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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월~금] 06:40, 12:40, 19:40
제작진진행: 이원화 변호사 / PD : 김세령 / 작가 : 강정연
"엄마 숨을 못 쉬겠어" 192명의 목숨 앗아간 화재 참사, 방화범은 뻔뻔하게 병원서 치료
2025-03-26 17:03 작게 크게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3월 26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윤치웅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2003년 2월 18일, 오전 10시가 다 되어가던 시간이었습니다. 대구역에서 출발한 1080호 열차가 중앙로 역으로 유유히 들어오는 중이었죠. 출입문이 열리고 당시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마주한 건 검은 연기로 가득 찬 승강장이었습니다. 얼마나 연기로 가득했으면 앞뒤 분간마저 안 갈 정도였다고 하죠. 연기는 즉시 열차 안으로 밀려들었고, 당황한 기관사는 곧바로 출입문을 닫았습니다.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대피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굳게 닫힌 출입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습니다. 모든 승객들이 대피했겠지라고 판단한 기관사가 마스터키를 뽑은 채 본인만 홀로 대피했기 때문이었죠. 그렇게 유독 가스는 점점 열차 내로 퍼져 나갔고, 열차 안에 갇힌 채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승객들은 당황했습니다. 오늘 사건X파일에서 다뤄볼 이 사건은 무려 192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을 당했던 대구 지하철 참사입니다. 올해로 꼭 22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요. 부상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하죠. 도대체 왜 이런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던 걸까요? 사건X파일,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윤치웅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윤치웅 변호사 (이하 윤치웅) : 네, 안녕하세요. 윤치웅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전 세계 지하철 사고 사망자 수로 2위를 기록할 정도의 최악의 참사였습니다. 22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만 사실 지금도 당시 기억이 선명하거든요.

◆ 윤치웅 : 네, 맞습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로 192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도 151명이나 발생했습니다. 사고 발생 후에 오랜 기간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울부짖는 유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참 마음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 이원화 : 방송 들으시는 분 중에서도 이 사건 기억하시는 분들 아마 많으실 겁니다. 그런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피하지 못하고 사망을 한 것인지 그 자세한 내용까지 세세히 기억하는 분들은 아마 많지 않으실 것 같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이런 사고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잊지 않고 기억하는 거 어 이거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오늘 이 시간 자세히 한번 살펴볼까 하거든요.

◆ 윤치웅 : 네, 대구에서는 매년 2월 18일에 대구 지하철 참사 추모식을 열고 있습니다. 사건을 되새기는 것은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도 있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그런 점에서도 되게 중요하거든요.

◇ 이원화 : 일단 처음 시작으로 돌아가면 왜 불이 난 거냐부터 한번 살펴봐야겠죠. 방화였죠?

◆ 윤치웅 : 네, 범인 김대한은 라이터와 휘발유가 담긴 플라스틱 통을 들고 대구 지하철 송현역 1호선 열차에 탑승했습니다. 근처 승객들은 휘발유 냄새를 느꼈고 범인이 라이터를 껐다 켰다 하는 모습에 주의를 주기도 했다고 해요.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던 범인은 열차가 중앙로역에 진입을 하자 휘발유 통을 바닥에 던지고 불을 붙였습니다.

◇ 이원화 : 애초에 불을 지르겠다 마음을 먹고 준비를 다 해가지고 탄 거네요.

◆ 윤치웅 : 네, 범인 김대한은 평소 우울증이 있었고요. 범행 2년 전에는 뇌졸중으로 신체 마비 그리고 지적 장애까지 발생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던 중에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방화 도구를 챙겨서 지하철을 탑승했습니다. 먼저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는데요. 당시 지하철에는 가연성 소재가 많아서 불이 금방 번졌습니다. 사람들은 경찰과 소방에 신고를 했고요. 대피를 하려고 했는데 전동차 내부에 유독가스에 질식해서 숨진 사람들이 무려 49명이나 발생을 했습니다.

