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5년 3월 13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안광휘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2017년 10월의 어느 날 가족과 연락이 안 된다며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는 다급한 신고 전화 한 통이 들어왔습니다.경찰은 즉각 119와 함께 현장으로 출동했죠. 구급대원이 들춰본 그 이불 속엔 50대 여성 그리고 10대 소년으로 추정되는 두 구의 시신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두 구의 시신은 어머니와 아들이었죠.현장 대원의 말에 따르면 얼굴이 특히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고, 시신 위에는 밀가루가 뿌려져 있었다고 하죠. 경찰은 즉각 이 가족의 가장인 남성 A 씨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두 부부와 어린 아들까지 총 3명의 일가족을 무참히 살해한 이 사건의 용의자가 긴급 체포됐습니다. 과연 누구였을까요? 놀랍게도 범인은 살해당한 여성의 아들과 며느리였죠. 그런데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용의자로 지목된 며느리가 어찌 된 일인지 대단히 억울한 듯 보였다는 점입니다. 살해 당한 가족이 자신의 딸을 죽이려 해 어쩔 수 없이 범행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 여인의 말. 도대체 이건 무슨 소리인 걸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안광휘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안광휘: 안녕하세요. 안광휘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오늘 다뤄볼 케이스 용인 일가족 살인 사건이라고 불리며 많은 분들에게 충격을 줬던 그런 사건이기도 한데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천천히 살펴볼까요?
◇안광휘: A 씨는 언니가 며칠째 연락이 되지 않자 불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A 씨 언니의 집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삼가동의 한 아파트였습니다. A 씨는 언니의 아파트 관리실에 전화를 걸어 언니가 며칠째 아무 연락이 안 된다. 벨을 눌러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A 씨는 남편과 함께 답답한 마음에 언니 집을 찾아갔습니다. 현관문이 잠겨 있어 119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원화: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기척이 없었나 보네요.
◇안광휘: 네 그렇습니다. 집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소방대원들이 윗집 베란다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은 깨끗했는데 안방 옆 베란다에 반쯤 이불에 덮여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원화: 말씀하시는 거 보니까 이불 속에 뭔가 발견된 모양이죠?
◇안광휘: 그렇습니다. 소방대원들이 이불을 들춰보니 그 안에 두 구의 시신이 있었습니다. A 씨의 언니 이 모 씨와 중학교 2학년인 조카 전 군이었습니다. A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였습니다. 경찰이 출동해 보니 둘 다 가슴 등을 4차례 예리한 흉기에 찔린 채 숨져 있었습니다. 얼굴에도 여러 개의 흉기에 의한 상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시신에는 하얀 가루가 뿌려져 있었습니다. 경찰이 성분 분석을 해보니 밀가루였습니다.
◆이원화: 근데 생각보다 이런 살인 사건들을 하다 보면 시신을 이런 방법으로 현장을 훼손하는 사건들이 많기는 해요. 영화 <공공의적>에도 이런 수법이 나오기도 했죠. 지문이라든가 단서를 없애기 위해서 그걸 따라 했던 모양인 걸로 보입니다.
◇안광휘: 그렇습니다. 영화 공공의 적에서 막대한 유산을 노리고 부모를 살해한 패륜범이 범행 흔적을 지우기 위해 밀가루를 뿌리는 장면이 있었죠. 이 사건의 범인은 범행을 은폐하고 증거 인멸을 위해 집 안을 깨끗하게 청소한 다음 시신에 밀가루를 뿌렸던 것인데, 영화 공공의 적의 그 장면을 모방한 것입니다. 모자를 살해한 범인은 완전 범죄를 노렸거나 최대한 범행을 감추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구의 시신이 어머니와 아들이니까 경찰들은 아버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원화: 그렇죠. 당연히 당장 이 상황을 알려야겠죠.
◇안광휘: 그런데 무슨 일인지 아버지 또한 연락이 안 되었습니다.
◆이원화: 혹시 이 아버지라는 사람이 저지른 범죄일 수도 있는건가요?
◇안광휘: 그럴 가능성도 있었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버지는 범인이 아니었습니다.
◆이원화: 왜 그렇게 단언하시는 거죠?
