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5년 3월 27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윤치웅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그날도 김 씨는 다른 여느 날과 다름없이 거울 앞에 앉아 립스틱을 곱게 바르고는 부산역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술을 마셔 이미 거나하게 취한 노숙인들 사이로 자연스레 섞여 들어갔죠. 술 때문이었을까요? 서로 일면식도 없이 처음 하는 사이였는데도 한 잔 두 잔 사이좋게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분위기는 그야말로 화기애애해졌습니다. 그렇게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김 씨는 함께 술을 마시던 노숙인 2명에게 좀 색다른 제안을 했다고 하죠. 그러던 어느 날, 혹시나 누가 찾아와도 절대 자신의 집 문을 열어주면 안 된다며 집 주인에게 몇 번이고 신신 당부했다는 김 씨. 도대체 김 씨는 왜 집주인에게 이런 부탁을 했던 걸까요? 절대 문을 열어줘선 안 된다던 김 씨의 집 내부는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의 윤치웅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윤치웅 변호사 (이하 윤치웅) :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윤치웅 변호사입니다.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 이원화 : 세상에 별일이 다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던 그런 사건인데요. 지난 2016년 부산에서 있었던 일 있죠?
◆ 윤치웅 : 네, 그렇습니다. 부산의 한 주택에서 사람이 죽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는데요. 경찰은 현장으로 바로 출동했습니다.
◇ 이원화 : 신고는 누가 했던 거죠?
◆ 윤치웅 : 신고자는 김 씨에게 집을 임대한 집주인이었습니다. 김 씨는 월세방에서 살고 있었는데요. 집주인은 어느 날 비가 많이 오는데도 김 씨가 살고 있는 방 창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창문이 열려 있으면 비가 들어올 텐데 왜 열어뒀는지 궁금했겠죠. 방에 다가가 보니 사람이 2명이나 죽어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바로 신고했죠.
◇ 이원화 : 집주인 입장에서는 비가 억수같이 오는데 방 창문이 열려 있으니까 집이 망가질 수도 있는 거고요. 안에서 자고 있으면 좀 깨워주기라도 해야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근데 창문으로 그런 광경을 보게 될 거라고는 정말 꿈에도 몰랐을 것 같거든요.
◆ 윤치웅 : 네, 맞습니다. 특히 김 씨는 집주인이 사망 사고를 발견하기 며칠 전에 집주인에게 두 차례나 전화를 걸어서 신신당부를 한 일이 있는데요. 누가 와도 집 문을 열어주지 말 것을 그렇게 부탁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그러면 집 내부에서 발견됐다는 두 구의 시신 가운데 여기 살던 사람은 없었던 거네요.
◆ 윤치웅 : 네, 경찰은 당연히 처음에는 집에 살고 있던 김 씨가 숨져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두 시신 모두 김 씨와는 무관했죠.
◇ 이원화 :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도대체 왜 여기 살던 김 씨가 절대 누구한테도 문을 열어주지 말라 신신당부했던 건지 그게 좀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실 창문도 일부러 열어놓은 것 같고요. 그럼 이 사람들은 누구였습니까?
◆ 윤치웅 : 이 두 사람은 부산역에서 노숙을 하던 노숙인들이었습니다.
◇ 이원화 : 노숙인이요. 집에 무단 침입이라도 했던 건가요?
◆ 윤치웅 : 그건 아닙니다. 월세방에 살던 김 씨와 아는 사람이었다고 보기는 좀 그런데요. 그래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김 씨와 노숙인들이 서로 초면이고 딱 한 번 만났기 때문인데요.
◇ 이원화 :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이해가 안 되는데, 한 번밖에 보지 않은 노숙인들이 김 씨의 월세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거를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 거죠?
◆ 윤치웅 : 이 사람들이 숨진 채 발견되기 며칠 전으로 돌아가 봐야 될 것 같은데요. 김 씨는 어느 날 방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가 부산역에 갔어요. 약속이 있던 건 아니고 원래도 종종 부산역에 가서 노숙자들과 어울렸다고 해요. 부산역에 갔는데 광장 벤치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두 남자를 봤고 그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같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술을 마시다가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겠죠. 그래서 김 씨는 광장에서 만난 노숙자 중 한 명인 A씨에게 집에서 술을 더 마시자고 제안을 했다고 해요. 노숙자를 집으로 초대한 거죠.
◇ 이원화 : 언뜻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상황이긴 합니다만 워낙 취했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요. 그러면 그다음은 어떻게 됐습니까?
