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2월 28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한민경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죠. 이 사건의 진실이 낱낱이 밝혀졌을 때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예상치 못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했으며 그 누구보다 성실해 보였던 그 사람. 그는 여성 3명을 무참히 살해한 연쇄 살인마, 안남기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연쇄 살인마들에겐 공통적으로 이것이 있다 한목소리를 내곤 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이것이란 바로 범죄 패턴이죠. 그 패턴에는 범행 대상과 수법은 물론 범행을 저지르는 주기까지도 모두 포함돼 있는데, 안남기의 패턴을 분석해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뭔가 꺼림직한 구석이 존재했죠. 안남기의 살인 공백기엔 공교롭게도 해당 지역에서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미제 사건이 존재했습니다.그리고 범행 패턴을 봤을 때 안남기를 범인으로 볼 만한 상황들도 제법 있었다고 하는데요.과연 결과는 어땠을까요? 사건X파일,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한민경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한민경: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한민경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어제 저희가 연쇄 살인마 안남기가 저지른 사건들 짚어봤잖아요. 오늘은 어제 예고해 드린 대로 안남기가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는 미제 사건들 짚어보려고 하는데 일단 어제 방송 못 들으신 분들도 계실 수 있으니까요. 연쇄 살인마 안남기에 대한 이야기 간단히 짚고 넘어가 볼게요.
◇한민경: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충청도 일대에서 택시기사로 활동하는 안 씨가 여성 승객을 상대로 강도 살인 등의 범행을 저지른 사건입니다. 안 씨는 성범죄와 더불어 금품갈취 등을 행하는 범죄 수법을 보였는데요. 피해자들은 모두 20대에서 40대 사이의 여성들이었으며, 안 씨는 택시 기사라는 직업을 악용해 거리에서 피해자들을 유인하는 범행을 저지른 수법을 보였습니다.
◆이원화: 그러니까요. 많은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가 연쇄 살인마들은 일정 정도의 범죄 패턴이 있다는 거잖아요. 안남기 역시 이 패턴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요.
◇한민경: 그렇습니다. 안 씨는 유사한 패턴으로 범행을 반복하였습니다. 안 씨는 총 4차례의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2차, 3차, 4차 살인 사건은 모두 6개월 이내에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살인 사건과 두 번째 살인 사건 사이에는 5년이라는 공백 기간이 있었습니다.
◆이원화: 그러면 지금 말씀해 주신 5년간의 공백기에 안남기가 주로 활동하던 청주 지역에 미해결된 사건도 있었나요?
◇한민경: 있었습니다. 심지어 범행 수법도 안 씨의 방식과 매우 비슷하였고요. 경찰도 이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이원화: 어떤 사건이었을까요?
◇한민경: 2005년 2월 발생한 이른바 청주 부녀자 실종 사건입니다. 피해자 조 씨는 40대 주부로서 마을의 부녀회장도 역임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 조 씨는 부녀회원들과 회식을 마친 후 노래방에 함께 가지 않고 회원들과 헤어져 버스를 타러 갔다고 합니다.
◆이원화: 2차는 참석하지 않고 1차를 마신 후 회원들과 헤어졌다 버스를 기다렸다는 거네요.
◇한민경: 예. 당시 피해자 조 씨는 실종되기 얼마 전에 천안의 집을 마련하였고, 천안행 버스를 타기 위해 일찍 자리를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연말을 부녀회장이 버스를 기다리는 조 씨를 본 것을 마지막으로 피해자 조 씨는 갑자기 사라져 버렸습니다. 피해자 조 씨의 실종으로 마을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조 씨를 찾기 위해 생업도 포기한 채 한 달 정도 온 동네를 찾아 다녔고, 방송에도 제보하여 피해자 조 씨를 찾는 수배가 뜨기도 하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가출이 아니라 납치일 것이라고 보았는데요. 피해자 조 씨는 마을 부녀회장으로 마을에서 효부로 칭송이 자자하였고, 마을 사람들과도 모두 사이가 좋았다고 합니다. 특히 평소 팔순 시어머니를 극진히 보살폈던 조 씨가 어느 날 갑자기 잠적할 이유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피해 여성 조 씨가 실종된 충격으로 인하여 팔순 고령의 시어머니는 조 씨가 실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방송을 통해 대대적으로 제보까지 받았다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그럼에도 찾을 만한 단서들이 하나도 안 나왔던 건가요?
