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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월~금] 06:40, 12:40, 19:40
제작진진행: 이원화 변호사 / PD : 김세령 / 작가 : 강정연
'이태원 살인사건' 유족, 살인마와 판결 때문에 두 번 울었다
2025-03-06 17:01 작게 크게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3월 6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안광휘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지난 1997년 4월 따뜻한 봄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던 그런 날이었습니다. 23살의 조중필 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이태원의 한 햄버거 집을 찾았죠.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던 중필 씨.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돌아올 시간이 한참은 지났음에도 도통 돌아오질 않았죠. 중필 씨를 기다리던 여자친구 A씨도 그즈음 뭔가 이상하다 느꼈다고 하는데요. 바로 그때였습니다. 누군가로부터 칼에 찔려 온통 피투성이가 된 채 발견된 중필 씨.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안타깝게도 숨지고야 말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주한미군의 자녀가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수사는 한국의 경찰과 미군 범죄수사대의 공조로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두 수사 기관 모두 아서 패터슨이라는 남성이 중필 씨를 살해했다 판단했죠. 증거 역시 차고 넘쳤죠. 그런데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패터슨는 왜 살인 혐의를 벗었고 갑자기 등장한 에디라는 인물은 도대체 누구였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안광휘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안광휘: 안녕하세요. 안광휘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이 사건 영화로도 나왔었는데 변호사님 혹시 영화 보셨습니까?

◇안광휘: 예전에 보았습니다. 2009년에 개봉했던 영화로 알고 있는데요. 당시에 충격적이었던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원화: 그렇죠. 이 사건 모르셨던 분들도 영화를 보고 사건을 알게 되고 그랬었던 기억이 나요.영화가 될 만큼 정말 유명한 사건이었습니다만 오래전 일이기도 해서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차근히 살펴보도록 하죠. 이태원의 한 햄버거 집에서 한 남성이 칼에 찔린 채 쓰러졌다는 전화가 접수됐죠? 

◇안광휘: 그렇습니다. 당시에 피해자는 화장실 좌측 소변기 아래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피해자는 홍익대학교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조중필 씨로 밝혀졌는데요. 피해자는 1997년 4월 3일 22시에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여자친구와 함께 근처 햄버거 가게에 갔습니다. 피해자가 화장실에 들어가고 1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고 한 남성이 화장실에서 입을 틀어막고 뛰쳐나왔다고 합니다. 여자친구가 화장실로 가보니 피해자가 여기저기 칼에 찔린 채 화장실 안쪽 구석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이원화: 안타깝게도 사망을 했죠.

◇안광휘: 네. 안타깝게도 여자친구가 피해자를 발견했을 때 피해자는 이미 사망한 후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 미군 범죄수사대 약칭으로 CID라고 하는데요. 그 미군 범죄수사대는 익명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이원화: 미군 범죄 수사대예요.

◇안광휘: CID는 미군 육군의 중대한 군형법 위반을 수사하는 법 집행 기관입니다. 이 사건이 미군이 저지른 범행이 아님을 조속히 밝히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미군 범죄수사대는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다음 날 익명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그 익명의 제보 내용은 이태원 햄버거 가게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범인이 미군 군속의 아들인 당시 18세였던 아더 패터슨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패터슨이 피해자를 찌르는 것을 봤다는 제보 전화가 걸려온 곳이었습니다.

◆이원화: 18살이라는 거죠.

◇안광휘: 그렇습니다. 아더 패터슨는 당시에 미성년자였던 것이었어요.

◆이원화: 일단 만약 그 제보 전화가 신빙성이 있는 거라면 패터슨이 도대체 누군지 이게 정말 궁금하거든요.

◇안광휘: 패터슨은 사건 당일 이태원의 클럽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배고파서 햄버거 가게에 갔다고 합니다. 피해자가 화장실로 들어갔고 패터슨과 에드워드가 화장실로 간 것입니다.

◆이원화: 범행 현장에 패터슨만 있었던 게 아니라 에드워드라는 사람 한 명 더 있었던 거군요.