◇안광휘: 모자의 시신이 발견된 날짜가 2017년 10월 25일인데, 그다음 날 강원도의 한 콘도 지하 주차장에서 50대 남성의 시신도 발견되었습니다. 이 50대 남성이 바로 아버지입니다. 당시의 렌터카 차량 트렁크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한 채 발견된 것입니다.
◆이원화: 어머니와 아들은 용인에서 살해되고 아버지는 강원도에서 발견됐다. 이것도 참 이상하긴 합니다.
◇안광휘: 그렇습니다. 시신이 발견된 위치나 장소가 달라서 특이한 상황이었습니다. 경찰은 아파트 CCTV를 확보해 사건 발생 전에 사망한 이 모 씨의 집에 출입한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CCTV 화면을 돌리던 중 2017년 10월 21일 정오쯤, 그러니까 사건이 발생하기 나흘 전에 이 모 씨의 장남인 김성관이 집에 들어가는 것을 포착되었습니다. 장남 김성관이 집에 들어가고 약 2시간 뒤에 어머니 이 씨와 김성관의 동생인 전 군이 집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5시쯤 김성관이 혼자 집을 나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후 이 씨의 집에 들어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경찰은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장남 김성관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한 것이었습니다.
◆이원화: 아들이 한 명 더 있었던 거네요.
◇안광휘: 네 그렇습니다. 김성관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외할머니 손에서 키워줬습니다. 어머니 이 씨는 김성관을 배려하기 위해 김성관이 성인이 된 후 재혼하였습니다. 정리하면 이 씨는 김성관의 친모, 강원도에서 발견된 아버지는 계부, 전 군은 이부 동생이었던 것입니다.경찰이 용의자 김성관을 잡으려고 하였는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원화: 어떤 문제였죠?
◇안광휘: 김성관은 부인과 딸 둘이 있었는데, 김성관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경찰이 시신을 발견하기 이틀 전에 뉴질랜드로 출국했던 것입니다.
◆이원화: 물론 어쩌다 보니 시기가 딱 맞아떨어졌다. 원래 예정된 비행이었다. 이런 시나리오도 가능하겠습니다만 뭔가 수상하기는 하네요.
◇안광휘: 그렇습니다.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이죠. 김성관은 출국 전에 어머니 이 모 씨의 계좌에서 1억 1800여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모 씨의 체크카드로 빚을 갚고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350만 원 상당의 여성용 명품 가방과 지갑 등을 포함해 450만원 어치의 쇼핑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공항에서 이체한 돈 중 한화 7700만 원 상당의 돈을 뉴질랜드 달러로 환전한 후 출국하였습니다.
◆이원화: 결국 돈 때문에 가족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런 얘기인가요?
◇안광휘: 네 그렇습니다. 어머니 이 씨와 김성관의 사이는 김성관의 잦은 거짓말로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김성관의 생활은 궁핍했습니다. 김성관과 그의 아내는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고, 수입은 두 딸 앞으로 나오는 양육 수당이 유일했습니다. 어머니 이 씨는 김성관의 반복되는 거짓말에 금전적 지원을 거부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김성관은 어머니에 대한 앙심을 품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화: 당시 나이가 서른 중반의 남성이었는데 어머니에게 그렇게까지 경제적으로 의존을 한다는 게 그것도 아주 당당하게 말이죠.
◇안광휘: 그렇습니다. 아내와 딸 둘이 있는 가장이기도 했는데 경제적으로 자립하려는 마음이 없었다는 것이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더 큰 문제는 김성관이 사기 결혼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원화: 사기 결혼이요?
◇안광휘: 그렇습니다. 김성관은 어머니의 지원을 받아 어학 연수 겸 워킹 홀리데이로 뉴질랜드에 가서 영주권을 가진 여성과 결혼했지만 사건 발생 3년 전 이혼을 하고 귀국했습니다. 김성관은 그 후 아내를 만나 동거를 시작하였는데 처가 식구들에게 자신의 스펙은 물론 할아버지가 건물 소유주라고 속인 것입니다.
◆이원화: 현실은 어머니에게 용돈을 타 쓰는 철없는 아들이었는데, 자신의 아내와 처가 식구들에게는 자신이 대단한 상속자라도 되는 양 행동했다 이거네요.
