 어머니는 아까도 계속 음식도 챙겨주시고. 뭐.. 멘토 역할도 해주시고 그런 것 같은데. 어머니와 같이 다니면서 또 일하면서 배운 것 중에 가장 소중한 거는 어떤 거라고 생각하세요?
◇ 김가지 : 가장 소중했던 건 성실함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성실하게 별로 안 살았거든요. 근데 예전엔 그리고 그냥 어른들이 하는 그 흔한 말 있잖아요? "시간 잘 지키고", "성실하고", "약속 잘 지키고" 이런 얘기가 예전에는 와닿지 않았는데. 엄마랑 같이 일하면서, 그게 되게 어려운 일이고. 그게 되게 다른 사람한테 나라는 사람의 어떤 신뢰감을 주는 데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거를 배웠던 것 같아요. 같이 일하면서 심지어 제가 저희 엄마의 성실함을 보면서도 되게 신뢰하고 믿게 됐던 것 같아서.
◆ 이성규 : 성실함. 근데 그런 걸 보시면서 11년을 보내셨네요?
◇ 김가지 : 그렇죠.
◆ 이성규 : 그 11년 동안 김가지 작가님한테는 무슨 변화가 있었어요?
◇ 김가지 : 일단은 많이 건강해졌고요. 처음 시작할 때보다.
◆ 이성규 : 몸과 마음이요?
◇ 김가지 : 네. 맞아요. 그 두 가지도 있었고. 경제적인 안정도 찾았죠. 처음 시작할 때보다. 그리고 직업적인 면도 그렇죠. 처음에는 이제 청소 일만 하다가, 이제는 다양한 일도 하고. 그런 것도 있죠. 변화가.
◆ 이성규 : 그러면서 이제 최근에 명함을 다시 디자인해서 파셨다면서요?
◇ 김가지 : 네
◆ 이성규 : 그.. 어떻게 디자인을 하셨어요? 여러 가지 직업을 다 넣었어요? 아니면?
◇ 김가지 : 일단 저 그 메인이 청소하고, 그림 그립니다. 또 이거 2개 넣고. 그리고 뒤에 그냥 "QR코드 찍어서 들어오세요" 이렇게 얘기했어요.
◆ 이성규 : 그렇게 반응이 괜찮았어요? 주변에?
◇ 김가지 : 근데 제가 명함을 받으면 책갈피로 많이 사용하거든요? 그래서 책갈피처럼 좀 길게 했더니.. "책갈피로 잘 쓰고 있다" 이렇게 얘기해 주셨어요.
◆ 이성규 : 근데 11년 일하면. 한 10년쯤 일하면. 내가 나한테 선물을 주는 의미도 있고 해서 여행을 간다거나.. 일만 하셨어요.?
◇ 김가지 : 근데 여행은 워낙에 짬짬히 잘 다니는 편이어서. "10년이어서 해야겠다"라는 것은 없었어요.
◆ 이성규 : 청소를 월, 수, 금 나간다 그러면.. 토, 일 이렇게 나눠서.
◇ 김가지 : 가거나 연휴 끼어 있을 때 가거나.
◆ 이성규 : 연휴 때는 청소를 쉬는군요?
◇ 김가지 : 그럼요. 저희도 빨간 날에는 쉽니다.
◆ 이성규 : 그러니 그때 우리 같은 많이 시켜 먹고 이런 사람들이 이제 문제죠. 치워줄 사람이 없어가지고. 근데 그렇게 몇 가지 일을 하시고 계시다 보니까. 작가가 지금 메인 같은 느낌을 갖고 계신데. 일.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면, "아..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되지?" 그런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 김가지 : 했었어요. 특히 청소일 초반에 했을 때, 변기를 뚫거나.. 뭐, 정말 더러운 것도 많이 봤거든요? 그거 외에도 이제.. 작가 일 할 때도 좀.. "아, 왜 이렇게 마음대로 안 풀리지?" 이렇게 했을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게. 일을 안 하면 솔직히 할 게 없잖아요? 제가 무슨 엄청난 부자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그냥 해야지" 이렇게 된 것 같아요.
◆ 이성규 : 지금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벌리는 게 조금 어느 정도 돼요?
◇ 김가지 : 나쁘지 않습니다.
◆ 이성규 : 나쁘지 않아요? 근데 이제 놀 수는 없고?
