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5년 3월 19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연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서울 영등포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건물주이던 유 모 씨가 누군가로부터 잔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유 씨는 영등포 일대에서 40여 년 넘게 영향력을 행사해 온 자산가였죠. 도대체 누가 이런 범행을 저질렀던 걸까요? 평소 자신을 무시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김 씨의 말, 하지만 경찰이 보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듯했죠. 그렇게 김 씨의 주변인들을 조사하며 수사를 이어가던 가운데 뭔가 이상한 단서가 하나 포착됐습니다. 유 씨를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김 씨는 사망한 유 씨의 건물 바로 옆 모텔에서 일하던 관리인이었습니다. 그런데 김 씨가 일하던 모텔의 주인인 조 씨가 마치 김 씨의 범행을 숨기려는 듯한 행동을 한 것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죠. 도대체 이 모텔 주인은 왜 살인 혐의를 받는 김 씨를 도우려 했을까요?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은 뭐였을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김연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연준 변호사 (이하 김연준) : 네 안녕하세요. 김연준입니다.
◇ 이원화 : 오늘 소개해 드릴 이 사건이요. 2023년 말에 발생해서 그렇게 오래된 일도 아닌 건데,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건지 도통 이해하기 힘들다 싶은데 차근히 하나씩 살펴볼까요?
◆ 김연준 : 네, 서울 영등포구 한 건물 옥상에서 사람이 사망했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사망자는 80대 남성 유 씨로 사건이 발생했던 건물을 포함해서 그 일대의 건물이나 토지 아파트 등의 부동산 수권을 보유한 자산가였다고 합니다. 그 사건이 발생한 유 씨 소유 건물도 영등포역 인근 대로변에 있는 큰 규모, 시세로 따져도 100억이 넘어가는 그런 건물이었다고 하거든요.
◇ 이원화 : 건물주라고 하니까 혹시 돈을 노린 범행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부터 들긴 하거든요.
◆ 김연준 : 아무래도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것이 범행 동기로서 작용했을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다만 금전을 노린 우발적 범행이 아닐까라는 부분 말씀 주셨는데 경제적인 동기에 기반했다고 하기에는 범행 방법이 매우 잔혹한 측면이 있어서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었습니다. 수사 결과 최초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피해자가 소유한 건물 인근에 위치한 모텔에서 건물 관리인 또는 주차 관리인으로 근무했던 30대 김 씨이거든요. 역시 피해자와 처음 보는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특이할 만한 점이라면 김 씨는 상당한 수준의 지적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신적인 능력을 봤을 때,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를 전후한 그런 수준이라고 알려졌거든요.
◇ 이원화 : 체포는 바로 됐나요?
◆ 김연준 : 아니요. 용의자 김 씨는 사건 현장에서 곧바로 검거된 것은 아니었고요. 이건 나중에 확인된 거지만 범행 직후에 퇴원하게 자신이 일하는 모텔로 돌아와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범행 현장이랑 모텔 주차장을 반복해서 오가는 동선을 보이기도 하고 나중에 도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거든요. 사건 당일 날 오후에 용산역으로 가거든요. 영등포에서 용산역이면 1호선 타면 바로 갈 수 있고 강릉행 KTX를 탑승해서 도주를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하지만 결국 손바닥 안이었던 게 도주 4시간 만인 밤 9시 32분경 공조를 한 수사기관들에 의해서 강릉역 역사 앞에서 긴급 체포가 됐습니다.
◇ 이원화 : 잡힌 다음에는 뭐라고 했을지 궁금한데 본인이 죽였다 인정은 했나요?
◆ 김연준 : 네, 김 씨는 긴급 체포가 되고 경찰 수사 과정에서 범행 자체는 자백을 했습니다.
◇ 이원화 : 왜 그랬답니까?
◆ 김연준 : 어떻게 보면 백주 대낮에 80대 노인을 어떻게 보면 되게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를 했잖아요. 동기를 추궁하니까 ‘피해자에게 평소 무시를 당했다’ 이런 답변이 나왔다고 하거든요.
◇ 이원화 : 도대체 둘 관계가 어땠길래, 생전에 얼마나 무시를 당했길래 사람을 죽일 정도였나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 김연준 : 네, 그렇죠. 제 입장에서도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는 부분인데요. 그런데 경찰이 범인 용의자와 피해자의 주변 인물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던 중에 김 씨가 일하는 모텔 주인인 조 모 씨, 그러니까 김 씨 입장에서는 고용주죠. 조 씨에게서 수상한 정황을 발견하게 됩니다.
◇ 이원화 : 어떤 점이 수상했다는 건가요?
