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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월~금] 06:40, 12:40, 19:40
제작진진행: 이원화 변호사 / PD : 김세령 / 작가 : 강정연
우정의 증표로 4억짜리 보험가입? 친구 살인 계획한 범인, '발에 달린 DNA'로 잡았다
2025-04-02 16:34 작게 크게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4월 2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안수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친구 윤 씨가 도통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윤 씨의 사촌형에게까지 전화를 걸었던 이 사람. 그는 윤 씨와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 박 씨였습니다. 얼마 전까지 윤 씨와 동고동락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하죠. 그렇다면 도대체 윤 씨는 왜 도통 연락이 되지 않았던 걸까요? 무슨 일이라도 생겼던 걸까요? 실종 신고됐던 윤 씨는 결국 처참한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됐는데요. 경찰은 즉각 수사에 나섰습니다. 용의자로 유력해 보이는 인물이 CCTV 속에 포착됐지만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쓴 바람에 통 식별이 불가능했던 상황. 그런데 이 영상을 본 윤 씨의 지인들의 반응은 좀 달랐습니다. 놀랍게도 해당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바로 윤 씨의 죽마고우였다던 박 씨였는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안수진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안수진 변호사(이하 안수진):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안수진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CCTV가 용의자를 추적하는 굉장히 유용한 수단이 될 때가 많습니다만 범죄자들도 갈수록 교묘해지다 보니까 TV에 본인이 잡히더라도 신원을 특정할 수 없게끔 얼굴도 가리고 변장도 하고요. 가끔 뭐 키높이 신발 신고 있었던 사람도 나왔었고 이런 케이스들 나오곤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 용의자를 특정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나오기도 하죠?

◆안수진: 네 그렇습니다. 객관적인 자료가 확보되어 희망적이다가도 막상 CCTV 영상을 분석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원화: 오늘 다뤄볼 사건도 CCTV에 유력 용의자가 잡히긴 했습니다만 얼굴을 식별해내지 못한 그런 케이스이기도 한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일단 처음부터 차근히 짚어볼까요?

◆안수진: 네 2015년 4월 한 낮이었습니다. 대구에 소재한 금호 제1교 콘크리트 벽 아래 둔치에 20대 남성으로 보이는 시신이 있다는 112 신고가 경찰에 들어온 것인데요.

◇이원화: 시신 상태가 사망한지 시간이 제법 흐른 듯한 그런 상황이었다고 하는데..

◆안수진: 당시 피해자의 시신은 사건 발생 시로부터 18일 뒤에 발견되어 머리, 가슴, 배 등 신체 전반적으로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 신원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추후 수사 기관에 의하면 피해자의 머리 부위에만 모난 둔기로 약 17차례 가격된 흔적이 확인되었고 사인은 다발성 두부 손상이었습니다.

◇이원화: 피해자 신원이 혹시 파악이 됐을까요? 이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고 하니까

◆안수진: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피해자의 외관만으로는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웠는데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피해자가 사망 당시 착용하고 있던 옷에 피해자가 재직 중이던 회사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해당 회사를 직접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출근하지 않는 직원이 있다는 점을 알려왔고, 사건 현장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가방에서도 해당 회사에서 나눠준 빵과 우유가 부패한 상태로 들어 있었기에 경찰은 20대 윤 씨를 피해자로 특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시신이 발견된 때로부터 약 11일 전 이 사건 피해자에 대해서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실종 신고가 이미 돼 있었던 거네요.

◆안수진: 네 피해자는 발견되기 18일 전 야간 작업을 마치고 퇴근한 이후 행방 불명인 상태였는데요.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로부터 4년 전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셨고 다른 형제도 없는 외동이었다고 합니다. 피해자에게 유일하게 남아 있던 가족인 아버지는 치매로 인해서 심신상실 상태였기에 피해자가 실종된 이후 곧바로 경찰에 신고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대신 피해자의 친구인 박 씨가 피해자의 사촌 형에게 연락하여 실종 신고를 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원화: 친구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박 씨라는 분이 피해자랑 굉장히 가까운 사이였던 모양입니다.

◆안수진: 네 친구 박 씨는 피해자의 15년 지기 친구인데 서로의 가족들과도 가깝게 지내온 것은 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함께 여행을 가거나 동고동락하며 사업체를 차리는 등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화: 아무튼 도대체 피해자 윤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누가 이렇게 무자비한 살인을 한 건지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 빚이 많았다거나 아니면 원한을 살 만한 그런 특별한 사정이 있었을까요? 어땠습니까?

