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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월~금] 06:40, 12:40, 19:40
제작진진행: 이원화 변호사 / PD : 김세령 / 작가 : 강정연
"사인은 전 애인의 폭행" 명백한 부검결과에도 상해치사죄에 감형까지, 유족 '분노'
2025-03-25 18:20 작게 크게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3월 25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남채은 변호사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지난해 4월이었습니다. 따스한 봄바람이  막 불기 시작할 무렵이었죠. 20대 남성 김 씨는 그날 한 여성이 살고 있는 원룸을 찾았습니다. 막힘없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원룸으로 들어간 김 씨. 아마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 어느 곳보다 안전했어야 할 자신의 집에서 누군가에 의해 기습 공격을 당할 거라는 사실은 말이죠. 아무것도 모른 채 잠이 들어 있던 여성 이 씨는 결국 폭행에 의한 머리 손상으로 사망했습니다. 피해 여성의 가족들은 비통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달라 호소하기도 했죠. 현재 이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최근 가해자의 변호인 측에서 이 사건의 쟁점을 흔들 수도 있는 새로운 증인을 한 명 신청했다고 하죠. 과연 누구였을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남채은 변호사 (이하 남채은) : 안녕하세요. 남채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이게 참 심각하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좀 더 촘촘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매번 나오는 그런 사건입니다. 좀처럼 논의는 더딘 듯한 그런 쟁점을 담고 있는 사건 아닌가 싶거든요. 이 사건은 경남 거제에서 발생했던 사건이죠.

◇ 남채은 : 네, 이 사건은 2024년 4월 1일 경남 거제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가해 남성이 이별을 통보한 전 여자친구의 주거에 침입해 자고 있던 피해 여성에게 폭행을 가한 사건입니다.

◆ 이원화 : 신고는 누가 했죠? 바로 병원으로 이송되기는 했던 건가요?

◇ 남채은 : 피해 여성의 어머니가 처음 피해 여성을 발견해 신고했고, 피해 여성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 이원화 : 둘이 여전히 사귀던 사이였나요?

◇ 남채은 : 가해자와 피해자는 고등학교 동창 사이로 2022년부터 사건 발생일까지 3년 정도 만남과 결별을 반복했으나 사건 발생 당시에는 이미 헤어진 상태였습니다. 피해자는 사망하기 1년 전부터 11번이나 가해자를 데이트 폭력으로 신고했으나 결국에는 모두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면서 가해자가 특수폭행 혐의로 처벌받은 1건을 제외하고는 그대로 수사가 종결되거나 경찰에 발생 보고만 됐고, 피해자는 그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했습니다.

◆ 이원화 : 그렇게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하면 여성이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의 비밀번호를 공유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비밀번호는 또 어떻게 알고 들어왔나 싶습니다.

◇ 남채은 : 가해자는 사건 발생 전 14차례나 전화를 걸었지만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자 술에 취해 피해자의 자취방에 침입했는데, 미리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고 이것을 누르고 들어갔다고 합니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이전에도 가해자의 연락을 피하기 위해 전화번호와 SNS 계정도 바꿨으나 가해자는 어떻게든 금방 알아내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네, 이 부분이 좀 이상하긴 한데요. 어쨌든 사건 당일 얘기로 좀 넘어가서 이 얘기를 좀 더 해보죠. 도대체 왜, 그리고 어느 정도의 폭행이 있었던 건가요?

◇ 남채은 : 당시 가해자는 피해자가 이별을 통보한 후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폭행했다고 밝혔는데요. 가해자는 신장 180센티미터에 체중 72킬로그램의 건장한 체격의 남성으로 잠이 든 채 무방비 상태에 있던 피해자 위에 올라타 30분 동안 일방적으로 구타했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머리와 얼굴 등을 주먹으로 수차례 폭행했고, 피해자가 의식을 잃기 직전까지 목을 졸랐다가 피해자가 의식을 잃으면 목을 푸는 것을 최소 4번에서 5번 이상 반복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이 여성은 어떻게 됐습니까? 회복을 했나요?

