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5년 1월 7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강은하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사건X파일. 배우 하정우 씨가 주연을 맡아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추격자의 모티브가 된 인물 바로 희대의 연쇄 살인범 유영철입니다. 그런데 그런 유영철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자신의 롤 모델이다 언급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인물이 한 명 더 있었습니다. 과연 누구였을까요? 맨손의 연쇄 살인마라 불린 그의 이름은 바로 정두영. 그는 10개월 동안 무려 9명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하지만 평상시 그의 모습에선 살인마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하죠. 당시 정두영에겐 동거하던 애인도 한 명 있었습니다. 자신이 모은 돈이라며 통장을 내밀며 청혼을 했던 정두영. 그는 애인의 부모에게 용돈도 보내줄 만큼 착실한 청년인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착실히 모아왔다던 그 돈은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아 갈취했던 피 묻은 돈에 불과했죠. 심지어 그 수법이 너무 잔인하고 잔혹해 많은 전문가들이 원한에 의한 살인임이 틀림없다 해석할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어느 정도였기에 이런 말까지 나왔던 걸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강은하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강은하: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강은하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대한민국의 희대의 연쇄 살인마로 불리는 살인범들이 몇몇 있는데 오늘 저희가 이야기 나눠볼 정두영이라는 인물도 그중에 한 명인데요. 앞서 이야기 드린 것처럼 유영철의 롤 모델이다 알려지면서 더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죠.
◇강은하: 청취자 여러분들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20명을 살해한 유영철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유영철은 2000년경 강간 혐의로 복역 중 정두영에 대해 자세히 다룬 신문 기사를 보고 범행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정두영을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했다고 하죠.
◆이원화: 이 이야기를 들으니까 도대체 어떤 인물이었던 건지 청취자 분들도 더 궁금하실 것 같은데, 굉장히 어린 나이부터 절도 혐의로 소년원을 들락거렸던 것 같더라고요.
◇강은하: 정두영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형 정부영과 함께 살게 되었는데요. 정두영이 돈이 될 만한 것을 훔쳐오면 금은방을 운영하던 정부영이 이를 팔아 현금화하여 생활했다고 합니다.
◆이원화: 그런데 말씀해 주신 걸 들어보면 단순히 훔치는 정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생명의 위협이 될 만큼의 해코지도 했던 것 같거든요.
◇강은하: 네. 정두영은 18살이던 1986년 5월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 돈을 훔치러 들어갔다가 마주친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에는 자기를 건물하던 방범대원 김 모 씨를 골목길로 유인해 가슴을 칼로 찔러 살해,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11년을 복역하였습니다. 그런데 1998년 6월 만기 출소 직후에도 절도로 6개월 동안 다시 복역을 했습니다.
◆이원화: 제법 오랜 시간 수감 생활을 했음에도 반성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강은하: 네. 정두영은 두 차례에 걸쳐 총 10년이 넘게 수감 생활을 하고 1999년 3월 출소를 했지만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강도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정두영은 1999년 6월 2일 부산 광역시 부민동의 부산 고검장 관사 옆 저택에 침입해 20여만 원을 훔쳐 달아나려다가 마주친 가사도우미 50대 여성 이 모 씨를 욕실로 끌고 들어가 살해했습니다. 정도영은 그로부터 약 3개월 후인 1999년 9월 15일에는 부산 서구 동대신동의 6층짜리 빌라에 지붕을 통해 집 안에 침입해 900만 원을 훔친 후 베란다를 통해 옆집으로 이동했는데, 이때 방 안에서 나오던 가정주부인 50대 여성 조 모 씨를 발견해 둔기로 내려쳐 살해했습니다.
◆이원화: 증거 인멸 수준이라든지 수법이 더 치밀해진 것 같은데요.
◇강은하: 정두영은 장기 복역하기 이전의 살인에서는 지니고 있던 흉기를 사용했었는데요. 장기 복역 중 나름의 연구를 한 모양인지 장기 복역 이후의 살인에서는 흉기 대신 목장갑을 소지하고 범행 도구는 현장에 있는 것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래서 정두영에게는 나중에 맨손의 살인마라는 별명이 붙었던 것이죠. 한편 연속해서 발생한 강도 살인 사건에 부산 경찰은 수사본부를 차리고 범인 검거에 나섰습니다. 그러자 위기를 느낀 정두영은 범죄 무대를 울산으로 옮기게 됩니다.
◆이원화: 경찰 수사에 진전은 없었지만 자신이 들킬지도 모른다 하는 불안감은 갖고 있었던 모양이네요. 그러면 울산에서도 비슷한 범행을 혹시 저질렀을까요?
◇강은하: 정두영은 울산의 한 가정집에서 50대 여성 정 모 씨를 살해한 뒤 금품을 털어 나오다가 20대 아들 안 모 씨와 마주쳤습니다. 정두영은 안 모 씨와 육탄전을 벌이다가 거구의 안 모 씨에게 밀리자 현관에 있던 망치를 들어 안 모 씨를 제압해 살해했습니다.
◆이원화: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은 전혀 감을 잡고 있지 못했던 거네요.
◇강은하: 이때까지 경찰은 정두영의 존재를 모른 채 글을 용의선상에조차 올리지 않았고, 부산과 울산 사건의 연관성도 찾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어떤 사건은 피해자를 둔기로 죽인 뒤 돈을 훔친 강도 살인 같고, 어떤 사건은 돈 될 만한 걸 약간 훔쳐 강도 살인으로 위장하고 피해자를 잔인하게 죽인 원한 살인 같기도 해서 동일범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정두영은 부산에서 또다시 강도 살인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전에 범행과는 다른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원화: 어떤 거였죠?
