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5년 2월 19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박지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사건X파일 2013년 1월의 마지막 날 119에 살려달라는 신고 전화가 한 통 접수됐습니다. 이전에도 신고한 전례가 있으니 빨리 와달라는 전화. 과연 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뿌연 연기와 연탄가스 냄새가 진동을 하던 그 집엔 50대 부부와 두 아들 이렇게 4명의 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조대원이 출동했을 당시 생존해 있던 인물은 신고 전화를 넣은 둘째 아들 단 한 명뿐이었죠. 이 사건은 초기만 해도 일가족 동반 자살인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뭔가 좀 이상한 구석이 하나둘 나타났죠. 경찰이 뭔가 수상함을 느껴가던 그즈음, 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동생의 입에서 좀처럼 믿기 힘든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는데요. 과연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박지현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박지현 변호사 (이하 박지현)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박지현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늘 살펴볼 이 사건 전북 전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날 119로 살려달라는 신고 전화가 한 통 왔죠?
◆ 박지현 : 네 2013년 1월 30일 오전 11시가 막 넘은 시간에 119로 한 남성이 죽어가는 목소리로 ‘살려달라’면서 ‘가족 모두 연탄가스에 중독되었으니 빨리 와 달라’고 급하게 신고한 상황이었습니다.
◇ 이원화 : 119가 급하게 출동을 또 했을 것 같아요. 출동을 해서 본 상황이 어떤 상황이었을까요?
◆ 박지현 : 신고자의 목소리로 긴급 상황임을 파악한 소방구조대가 빠르게 출동하였습니다. 출동한 소방구조대는 신고자가 문을 열어주어서 아파트 3층 현관문으로 들어섰는데, 아파트 내부는 연탄가스로 추정되는 매캐한 냄새가 가득했고 약간의 연기도 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신고자는 거실 바닥에 누워서 떨고 있었고, 구조대가 집 안을 수색하면서 작은 방에서는 이불을 덮고 각각 침대와 바닥에 누워 있는 신고자의 부모 안방에서는 머리가 창문 쪽을 향해서 엎드려 있는 신고자의 친형을 발견하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 사람 모두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고 병원에 후송되자마자 모두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 이원화 : 그러면 신고 전화를 했던 작은 아들이라는 이 사람이 유일한 생존자였던 거죠?
◆ 박지현 : 네 맞습니다. 신고자는 18평 남짓의 아파트에서 부모님과 형 이렇게 4명이 거주하고 있었고, 당시 경찰이 병원으로 후송된 작은 아들에 대해서 첫 경찰 조사를 실시했는데 작은 아들은 새벽 5시까지 형과 술을 마시고 곯아떨어진 뒤 기억이 없다 깨어났더니 연기가 자욱했다고 진술하였습니다.
◇ 이원화 : 경찰이 피해 현장도 다 돌아봤을 텐데요. 이 상황을 어떻게 봤다는 그런 의견이 좀 있을까요?
◆ 박지현 : 경찰은 피해 현장을 돌아보면서 외부 침입의 단서는 전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피해자들이 발견된 각 방에서 연탄 화덕을 발견했고 주방에서는 마시다 만 우유가 든 컵, 흰색 가루가 든 약통, 그리고 가스레인지 위에서 번개탄 핀 봉지와 타고 남은 가루가 흩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때문에 수사 초반에 경찰들은 이 사건을 일가족 동반 자살로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근데 당시 이 사건을 담당하던 경찰이 선뜻 일가족 동반 자살로 사건을 종결시키기는 좀 어려웠다고 합니다. 의아한 부분들이 발견됐거든요.
◇ 이원화 : 어떤 부분들이 있었죠?