◇ 김가지 : 그럼요. 놀 수 있을 정도의 거의 뭐.. 그거는 거의 주식을 한다든지. 뭐, 이런 불로소득이 없어서. 저는 거의 다 소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이성규 : 그 작가님한테는 일이 뭐예요?
◇ 김가지 : 일이요?
◆ 이성규 : 일이란?
◇ 김가지 : 그냥 책임감이에요.
◆ 이성규 : 책임감. 그 청소 일 안 했으면, 지금 어떻게 됐을 것 같아요?
◇ 김가지 : 제가 약간 상상력이 부족해 가지고 잘 모르겠는데.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청소 일을 안 했더라면, 직업에 대해서나 일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깊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을 것 같고. 사회적 편견이라든지 이런 거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을 해 볼 일은 없었겠다. 그래서 약간 시야가 좁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기는 해요.
◆ 이성규 : 그게 초반에 그런 생각을 많이 하셨나요? 이렇게 최근에 들어와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하셨나요?
◇ 김가지 : 초반에 많이 했죠.
◆ 이성규 : 초반에.
◇ 김가지 : 네. 지금은 왜냐하면 11년 차이다 보니까, 개념이나 이런 것들이 많이 박혀 있고. 그리고 이제 청소일을 대하는 제 마음이나 이런 것도 좀 안정이 돼 있잖아요? 그런데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일단 너무 젊었고, 그 청소일을 하기에. 그래서 주변의 시선도 만만치 않았어서.. 더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것 같아요.
◆ 이성규 : 지금 작업 중이신 게 또 있나요?
◇ 김가지 : 네. 있어요.
◆ 이성규 : 어떤 걸 작업하세요?
◇ 김가지 : 지금 이제 작업하고 있는 건.. 출판으로 하는 건 처음인, 픽션인 만화이고요. 이거는 이제 30대인 친구 이야기.
◆ 이성규 : 30대 친구 이야기
◇ 김가지 : 네, 30대가 되어서 느끼는 친구와 그리고 뭔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 관계에 대한 이야기예요.
◆ 이성규 : 그런 것들을 언제쯤 내보실 생각이에요?
◇ 김가지 : 계약은 이미 마감일은 지났고요.
◆ 이성규 : 네
◇ 김가지 : 내년에 내기로 했어서.. 내년쯤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 음.. 20대 취업을 앞두고 무슨 일을 해야 될지 고민하고 그러는 경우도 있을 거 아니에요?
◇ 김가지 : 그렇죠.
◆ 이성규 : 그러면 그런 분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 김가지 : 생각보다 암담하지 않다. 왜냐하면 암담하게 느껴서 좀 힘들어하는 분들이 되게 많잖아요? 근데 그랬을 때.. 막상 "내가 지금 안 좋은 선택을 했다"라고 하는 그 일들이나, 아니면 뭐.. 직업을 못 얻었다든지. 그게 영원한 것은 아니다라는 얘기. 그리고 그랬을 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에 대해서 좀 더 많이 생각을 하면, 일에 대한 내 시야도.. 제가 말한 것처럼 넓어지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어요.
◆ 이성규 : 그러면 우리 김가지 작가가 보기에.. 요즘 젊은이들이 약간, '온실 속에 있는 느낌' 같은 것도 좀 있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한테.. "독립적인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는 조언을 좀 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 김가지 : 일단 저는 그 '온실'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 않아요. 각자 어떤 힘듦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근데 어쨌든.. 그래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런 분들. 그러니까 책임감과 이런 거를 가져야 된다면.. 저처럼 "일단 아무 일이나 시작해 봐라"
◆ 이성규 : "아무 일이나 시작해 봐라", "우선 시작해 봐라. 아무 일이나", 마지막으로요. 김가지 작가의 남은 삶을 어떻게 꾸려 나갈 계획인지. 바람이 될 수도 있겠고, 장기적인 목표가 될 수도 있을 텐데요. 말씀하시면서 마무리해 주시죠.
◇ 김가지 : 저는 장기적으로 죽을 때.
◆ 이성규 : 죽을 때
◇ 김가지 : 네. 임종을 맞이했을 때 "내가 잘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아주 장기적인 계획입니다.
◆ 이성규 : 네.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여전히 청소를 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생계형 작가로 살아가는 김가지 작가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김가지 : 감사합니다.
◆ 이성규 :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YTN 라디오 홈페이지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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