◇안광휘: 그렇습니다. 김성관은 사건이 일어나기 한 달 반 전부터 사기를 쳤는데 처남댁 지인의 아들을 뉴질랜드로 데리고 가서 교육을 해주겠다고 하면서 총 4회에 걸쳐 1150만 원을 편취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김성관은 사기 건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되고 돈을 갚지 않으면 출국 금지가 될 수 있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자 어머니에게 뉴질랜드로 갈 비행기 값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김성관에게 돈이 없어 미안하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에 김성관은 금전 문제의 원인인 양아버지라고 생각해 가족들을 살해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화: 그동안 그만큼 도와준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이제 정말 도와주기 어렵다고 했다는 걸 원망했다는 게 인간의 도리는 아니다 싶은데요.
◇안광휘: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지원해 준 어머니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효도를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고 도리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오히려 김성관은 그러한 어머니에 대한 살해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 참 황당합니다. 그런데 김성관이 이러한 범행을 단독으로 한 것이 아니라 아내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이원화: 아내의 도움을 받았다고요?
◇안광휘: 김성관은 돈이 급하니까 뭔가 그의 아내에게 변명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김성관은 그의 아내에게 어머니 쪽이 유산 문제로 자신의 딸들을 해하려 한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합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러한 거짓말을 믿는다는 것이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김성관의 부인은 그 말을 믿고 동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화: 그러면 이 사건에서 아내는 어떤 역할을 했던 건가요? 직접 살인을 도왔습니까?
◇안광휘: 김성관의 아내가 김성관에게 구체적인 범행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김성관과 아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원화: 뭐였죠?
◇안광휘: 김성관은 범행을 저지른 날 아내에게 '두 마리 잡았어 이제 한 마리 남았어'라고 말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두 마리는 어머니와 이부 동생을, 한 마리는 양아버지를 의미합니다.
◆이원화: 도대체 이 남성은 자신을 낳아주고 키워준 어머니를 뭐라고 생각했던 걸까 싶은데, 그런데 아까 뉴질랜드로 도피를 했다 하지 않았습니까? 잡기가 영 쉽지는 않았겠다 싶은데요.
◇안광휘: 김성관은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 도착하여 곧바로 월세 250만 원이 넘는 호화 주택을 임대하였고, 검은색 벤츠 SUV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 제품도 구입하는 등 사치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김성관에 대한 공조 수사를 뉴질랜드 경찰에 요청하였는데, 김성관은 현지 경찰로부터 2015년에 저지른 절도 혐의로 체포되었었던 것입니다. 정부는 김성관이 도주 우려가 있으니 구속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현지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45일 기간의 구속영장을 발부하였습니다. 한국과 뉴질랜드 양국은 범죄 인도 조약이 체결된 상태인데요. 뉴질랜드 당국이 한국 정부의 협조 요청에 적극적이고 김성관도 변호인을 통해 자발적 송환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성관은 뉴질랜드에서 절도 혐의로 징역 2개월 형을 복역하고 2018년 1월 11일 국내로 송환되었습니다.
◆이원화: 이 사람이 잡힌 뒤에 뭐라고 했을지도 궁금한데요.
◇안광휘: 김성관은 어머니의 재혼으로 관계가 악화되었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그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재혼을 하지 않고 성심껏 양육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성관의 교육을 위해 그를 뉴질랜드로 유학까지 보내기도 했고요. 김성관에게 적용된 죄는 살인 사체 유기 강도 살인이었고 무기징역이 선고되었습니다.
◆이원화: 아내는 어떻게 됐죠?
◇안광휘: 아내는 시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살해하려고 한다는 김성관의 거짓말을 진실로 굳게 믿고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기자들에게 '저 돈 때문에 아닙니다. 저는 제 딸들을 살리고 싶었습니다.저는 남편한테 3년 동안 속고 살았습니다. 모든 게 거짓이었습니다.저는 억울합니다. 제 말 좀 들어주세요. 기자님 변호사님 제발 도와주세요' 라는 쪽지를 건네었다고 합니다.이후 김성관의 안내는 존속 살해 방조, 살인 방조 사체 유기죄로 징역 8년이 선고되었습니다.
◆이원화: 사건의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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