◇ 이원화 : 네, 이때 유독가스 이슈가 굉장히 컸었던 그런 생각이 나요. 불이라는 게 참 무섭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 하는데 정말 작은 불씨처럼 보여도 삽시간에 퍼져버리고 특히 유독가스, 정말 무서운 거잖아요. 당시 현장에 있던 승객들 완전히 패닉 상태 아니었을까 싶어요. 단순히 내가 숨을 못 쉰다 이 정도 수준이 아니라 앞이 안 보이니까.

◆ 윤치웅 : 그렇죠. 얼마나 많이 당황을 했을까요? 이런 상황에서는 지하철 기관사의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하겠습니다. 기관사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응해야 될 의무가 있죠. 무엇보다 본부에 이 사실을 알려서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게 되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기관사는 소화기로 불을 꺼보려고 하긴 했어요. 그런데 불이 옮겨붙고 진압이 잘 되지 않으니까 대피를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화재 발생 보고를 하지 않았어요. 젊은 기관사가 혼자서 과로 상태로 운행을 하고 있었고 교육이나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생존 본능이 발동을 한 거죠.

◇ 이원화 : 그 상황에서 굉장히 당황했을 수 있고요. 젊은 기관사 혼자 모든 걸 다 챙기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걸 빼먹었다 싶은데요.

◆ 윤치웅 : 맞습니다. 본부에 보고를 꼭 했어야 됩니다. 물론 사람이 실수하는 것을 대비해서 화재경보기가 설치가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경보기가 울려도 기관사가 화재 보고를 하지 않으니까 오류가 났다고 생각을 하고 사령실에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 이원화 : 이것도 참 문제입니다. 오류가 났다고 생각을 그렇게 안일하게 한다는 게 전형적인 ‘안전불감증’ 아닌가 싶어요.

◆ 윤치웅 : 그렇죠. 그래도 신고가 들어왔으니까 119도 출동을 했고요. 사령실에서도 화재 발생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남아 있었거든요. 

◇ 이원화 : 어떤 거였을까요?

◆ 윤치웅 : 전철이 한 대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시간에 맞춰서 몇 분 단위로 다음 열차가 승강장에 도착을 합니다. 불이 난 열차가 1079번 열차였고, 그다음에 중앙로역으로 들어오는 열차인 1080번 열차가 있었어요.

◇ 이원화 : 근데 불이 났으니까 종합사령실 측에서도 일단 운행을 멈추라든지 아니면 진입하면 안 된다 또는 정차하지 말고, 가끔 비 많이 올 때 지하철 침수되면 정차 무정차하고 지나가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이때도 무정차하고 지나가라든지 이런 안내를 좀 했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어떻습니까.

◆ 윤치웅 : 그게 정상이겠지만 놀랍게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다음에 들어오는 1080번 열차 기관사는 연기가 보이니까 1079호에 연락을 했고요. 당연히 1079호 기관사는 자리를 이탈한 상태라서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본부에 연락을 했는데 사령실에서는 진입을 금지하거나 하지 않고 조심히 들어가라고만 지시를 했어요. 그렇게 중앙로역에 정차해서 문이 열렸습니다. 이미 앞 열차에서 번진 불로 역 내 연기가 가득 차 있었고요.

◇ 이원화 : 불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몰랐었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어요. 사실 문이 딱 열렸는데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연기가 가득했다. 승객들이 얼마나 놀랐을까 사실 상상이 안 되긴 하거든요. 또 지하잖아요.

◆ 윤치웅 : 그럼요. 당황한 기관사는 즉시 문을 닫았습니다. 본부는 기다리라는 지시만 내렸고요. 그리고 지하철에 열차가 들어오면서 지하철 역사 내에 바람이 세게 불었어요. 결국 승강장에 번진 불이 바람으로 더 크게 번지고 말았습니다. 기관사는 마지막에 대피 방송을 하고 열차에서 내렸습니다. 나중에 본부에서도 대피 명령을 내리긴 했는데 화재로 전선이 녹아서 전달이 되질 않았어요.

◇ 이원화 : 그러니까 1079호 기관사는 그래도 불을 끄려고 하다가 실패를 한 거고, 1080호는 기다리고 있다가 본인이 패닉 상태에 빠져서 문을 잠그고 탈출했다 이거네요.

