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5년 3월 28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윤치웅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오늘 소개해 드릴 이 케이스는 사건이 발생하고 유력 용의자가 체포되기까지 9년 넘게 미제로 남아 ‘제주판 살인의 추억’이라고 불리던 사건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상황은 이랬습니다. 유치원 보육교사로 일하던 이 씨가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끝내고 남자친구가 살던 용담동에 도착한 건 새벽 3시경이었습니다. 그렇게 여성 이 씨는 남자친구와 다투고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으려 했습니다. 자주 이용하던 콜택시를 부르기로 했죠. 그런데 남자친구의 집을 나섰던 그날 새벽 이후 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던 보육교사 이 씨, 그녀는 실종 신고 이후 일주일여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는데요. 도대체 그날 밤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윤치웅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윤치웅 변호사 (이하 윤치웅) : 네, 안녕하세요. 윤치웅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매주 금요일 이 시간, 잊어선 안 될 미제 사건들 하나씩 소개해 드리고 있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이 사건은 사건 발생 10여 년 만에 해결되는 듯 했다가 다시 미궁으로 빠져버린 그래서 더 안타깝던 그런 사건이 아닐까 싶거든요. 이른바 ‘제주 보육교사 살인 사건’이었죠.
◆ 윤치웅 : 네, 제주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 교사로 일하던 여성이 있었는데요. 갑자기 출근하지 않자 어린이집 관계자는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어요. 가족들은 2009년 2월 2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약 일주일이 지난 2월 9일 오후에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오름 주변의 농업용 배수로에서 숲에 가려진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 이원화 : 이 여성이 마지막으로 누구랑 같이 있었는지 통화 내역은 어땠는지 아마 경찰에서 동선을 샅샅이 살펴보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땠습니까?
◆ 윤치웅 : 네, 피해자는 사건이 있은 2009년 2월 1일 새벽 2시 반까지 친구들과 동창회 모임을 가졌고 모임을 마친 후에 남자친구 집에 방문을 했습니다. 남자친구가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운 일로 좀 서로 다퉜고 집을 나왔어요. 그리고 새벽 3시에 콜택시 회사에 전화해서 택시를 불러서 귀가를 하려고 했습니다.
◇ 이원화 : 사실 새벽 3시면 집으로 귀가하기에 적절한 시간은 아닌 것 같기는 한데 남자친구랑 다툼이 있었던 거네요.
◆ 윤치웅 : 네, 맞습니다. 남자친구랑 다투고 나서 집에 가려고 택시를 불렀겠죠. 새벽 3시에 콜택시 회사에 전화를 했고요. 3시 3분에는 남자친구에게 실망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고요. 3시 8분에 다시 콜택시 회사에 전화를 한 후에 결국 종적을 감췄습니다.
◇ 이원화 :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은데, 그래도 이때까지 한 가지 희망이라면 그때까지는 아직 시신이 발견된 건 아니었던 거라는 건데.
◆ 윤치웅 : 실종 신고를 할 무렵에는 아직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었는데요. 실종 5일 만인 2월 6일에 아라동의 한 복지관 옆 밭에서 피해자의 가방이 발견됐습니다. 가방에는 피해자의 휴대전화와 지갑, 신분증 등 소지품이 전부 들어 있었어요. 소지품을 발견한 지 이틀 만에 결국 한 마을 주민이 산책 중에 농업용 배수로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 이원화 : 결국 시신으로 발견이 됐군요.
◆ 윤치웅 : 네, 맞습니다. 시신의 상태는 약 일주일에 가까운 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매우 온전한 편에 속했고 거의 부패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망 원인은 경부 압박 질식사이고요. 쉽게 말해 목이 졸려 죽은 거죠.
◇ 이원화 : 남자친구랑 싸운 다음에 사라졌다고 해 주셨고요. 실망이다 이런 문자도 보냈다고 한 걸로 봐서는 아마 경찰에서 처음에는 남자친구를 의심하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순서상 어쩔 수 없을 것 같긴 한데요.