◆ 박지현 : 우선 일가족 동반 자살 사건에서는 흔히 유서가 발견되는데 이 사건에서는 그 누구도 유서를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경찰이 주변인들을 탐문해 본 결과 작은 아들의 형, 그러니까 큰아들이 여자친구와 한창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해요. 이런 상황에서 큰아들이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비상식적인 일이죠. 사건 전날에도 큰아들은 여자친구가 차 안에서 데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작은 아들이 큰아들한테 ‘형 나 형이랑 술 마시고 싶으니까 빨리 좀 와줘’라면서 전화를 했다고 해요. 근데 여자친구 말로는 평소 작은아들이 형인 큰아들한테 술 마시자는 얘기를 잘 안 하던 사람이어서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평소 같지 않다.
◆ 박지현 : 또 한편으로 석연치 않았던 건 이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꽤나 부유한 편이었다는 거예요. 형제의 아버지는 1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콩나물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2층짜리 단독 건물도 소유하고 있는 50억 원 규모의 자산가였습니다. 그리고 큰아들도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사업 수원이 좋은 것으로 유명했고요. 특별히 경제적인 어려움이 전혀 없는 상태여서 일가족 모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 이원화 : 한 가족의 상황을 함부로 예단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석연치 않아 보이는 부분이 분명히 있긴 있네요.
◆ 박지현 : 네 맞습니다. 또 석연치 않았던 부분이 있었는데 작은 아들과 부모가 이 사건 발생 3주 전인 1월 8일에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이게 처음이 아니네요.
◆ 박지현 : 당시에는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모의 방에 어떤 가스가 새어 들어간 것처럼 추정되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아 그랬군요. 재차 동반 자살을 시도한 건지 이런 부분들은 알 수는 없지만 앞서 이 가족이 경제적으로 부유한 편이었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그렇다면 누군가가 이 가족의 돈을 노리고 접근했던 건 아닌가, 살인을 해 놓고 연탄가스 중독처럼 일을 꾸몄던 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긴 하는데요.
◆ 박지현 : 네 맞습니다. 동반 자살을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의심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당시 경찰도 여러 석연치 않은 부분과 사망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려고 부검을 실시하고자 하였는데요.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 이원화 : 뭐였죠?
◆ 박지현 : 작은 아들이 부모와 형이 가정생활에도 문제가 없었고 지병도 없었기 때문에 부모와 형의 시신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겁니다. 하지만 경찰은 작은 아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법원으로부터 부검 영장을 받아 부검을 진행하였습니다.
◇ 이원화 : 사인을 명확하게 해야 된다는 그런 필요성을 인정했던 것 같아요.자 그러면 부검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지 너무 궁금한데요.
◆ 박지현 : 우선 부모의 몸에는 연탄가루가 묻어 있거나 저항한 흔적이 나오지 않았고 몸 뒤편에는 선홍색의 시반이 선명한 상태였습니다. 선홍색 시반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경우에 흔히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또 부모는 음식물 소화가 덜 되어 있는 상태로 식사를 마친 후에 오래 지나지 않아서 사망한 것으로 보였고, 사망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발견된 것인지 시신을 이렇게 옆으로 돌릴 때 머리와 다리가 뻣뻣하게 들릴 정도로 사후 경직이 아주 심한 편이었습니다. 큰아들의 경우에는 사후 경직이 거의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고 시반이 형성된 부분을 손으로 누르니까 시반 위로 손 모양이 선명하게 나타나는 회색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건 아직 피가 거의 굳지 않았다는 뜻으로 큰아들은 부모의 사망 시각으로부터 한참 후 몇 시간 후에나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부검을 통해 경찰은 연탄에 불을 피운 사람은 형제 중 한 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유일한 생존자인 작은 아들이 경찰을 혼란에 빠뜨리는 한 가지 폭탄 발언을 합니다.
◇ 이원화 : 무슨 말을 했죠?
◆ 박지현 : 형이 가족을 죽이고 자살한 이 사건의 범인이라는 겁니다.
◇ 이원화 : 형이요? 갑자기요?
◆ 박지현 : 작은 아들은 최근에 형이 음식점을 열었는데 장사가 안 돼서 죽고 싶어 했다. 형이 사업가 여자 문제로 고민했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하면서 느닷없이 형을 이 사건의 범인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 이원화 : 신빙성이 좀 있는 진술인가요? 어땠어요?
