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5년 1월 22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민혜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서울시 중구 신당동의 한 목욕탕 탈의실. 평일 아침이라 유독 한가하던 그때 옷을 갈아입던 한 여성이 심한 경련과 함께 호흡 곤란을 호소했습니다. 여성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안타깝게도 사망했죠. 같이 온 여성에 의하면 그야말로 손쓸 틈 없이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숨진 여성은 평소 고혈압을 앓고 있었기에 주변인 진술에 따라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사건은 종결됐죠. 그리고 그렇게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가족의 부탁에 선뜻 480만 원이란 거액의 돈을 들고 다방으로 향했던 여성 A씨. 하지만 A씨는 몇 시간 뒤 구토에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결국 숨지고야 말았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건 이 사건의 피해자 역시 앞서 발생했던 사건과 너무나도 유사한 방식으로 사망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엔 항상 한 명의 여인이 있었는데요. 도대체 그녀는 누구였을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김민혜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김민혜: 안녕하세요. 김민혜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오늘은 연쇄 살인마 사건을 들고 오셨습니다.
◇김민혜: 변호사님은 연쇄 살인마 하면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이원화: 유영철, 강호순 이런 사람들 생각나죠?
◇김민혜: 아무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변호사님처럼 유영철, 강호순 아니면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이춘재 이 정도를 떠올리실 것 같은데요. 이번 사건은 아주 오래전 사건인데 생각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입니다. 일명 김선자 연쇄 독살 사건이라고 하는 독극물을 이용한 연쇄 살인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원화: 그러면 여성 연쇄 살인마의 이야기라는 건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차근히 한번 짚어볼까요?
◇김민혜: 김선자는 평범한 가정주부였어요. 건설 일을 하는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 3명을 낳고 살다가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사 40대쯤 되고 나니까 무료한 거예요. 그래서 이웃과 어울려 카바레에 출입하기 시작해서 춤바람이 나고 도박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원화: 도박에 빠졌다는 이야기 나오는 거 보니까 벌써 좀 불안한데요.
◇김민혜: 그렇죠. 도박에 빠졌으니 그다음은 뭐 겠습니까?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돈을 빌리고 사채 빚도 생기고 이 높은 사채 이자에 빚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죠. 채권자들은 빨리 돈 안 갚으면 이 사실을 남편과 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을 하면서 빚을 독촉하기 시작해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 압박감을 심하게 느끼던 김선자는 결국 해선 안 될 결심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원화: 범죄를 계획했던 모양이군요.
◇김민혜: 그렇죠. 가까운 사람을 죽인 다음에 금품을 훔쳐서 빚을 막아보자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그렇게 처음 김선자가 노린 인물은 이웃 언니이자 계모임 회원이었던 A씨였습니다. 김선자는 1986년 10월 31일 A씨에게 언니 목욕이나 하러 가자고 말하며 동네 목욕탕을 같이 갔다가 목욕탕 탈의실에서 A씨에게 음료수 병을 건네줍니다. A씨는 그걸 먹고 쓰러졌고 그 틈에 김선자는 가방과 옷을 뒤져서 귀금속 현금을 훔쳤죠. 그렇지만 그냥 A씨가 자연사한 것으로 사건은 종결됐어요.
◆이원화: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었나 보죠?
◇김민혜: 귀중품이 없어졌으니 당연히 이상한 점이 있다, 이렇게 생각은 됐는데 그래서 현장에 같이 있었던 김선자는 참고인 조사를 받았어요. 근데 거기서 언니가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졌다며 돌연사 했다고 증언을 했고요. 여기에 A씨의 지인이 경찰에게 A씨가 평소 고혈압이 있었다는 진술을 하면서 결국 경찰은 A씨가 그냥 급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인해 사망한 것이다 이렇게 사건을 종결시키게 된 것입니다.