◆안수진: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의 주변인들은 모두 피해자가 너무나도 성실한 청년이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피해자의 주변을 탐문하며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직장에서 조퇴를 하였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해당 시각 피해자가 재직 중이던 공장과 이 사건이 발생한 다리 부근에 CCTV 영상을 분석하였는데요. 해당 CCTV 영상 속 피해자의 곁에 신장 170cm 정도의 마른 체격으로 피해자와 친밀한 사이인 것처럼 대화를 나누며 약 30분 이상 걸어간 사람의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그러나 사건 당일은 비가 내리던 날이라 피해자의 옆에서 걷던 사람이 후드 모자를 쓰고 있었고, 이로 인해서 얼굴을 바로 식별하기는 조금 어려웠습니다.

◇이원화: 말씀해 주신 걸 들어보면 아는 사람이기도 한 모양인데 대화하면서 걸어갔다는 거잖아요.

◆안수진: 예 그렇습니다. 실제로 피해자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머리에만 둔기로 약 17차례 가격을 당한 나머지 다발성 두부 손상으로 사망에 이르렀는데요. 피해자에게는 맞서 싸우거나 저항한 흔적이 없었습니다. 경찰은 신원불상인을 특정하고자 피해자의 주변인들에게 어떠한 사정 설명도 없이 CCTV 속 인물이 걸어가는 장면만을 보여주었는데, 영상을 본 피해자의 주변인들 전부 동일한 답변을 하였습니다. 영상 속에서 후드 모자를 쓴 채 피해자와 대화를 하는 사람이 피해자의 사촌 형에게 실종 신고를 권하였던 피해자의 친구 박 씨라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피해자의 주변인들은 마스크를 끼고 변장을 해도 걸음걸이만으로 알아볼 수 있다. 어디서 봐도 걷는 폼만 보면 바로 알아볼 수 있다 라며 영상 속 인물이 박 씨임을 확신하였습니다.

◇이원화: 얼굴도 안 보이는데 친구들이 그렇게까지 확신했던 이유가 걷는 폼 이건가요?

◆안수진: 네. 박 씨는 다소 특이한 걸음걸이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오자형 다리인 박 씨는 소위 말하는 팔자걸음과 동시에 왼쪽 발을 바깥으로 차면서 걷는 습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그런데 걸음걸이가 좀 특이하다고 해서 친구 5명이 다 그 사람이다 의견이 또 일치됐다고 하더라도 그것만 가지고 살인자다 기소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다른 증거들은 없었습니까?

◆안수진: 네 그렇습니다. 경찰은 추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하여 사건 당일 새벽에 대구로 들어간 택시 580여 대를 전부 추적을 하고 그중 박 씨가 거주하고 있던 거창에서 대구로 이동한 택시 1대를 특정해 내서 해당 기사로부터 키 170cm의 마른 남성을 태웠다라는 진술을 받아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박 씨의 휴대전화에서 범행 일주일 뒤 여긴 지옥이다 여기서 살아남으면 곧 천국이다 라는 의미 모를 메모도 발견됐습니다.

◇이원화: 수상하긴 한데요. 그래도 여전히 좀 부족해 보이긴 하거든요. 심지어 둘이 같이 사업도 하고 있고 한 집에 살 정도로 친한 친구 사이였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친구를 살해한다 그럴 만한 이유 아니면 동기 이런 게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안수진: 박 씨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보험금이었습니다.

◇이원화: 또 보험금이네요. 근데 둘이 가족 사이도 아니고 피해자가 죽는다고 해서 친구가 좋을 게 있나요?

◆안수진: 네 앞서 피해자 박 씨가 15년 지기 죽마고우라는 점은 말씀드렸습니다. 박 씨는 피해자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던 어느 날 피해자에게 서로를 수익자로 하는 사망보험 계약서를 내밀었는데요. 이 시기가 사건 발생 시로부터 불과 3개월 전이었습니다.박 씨는 피해자에게 혹시라도 피해자가 사망하면 본인이 보험금을 수령을 해서 요양 중인 피해자의 아버지를 본인이 돌보겠다고 거듭 설득하였고 피해자에게는 박 씨의 부모님도 본인의 부모님처럼 소중했기에 피해자는 결국 보험 설계사인 박 씨의 사촌형을 통해 서로를 수익자로 하고 일반 상해 사망은 4억 원, 질병 사망은 2억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보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원화: 그런 일이 있었네요.