◆ 박지현 : 경찰은 작은 아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단서를 연달아 발견했습니다. 우선 집 근처에 주차된 큰아들의 그랜저 차량 뒷좌석에서 연탄과 번개탄이 하나씩 든 귤 박스, 좌석 아래에서 연탄 집게 박스, 옆에서는 뜨거운 화덕을 안에 넣고 옮긴 것처럼 안쪽 여기저기가 타고 녹은 검은 가방이 발견되었습니다. 게다가 경찰 입장에서는 작은 아들이 유일한 생존자이자 피해자들의 가족이었기 때문에 경찰이 큰아들을 범인이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쉽게 큰아들이 범인이라고 단정 짓지는 않았습니다. 큰아들이 범인이라고 가정하면 좀처럼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이원화 : 어떤 것들이 있었죠?
◆ 박지현 : 작은 아들의 진술대로라면 형제는 사건 당일 함께 밖에서 맥주를 마시고 새벽 4시 반쯤 집에 들어갔습니다. 큰아들이 부모를 살해했다면 그 이후에나 가능했을 텐데 부검 결과로는 부모가 식사를 마친 지 오래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 겁니다. 또 두 번째는 여자친구와 한창 결혼을 준비하며 미래를 계획하던 큰아들이 갑자기 가족을 모두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었죠.
◇ 이원화 : 그래서인지 수사팀에서는 오히려 이 사건을 신고했던 작은 아들이 수상하다.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하고요. 의심을 했던 모양인데 어떤가요?
◆ 박지현 : 네 맞습니다. 큰아들에게 자살의 동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은 박 씨 아버지의 지인으로부터 사고 직후인데도 작은 아들이 거래처 유지에 주력하는 등 공장 운영에 적극 개입하는 수상한 행동을 한다는 진술을 받게됩니다. 그래서 경찰이 작은 아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는데, 경찰이 가족들의 장례식 이후에 작은 아들의 차량을 감식 하고자 작은 아들의 차를 가지고 왔는데 보니 작은 아들이 차량 내외부를 모두 세차한 상태였던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에 경찰은 가족이 모두 사망해서 장례도 치르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 작은아들이 세차를 한 것을 보고 더욱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고, 작은 아들이 증거 인멸을 위해 세차를 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작은 아들 친구가 사건 다음 날 ‘작은 아들이 차량과 원룸을 치워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하면서 작은아들로부터 내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으로 신고를 했습니다. 이에 작은 아들에 대한 경찰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고, 그 이후에 작은 아들의 다른 친구들로부터 동일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경찰서를 찾아오는 날도 있었습니다.
◇ 이원화 : 찾아오기까지요. 궁금한 건요, 작은 아들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왜 그랬다는 건가요?
◆ 박지현 : 작은 아들은 끝까지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은 아들이 자백한 후에 한 진술들을 종합해 보면 작은 아들이 엄격한 아버지로부터 폭력을 많이 당했고 큰아들과 차별을 겪기도 해서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을 차곡차곡 쌓아 왔다고 합니다. 그 증오심이 쌓여서 결국 아버지를 살해하기로 결심하였던 걸로 보입니다. 어머니에 대해서는 특별히 증오심을 키운 건 아니었는데 어머니가 아버지와 심하게 다투고 나면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해요. 그래서 어머니가 사람처럼 사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진술을 해서 작은 아들이 어머니가 살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고 혼자 자의적으로 판단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형은 애당초 범행 대상은 아니었는데요. 그냥 이럴 거면 다 같이 죽는 게 낫겠다는 마음과 범행 당시에 형에 비해 자기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범행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재판에 넘겨졌겠죠. 결과는 어땠습니까?
◆ 박지현 : 검찰은 작은 아들의 계획성과 치밀함을 강조해서 작은 아들을 존속살해,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재판부는 범행을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행한 점을 들어서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이후 무기징역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 이원화 :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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