◆ 김연준 : 범행 직후에 김 씨 동선 말씀드린 거 기억나시죠? 살해한 다음에 사건 발생한 건물 근처 자신이 일하는 모텔로 다시 돌아와서 옷도 갈아입고 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런 과정에서 특히 모텔에 혈흔 같은 것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게 거의 다 지워지거나 사라졌던 겁니다. 그리고 나아가서 그게 다가 아니라 김 씨가 이동한 동선은 분명히 모텔에 설치된 CCTV에도 포착이 됐을 텐데 이 구간 CCTV 영상이 다 삭제가 된 겁니다.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구였을까요? 굉장히 한정돼 있잖아요. 그래서 김 씨의 고용주인 모텔 운영자 조 씨 또한 관련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여서 김 씨와 마찬가지로 그날 밤에 긴급 체포가 됩니다.
◇ 이원화 : 방금 이야기해 주신 조 씨가 살인을 저지른 김 씨의 고용주였다고 해주셨잖아요. 이 사람이 김 씨의 잘못을 하나라도 감추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다면 둘이 어떤 사이였는지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은데 정말 막역한 사이가 아니고서야 살인 증거 인멸까지 한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 김연준 : 네, 그렇죠. 조 씨는 김 씨와의 관계를 추궁하는 부분에 대해서 ‘김 씨를 자기 가족처럼 대했다’, ‘김 씨의 삶이 기구한 그런 측면이 있었는데 살인범으로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힌 것 같아서 이것이 불편하다’ 이렇게 얘기를 하기도 했고요. ‘모텔 CCTV의 영상을 삭제한 거는 증거 인멸 의도에서 그런 것이 아니다. 원래 한 달에 한두 번씩은 포맷 한다. 그리고 핏자국도 모텔을 방문한 손님이 코피를 흘린 것이지 사건과는 무관하다.’ 이런 주장을 펼치거든요. 그리고 조 씨의 모친도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외적으로 하거든요.
◇ 이원화 : 김 씨가 말한 것처럼 정말 기가 막히게 타이밍이 맞았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썩 개운치 않은 것 같거든요.
◆ 김연준 : 네.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됐던 주변 진술이나 이런 부분을 토대로 보면 조 씨와 김 씨의 사이는 가족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수직적인 주종 관계에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 이원화 : 주종관계처럼 보였다.
◆ 김연준 : 네,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이 있었던 것이죠. 김 씨가 앞서서 지적장애인이었다는 것은 말씀드렸죠. 이 사람이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가 집을 나왔고 영등포역 쪽방촌 인근에서 배회하다가 조 씨를 우연히 마주쳤다고 합니다. 그때가 2019년 5월경이고요. 조 씨는 이런 갈 곳 없는 김 씨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내가 아빠로서 형으로서 위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김 씨로 하여금 전적으로 자신을 따르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 2020년부터 조 씨는 김 씨와 고용 계약을 체결하고 범행 시점인 2023년도까지 약 3년 이상 조 씨의 모텔에서 김 씨가 주차장 관리인 등 일을 맡아 하게끔 했는데요. 이 고용 관계가 외견상 고용 관계 일지라도 실상은 좀 착취적이고 지배적인 요소가 있었던 걸로 의심이 됩니다. 우선 고용 관계의 핵심인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었는지도 불확실하고요. 김 씨가 매월 장애인 수급을 받게 되는데 조 씨가 이거를 모텔 방세 명목으로 김 씨로부터 받아간 걸로 보입니다. 근데 김 씨가 이 모텔에서 지내지도 않았거든요.
◇ 이원화 : 모텔에 살지도 않는데 방세라면서 돈까지 받았다는 게 이상한데요?
◆ 김연준 :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김 씨는 조 씨를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따른 걸로 보입니다. 조 씨가 사회적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것처럼 해서 이후 김 씨에 대한 심리적인 지배 상태를 어떻게 보면 강화했던 것으로도 의심할 수가 있습니다.
◇ 이원화 :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싶지만 사건들 보다 보면 가스라이팅이 우리 생각보다도 더 주변에 만연해 있고, 정작 피해자들은 자기가 이런 상태라는 걸 모르는 경우가 정말 많잖아요.
◆ 김연준 : 네. 김 씨의 경우에는 특히 지적인 능력이 좀 제한된 측면도 있었고 또 조 씨를 만나기 이전부터 생활 기반이 좀 결여됐다는 측면 때문에 더 그런 것 같거든요. 아무튼 조 씨도 꽤나 오래전부터 피해자인 건물주 유 씨를 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고요. 무엇보다도 이러한 범행을 자신의 손이 아닌 김 씨를 통해서 할 계획, 그러니까 김 씨의 관계를 어떻게 보면 악용을 해서 이런 범행을 저지를 계획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조 씨가 그랬다는 건데, 어떤 점에서 그랬던 거죠?
