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2월 6일 (목)
■ 진행 : 송영은 변호사
■ 대담 : 정승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송영은 변호사(이하 송영은) :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위해 과외를 구해본 경험 아마 해보신 분들도 계시겠죠. 오늘 이야기해 드릴 이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과외 선생님과 학생을 이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됐습니다. 과외 중개 앱에 선생님으로 등록을 했던 A씨는 20대 여성이었습니다. 학생의 집과 거리가 다소 멀어서 한 차례 과외를 고사했던 A씨는 학생 어머니의 간절한 부탁에 과외를 진행해야겠다 마음먹었다고 하죠. 과외를 하기로 한 장소는 A씨의 자취방이었는데 약속한 그날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 A씨의 집을 찾았습니다. 교복을 입고 평범한 학생처럼 보였던 그 여성은 사실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과외 앱에서 학생의 어머니인 양 말을 걸었던 그 여성 역시 학생의 어머니가 아니었죠. 두 사람은 동일 인물인 정 씨였는데요. 그녀는 그렇게 A씨를 토막 내 캐리어에 실었고 아무 일 없다는 듯 택시를 불렀습니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경찰에 붙잡힌 후 그저 살인을 해보고 싶었다라는 충격적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요. 과연 이 사건 어떻게 됐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송영은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정승은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정승은 변호사(이하 정승은)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정승은 변호사입니다.
◆ 송영은 : 저는 이 사건이 제보자로 인해 빠른 검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더 위험해질 수도 있는 그런 사건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고 정말 많은 분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렇게 오래된 사건도 아니죠?
◇ 정승은 : 네 맞습니다. 2023년 5월 26일 1999년생 여성 정유정이 또래 여성을 토막 살인하고 유괴한 사건이었습니다.
◆ 송영은 : 참 수사 과정에서 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 이런 메모가 발견되기도 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이거 정말 무서운 말이잖아요.
◇ 정승은 : 맞습니다. 범행 이후 정유정이 직접 작성한 그런 메모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하나씩 자세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건 발생 이틀 전인 5월 24일 26살 여대생 A씨는 한 과외 중개 앱을 통해 자신을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라고 소개하면서 영어 과외를 해달라는 메시지를 받게 됩니다. A씨는 처음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는 이유로 거절을 했지만 상대방이 일단 시범 과외 후 결정해 달라고 부탁하자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 송영은 : 네 여기까지 들어서는 크게 이상한 점은 없어 보입니다. 굉장히 평범한 상황 아닌가요?
◇ 정승은 : 그렇죠 약속 날짜인 5월 26일 교복을 입은 학생이 A씨의 집으로 찾아갑니다. 그리고 A씨의 집으로 들어간 이 학생은 흉기로 A씨를 111차례나 찔러 살해합니다.
◆ 송영은 : 아니 학생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나요? 왜 그런 행동을 했죠?
◇ 정승은 : 자신이 중학교 3학년 학생의 부모라고 소개하면서 메시지를 보냈던 사람. 그리고 교복을 입고 A씨의 집에 방문한 사람은 사실 동일 인물인 정유정이었습니다. 정유정은 처음부터 A씨를 타깃으로 삼고 A씨의 집에 방문했던 겁니다.
◆ 송영은 : 그러면 정유정은 왜 과외 선생님을 타겟팅 했던 겁니까? 아는 사이라도 됐나요?