◇ 남채은 : 피해 여성은 외상성 경막하 출혈로 전치 6주 진단을 받고 치료 중 회복되는 듯했으나 결국 열흘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후 경찰은 피해 여성의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는데요. 1차 부검 결과 패혈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에 의한 사망으로 폭행으로 인한 경막하 출혈이 극소량이라 사망의 원인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구두 소견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더욱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국과수 의견에 따라 조직 검사 등 정밀 검사를 의뢰했고, 2차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인이 가해자의 폭행에 의한 머리 손상인 것으로 드러나 2차 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가해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경찰은 국과수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에 피해자의 사망 소식을 듣자마자 가해자를 긴급 체포했었는데, 검찰이 사안이 긴급하지 않고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긴급 체포를 불승인해 가해자가 체포된 지 8시간 만에 풀려나 논란이 됐었죠.

◆ 이원화 : 이 사건 결과만 놓고 보면 사실 통상적이지는 않아 보여요. 왜 그랬을까요?

◇ 남채은 : 통상 경찰의 긴급 체포에 대해 검찰이 불승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 사건에서는 이례적으로 검찰이 불승인했습니다. 검찰은 가해자가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10일 후 긴급 체포에도 응한 점을 고려할 때 긴급 체포의 법률상 요건인 체포 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나 2차 부검 결과 이후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가해자가 신변 노출 및 심리적 압박 등을 이유로 영장 실질심사에 불출석하자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 이원화 : 네. 앞서 국과수의 정밀 부검 결과 ‘폭행에 의한 머리 손상’이 직접적인 사인이었다고 했으니까요. 이 남성은 살인죄로 기소가 됐나요?

◇ 남채은 : 아니요. 남성은 살인죄가 아니라 상해치사 주거 침입, 그리고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검찰은 남성에 대해 징역 20년을 구형했습니다.

◆ 이원화 :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죄가 적용이 됐네요.

◇ 남채은 : 검찰은 남성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보아 상해치사죄로 기소하면서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해치사 기준은 3년에서 5년이고, 가중하더라도 4에서 8년이라며 교제 폭력 심각성을 간과해 무겁게 처벌하지 못한 종내 판단이 누적된 결과 교제 폭력을 방치했다는 지적을 새겨 여타 폭력 범죄와 구분해 엄정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도 말했으나 1심 재판부는 상해치사 혐의를 인정해 남성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했습니다. 피해자 측은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폭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어떤 소리를 내면서 고통스러워하였는지 생생하게 진술했으므로 피고인 역시 피해자가 폭행으로 인해 생명이 위협받는 수준으로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었고, 더군다나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일방적으로 무방비 상태에 있는 왜소한 체격의 여성의 두부를 30분 동안 수에 가격할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말하며 피고인에게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 측은 검찰이 가해자에게 적용한 상해치사 대신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법원에 공소장 변경 의견서를 제출 이에 법원은 검찰에 추후 공소장 변경과 관련한 의견을 밝혀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 이원화 : 이 정도면 피해자 측에서 굉장히 강력한 요구를 한 걸로 보이는데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했나요?

◇ 남채은 : 아니요.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은 1심에서부터 계속해서 검찰은 공소장을 살인죄로 변경하고 법원은 본 사건을 교제살인으로 인식하고 엄중히 처벌하라고 요구하면서 엄벌 촉구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는데요. 최근 진행된 항소심에서도 검찰은 여전히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고 있습니다.