◇안광휘: 그렇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 패터슨, 에드워드 그리고 피해자가 있었던 것이죠. 아까 말씀드렸던 CID의 제보 내용이 패터슨이 범인이라는 것이었는데요. CID는 즉각 제보 내용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CID는 패터슨이 평소에 친구들에게 자신의 칼, 휴대용 잭 라이프 그런 칼을 자랑하고 다녔고 매우 다혈질의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는 주변 지인들의 진술을 확보하였습니다. 특히 패터슨이 전날 밤 사건이 발생한 햄버거 가게 건물 4층 술집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했다가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친구 둘과 햄버거 가게로 내려와 칼을 꺼내 햄버거를 자르며 사람도 죽일 수 있다 고 과시한 사실도 파악하였습니다. 이러한 진술을 확보하자 CID는 바로 패터슨을 체포하여 심문하였고 그 과정에서 혐의 사실을 상당 부분 확인하였습니다. 이후 페터슨은 1997년 4월 6일 한국 경찰에 인계되었습니다.

◆이원화: 들으시는 분들 중에는 이거 궁금하다 하시는 분들 계실 것 같은데요. 한국에서 벌어진 한국인이 사망한 사건입니다만 미군도 수사에 참여한 데는 다 이유가 있죠?

◇안광휘: 그렇죠. 이태원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 약 4년 전쯤인 1992년 10월 28일 윤금이 피살 사건을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요. 동두천의 술집 종업원으로 일하던 26세 윤금이가 주한미군 소속 이병으로부터 살해당한 사건이었습니다. 이때 주한미군의 범죄가 사회 문제로 제기되었고, CID는 이태원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하여 미군이 저지른 범행이 아니라는 것을 조속히 밝혀서 이태원 사건이 제2의 윤금이 사건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CID는 수사에 참여한 것이고, 용의자인 패터슨을 체포하여 혐의 사실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입니다. 패터슨이 한국 경찰에 인계되는 장면이 언론과 방송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습니다. 국민들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이때만 해도 햄버거가게 화장실에 같이 있었던 에드워드 이른바 에디라고도 하는데요. 에드워드는 경찰에 조사받지 않았습니다. 용의선상에 없었던 것이죠. 패터슨이 한국 경찰에 인도되는 장면이 반복해서 텔레비전 화면에 잡히던 그 순간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한국계 미국인 미스터 리 역시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화면 속 패터슨은 자신의 아들 에드워드와 자주 어울려 다니던 친구였던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방에 틀어박혀 고개를 숙이고 당황하며 눈치를 보는 듯했던 아들 에드워드의 태도가 영 마음에 걸렸습니다. 미스터 리는 아들 에드워드를 불러 강도 높게 추궁했습니다.

◆이원화: 굉장히 엄격한 아버지였네요.

◇안광휘: 그렇습니다. 결국 미스터 리는 아들인 에드워드가 패터슨과 함께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자백을 받아냈습니다. 미스터 리는 곧 변호사를 불러 상의한 뒤 1997년 4월 8일 아들 에드워드와 함께 검찰에 출두해 아들을 자수시켰습니다. 이로써 이 사건 당시 피해자 조 씨와 함께 화장실에 있었던 2명의 남자가 모두 검찰에 체포된 것입니다.

◆이원화: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참 대단하다 싶어요.

◇안광휘: 네. 아버지로서 쉽지 않았을 텐데 대단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에드워드가 자수를 하자 오히려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패터슨과 에드워드는 서로가 범인이라고 범행을 서로에게 떠넘겼습니다.

◆이원화: 뭐 흔한 일이긴 하죠.

◇안광휘: 초동 수사를 맡았던 CID와 경찰은 패터슨을 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패터슨의 몸에 피가 묻었었다는 게 근거였습니다. 패터슨이 자책했다는 친구의 진술도 있고 범행에 사용한 칼도 발견됐습니다. 범행 당시 입고 있었던 셔츠를 불태우고 남은 조각 등을 찾아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용의자가 바뀌었습니다.