◇강은하: 바로 생존자가 나온 것입니다. 정두영은 부산의 한 가정집에 침입하여 두 여성을 야구방망이로 폭행하여 살해하고 금고를 부수고 있었습니다. 그때 뒤늦게 한 여성이 귀가해서 들어왔는데 정두영은 이 여성도 야구 방망이로 폭행하다가 해당 여성이 아기가 있다 살려달라고 호소하자 ‘아기 잘 키워 신고하면 죽인다.’ 는 말과 함께 이불을 덮어 씌운 후 현장을 떠나 살려주었습니다.
◆이원화: 그간의 행적들을 보면 의아한 대목이긴 한데요. 그러면 혹시 몽타주 같은 게 나오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강은하: 네. 해당 생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정두영의 몽타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습니다. 정두영의 강도 살인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정두영은 또다시 부산의 한 철강회사 회장의 집에 침입하여 집에 있던 회장과 조선족 가정부 손 모 씨, 그리고 회장의 친척 할머니를 잔인하게 구타하여 2명은 사망케 하고, 다만 친척 할머니는 정두영이 사망한 것으로 착각하고 현장에 두고 떠나 병원으로 옮겨져 겨우 살아났습니다. 정두영은 해당 회장의 집 차고에서 벤츠 승용차를 꺼내 타고 달아났는데요. 검거 후 물어보니 벤츠를 타보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정두영은 현장을 떠나기 전에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 신고 집 안을 돌아다녀 현장의 크기가 다른 발자국 2개를 남겨놓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원화: 자신이 저지른 범행들이 언론에 보도되는 걸 일일이 다 챙겨보고 있었던 모양이네요.
◇강은하: 정두영은 범행 현장에서 족적이 나왔다는 언론 보도를 보았던 것이죠. 그쯤 경찰은 목격자의 진술과 몽타주를 토대로 부산에 살고 있는 전과자들을 용의 선상에 올렸는데 그중 정도영도 있었습니다.
◆이원화: 그제서야 용의선상에 정두영이라는 인물을 올렸던 거군요. 좀 늦었던 거 아닌가 싶긴 하네요.
◇강은하: 경찰은 정두영에게 전화를 걸어 알리바이 등을 물었으나 그가 당당한 목소리로 겨우 맘 잡고 사는데 이러지 마십시오라고 했다고 합니다. 아쉬운 대목이지만 당시 심증만 있었기에 경찰이 더 추궁하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정두영의 범행은 그 후로도 계속되었는데요.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원화: 어떤 거였죠?
◇강은하: 드디어 정두영이 체포된 것입니다. 정두영은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원천동에 위치한 한 사업가의 자택에 침입해 사업가의 아내를 협박, 남편에게 돈을 가져오도록 전화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평소와는 다른 말투를 쓰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 남편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 1명이 남편 대신 돈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형사들은 정두영이 나오자 가스총을 발포하여 체포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정도영은 쓰러지지 않고 담을 넘어 옆집으로 도망쳤고 추격전 끝에 가까스로 체포되었습니다. 경찰은 생존자들을 통해 정두영이 범인임을 확인하고 정두영을 추궁한 끝에 여죄를 포함한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습니다.
◆이원화: 앞서 변호사님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만 이 정두영이란 살인마를 잡기 더 어려웠던 이유가 워낙 잔인하고 잔혹하게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원한에 의한 것 아니냐 단순 절도범이 이럴 가능성이 낮다 이런 거였잖아요. 경찰도 이 부분이 궁금했을 것 같은데 정두영 본인은 뭐라던가요? 왜 이랬답니까?
◇강은하: 놀랍게도 원한 같은 것은 없었다고 합니다. 정두영은 경찰 조사에서 총 10억 원을 모아 결혼을 하고 아파트와 피시방을 마련할 계획이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경찰에 체포됐을 당시 정두영은 통장에 약 1억 3천만 원이 있었는데요. 절도 및 강도로 모은 돈을 쓰지 않고 모았던 것입니다. 돈만 빼앗으면 되는데 원한도 없으면서 잔인하게 피해자들을 살해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으니 정두영은 다급해서 그랬다. 어쩌면 내 속에 악마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답할 뿐이었습니다.
◆이원화: 돈에 대한 집착은 왜 그렇게 심했던 겁니까?
◇강은하: 정두영은 동거하는 애인이 있었는데요. 돈을 많이 모아 그 애인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을 꿈꾸었던 모양입니다. 정두영은 애인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 주고 약 7천만 원을 예금해 두었고, 애인의 부모에게 용돈도 주는 등 착실한 청년인 것처럼 행세하기도 했습니다.
◆이원화: 본인은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면서 남의 가정 귀한 줄은 몰랐나 보죠?
◇강은하: 살인과 강도 등으로 여러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정두영은 결국 강도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습니다.
◆이원화: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강은하: 정두영은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되자 불복해 항소했으나 기각되었고 상고를 포기해 1심 그대로 사형이 확정되었습니다.
◆이원화: 당시 정두영이 재판에서 수천 번 태어나도 못 갚을 죄를 지었다, 용서해 달라고 용서가 되겠냐, 죄송하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는 하는데, 그런데 또 교도소에서 탈옥 시도도 했다면서요.
◇강은하: 대전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정두영은 약 4미터 높이의 사다리를 몰래 만들어 2016년 8월 6일 교도소 3개의 담 중 2개를 넘는 데 성공했고, 마지막 담을 넘으려던 순간 사다리가 부러져 추락하면서 교도관들에게 잡혔습니다. 이미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라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두영은 도수 미수죄로 징역 10개월을 추가로 선고받고 서울 구치소에서 복역 중입니다. 정두영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행복한 가정을 꿈꾸었습니다. 만일 정두영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성실히 일하며 노력했다면 구치소가 아닌 어딘가의 집에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원화: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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