◇한민경: 예. 사건 당시인 2005년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CCTV가 많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추적이 어려웠습니다. 특히 조 씨의 행적이 끊긴 국도 옆 버스 정류장 부근은 CCTV가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다소 외진 곳이었는데다가 버스 기사들도 잘 정차하지 않았던 곳이어서 범행 목격자도 없었습니다. 또 조 씨의 시체도 발견되지 않았고요. 그렇기 때문에 누가 조 씨를 데려갔는지 또 어떤 방법으로 데려갔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는데 바로 실종 당일 조 씨의 현금 카드에서 돈이 인출되었다는 부분입니다.
◆이원화: 그날 밤 본인이 돈을 뽑은 기록이 있다는 거죠?
◇한민경: 예. 실종 당일 밤 11시경 조 씨의 행적이 끊긴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은행 현금 인출기에서 조 씨의 카드로 50만 원의 현금이 인출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요.CCTV 확인 결과 현금을 인출해 간 사람은 조 씨가 아니라 후드를 눌러쓰고 얼굴을 가린 남성이었습니다.
◆이원화: 본인이 아니라 다른 남성이라는 건데 이 남자 얼굴이나 지문은 혹시 안 나왔나요?
◇한민경: CCTV에 범인의 인상 차기가 확인되기는 하였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범인의 얼굴이 가려져 누구인지 알 수 없었고 현장에는 그의 지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1시간 뒤 조치원읍의 또 다른 은행 현금 인출기에서 조 씨의 현금이 인출되었습니다. 범인은 조 씨의 남편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려고 하였으나 비밀번호 오류가 나자 현금 인출을 포기하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이원화: 두 번이나 현금 인출 시도를 했던 남성이 있고, CCTV에도 이 장면이 담겼음에도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게 답답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민경: 현재 이 사건에 대해서는 재수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피해자 조 씨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실종 사건인 거고 살인 사건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민법상으로는 일반적인 실종의 경우에는 만 5년, 천재지변이나 특수 실종의 경우에는 만 1년이 경과하면 법원에 실종 선고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때 통신사나 법무부, 출입국 센터, 은행, 경찰 등에 생존했다는 자료, 즉 생활반응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법원의 실종 선고를 통하여 사망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형법상으로는 다릅니다. 피해자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다거나 그러면 피해자의 사망을 입증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는 혈흔이나 범행도구 등 객관적인 증거가 발견된 것도 아니고 목격자도 전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 씨가 살해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만으로는 사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원화: 오랜 시간 생활 반응이 없었다 하더라도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고 단정지을 만한 피해자의 혈흔이나 이런 것들이 없었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긴 하네요.
◇한민경: 그렇습니다. 많은 범죄 전문가들은 청주 부녀자 실종 사건이 안남기의 여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밤 시간에 술 취한 여성을 납치해 카드로 돈을 인출하는 것이 안남기의 범행 수법과 아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안 씨는 마치 직업 범죄자처럼 참지 못하고 계속적으로 범하였는데요. 그런 안 씨가 5년간의 살인 공백 기간을 가졌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안 모 씨는 청주 부녀자 실종 사건에 대해 살해 혐의를 부인하였습니다. 하지만 안 씨는 다른 두 건의 살인 사건에서도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DNA 분석 결과가 나오자 그제서의 범행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이 사건의 경우에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에 안 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당시 안 씨가 택시 운전기사로 일했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고 대신 대리기사로 일하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안 씨는 도급택시 기사였다는 점을 주목해 보아야 합니다. 도급택시는 정해진 사납금만 회사에 입금하면 나머지 수익은 기사가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행되는 택시를 말하는데, 택시 운전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택시를 빌려주기도 합니다. 도급택시는 회사의 관리나 통제를 전혀 받지 않기 때문에 안 씨가 불법 도급택시를 이용하여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원화: 그러니까 안남기가 도급택시를 몰고 있었더라면 기록이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런 말인 거죠?