◆ 윤치웅 : 물론 경찰도 처음에는 남자친구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을 했습니다. 그런데 남자친구에게 명확한 알리바이가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중에 살해됐다는 가정 하에 그렇게 수사를 시작을 했고요. 시신이 발견된 곳, 사라진 곳,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혔던 곳, 가방이 발견된 곳 등 피해자의 동선을 전부 확인했습니다.
◇ 이원화 : 여기저기 흔적을 남긴 걸 보면 범인이 뭔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서 노력했던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 윤치웅 : 네, 저도 실제로 지도를 확인해 봤거든요. 피해자의 가방을 발견한 위치랑 시신이 발견된 위치가 약 23km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자동차로도 약 30분 이상을 운전해야 되는 거리죠. 아무튼 경찰은 제주도에 등록된 택시 기사 5천여 명을 전수 조사했고, 택시 기사들의 통신 기록과 운행 기록 등을 조사해서 용의자를 10명으로 줄인 후에 마지막 1명까지 좁혔습니다.
◇ 이원화 : 대단하다 싶은데, 용의자가 5천 명에서 결국에는 1명까지 좁혀졌군요. 어떤 인물이었습니까?
◆ 윤치웅 : 택시기사 박 모 씨였습니다. 경찰은 피해자가 택시에 탑승한 장소를 비롯해서 이동 경로에 설치된 CCTV를 정밀 감정한 결과 용의자가 운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흰색 NF소나타 택시 차량이 공통적으로 발견됐고요.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승용차는 용의자의 택시가 유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이원화 : 자 그러면 잡힌 택시기사 박 모 씨, 본인은 뭐라던가요?
◆ 윤치웅 : 물론 용의자는 범행을 부인했죠. 그러나 법원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박 모 씨는 통화 내역을 삭제하기도 했고 사건 발생 당일 손님을 태운 적이 없다고 했다가 다시 남자 손님을 태웠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변명이 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죠. 그리고 용의자가 거짓말을 한다는 거짓말 탐지기 결과도 있었어요. 그런데 결국 범행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 이원화 : 누가 봐도 굉장히 의심스러운 상황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직접 증거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예단하기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싶긴 해요.
◆ 윤치웅 : 그렇죠. 그런데다가 결정적으로 수사기관이 추산한 사망 시간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 이원화 : 뭐였죠?
◆ 윤치웅 : 경찰은 피해자의 옷이 일부 벗겨졌고요. 목이 졸린 흔적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서 실종 당일 새벽 살해된 것으로 추정했는데 시신을 부검한 의사는 발견 시점에서 하루나 이틀 전에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실종 이후에도 음식물이 계속 공급됐다는 그런 의견과 함께 말이죠. 문제는 사망 시점에 따라 알리바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종 후에도 피해자가 약 일주일간 살아 있었다면 용의자를 다시 정해야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 이원화 : 그러게요. 만약 국과수 분석대로라면 택시기사 박 모 씨가 범인이 아니게 되는 거예요.
◆ 윤치웅 : 네, 그렇죠. 그래서 용의자로 특정됐던 박 모 씨는 결국 풀려나게 됐고요. 택시를 정밀 감식했지만 별다른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이 사건은 제주도 판 살인의 추억이라고 불리면서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는 듯 했습니다.
◇ 이원화 : 말씀해 주시는 걸 들어보니 미제로 남는 듯했지만 뭔가 상황이 반전될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 윤치웅 : 네, 소위 ‘태완이법’이라는 법이 있는데요. 사람을 살해한 범죄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라면 공소시효를 무기한으로 적용하는 형사소송법 규정입니다. 많은 미제 사건들이 그렇듯이 역시 이번에도 태완이법으로 인해 장기 미제 전담팀이 꾸려져서 다시 사건이 조명받게 되었습니다. 미제 전담팀은 제주 보육교사 살인 사건에 대해 TF팀을 꾸리고 수사를 다시 시작하게 됐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사건에서는 결국 피해자의 사망 시점이 언제인지가 문제가 됐습니다. 그래서 동물 실험을 통해 당시 상황을 재현해서 정확한 사망 시점을 알아보려고 했는데요.