◆ 이원화 : 살인의 고의를 갖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1심 재판부의 판결이었는데 변호사님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 남채은 : 살인죄와 상해치사죄의 큰 차이는 살인의 고의가 있는지 여부인데요.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사람을 살해한 경우에는 살인죄가 성립하지만 사람이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예견 가능성만 가지고 상해를 입혀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는 상해치사죄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살인죄가 적용되는 경우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되므로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인 상해치사죄보다 훨씬 중하게 처벌됩니다. 이 사건은 체격이 건장한 남성이 상대적으로 체격이 왜소하고 무방비 상태인 여성을 30분간 머리와 얼굴 부위를 구타하고 피해자의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목을 조르기를 반복한 사건인데요. 이 정도면 가해자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살해할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가해자는 사건 발생 전, 피해자로부터 빌린 돈을 갚으라는 연락을 받자 ‘네가 죽어서 빌린 돈을 돌려줄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피해자를 폭행한 것은 진심이라는 말도 했다고 하죠.

◆ 이원화 : 이 사건의 경과를 보면 가해자가 극단적인 인명 경시의 생각을 갖고 있었던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만 공소장 변경은 여전히 가능한 영역이죠?

◇ 남채은 : 네, 검사는 공소 제기 후 사실심 판결 선고 전까지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번 항소심 2차 공판에서 피고인 측이 피해 여성을 진료했던 병원의 의료진 2명을 증인으로 신청해 재판부에서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피고인 측은 1심에서부터 병원 측에 진료 관련 기록 제출을 요구했지만 이행되지 않자 2심에서 의료진에 대해 증인 신청을 한 것이죠.피고인 측 변호인은 증인 신청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사인이 생소하다며 병원 측의 치료나 진료 과정에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는데요. 검사는 의료진에 대한 증인 심문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재판부에서는 피고인 측의 증인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피고인 측에서는 피고인의 폭행이 직접적인 사망의 원인이 아니라 의사들에 의한 의료 과실로 갑자기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이 같은 증인 신청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의료 과실 쪽으로 논점이 흐려질 가능성도 있을까요?

◇ 남채은 : 네, 피해자 측은 오히려 살인죄를 적용해야 하는 피고인을 두고 의료 과실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을 하며 논점이 흐려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 이원화 : 감형을 받기 위해 가해자가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을 두고도 여론이 뜨거웠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 남채은 : 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하면서 양형 사유로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깊게 반성하는 점을 들었는데요. 피해자 측은 가해자가 딸이 사망한 이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유족들에게는 잘못을 빈 적이 없으면서 오직 판사에게만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고, 자신의 가족들이 마음 고생하는 걸 보니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다는 내용만 구구절절이 있었다며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을 이유로 감형을 해준 것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더욱이 피고인이 제출한 반성문의 필체가 피고인의 것이 아니고 심지어 각 반성문의 필체가 모두 달랐다고 합니다.

◆ 이원화 : 네, 유족 측은 이뿐만이 아니라 ‘교제 폭력에 있어서 피해자의 권리를 강화해야 된다’ 이런 목소리도 내고 있죠.

◇ 남채은 : 네, 유족들은 1심 첫 재판 전, ‘교제 폭력 관련 제도 개선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나흘 만에 5만여 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와 관련 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는데요. 제2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합당한 처벌을 받아 선례를 남길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며 교제 폭력 수사 매뉴얼 전면 개선, 가족 연인 간 폭행 상해치사 및 스토킹 면식범 양형 가중 교제 폭력 처벌법 제정 등을 요구했습니다. 교제 폭력은 대개 가해자가 피해자의 인간관계를 단절시켜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무력하게 만드는 강압적 통제부터 시작하는데요. 이러한 통제가 계속되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종속적으로 의지하게 되면서 가해자와의 관계를 끝낼 수 없다는 좌절감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해도 현행법상 교제 폭력 관련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연인 간 폭행 협박 등이 발생해 신고하면 일반 형법에 따라 처리되는데 폭행 협박은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대부분 피해자는 보복의 두려움 때문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사건만 보더라도 교제폭력의 경우 현실적으로 피해자들이 스스로 가해자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법의 보호를 받기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교제폭력과 같이 친밀한 관계에 있어서의 특수성을 반영해 시급히 보완해야 하겠습니다.

◆ 이원화 : 네, 이 사건 다음 공판은 다음 달 2일. 그러니까 다음 주 수요일 예정돼 있습니다.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만 피해 여성과 가족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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