◆안수진: 그런데 막상 함께 보험 계약을 체결한 박 씨는 공장에서 근무하던 피해자와는 달리 특별한 직업이 없이 채무만 있었는데요. 박 씨는 당시 여자친구에게 빌린 돈만 6300만 원, 다른 여자친구에게 빌린 돈이 800만 원, 교통사고로 인하여 보험사에게 지급해야 할 구상금이 3천만 원가량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잘한 비용들을 연체해서 독촉을 받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박 씨는 계약 직후 부터 보험금을 연체하다가 결국 계약 자체가 실효되어 버렸는데, 그 와중에도 피해자가 보험금 납입을 어려워할 때마다 박 씨는 어떻게든 피해자가 이를 납입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된 직후 박 씨의 휴대전화에서 보험금 청구에 대해 문의한 기록도 확인되었습니다.

◇이원화: 이제 이해가 가네요. 앞서 이 씨가 박 씨 사촌 형한테 연락을 해서 실종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냐 이야기했다고 하셨잖아요. 실종 신고가 돼야 시신을 찾을 테고 그래야 보험금 청구가 가능해지니까 그랬던 거 아닌가 싶습니다.

◆안수진: 네 맞습니다. 박 씨는 본인에 대한 수사망이 좁혀져 오자 진술을 지속적으로 번복하는 모습도 보였는데요. 특히 박 씨는 검찰 송치 이전 경찰에게 돈 때문에 싸우다가 죽였다라고 울면서 이야기하였다고도 전해집니다. 그러나 박 씨는 영장 실질심사일에서는 대구에 간 적도 없다라며 자해 소동을 벌였고, 또다시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라며 진술을 번복했는데요. 공판 절차에 이르러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원화: 왜 그랬을까요? 그럼 그전에 자백은 왜 했답니까?

◆안수진: 박 씨가 본인이 무죄라고 주장한 주요 근거는 경찰이 박 씨에 대한 표적 수사를 진행하면서 자백을 강요하였고, 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서 본인이 하지 않은 행동을 전부 인정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박 씨는 주요 뉴스 프로그램이나 방송사에 친구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그리고 억울하게 무기징역을 살고 있으니 결백을 밝혀달라라는 취지로 수차례 편지를 보내기도 하였는데요. 무엇보다도 본인의 범행을 증명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걸 인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화: 들어보니 쉽진 않았겠다 싶은데 어떻게 됐죠?

◆안수진: 제가 앞서 경찰이 피해자의 주변인들에게 CCTV 영상을 보여주었을 때 주변인들이 전부 박 씨를 지목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영상이 박 씨의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원화: 아까도 이야기 나왔습니다만 걸음걸이가 좀 특이하다고 해서 이게 그 사람이다 특정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을까 싶은데요.

◆안수진: 네 조금 낯선 용어일 수 있겠는데요. 바로 법보행 분석을 통해서 가능하였습니다. 법보행 분석은 표현 그대로 사람마다 다른 걸음걸이의 특성을 분석하여 용의자와 대조자의 동일인 여부를 가려내는 과학 수사로서 경찰은 수사 시 걸음걸이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담당 수사관의 의뢰를 받아 의학 및 공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법 보행 분석 전문가 협의체에 검증을 맡기고 있습니다. 특히 법보행 분석은 범죄 현장을 담은 영상의 화질이 좋지 않거나 용의자가 변장 등의 방법을 이용하였을 때 피의자를 특정하기 위한 좋은 수단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원화: 재판부가 증거로 받아들였나요?

◆안수진: 박 씨는 형법상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규정된 살인 혐의로 공판에 회부되었고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는데요. 당시 1심 재판부는 영상을 확인한 주변인들의 진술은 물론 서로 다른 법보행 분석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를 크로스 체크해서 CCTV 영상 속 인물이 박 씨와 동일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법보행 분석이 직접 증거로 활용된 첫 케이스라고 평가됩니다. 개인마다 걸을 때 이용하는 관절점이 다르다는 것에 차단을 한 법보행 분석을 위해서 유관 기관들은 걸음 거리로 신체 특징까지 알아낼 수 있도록 표준 걸음걸이 패턴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CCTV와 같은 카메라 영상에서 왜곡을 보정하고 보행자의 관절 각도나 길이를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현재까지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CCTV 기술의 발전과 법보행 분석 기술을 결부해 본다면 마치 제2의 DNA와 같이 이 특유한 보행법으로 개인을 식별한 뒤 CCTV 동선을 따라 피의자를 특정하는 것에 적극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화: 사건의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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