◇한민경: 그렇습니다. 도급택시는 택시회사가 고용한 기사가 아닌 자에게 택시를 빌려주고 영업을 하게 하는 것으로 여객 자동차 운수사업법상 규정하고 있는 명의 이용 금지 행위에 해당되는 엄연한 불법 행위입니다. 게다가 도급택시는 관리가 허술해 무자격자의 운행을 비롯해 과속과 신호 위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고, 도급택시에 의한 살인 사건과 강도 사건이 연이어 발생되면서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요소로 지목되어 왔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이 청주 부녀 살인 사건과 안남기의 연쇄 살인 사건과 관련해 주목하는 또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범행 수법입니다. 안남기는 2004년 1회 살인 때에는 피해자를 강간만 한 다음 살해하였고 현금 걸치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청주 부녀자 살인 사건과 2009년, 2010년 범죄들에서는 모두 살해와 함께 현금 갈취가 더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청주 부녀자 살인 사건을 계기로 범행 수법을 진화시켜 2009년과 2010년 범죄에도 같은 수법을 썼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남기는 유독 청주 부녀자 살인 사건에서만큼은 자신이 한 짓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했기 때문에 안 씨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이원화: 말씀해 주신 대로 안남기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싶고요. 안남기의 여죄로 볼 만한 또 다른 미제 사건도 있었다면서요?
◇한민경: 그렇습니다. 바로 2000년 9월 9일 청주에서 발생한 미용강사 살인 사건입니다.
◆이원화: 이건 안남기가 저질렀다는 첫 번째 범행 이전에 발생한 사건이네요. 그런데 어떻게 이게 안남기가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 연결이 되는 걸까요?
◇한민경: 안 씨의 연쇄 살인과 몇 가지 연결시켜 볼 만한 부분이 있는데요. 미용강사 살인 사건은 청주의 한 미용상사에서 강사로 일하던 20대 여성 배 씨가 나체 상태로 신체 일부가 훼손된 채 덤프트럭 아래에 유기된 시신이 발견된 사건입니다. 피해자는 회식을 마치고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에 집으로 귀가하기 위하여 회식 자리를 떴는데 새벽 6시 통화를 마지막으로 참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피해자가 사망 당시 전화한 고향 친구는 당시 통화에 대해 길가에 차 소리가 났고 피해자가 명절을 앞두고 오랜만에 집에 가는 거라고 말했다며 나중에 전화할게라고 다급하게 끊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통화를 마친 후 약 6분 뒤 2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휴대전화 위치가 또 잡혔는데 피해자는 차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며 집 근처에서 또 한 번의 발신이 찍혔습니다.
◆이원화: 당시에 용의자도 없었던 거예요?
◇한민경: 경찰은 피해자의 전 남자친구를 수사 대상으로 놓고 수사를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범죄 심리학자들은 전 남자친구의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보았습니다. 앞서 안남기가 이 사건의 용의자일 가능성을 언급하였는데요. 그 이유를 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사실 안남기는 결혼하여 가정을 꾸린 적도 있습니다. 이후 안남기는 청주로 내려와 택시 운전기사를 하였는데 20년 9월 24일 새벽 승객을 성폭행하려다가 미수로 그친 건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안 씨는 출소한 후 부인을 찾아갔으나 부인은 재결합을 거부하였고, 이후 안 씨는 혼자 생활하면서 다시 운전면허를 취득해 택시 기사로 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원화: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런데 어떻게 이게 앞 사건과 연결이 된다는 거죠?
◇한민경: 2009년 9월 9일 발생한 미용강사 살인 사건은 안남기가 강간 미수로 붙잡히기 불과 13일 이전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새벽에 여성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하였다는 패턴도 동일합니다. 물론 객관적인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고 안남기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도 있으니 그 부분도 염두를 해두고 수사를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안남기의 연쇄 살인과 유사한 패턴이 발견된다는 점은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원화: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고요. 이 시간 마치겠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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