◇ 정승은 : 정유정은 자신이 150센티미터의 작은 체구였던 점을 고려해서 범행이 용이하도록 희생자를 혼자 거주하는 여성으로 좁혔습니다. 여기에 피해자가 상대적으로 방심하기 쉬운 피해자의 집을 범행 장소로 골랐고요. 이러한 조건에 1대 1 개인 과외를 하는 여성만큼 좋은 대상이 없었습니다. 범행을 결심한 정유정은 과외의 앱을 뒤져서 54명의 여성과 접촉한 끝에 A씨를 희생자로 선택한 겁니다. 범행 동기에 관해서 정유정은 처음에는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을 했다가 이후 범죄 수사물을 보고 살인 충동을 느껴서 살해했다고 자백을 하더니 또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이 밝힌 정유정의 범행 동기는 가정환경이었습니다. 정유정은 1살 때 엄마가 곁을 떠났고, 6살 때에는 아버지에게도 버림받으면서 조부의 손에서 자랐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아버지와 함께 살기도 했었지만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는 못했던 걸로 보입니다. 정유정은 2014년 아버지와의 말다툼 과정에서 아버지가 폭력을 행사하자 가정 폭력으로 신고한 이력도 있습니다. 또 고등학교 2학년 때에는 할아버지와 새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새할머니의 뺨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정유정이 가족들과 잦은 불화를 겪으면서 대학에 진학해서 독립하기를 희망했었지만 대학 진학도 그리고 공무원 시험에도 실패를 하면서 어려운 경제 환경과 생활환경에 대한 강한 불만이 원망과 분노로 변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정유정이 쌓아온 원망과 분노는 2023년 5월 20일경 집 청소 문제로 시작된 할아버지와의 말다툼을 계기로 실제 사람을 죽여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발전한 걸로 보입니다.
◆ 송영은 : 아니 아무리 가정환경에 불만이 많았다라고 해도 이렇게 살인을 계획할 일인가 이해할 수 없다는 분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거든요.
◇ 정승은 : 그렇죠. 모든 사람이 가정환경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범죄까지 나아가지는 않지만 정유정은 달랐습니다. 사건 당일 저녁에도 정유정은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2시간을 넘게 통화하면서 가족들에게 서운하고 원망스러웠던 일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정유정은 가족에게 복수하는 방법, 존속 살인 이런 검색어를 검색한 기록도 있고, 또 할아버지가 혼자 계시는 집에 불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 송영은 : 참 그런 일까지 있었군요. 그렇게까지 자신 또래의 체구도 작은 이 여성을 살해하고 그다음은 어떻게 했습니까?
◇ 정승은 : 정유정은 시신 훼손을 하는 과정에서 피가 튀자 A씨의 옷으로 갈아입은 후에 자기 집으로 돌아가서 여행용 가방을 챙겼습니다. 그리고 다시 A씨의 집으로 향하는 길에 마트에서 락스와 비닐봉투, 그리고 시신 훼손용 도구 같은 걸 구매했죠.
◆ 송영은 : 아 예 이야기해 주시니까 저도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이때 정유정이 자신의 집에서 캐리어를 갖고 다시 피해자의 집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혀서 공개되기도 했거든요. 근데 이게 죄를 지은 사람이라기보다 굉장히 가벼워 보이는 발걸음으로 보여서 이것도 한동안 논란이 됐었잖아요.
◇ 정승은 : 네 맞습니다. 캐리어를 가지고 피해자의 집으로 향하는 정유정의 발걸음은 경쾌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피해자의 집으로 돌아간 정유정은 밤 10시까지 시신을 훼손한 후 밤 12시경에 택시를 불러서 낙동강변의 공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정유정은 택시기사에게 기다리라고 한 후에 사체 일부를 강변 옆 숲에 유기했습니다.
◆ 송영은 : 모르긴 몰라도 그 택시 기사님 눈에 이 여성의 행동이 그 무엇보다 낑낑거리면서 들고 갔던 그 캐리어가 잠시 숲에 들어갔다 오더니 굉장히 가벼워진 그 모습을 다 지켜봤다라는 말씀이시잖아요. 정말 이상했을 것 같거든요.
◇ 정승은 : 네 말씀대로 정유정을 태우고 목적지까지 운행했던 택시 기사는 이 밤중에 숲으로 들어간 정유정이 20여 분 뒤에는 가벼워진 가방을 끌고 나타나자 수상함을 직감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긴급 출동한 경찰은 정유정을 멈춰 세운 뒤에 가방을 열었는데 이때 가방 속에서 발견된 핏자국에 대해서 정유정이 내가 하혈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경찰은 119를 불러서 정유정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관련 검사를 한 후에 하혈한 흔적이 없다는 의료진의 답을 듣고 현장에서 정유정을 긴급 체포했습니다.
◆ 송영은 : 아 정말 기사님께서 중요한 역할을 하셨다 싶습니다.
◇ 정승은 : 맞습니다. 경찰은 정유정이 택시 기사의 신고로 긴급 체포되지 않았다면 연쇄 살인을 벌였을 가능성도 있었던 걸로 평가했습니다.