◆ 윤치웅 : 네, 대피 방송을 하긴 했는데 화재로 전기가 끊기고 연기까지 짙어서 대피가 어려웠을 거고요. 무엇보다 기관사가 내리면서 지하철에 마스터키를 뽑아서 챙겨 가 버리는 바람에 지하철 문이 열리지 못하게 됐습니다. 학습된 습관적 행동이라고 해서 기관사가 마스터키를 소지한 채 하차하는 규정으로 인해서 그런 습관이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그렇죠. 근데 그 키를 뽑아서 내리면 혹시 승객들은 아예 문을 못 여는 그런 상황이었을까요?

◆ 윤치웅 : 네, 맞습니다. 마스터 키가 없으면 전기도 끊기고요. 출입문도 닫히게 됩니다. 어두운 상황에서 수동 문 열림 장치를 찾기도 쉽지 않았겠죠. 죽음을 직감한 승객들은 전화와 문자 음성 사서함으로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엄마 너무 무서워요’, ‘엄마 숨을 못 쉬겠어’ 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아빠가 미안해’라며 미안함이나 고마움을 남기는 말도 있었고, 어떤 어머니는 ‘엄마 나간 거죠? 난 괜찮으니까 미안해하지 마요 사랑해’라고 아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 아들은 결국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했고요. 어떤 마음으로 메시지를 보냈을지 참 상상이 가질 않네요.

◇ 이원화 : 이거 진짜 눈물 나네요.

◆ 윤치웅 :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사건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있고요. 생존자들도 각종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참극의 원인은 바로 방화범 김대한입니다. 혹시 김대한은 어떻게 됐는 줄 아세요?

◇ 이원화 : 사망했습니까? 혹시?

◆ 윤치웅 : 아니요. 휘발유를 뿌리다가 불이 옮겨붙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몸에 불이 붙으니까 당황해서 본인도 도망갔다고 하네요. 심지어 피해 승객인 것처럼 행세해서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방화 당시 같은 칸에 있는 승객이 알아채고 신고를 했어요. 결국 긴급 체포됐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어이가 없네요. 죽으려고 그런 짓 했다면서 정작 본인은 도망치고 심지어 아프다고 병원에 가서 치료까지 받고 황당합니다.

◆ 윤치웅 : 네, 맞습니다. 결국 체포된 김대한은 현존 전차 방화 치사상죄로 재판에 넘겨졌고요.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무기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 이원화 : 이 참사가 발생한 1차적 원인은 당연히 방화범이겠지만 사실 이후에 기관사라든지 종합사령실에서 어떻게 대처했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많이 달라졌을 것 같거든요. 그런 상황 아니었나 싶은데.

◆ 윤치웅 : 법원도 대구 지하철 공사의 잘못된 대응이 사망 결과를 확대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판시하기도 했습니다. 화재가 난 열차를 운전한 기관사는 무엇보다 즉시 사령실에 보고를 했어야 됐고요. 사령실에서는 보고가 없더라도 화재 경보가 울리면 승강장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후속 열차에 대해서도 진입 금지나 무정차 명령을 내렸어야 됐고요. 화재 후 진입한 열차의 기관사도 마스터키를 뽑고 혼자 탈출했죠. 시민들을 열차에 감금시켜 둔 치명적인 과실을 저질러서 가장 죄가 무겁습니다.

◇ 이원화 : 이들도 당연히 재판에 넘겨졌겠죠

◆ 윤치웅 : 가장 책임이 무거운 1080호 후속 열차 기관사는 금고 5년, 1079호 열차 기관사와 최초로 화재 사실을 통보받은 관제사는 각 금고 4년, 그리고 다른 관계자들도 책임에 따라서 금고 1년 6개월에서 3년까지의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 이원화 : 참사가 발생한 지 22년이 됐다고 이야기했습니다만 다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이 같은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까요?

◆ 윤치웅 : 아니요. 참사 유가족들은 아직도 사회 안전 매뉴얼, 안전 매뉴얼이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태원 참사에서도 압사할 것 같다는 신고 전화가 많았어요. 경찰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결국 큰 고가 발생했고요.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세월호 사건이나 이태원 참사처럼 각종 대규모 사망 사고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 이원화 :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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