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5년 1월 23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민혜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최 씨는 어린 시절 소년체전에서 여러 차례 수상할 만큼 그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씨름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고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죠. 이후 성인이 된 최 씨는 두 번의 전과 기록을 남겼는데요. 한 번은 이별을 요구한 여자친구에 대한 협박 및 특수강간 그리고 또 한 번은 마트에서 금품을 훔친 혐의였습니다. 그렇게 결혼 후 자식까지 낳은 최 씨는 배달 대행업체를 운영하며 그저 평범한 삶을 사는 듯 보였죠. 그러던 어느 날 최 씨는 아내와 친하게 지내던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내용인 즉 할 말이 있으니 따로 좀 만나자는 거였죠. 최 씨는 자신의 부탁을 거절한 여성 A씨를 성폭행 후 무참히 살해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는 점이죠. 최 씨는 닷새 만에 비슷한 수법으로 또 다른 여성을 살해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최 씨는 과연 우발적 범행을 저질렀던 걸까요? 아니면 계획된 살인이었을까요? 이후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놀라운 사실을 하나 더 말씀드리면 최 씨가 지난 1년간 연락을 주고받은 여성의 숫자가 무려 1,100명이 넘는다는 사실입니다. 과연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뭘까요? 앞선 두 건의 살인 외에도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진 않았을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김민혜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김민혜: 안녕하세요. 김민혜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오늘 다뤄볼 사건. 사실 사건 초기만 해도 미숙한 남성의 우발적 범행이 아닐까 생각됐던 그런 사건이었는데 까면 깔수록 뭔가 심상치 않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케이스로 기억을 하고 있거든요.
◇김민혜: 오늘 사건은 이른바 최신종 전주 부산 실종여성 연쇄살인사건으로 불리는 사건입니다. 최신종은 과거 이력이 좀 특이한데요. 초등학교에 다니던 2002년 소년체전 씨름 40킬로그램 이하 경장급 부문과 전국씨름대회 45kg 이하 소장급과 50kg 이하 청장급 이렇게 세 체급을 모두 석권하고 그해 전북 체육상을 수상하고 또 이듬해엔 대한체육회 최우수 선수상을 받는 등 그야말로 씨름 유망주였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 진학을 한 뒤부터는 성장이 멈추면서 고등학교 때쯤엔 씨름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진 이 사건 발생 당시에는 결혼을 해서 자식까지 있었고 그렇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배달 대행업체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원화: 전도유망한 씨름 선수였다는 점이 좀 특별하긴 하지만 이후의 삶은 아주 평범한 남성의 삶과 다르지 않다 싶긴 하거든요.
◇김민혜: 그런데 어느 날, 그러니까 2020년 4월 14일 밤입니다. 갑자기 공터로 아내의 친구였던 A씨를 불러냈어요. A씨는 최신종 아내의 친구로서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거든요.
◆이원화: 자기 친구도 아니고요. 아내의 친구를 따로 불러냈다는 게 좀 이상하긴 하거든요.
◇김민혜: 오밤 중에 아내 친구를 따로 불러낸 이유가 뭐였냐면요. 바로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최신종은 A씨에게 내가 도박 빚이 8천만 원이 있는데 좀 갚아주면 안 되냐 8천만 원을 요구했어요. 당연히 A씨는 무리한 부탁을 거절했고요. 그런데도 최신종이 그러지 말고 좀 갚아달라고 끈질기게 요구를 하다 보니 말다툼이 좀 이어졌습니다. 그러다가 A씨가 최신종한테 그러니까 도박하지 말고 제대로 살아라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게 돼요. 여기서 최신종은 자기가 무시를 당한다 뭐 훈계를 당한다 이런 느낌이 들어서 갑자기 욱해서 A 씨를 성폭행하고 이후 목을 졸라서 살해합니다.
◆이원화: 한두 푼도 아니고 8천만 원을 갚아달라는 게 피해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은데요. 도대체 왜 살인까지 저질렀어야 했는지 전혀 이해가 안 가거든요.
