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라디오 앱 소개

YTN 라디오


인터뷰전문

방송시간[월~금] 06:40, 12:40, 19:40
제작진진행: 이원화 변호사 / PD : 김세령 / 작가 : 강정연
'부녀'에서 '사람'으로, 강간죄 경계 바뀌자 성전환자·남성도 법 울타리에
2025-02-26 18:17 작게 크게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2월 26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한민경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 지난 2015년이었습니다. 자전거 동호회에서 만나 4년 동안 내연 관계를 이어오던 유부남 A 씨가 여성 B 씨에게 갑작스레 이별을 통보해 왔죠. 여성 B 씨는 수면 유도제를 먹여 내연남을 성폭행하려 했지만 A 씨가 잠에서 깨는 바람에 미수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이후 여성 B 씨는 강간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그 전에 우선 또 다른 사건도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2009년에 발생했습니다. 황 씨가 김 씨의 집에 침입해 김 씨를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되는 그런 사건이었죠. 황 씨는 강간죄로 기소됐는데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 있겠냐만 앞서 소개해 드린 이 두 사건을 다룬 법원 판결에 법조계는 물론 정말 많은 이들이 주목했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열 법무법인 한민경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한민경 변호사(이하 한민경)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한민경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아마 오늘 방송 듣고 나시면 이 시대에 그런 법이 있었다고 놀라는 분들이 계실 것 같거든요. 강간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건데요. 케이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001년에 발생한 살인 사건인데요. 목에 검은 스타킹이 감긴 채 숨져 있던 여성이 발견되는 그런 일이 있었죠?

◇ 한민경 : 네 2001년 3월 3일 오후 1시경 울산 울주군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397.5킬로미터 지점에서 도로 청소를 하던 환경미화원이 수풀 사이에 쓰러져 있는 알몸의 여성을 발견하는 사건이 발생되었습니다. 시신에게 걸쳐진 것은 검은색 스타킹이 전부였고, 목에는 2미터 가량의 검은 끈이 감겨져 있었습니다. 경찰은 피해자의 지문을 채취해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한편 용의자를 확인하기 위하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였습니다.

◆ 이원화 : 정황상 타살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보이는데 혹시 뭐 나온 게 있었나요?

◇ 한민경 : 예 그렇습니다. 피해자 A 씨의 몸에서는 타살의 흔적이 고스란히 발견되었습니다. 피해자 A 씨의 몸에서는 정액이 검출되었고 또 목이 졸려 순간 방어한 흔적인 탓인지 목 주위 피부가 벗겨진 큰 상처도 보였습니다. 피부 및 출혈도 심했기 때문에 누군가 강하게 목을 졸랐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와 같이 한눈에 봐도 외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가 분명해 보였는데요. 앞서 여성에 대한 부검을 의뢰했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런데 부검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 이원화 : 이상한 점이요? 어떤 점이었어요?

◇ 한민경 : 예 바로 여성으로 보였던 피해자 A 씨가 여성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피해자 A 씨는 외관상으로는 여성임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A 씨의 뱃속에는 자궁도 난소도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자궁 적출술 같은 것을 받은 흔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대신에 오른쪽과 왼쪽 가슴에는 각 250CC와 230CC의 실리콘 주머니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결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염색체 분석에 들어갔고, 피해자의 23번째 성 염색체에선 남성 염색체 즉 XY 염색체가 나왔습니다. 누가 봐도 여성으로 보이던 이 피해자는 사실 성전환자였던 것입니다. 동시에 경찰은 지문 감식도 진행했는데 지문 감식 결과 피해자 A 씨는 호적상에는 남성으로 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대법원은 성전환자의 호적 정정에 대해 까다로운 요건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호적상 성은 변경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아 그랬군요. 어쨌든 그것과는 별개로 누가 그를 성폭행하고 살해했는지 범인을 잡는 일이 중요할 것 같은데 진척이 좀 있었나요?

◇ 한민경 : 예. 명쾌한 부검 결과와는 달리 수사는 좀 지지부진했습니다. 죽은 사람의 몸에서 나온 정액을 통해 용의자의 DNA를 채취하긴 하였지만 경찰 용의선상에 나온 사람들과는 일치하지 않았고요. 그나마 용의선상에 올린 대상들이 하나둘 무혐의가 확인되면서 사건은 영구 미제로 빠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7년 후 2008년경 해당 사건의 용의자로 볼 만한 사람이 등장하였습니다.

◆ 이원화 : 7년이나 흘렀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했죠?

◇ 한민경 : 역시 DNA의 힘이 컸습니다. 성전환자 A 씨가 사망한 채로 발견된 지 7년 여가 지난, 한 2008년 6월 18일 한 남성 이 씨가 폭행 혐의로 붙잡혔습니다. 경찰에서 이 씨는 폭행 혐의도 사실 무근이라고 하면서 범행을 부인하였는데요. 그러자 경찰은 이 씨가 성폭력 전과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DNA 검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뜻밖에 이 씨의 유전자형이 7년 전 A 씨의 시신에서 발견되었던 정액의 유전자형과 일치하여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들으면 이해가 안 갈만한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 이원화 : 어떤 거죠?

◇ 한민경 : 만약에 이 사건으로 지금 기소를 한다면 이 피고인 남성에게 적용될 혐의 뭐가 있을 것 같으시죠?

◆ 이원화 : 강간죄 아닌가요?