◆ 송영은 : 네 앞서도 잠시 이야기 나왔습니다만 재판 과정에서 계획범죄가 아니다, 우발적인 것이었다 라고 했다가 또 말을 바꾸고 심신미약이었다라고 했다가 이것도 철회하고 여러 일들이 있었던 거죠.
◇ 정승은 : 네. 살인, 사체 손괴, 사체 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본인의 목을 졸랐고 얼굴을 할퀴는 등으로 몸싸움이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부검 결과 피해자의 손톱에서 정유정의 DNA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 말씀하신 것처럼 정유정은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정유정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 2월부터 시신 없는 살인, 살인 사건, 뭐 범죄 수사 전문 프로그램 등을 집중적으로 검색한 내역이 확인됐습니다. 또 도서관에서 범죄 소설을 다수 빌려 읽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우발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명백한 계획범죄 정황들이 나오면서 정유정은 결국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을 철회했습니다.
◆ 송영은 : 재판 과정에서 같이 환생할 사람이 필요했다 이런 이야기도 했어요.
◇ 정승은 : 네 재판부가 성장 환경 등 사정이 있었던 것 같지만 피해자는 무관하지 않느냐라며 살해한 이유를 묻자 정유정은 같이 갈 사람이 필요했다. 같이 죽어서 환생한다고 생각했다. 같이 죽어서 제대로 된 엄마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 송영은 : 네 변호사님 형사 사건을 저희가 다루다 보면 자신의 형량을 조금이라도 감형받기 위해서 공탁을 한다거나 가장 많이 나오는 게 반성문인데 정유정도 반성문을 여러 차례 제출했던 걸로 알고 있거든요.
◇ 정승은 : 네 정유정은 1심 재판 선고 시까지 20여 차례나 반성문을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이 반성문에는 진실성이 없었던 걸로 보입니다. 검찰은 항소 이유서를 제출하면서 구치소 접견 기록을 새로 증거로 제출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정유정이 면회를 온 가족들에게 억지로라도 성의를 보이려고 반성문을 적어야겠다라고 하거나 할아버지에게 경찰 압수수색 전에 미리 방을 치워놨어야죠라고 하면서 반성은 하지 않고 오히려 가족들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 송영은 : 그 녹취가 된다는 걸 몰랐던 모양이죠.
◇ 정승은 : 네 아무래도 그랬던 걸로 보입니다.
◆ 송영은 : 네 아무튼 재판 결과 어떻게 나왔습니까?
◇ 정승은 :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 잘못을 참회하고 유족에게 속죄하게 하는 것이 맞다는 등의 양형 사유를 들어서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이후 2심 재판부와 대법원 역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여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습니다.
◆ 송영은 : 앞서도 잠시 이야기했지만 택시 기사님이 정말 큰 역할을 하셨다 싶은 게 이때 안 잡혔으면 자칫 연쇄 살인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들거든요.
◇ 정승은 : 네. 실제로 정유정은 이 사건 살인 이전에 중고거래 앱을 통해서 두 차례나 범행 대상을 유인하려고 시도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이 정유정과 채팅 과정에서 만남을 거부했거나 혹은 단순히 만난 것에 불과해서 특별한 정황이 없었다는 이유로 정유정의 살인 예비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을 사유로 한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 송영은 : 네 정유정이 사이코패스 아니냐 이런 논란도 꽤 컸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떤가요?
◇ 정승은 : 실제로 정유정은 40점 만점의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에서 기준점인 25점을 넘은 28점을 받아서 사이코패스로 진단받았습니다. 다만 정유정에 대해서 말투가 어눌한 점 등이 일반적인 사이코패스와 다른 양상이라고 하면서 연락을 주고받는 지인이나 친구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해서 성격 장애를 가진 은둔형 외톨이라는 전문가 의견이나 혹은 사회성이 극히 떨어진 발달장애인 야스퍼스 증후군으로 보는 것이 낫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었습니다.
◆ 송영은 : 사건 엑스파일 오늘은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했던 부산 또래 여성 살인 사건을 살펴봤습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는 살인을 해보고 싶어서 죽였다라는 말도 했다고 전해지는데요. 택시 기사님의 신고로 긴급 체포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뻔한 정말 아찔한 사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고요.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