◇김민혜: 정말 충동적이었던 것 같은데요. 갑자기 8천만 원이라 요구하게 된 건 당시 투자를 잘못해서 거액의 빚을 졌기 때문입니다. 앞서 최신종이 결혼을 하고 배달 대행업체를 운영하면서 살았다고 했잖아요. 그러면서 투자도 같이 했는데 이 FX 마진 거래라고 통화 두 가지를 동시에 사고 팔면서 환차익을 노리는 투자 방식인데 리스크가 큰 도박과 같은 투자라서 이걸 계속하면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커졌고 그 운영하던 배달 업체 본사로 보내야 하는 돈까지 다 날린 거죠. 그래서 아내의 친구에게까지 돈을 요구하게 된 겁니다.
◆이원화: 아무리 경제적으로 쫓긴다고 해도 여전히 이해는 안 돼요. 분노 조절 장애 같은 게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김민혜: 사실 워낙 성격이 난폭하고 충동적이어서 이 사건 범행 이전부터 폭력적인 전과가 있었습니다. 2012년 당시 여자친구가 이별을 요구하자 흉기로 협박하고 강간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었어요.
◆이원화: 특수강간 전과가 있네요.
◇김민혜: 그뿐만이 아닌데요. 2015년에는 김제의 한 마트에서 금품을 훔치고 달아나 6개월 동안 교도소 생활을 한 전과도 있습니다. 이후 최신종은 이제 좀 합법적으로 잘 살고 싶다며 결혼도 하고 배달 대행 업체도 운영했던 거였는데 결국 그 폭력적인 성향이 어디 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원화: 이번에는 살인까지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김민혜: 결국 최신종은 앞서 말씀드린 아내 친구 살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최 씨는 사건 당일 밤 11시쯤 A씨를 자신의 차에 태워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했고, 그 다음 날 오후 6시 반 쯤 하천 갈대 숲에 시신을 유기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경찰은 이때까지만 해도 초범의 우발적 범행 뒤에 미숙한 처리라고 여겼었어요. 그런데 이후 상황이 급변할 만한 일이 또 터집니다. 추가적인 범행이 드러났는데요. 첫 번째 범행 후 단 4일 만에 랜덤 채팅으로 만났던 부산 살던 여성 B씨를 살해한 것이 아닌가 이런 의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B 씨의 아버지가 실종 신고를 했는데 신고를 한 지 24일 만인 2020년 5월 12일 B씨의 시신이 발견됐어요. 근데 B씨도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되어서 완주군의 한 과수원에 시신이 유기된 상태였습니다.
◆이원화: 앞서 최 씨가 저질렀다는 그 범행과 수법이 굉장히 비슷하네요.
◇김민혜: 범행 수법이 아내 친구를 살해했을 때와 너무 똑같아서 경찰이 최신종을 이 사건의 용의자로 특정을 하고요. 하지만 최신종은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그러다가 최 씨의 차 안에서 피해 여성의 머리카락이 나와요. 이렇게 증거가 발견되자 결국은 범행을 시인했다고 합니다.
◆이원화: 도대체 그 여성은 최 씨와 어떤 사이였습니까? 이번에는 왜 죽인 거래요?
◇김민혜: 원래 알던 사이가 아니에요. 그날 처음 본 사이입니다. 심지어 당시 최 씨는 이미 1차 사건 피의자로 구속된 상황이었는데요. 경찰을 만나 참고인 진술을 하고 나온 날 밤 차를 타고 나가 이 2차 사건 범행을 벌인 것입니다. 최 씨는 랜덤 채팅 앱을 통해서 B씨를 불러냈고 차에 태워 전주 시내를 빠져나가다가 한 주유소에 들렀는데 그 주유소 CCTV에 최신종이 B씨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사실 그날 처음 본 사이인데 뭐 다툴 만한 동기나 원한 관계가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냥 죄의식 없이 포악하고 충동적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한 범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B씨를 만나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기까지 단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상황이 이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질 만한 점이 있었습니다.
◆이원화: 이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있을 수가 있나요?