◆이원화: 지금 같으면 사실 부검을 해서라도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너무 오래전 일이라 그런 것들이 지금과는 좀 달랐던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김민혜: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나서 김선자는 두 번째 범행을 계획합니다. 이번에도 계모임 언니들 중 한 명을 타깃으로 삼았어요. 자신에게 700만 원을 빌려준 계모임 언니가 있었거든요. 그렇게 김선자는 1987년 4월 7일 계모임 언니 B씨에게 영등포에 받을 돈이 있는데 같이 가자, 그 돈만 받으면 빚 절반은 갚을 것 같다 이렇게 말을 해서 함께 영등포 가는 버스를 탑니다. 이후 버스가 양화대교를 지날 무렵 김선자는 B씨에게 독이 든 음료수를 건넸고 그걸 받아먹은 B씨도 바로 그 자리에서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졌습니다.
◆이원화: 이번에도 결국 사망한 건가요?
◇김민혜: B씨도 쓰러진 자리에서 곧 사망을 했어요. 그런데 이번엔 부검을 했습니다. 당연히 부검 결과 B씨 위장에서 독극물이 검출됐고요. 경찰은 이전 A 씨의 사건도 김선자가 관련돼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을 했지만 이번에도 독극물이 든 음료수 병을 확보하지를 못해서 더 이상 김선자를 추궁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고 김선자는 결국 세 번째 사건까지 계획하게 됩니다.
◆이원화: 본인이 살인을 저질러 놓고도 들키지 않으니까 자신감이 붙었던 모양이네요.
◇김민혜: 그래도 한 10달 동안은 조용히 지냈어요. 그러다가 1988년 2월 10일 자신에게 120만 원을 빌려준 C씨를 같은 방법으로 살해하고 자신의 빚을 퉁쳐야겠다 이런 마음을 먹 그래서 김선자는 C씨에게 내가 다른 데 빌려준 돈이 있는데 그 돈을 받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돈을 갚겠다 그렇게 불광동까지 같이 갑니다. 그리고 역시 독이 든 음료수를 건넸죠. 그런데 이번엔 지난 2건의 사건과는 상황이 좀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이원화: 어떤 게 달라졌죠?
◇김민혜: 피해자가 음료수를 조금만 마셨던 거예요. 그래서 김선자랑 함께 택시를 타고 집에 오던 길에 구토를 했고 김선자는 이런 C씨에게 속이 불편한 것 같으니까 내가 소화제를 사오겠다 하고 약국으로 달려가요.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C씨는 택시 기사한테 그냥 가자 그렇게 재촉을 해서 집으로 간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원화: 사람의 감이라는 게 있잖아요. 피해 여성도 뭔가 이상하다 직감적으로 느꼈던 것 같고 그 순간의 선택으로 결국에 자신의 생명을 구해내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김민혜: 그런데 김선자도 대단한 게요. 얼마 후에 C씨한테 빌렸던 120만 원 있었잖아요. 그 돈을 들고 C씨를 찾아가서 빚을 갚아요. 그렇게 C씨의 의심을 피하고 또 신고가 되지 않았던 거죠.
◆이원화: 그러면 살인으로 자신의 빚을 갚고자 했던 엽기적인 계획은 더 이상은 없었던 건가요?
◇김민혜: 아닙니다. 김선자는 네 번째 범행을 계획하는데요. 그동안은 계모임 언니들 돈 빌려준 지인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잖아요. 이번엔 좀 달랐습니다. 김선자가 이번에 타깃으로 삼은 사람이 누군지 알면 정말 깜짝 놀라실 겁니다.
◆이원화: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도대체 누구길래 그러시나 싶은데 불안하기도 하고요.
◇김민혜: 바로 자신의 아버지였습니다. 정말 충격적이죠. 김선자는 1988년 3월 27일 아버지 D씨와 함께 친척 환갑잔치에 갔다가 시외버스를 타고 돌아오던 길에 버스 안에서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아버지를 독살합니다. 당시 아버지가 73세였거든요. 그래서 고령에 따른 심장마비사로 사망 진단서가 발급됐고 곧 화장 처리가 됐습니다.
◆이원화: 설마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을까 그리고 본인이 유가족인데 부검을 동의하지도 않았을 것 같고요.