◆이원화: 이 정도면은 증거도 다 나왔고 다 해결이 된 건가 싶었는데 또 뭐가 있었나 보죠?

◇안광휘: 검찰은 거짓말 탐지기, 검사 결과 등을 근거로 에드워드가 살인을 저질렀고 패터슨은 흉기를 버린 혐의만 있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패터슨이 아닌 에드워드를 살인 혐의로 기소한 것이죠.

◆이원화: 앞서 수사를 했던 담당자들은 전부 패터슨이 범인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검사가 이걸 확 뒤집을 만한 강력한 증거가 있었나요? 

◇안광휘: 용의자가 바뀌는 데는 조 씨 사체를 부검했던 부검의 소견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부검인은 범인은 피해자를 완전히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힘이 센 사람이었을 것 같다. 범인은 키가 176센티미터인 조 씨보다 컸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는데 에드워드는 180cm에 105kg, 패터슨는 172cm에 63kg이었던 것입니다.

◆이원화: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안광휘: 재판도 검찰의 기소 내용대로 진행됐습니다. 1심과 2심은 에드워드와 패터슨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패터슨는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 받아 수감 생활을 하다가 이듬해 8월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습니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패터슨이 석방되기 4개월 전인 1998년 4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습니다. 에드워드가 범인이라는 패터슨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던 것입니다. 파기 환송심을 거쳐 에드워드는 1999년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이원화: 우려스러웠던 대목이었는데 결국 그렇게 돼버렸네요. 그러면 살인을 당한 사람은 있는데 살인죄로 처벌받은 사람은 없는 그런 황당한 상황이 돼버린 거죠.

◇안광휘: 그렇습니다. 유족들은 정말 충격과 분노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패터슨은 가벼운 불법 무기 소지 및 증거 인멸에 대하여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특별 사면을 받아 풀려났습니다. 유족들은 애초에 패터슨이 살해 혐의의 용의자였으니까 검찰에 재수사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또 황당한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패터슨은 살인죄로 기소된 적이 없기 때문에 재수사를 통해 기소할 수 있었습니다. 검찰도 이를 염두에 두고 아서 패터슨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취해 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패터슨의 출국 금지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검찰이 출국금지 연장 조치를 취하지 않은 실수를 틈타 패터슨은 미국으로 출국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이후 2002년부터 2009년까지 대한민국 정부와 사법 당국은 패터슨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안광휘: 법무부 장관들은 물론이고 검찰, 경찰도 이 사건에서 무려 7년 동안 손을 떼고 있었으며, 이에 대해 유가족이 호소해도 묵살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이원화: 더 황당할 만한 그런 화나는 일이 뭐가 있나요?

◇안광휘: 오랜 세월이 지난 2009년 12월에야 마침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외사부의 요청에 따라 법무부에서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패터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미국에 한 것입니다.

◆이원화: 그래도 늦었지만 자발적으로 잘 한 거 아닌가요?

◇안광휘: 결과적으로 잘 된 것은 맞습니다. 앞서 이태원 살인 사건이라는 영화가 2009년에 개봉했다고 말씀드렸는데,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여러 차례 이 사건을 다뤘습니다. 이후 분노한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검찰은 법무부의 아서 패터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청구한 것입니다.

◆이원화: 이걸 참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안광휘: 검찰은 결국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기소하였고, 패터슨은 혐의를 부인하였으며 항소 상고까지 해서 대법원까지 갔으나 대법원은 패터슨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징역 20년이 확정되었습니다.

◆이원화: 패터슨이 미국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는 사실도 유족들이 알아내서 검찰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접수했다던데, 유족들이 이 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해 집까지 팔았다는 얘기도 있어요. 수사기관이 했어야 할 일을 왜 안 그래도 힘든 유족들이 했어야 하는 건지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안광휘: 맞습니다. 유족들은 수사 부실 및 지연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총 3억 6천만 원 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즉 부실 수사를 인정받은 것입니다. 묻지마 살인 사건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하겠지만 실체적 진실을 수사하는 수사기관에서 다시는 이러한 사건과 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안 될 것입니다.

◆이원화: 사건의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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