◇김민혜: 최 씨가 랜덤 채팅 앱으로 B씨를 만났었다는 얘기를 했잖아요. 근데 최 씨가 지난 1년 동안 몇 명의 여성과 통화를 했냐면요. 무려 1,148명과 통화한 기록이 나왔어요. 이 대부분 랜덤 채팅 앱을 통해서 알게 된 사이인 걸로 추정이 됐고요. 앞서 폭력적인 성향 얘기도 했는데 최 씨의 지인들은 최 씨를 설명할 때 두 개의 키워드를 꼽을 수 있다. 하나가 폭력, 그리고 또 다른 하나가 여자다 이렇게 말하면서요. 최 씨가 그만큼 워낙 학생 때부터 여자에 집착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합니다. 평소 동네 후배들한테도 걸핏하면 여자를 소개해 달라고 강요했다고 하고요. 결혼 후에도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적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경찰에서는 이 사실을 알고 난리가 난 거죠. 더 피해자가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이원화: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수사 결과는 어땠습니까?
◇김민혜: 1,148명 여성 모두에게 다 연락을 돌려서 신변에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을 했고요. 또 그 밖에도 전북 지역에 실종 신고됐던 여성 180여 명에 대해서도 모두 조사를 했는데 다행히 최 씨와 접촉한 흔적은 없었습니다.
◆이원화: 다행이네요. 재판에 넘겨졌겠죠?
◇김민혜: 네, 1차 A씨 살해 사건과 2차 B씨 살해 사건 모두 강도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가 적용돼서 구속 기소됐고 1심에서 사형이 구형됐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기준에 따르면 살인의 경우 5가지 종류로 분류를 하는데요. 가장 높은 형량을 받는 살인은 극단적 인명 경시 살인으로 2명 이상을 살해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최 씨의 경우 모든 혐의가 인정이 된다면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 씨는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기 바빴고요. 불리한 부분은 그때 약을 먹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진술을 했고 또 심신미약까지 주장했어요.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당시 아내의 우울증 약을 먹고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했다고 주장을 했었거든요. 아내 친구 A씨를 살해한 날부터 3일 후이고 채팅앱으로 불러낸 B씨를 살해한 날 바로 전날입니다.
◇김민혜: 이날 최 씨 아내가 남편이 자택에서 약물 과다복용 증세를 보인다며 119에 신고를 해서 구조대원들이 출동했던 기록이 있었습니다.
◆이원화: 사건 저지르고 유서를 남겼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김민혜: 유서는 아내 친구를 살해한 다음 날 새벽에 음성 파일을 휴대전화에 녹음해서 저장하는 방식으로 남겨뒀어요. 가족에게 그동안 진짜 고마웠다. 또 지인들에게 아내랑 자녀를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녹음을 아내 친구 A씨를 살해한 바로 다음 날 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최 씨가 양형에 유리한 판단을 받기 위한 자료를 만들어 둔 거 아니겠냐 이런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원화: 재판부 판단은 어땠습니까?
◇김민혜: 1심은 최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최 씨는 강도와 강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사실 오인과 양형 부당 이유로 항소를 했고요. 특히 최 씨는 항소심 공판 최후 진술에서 신상 공개로 아내와 아들이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 내가 혐의를 부인하는 것도 이것 때문이다. 나를 사이코패스처럼 보지 말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고요. 결국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서 대법원도 2021년 7월 9일 최신종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이원화: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사람 참 무섭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서 씁쓸하네요.
◇김민혜: 그렇죠. 그래서 항소심을 진행했던 광주 고등법원 재판부는요. 최 씨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면서 판결문에 이례적인 언급을 남겨 놓기도 했는데요. 재판부는 그동안 살인이나 강간 이런 강력범들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도 가석방돼서 또 다시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을 많이 접했다. 사실상 사형이 폐지된 상황에서 국민이 흉악한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져야 한다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입법을 국회에 촉구했습니다. 재판부도 오죽하면 이런 언급을 했을까 싶은데요. 이러한 사건이 단순히 소비되지 않고 앞으로 인간성 회복을 위한 노력과 더 안전한 사회 구축에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이원화: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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