◇김민혜: 그렇죠. 그런데 김선자가 가족을 향해서 칼날을 겨눈 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한 달 뒤쯤 4월 29일엔 여동생 E씨를 역시 버스 안에서 독살하고요. 8월 8일엔 시누이 F씨까지 독살합니다. 시누이에게는 좋은 집이 싸게 나왔다. 빨리 계약해야 되니까 돈 가져와라 그렇게 말해서 다방으로 480만 원을 들게 오게 한 뒤 독살을 해요. 그리곤 시누이가 챙겨온 돈을 자신의 가방에 챙겨서 자리를 뜹니다.
◆이원화: 이 정도면 본인 빚도 빚이지만 살인 자체에 취해 있었던 거 아닌지 이런 생각이 드네요.
◇김민혜: 그렇습니다. 근데 일단 시누이가 죽고 나서 돈이 없어졌다는 시누이 가족의 신고를 받고 수사가 시작되어 다방 종업원이 시누이 가방을 김선자가 들고 나갔다는 진술도 하고요. 그래서 일단 김선자를 절도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이원화: 일단 그렇게라도 체포를 해서 수사를 해봐야겠다, 진술을 확보해야겠다 싶었던 모양이네요.
◇김민혜: 아무래도 연쇄 살인이잖아요. 중요한 건 증거가 있어야 하고 결국 독살됐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앞서 김선자와 관련해 사망한 사람들 시신에 부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좀 그렇지만 당시 시대를 생각해 본다면 이미 매장한 시신을 다시 꺼내서 부검한다는 게 정서상 쉽지가 않았습니다. 당시 유족들이 두 번 죽이는 게 아니냐, 부관참시 같다 이런 말을 했으니깐요.
◆이원화: 아무래도 그랬을 것 같아요. 어려움이 있었겠다 싶습니다.
◇김민혜: 하지만 독살이니까 결국 부검이 실시돼야만 했거든요. 그래서 경찰이 끈질기게 유족들을 설득해 냈고 시신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습니다. 이후 계모임 언니 B씨, 여동생 E씨, 시누이 F씨의 시신에서 모두 독극물인 청산염 성분이 검출됐죠.
◆이원화: 그러면 문제는 김선자가 이 독극물을 사용했다는 증거, 이 증거가 필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김민혜: 그래서 경찰은 김선자 집을 압수수색합니다. 특히 결정적 증거가 좀 황당하게 발견되는데요. 경찰관이 김선자 집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려고 쪼그려 앉았다가 화장실 기둥 작은 구멍이 하나 보여서 손을 넣어봤는데 신문지 뭉치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걸 빼서 펼쳐 보니까 청산염 덩어리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범행에 사용했던 결정적 증거 청산염 덩어리를 찾아냅니다. 이렇게 증거들이 줄줄이 발견이 되니까 김선자도 계모임 언니 A씨, B씨, 여동생 E씨, 시누이 F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집니다. 다만 아버지를 살해한 부분은 유골에서도 독극물이 나오질 않아서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는 되지 않았습니다.
◆이원화: 화장실에서 작은 틈으로 보이던 증거물을 발견했다는 게 사실 놓칠 수 있는 부분이었던 거잖아요. 정말 다행이다 싶은데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긴 했나요?
◇김민혜: 아니요. 김 선자는 재판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합니다. 근데 청산 혐의 증거물로 발견이 됐잖아요.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변명을 하는데 꿩을 잡기 위해서 약품 회사에 다니는 조카에게서 얻었을 뿐이다 이렇게 변명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1심, 2심에 이어 대법원도 1989년 김선자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습니다.
◆이원화: 생각해 보니까 당시만 해도 사형이 집행이 될 시기 아니었나요?
◇김민혜: 맞습니다. 그런데 김선자가 교도소 안에서 삼중 스님에게 자신은 죄를 짓지 않았다. 내가 왜 사형을 당해야 하냐고 끝까지 억울함을 호소했어요. 그래서 삼중 스님이 당시 법무부에 이 억울한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사행 집행을 미루고 다시 한 번 사건을 살펴줄 것을 청하게 됩니다. 그렇게 사형 집행이 미뤄지고 또 미뤄지고 하면서 8년 정도나 미뤄지는데요. 사실 증거가 너무 확실하고 가족들까지 연쇄 살해한 중범죄라서요. 결국 1997년 12월 30일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이것이 사실상 대한민국의 마지막 사형 집행입니다.
◆이원화: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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