◆ 윤치웅 : 김 씨는 두 노숙인 중에 A씨만 부르려고 했는데 다른 한 사람인 B씨도 따라가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노숙인 2명이 모두 집에 오게 된 거죠. 김 씨는 안주를 만들어 주겠다고 부엌에 들어갔는데 김 씨가 없는 틈을 타서 그 두 노숙인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 이원화 : 갑자기요? 왜 싸우게 된 거죠?
◆ 윤치웅 : 한마디로 말하자면 두 노숙인 중에 누가 김 씨와 먼저 성관계를 할 것인지를 두고 싸움이 일어난 겁니다.
◇ 이원화 : 애초에 이 자리가 술도 술이지만 성적인 목적이 있었던 거네요.
◆ 윤치웅 : 그렇죠. 두 노숙인은 서로가 먼저 성관계를 갖겠다고 싸우기 시작을 했어요. 김 씨는 두 사람을 말렸을 거고요. 그런데 두 사람이 술을 많이 마시고 감정이 격해지니까 말리던 김 씨에게도 욕을 하기 시작을 한 겁니다. 말려도 소용이 없던 상황이죠.
◇ 이원화 : 그렇게 말리는데도 더 심하게 싸웠다고 하는 걸 보면 술에 단단히 취해 있었던 모양이네요.
◆ 윤치웅 : 그랬겠죠. 오죽하면 싸움을 말리던 김 씨에게도 욕을 했겠습니까? 그런데 만약 변호사님께서 김 씨와 같은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이 싸움을 말리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이원화 : 사실 저희는 실무를 하다 보니까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경찰에 신고를 하는 거죠.
◆ 윤치웅 : 그렇죠. 보통 다툼이 일어나면 경찰에 신고를 할 텐데요. 그런데 김 씨는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선택을 했어요. 그게 뭐였냐면 부엌으로 가서 자신이 안주를 만들 때 쓰던 칼을 가지고 와서 노숙인 A씨를 찌른 겁니다. 심지어 무려 27번이나 찔렀다고 해요.
◇ 이원화 : 이것도 너무 이상한 일인데 기이한 일인데, 나머지 한 명이 더 있었잖아요. 그러면 그 사람은 어떻게 하고 있었던 겁니까?
◆ 윤치웅 : 다른 한 사람도 너무 술에 취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너무 놀라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말리지 않았다고 해요. 아무튼 27번이나 칼에 찔린 A씨는 사망을 했고요. 집은 온통 피투성이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어요. 김 씨는 왜 자신을 말리지 않았냐고 B씨에게 화풀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툼 끝에 B씨를 넘어뜨리고 스카프로 목을 졸라서 결국 B씨까지 살해하고 말았습니다.
◇ 이원화 : 도대체 얼마나 취했길래 이걸 말리지도 못한 건지. 아니면 혹시 김 씨가 두 명의 노숙인에 비해서 체격이 좀 좋다거나 그랬던 게 있었나요?
◆ 윤치웅 : 아니요. 김 씨는 키 150cm, 몸무게 45kg으로 매우 왜소한 체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엄청난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 이원화 : 뭐였을까요?
◆ 윤치웅 : 김 씨는 사실 생물학적 남자였습니다.
◇ 이원화 : 남자였다고요? 그럼 여장을 했던 거예요?
◆ 윤치웅 : 네. 화장을 하고 여성용 옷을 입는, 여장을 했던 거죠.
◇ 이원화 : 그럼 두 명의 노숙인들은 그걸 몰랐던 거예요?
◆ 윤치웅 : 네, 아마 몰랐던 것 같아요. 김 씨와 성관계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집에 찾아온 거니까요. 김 씨가 여장을 하게 된 이유가 14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혼자 살게 됐는데 그때 서커스단에 입단해서 몸집이 작다는 이유로 외줄 타기도 하고 여장도 했다고 합니다. 22살에 서커스단에서 나왔는데 그래도 꾸준히 여장을 했다고 합니다. 동성애 성향도 약간 있었다고 하고요.
◇ 이원화 : 성적인 지향점이 그랬던 건지 아니면 유년 시절의 버릇처럼 그랬던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중요한 건 아니고요. 뭐가 됐든 살인을 저질렀다 이 부분이잖아요.
◆ 윤치웅 : 그렇죠. 두 사람이나 사람을 살해한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왜 이 사람들을 죽였냐고 물어봤는데, 김 씨는 ‘자신이 싸움을 말렸는데 오히려 자신에게 욕을 하는 게 화가 나서 그랬다’고 진술을 했습니다.