◆ 김연준 : 일단은 피해자와 조 씨의 관계가 어떻게 출발해서 어떻게 악화일로를 걸었는지 간략하게 설명을 해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피해자와 조 씨가 처음부터 원수지간이던 것은 아닌데 영등포 공공주택 재개발 관련한 부동산 컨설팅 계약 건으로 두 사람 간의 분쟁이 발생이 됐고, 특히 조 씨가 재개발 사업 조합장에 선출되고자 했는데 피해자 유 씨가 반대 의사를 표명해서 갈등이 고조된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사사건건 부딪혔던 모양인데요.
◆ 김연준 : 네. 재개발 관련 분쟁뿐만 아니라 조 씨가 피해자 유 씨로부터 빌려서 사용하던 주차장 부지를 둘러싼 갈등도 두 사람의 관계를 점차 파국으로 몰고 갔던 것으로 보입니다. 재개발 문제가 이미 있었기 때문에 사이가 틀어지잖아요. 그러니까 조 씨가 주차장 사용료 지급을 장기간 거부했다고 하고요. 피해자 입장에서는 사건 발생 3개월 전 시점에 주차장 사용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그로부터 한 달 뒤에는 명도 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있었다고 확인이 됩니다.
◇ 이원화 : 소송까지 오갈 정도였다고 하니 정말 둘 사이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태였던 것 같은데, 그래서 자신의 계획을 막아서는 유 씨를 살해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걸로 보이네요.
◆ 김연준 : 네, 그렇죠. 전혀 우발적인 사례와는 완전 궤가 다르게 된 거죠. 추산하건데 1년 반 가까이 철저하게 준비됐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이원화 : 그렇게 오래전부터 계획을 했다고요?
◆ 김연준 : 네. 구체적으로는 일단 김 씨에 대한 그런 심리적 지배, 어떤 적개심을 강화하는 방안도 일단은 계속이 되었어요. 왜냐하면 조 씨가 김 씨에게 계속해서 ‘피해자가 김 씨의 애인을 성폭행했다‘, ’피해자 유 씨가 조 씨와 김 씨 두 사람을 무너뜨리려고 하고 김 씨가 받는 장애 수당도 못 받게 할 거다‘라는 등 거짓말을 해 가지고 실제 범행을 한 김 씨에게 피해자에 대한 적개심을 키웠고요. 그리고 사건 발생 3개월 전, 그러니까 공교롭게도 앞서 소송이 계속되던 이런 시점이랑 겹치거든요. 이때부터는 김 씨로 하여금 흉기 등 범행 도구를 구매하게 하거나 무전기 사용법을 알려주거나 심지어는 이런 행동을 사전에 연습시켰다고 알려졌습니다.
범행 당일에는 김 씨에게 말하기를 ‘피해자가 녹음을 할 수도 있으니까 범행을 할 때 말을 하지 말라’ 녹음이 안 되게. 그리고 ‘피가 묻은 범행 도구 같은 거 가방에 담아서 내 차 트렁크에 실어라’ 이런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는 말이 있거든요. 그것뿐만이 아니라 범행 직후 시점도 얘기가 되거든요. CCTV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포맷하고 그런 용의주도한 방식으로 증거를 인멸하려고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수사망을 끝까지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 이원화 : 재판이 어떻게 진행됐을지 궁금한데 일단 심리적 지배를 당해 건물주인 유 씨를 살해한 혐의로 넘겨진 김 씨, 김 씨는 어떻게 됐죠?
◆ 김연준 : 우선 실제로 살해 행위를 수행한 김 씨에 대해서는 형사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과 보호관찰 5년을 선고했습니다. 선고 이후 검사와 피고인 김 씨 모두 항소했는데, 사건이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이후 대법원까지 가게 되고요. 김 씨에 대한 판결은 1심에서 선고된 내용 그대로 확정이 됩니다.
◇ 이원화 : 그렇다면 살인을 교사했던 모텔 주인 조 씨는 어떻게 됐죠?
◆ 김연준 : 살해 행위를 직접 담당했던 김 씨보다도 훨씬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됩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27년을 선고했습니다. 조 씨의 경우에도 쌍방 모두 항소했는데요. 검찰도 어떻게 보면 조 씨에 대한 1심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면서 항소를 한 거거든요. 항소심에도 마찬가지로 1심과 같이 징역 27년이 선고됐습니다. 참고를 위해 말씀드리자면 형법 제34조 2항을 보면 자신의 지휘 감독을 받는 자를 교사해서 범죄 행위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자는 정범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의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거든요. 이 사건의 경우에도 어떻게 보면 고용 관계나 또는 지휘 감독을 받는 자로 만약에 판단이 된 것이라고 하면 그런 부분이 가중 처벌에 영향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 김연준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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