◇ 한민경 : 예 그렇죠 아마 강간죄가 적용되어야 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형법 조문상 해당 남성에게는 강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 이원화 : 이 사건이 발생한 게 2001년이고 기소된 게 2008년이라고 하셨으니까 그럴 수 있겠네요. 청취자분들께서는 도대체 왜지? 의아하실 것 같은데 왜 그런 건지 설명을 좀 해 주시겠습니까?

◇ 한민경 : 바로 피해자 A 씨가 성 염색체를 기준으로 생물학적 남성이었기 때문인데요. 현행 민법이나 호족법에서는 성의 개념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과거부터 성 염색체를 성별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는 생물학적 성의 개념이 통용되어 왔습니다. 즉 XY 염색체는 남성이고 XX 염색체는 여성인 것이 불변의 진리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데 2013년 이전에는 형법 제297조 강간죄가 '부녀를 강간한 자'라고 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강간의 객체는 무조건 여자였습니다. 그래서 성전환자인 피해자 A 씨는 강간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2009년 이를 뒤집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 이원화 : 저도 기억이 납니다. 법조계에서 굉장히 화제가 됐던 그런 판결이었죠.

◇ 한민경 : 예 맞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꾼 A 씨를 성폭행한 사건인데요. A 씨는 호적상 남자로 되어 있었지만 몇 차례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30년간 여성 무용수로 활동하며 남자와 동거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피고인은 강간죄로 기소되었는데요. 이 사건에서는 성전환자인 생물학적 남성을 강간죄의 객체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호적상 남자 성전환자라고 하더라도 강간의 피해자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A 씨가 여성으로서의 생식 기능은 없지만 여성으로서의 신체와 외관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성적 정체성이 확고하다고 보았고요. 특히 대법원은 피해자가 어릴 때부터 여성으로서 성적 정체성을 갖고 살아오던 중에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여성으로 성 정체성을 보유하고 있다면 형법이 정한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위 판결은 대법원이 성 전환자를 강간 피해자로 인정한 첫 판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이를 계기로 생물학적 성이 아니라 정신적 성, 사회적 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뜨거워졌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이야기 들으면서 이거 좀 이상한데 생각한 분들 계실 것 같거든요. 지금 말씀해 주신 강간죄의 객체, 그러니까 피해자의 정의가 부녀자에 해당한다 하셨잖아요. 그런데 강간 피해라는 게 남성에게 있을 수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의문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 한민경 : 네 강간이라는 것이 폭행 또는 협박 따위의 불법적인 수단으로 부정한 성관계를 갖는 걸 의미하고요. 또 성적 자기결정권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이니까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적 침해 행위, 강간 피해 행위도 분명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실 남녀의 차이를 불문하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적 성행위는 있을 수 있다고 보아야겠죠.

◆ 이원화 : 그런데 방금 판결났다는 그 연도가 2009년이었단 말이죠. 오래전이지만 그래도 2009년이면 시대적 흐름상 강간죄 피해자가 부녀에만 해당한다. 이거 굉장히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 있거든요.

◇ 한민경 : 하지만 2009년까지만 해도 가해자가 남자든 여자든 관계없이 피해자가 남성이면 강간은 성립되지 않았습니다. 형법상 강간죄 피해자가 부녀자 즉 여자로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 규정은 1950년대 형법 제정 당시의 강간죄 객체를 부녀자로 규정한 것이 그대로 이어져 온 것이었습니다. 즉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자로 한정시킨 것은 법 제정 당시인 1950년대의 사회 분위기에 적합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가 남성인 경우에는 강간죄가 아닌 그보다 법정형이 낮은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현행법상 강간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강제 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강제추행죄는 강간죄에 비해서는 굉장히 경미하게 처벌됩니다. 그러다가 2012년 12월 18일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 객체가 부녀에서 사람으로 일부 개정되었고 이 법이 2013년 6월 19일부터 시행된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판례는 부녀자라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성전환자인 남성에 대해 강간죄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만 이제 성전환자를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입법적으로 깔끔하게 해결된 것입니다.

◆ 이원화 : 이 형법 조항이 개정되고 처음으로 기소됐던 여성 판결에도 정말 많은 관심이 쏠렸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요.

◇ 한민경 : 네 강간죄의 피해자가 사람으로 변경된 이후 2015년 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강간죄로 기소된 여성이 있었습니다. 강간죄로 2015년 내연남을 성폭행하려 한 40대 여성이 강간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례입니다. 이 사건에 대해 조금 말씀드리자면 여성은 자전거 동호회에서 만난 유부남 A 씨와 2011년부터 내연 관계를 맺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A 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여성은 A 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였고, 이어서 A 씨에게 수면 유도제와 홍삼액을 먹여 잠들게 한 뒤 손과 발을 묶고 성관계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재판은 국민 참여 재판으로 이루어졌는데요. 피고인의 변호인은 여성과 남성이 서로 상처를 내면서 다투기도 하였고, 해당 여성이 내연남과 함께 수면제를 먹인 만큼 강간 의사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내연남은 평소 여성에게 상습적으로 가학 행위를 해왔기 때문에 손과 발을 묶은 것은 내연남이 또다시 가학 행위를 할 수 있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결박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배심원 전원 모두는 여성에게 강간죄 무죄 판결을 제시하였습니다. 공소 사실의 유일한 직접 증거인 내연남의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재판부도 상대방을 강간하려는 사람이 스스로 수면제를 복용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배심원들의 전원 일치한 판단을 존중해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 이원화 : 늦은 감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우리 법이 시대의 요구에 따라서 변화하고 있다라는 점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 아닌가 싶고요. 현 사회의 보편적 인식이나 법 감정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면 꾸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