◇ 이원화 : 화가 날 수는 있지만 그런다고 사람 죽인다는 게 사실 말도 안 되는 거죠. 그나저나 아까 집주인이 빈방에 죽어 있던 두 시신을 발견하고 신고했다고 해 주셨잖아요. 김 씨는 집에 없었다는 건데 이 사람 잡혔습니까?
◆ 윤치웅 : 아니요. 범행 후에 바로 도주했습니다. 지갑만을 챙겨서 나온 후에 바로 부산역으로 향했습니다. 예전에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았던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숨으려고요. 급하게 가다가 택시에 지갑을 떨어뜨려서 중간에 인근 지구대로 가서 지갑을 찾기도 했다고 합니다. 지구대에서 지갑을 챙겨 나온 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짐을 더 챙긴 김 씨는 그대로 정신병원에 자진 입원했어요. 정신병원에서 집주인한테 전화를 걸어서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범행을 은폐하려고 한 거죠. 그런데 김 씨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아니에요. 깜짝 놀랄 만한 일들이 더 있습니다. 또 한 번의 반전이 있어요.
◇ 이원화 : 또요. 여기서 반전이 있을 게 또 있나요?
◆ 윤치웅 : 김 씨는 이번 살인이 처음이 아니라 그 전에도 살인을 한 적이 있다는 겁니다. 심지어 이번 살인은 예전에 살인 사건과 그 수법이 굉장히 유사했어요.
◇ 이원화 : 이미 살인을 한 적이 있었다는 거네요.
◆ 윤치웅 : 2008년에 이미 살인을 한 번 저질렀는데요. 그 피해자는 자갈치 시장에서 만난 남성이라고 합니다. A씨가 과거에 자갈치 시장에서 엿을 팔거나 노점상을 하던 때가 있었는데요. 그때 피해자가 자신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을 하고 했다고 해요. 그래서 2년쯤 지나서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을 해서 성관계를 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합니다. 김 씨는 그 일로 인해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을 하고 2015년에 출소를 했죠.
◇ 이원화 : 물론 2008년이라고는 하지만 선고형이 지나치게 낮은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하고요. 어쨌든 말씀해 주신 걸 들어보면 출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또 살인을 한 거예요.
◆ 윤치웅 : 그렇죠. 2015년 7월에 출소를 해서 2016년 6월에 범행을 한 거니까요. 첫 범행의 재판 과정을 들여다보면 김 씨가 정상 참작될 여지가 있어 감형이 된 걸로 보입니다. 김 씨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서커스단에서 오래 있었고요. 알코올 중독으로 부산 형제복지원에 5년 정도 감금이 된 적도 있어요. 아시다시피 학대나 구타, 암매장 등 비인간적 대우로 악명이 높았던 곳이죠. 형제복지원 출소 후에도 자갈치 시장에서 엿을 팔거나 노점상을 하면서 생계를 해결했어요. 그리고 피해자도 먼저 김 씨에게 욕설과 폭행, 추행을 가한 점 등이 참작이 됐던 걸로 보입니다.
◇ 이원화 : 뭔가 동정심을 유발해서 감형 요인이 됐다는 건데 앞서 이야기를 해 주신 걸 떠올려보면 이번에도 사기 친 지인이 떠올라서 괴로웠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거 혹시 또 감형 사유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 윤치웅 : 네, 싸움을 말리던 중에 자신에게 사기를 친 지인이 떠올라서 살해했다고 진술했는데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이기도 하고 재판부에서도 그 범행 동기를 받아들여주지는 않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동기를 이해할 수 없고 범행 수법 또한 잔인하고 참혹하게 잃을 데 없다는 점을 지적을 했는데요. 그 외에도 출소 후 1년 만에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살인을 저지른 점, 사회 보호 측면 등을 고려하여 처벌을 가중했습니다. 김 씨는 결국 무기징역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2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 후에 항소심에서도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에서도 상고를 기각해서 결국 무기 징역으로 확정이 됐습니다.
◇ 이원화 : 애초에 살인죄로 7년형을 살고 나왔을 때 관리 감독이 따로 좀 됐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윤치웅 : 그러게요. 김 씨의 삶이 다소 불행했던 부분도 있고, 알코올 중독으로 여러 차례 입원 치료를 받기도 하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다는 것은 분명해 보여요. 하지만 법원이나 교정기관에서도 관리 감독을 뒷받침할 만한 그런 규정이나 인력이 부족한 현실적 어려움도 있었을 겁니다. 지금까지 김 씨가 고된 삶을 이어온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해서 살인 범행을 용서받을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거나 정신적 보호 감독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방안을 모색하는 데 힘써야겠습니다.
◇ 이원화 :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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