◇ 이원화 : 당시 경찰은 추운 겨울이었기 때문에 꽁꽁 얼어서 부패가 진행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주장했었는데 그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필요했던 모양이네요.
◆ 윤치웅 : 네, 맞습니다. 이정빈 가천대 석좌 교수를 중심으로 한 동물 실험에서 돼지를 이용해서 사망 후에 시간이 경과하더라도 주변 환경에 따라 시신의 부패가 다소 지연될 수 있는지를 분석을 했습니다.
◇ 이원화 : 결과는 어땠습니까?
◆ 윤치웅 : 이 사건의 경우에 배수로의 응달과 차가운 제주도 바람이 만나서 냉장 효과를 만들어내서 시신의 부패를 늦췄다는 그런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결국 택시기사 박 모 씨는 다시 용의 선상에 올랐는데요. 수사기관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습니다. 법원은 해당 증거가 박 모 씨의 범행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 이원화 : 다른 증거는 더 없었나요?
◆ 윤치웅 : 경찰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증거를 찾았습니다. 그러던 중 과학기술을 이용해서 사건 발생 당시에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다른 증거들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 이원화 : 그래요. 어떤 거였습니까?
◆ 윤치웅 : 우선 피해자의 피부와 소지품을 정밀 분석해서 박 모 씨가 당시 착용한 것과 유사한 그런 셔츠 섬유 조각을 발견해 냈고요. 사건 발생 당시 CCTV 영상을 토대로 사건 당일 택시 기사와 피해자가 택시에서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이런 증거들을 제출해서 다시 구속 영장을 신청했고 드디어 받아들여졌죠.
◇ 이원화 : 구속됐다고 해서 유죄다, 범인이다 이렇게 단정 지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만 경찰 입장에서는 그래도 사건을 해결하는 데 한 단계는 나아갔다. 법원에서는 일단은 좀 믿어주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거든요.워낙 오랫동안 지지부진했던 사건이기 때문에요.
◆ 윤치웅 : 그럼요. 새로운 증거들이 발견되기도 했고요. 기존의 증거를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 기술의 도움을 받았죠.
◇ 이원화 : 네, 재판에 넘겨졌을 것 같아요. 구속까지 됐다고 하니까 어떤 혐의가 적용됐습니까?
◆ 윤치웅 : 강간 살인 혐의로 기소됐죠.
◇ 이원화 : 이 재판에 정말 많은 분들의 관심이 쏠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장기 미제로 남았다가 용의자가 특정된 흔치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관건은 검찰이 새로 가져온 증거들이 증거로서 인정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 것이냐 이 부분 아니었을까 싶거든요. 어땠습니까?
◆ 윤치웅 : 결국 새로운 증거들의 증거 능력 여부가 문제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제1심 법원은 제시된 증거와 정황만으로는 유죄가 증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고요.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이루어졌고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 이원화 :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긴 했습니다만 우리가 이 남성이 정말 무죄일 가능성도 절대 배제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 윤치웅 : 네, 무죄는 크게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요. 하나는 정말 피고인에게 혐의가 없어서 무죄인 경우가 있고요. 또 다른 하나는 입증을 못할 경우죠. 이 사건은 피고인이 완전히 혐의를 벗었다기보다는 입증이 되지 않아서 무죄가 선고된 그런 사건에 해당합니다.
◇ 이원화 : 그리고 만약에 이 남성이 범인이 아니라면 이 사건의 범인을 다시 추적해서 사건을 해결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봐도 되는 거죠.
◆ 윤치웅 : 맞습니다. 박 모 씨에 대해서는 확정 판결이 있었으니까요. 확정 판결이 있는 사건에 대해서 다시 재판을 할 수 없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의해 죄를 물을 수는 없죠. 재심도 유죄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해 청구할 수 있는 거라서 무죄를 받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진범이 존재한다면 언제든 처벌받을 수가 있습니다.
◇ 이원화 :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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