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 : 2025년 1월 3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강은하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경북 포항에 살고 있던 40대 여성 A씨는 그날 밤 집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시내의 한 노래방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30여 분이 지났을까요? 아무리 기다려도 A씨는 감감 무소식이었습니다. 택시 기사는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다 싶어 A씨가 들어갔던 노래방을 따라 들어갔죠. 하지만 무슨 일인지 그녀는 온데간데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녀를 찾아 헤매던 사람이 비단 택시기사만은 아니었죠. 그렇게 여성 A씨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12일이 지났습니다. A씨의 남편은 그제서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고 하죠. 과연 여성 A씨가 도대체 어디로 그리고 왜 사라진 걸까요? 그렇게 보름여가 더 지났을 쯤 드디어 A 씨의 행방이 드러났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강은하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강은하: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강은하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포항의 한 해수욕장 근처의 갈대숲에서 사람의 오른쪽 다리가 하나 발견됐다.’ 이런 신고 전화가 들어왔죠. 진짜 이걸 처음 발견한 분이 얼마나 놀랐을까 싶습니다.
◇강은하: 얼마나 놀라고 충격이 크셨을까요? 2008년 7월 8일 경상북도 포항시 흥해읍 금장 2리 도로변의 갈대숲에서 살구를 따라온 70대 황 씨 부부는 살구나무 아래에서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오른쪽 다리 하나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이원화: 신고 전화를 받은 경찰도 정말 비상이었을 것 같거든요.
◇강은하: 황 씨 부부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서장을 중심으로 5분 타격대 및 기동중대, 형사대 4개반으로 구성된 총 200명의 인원을 동원해 시신이 발견된 금장 2리 도로변의 갈숲 일대를 샅샅이 수색 작업 2시간 만에 경찰은 시신의 오른팔을 찾아냈고, 같은 날 저녁 6시경에 왼팔과 왼쪽 다리를 찾아냈지만 머리와 몸통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이원화: 말씀해 주신 것처럼 7월이면 진짜 덥잖아요. 그리고 그 당시 포항에 유독 비가 많이 내렸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형체를 알아보기도 쉬운 상황은 아니었겠다 싶긴 합니다.
◇강은하: 시신이 발견된 때가 무더운 여름이라 부패가 심해 형체를 알아보기조차 힘들었으며 들쥐와 같은 야생동물에 의해 훼손된 흔적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오른손은 손가락 끝마디가 모두 절단되어 지문 채취를 전혀 할 수가 없었습니다. 범인을 찾는 건 고사하고 사망자의 신원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잔인하게 살해된 채 머리와 몸통이 사라진 이 여인의 사건에 포항 일대는 공포와 불안으로 크게 술렁였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너무 이해가 안 되는 게 누가 왜 이런 범행을 저질렀는지 단서조차 없으니까 이게 마냥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 하는 공포감이 굉장히 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범인이 사이코패스일 수도 있고 혹은 뭐 연쇄 살인범일 수도 있고요. 갖가지 상상을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찰도 굉장히 답답했을 것 같거든요.
◇강은하: 사건 발생 2주 후 최초 여인의 사지가 발견된 갈숲에서 약 1.2킬로미터 떨어진 음료 창고 부근 갈숲에서 시신의 머리와 몸통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마을의 꽃길 작업반장이던 소 씨가 작업 중 포대 하나를 발견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낫으로 포대를 찢어 살펴보았더니 그 안에 머리와 몸통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사체의 부패 상태가 매우 심각해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었고, 심하게 훼손된 탓에 사인을 판단할 수도 없었습니다. 다만 설골이 골절된 것으로 보아 목 부위에 강한 힘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할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사이 훼손된 시신의 왼손에서 어렵게 확보한 지문을 통해 피해자의 신원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이원화: 그래도 피해자의 신원을 찾아내서 다행이다 싶네요.
◇강은하: 피해자는 포항에 거주하던 49세 여성 A씨로 밝혀졌습니다. 그녀는 발견되기 보름 전인 2008년 6월 24일에 남편 B씨에 의해 실종 신고된 상태였으며, 제주도 출신으로 결혼 후 포항시 동해면에서 남편과 함께 살던 평범한 가정주부였습니다.
◆이원화: 이미 실종 신고가 돼 있던 여성이었군요. 그런데 아내가 사라지자마자 바로 신고를 한 거 아니었네요.
◇강은하: B씨에 따르면 A씨는 2008년 6월 11일 낮에 B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B씨가 잠이 든 후 외출했고, 2008년 6월 12일 오전 4시경 짐을 챙겨 집을 나간 후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B씨는 A씨가 돌아오지 않자 수소문하다가 12일이 지나 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이원화: 이 여성의 휴대폰이라든지 마지막 행적 이런 것도 조사를 했을 텐데 혹시 나온 게 있었나요?
◇강은하: 2008년 6월 11일 B씨와 낮술을 한 후 혼자 다시 외출한 A씨는 오후 9시 30분에서 오후 10시 사이 택시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A씨를 태운 택시 기사의 증언에 따르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A씨가 요금을 지불하지 않았고 돈을 갖다 줄 테니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고 합니다. 택시가 도착한 곳은 어느 노래방이었는데요. 기사는 노래방 주인에게 돈을 받아서 요금을 지불하려나 보다 하고 기다렸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A씨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사가 차를 세워두고 노래방으로 가보았더니 A씨는 도통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음 날인 2008년 6월 12일 오전 2시 30분쯤 A씨는 자택 인근에서 친구와 통화하며 사는 게 힘들다, 술 한 잔 마시러 나가려 한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는 A씨의 마지막 통화 기록이었고, A씨의 핸드폰은 집에서 반경 1.5킬로미터 지점에서 전원이 꺼졌습니다. B씨에 따르면 A씨가 집에 들어온 시간은 오전 4시쯤이었습니다. B씨는 잠결에 아내가 들어온 것을 봤는데 가방을 싸고 있었다고 했으며, 아침에 눈을 떴을 때 A씨는 옷가지 등이 들어있던 가방은 그대로 두고 손가방만 들고 나갔는데 그 이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원화: 신원이 밝혀졌습니다만 그럼에도 여전히 도대체 누가 왜 그랬느냐 이걸 추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네요.
◇강은하: 네. 처음에는 잔혹한 살인 수법에 사이코패스의 소행이라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는데요. 전문가들은 A씨의 사인과 범인이 사체를 훼손하여 자신의 신원을 감추려 했던 점을 보면 오히려 면식범이 우발적으로 살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A 씨의 사인은 설골 골절이었는데요. 전문가들에 의하면 설골 골절은 끈과 같은 흉기를 써서 목을 졸랐을 때는 잘 생기지 않고 맨손으로 짓눌렀을 때 생기는 것인데, 이것은 순간적인 분노나 원한 치정 등의 감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범인은 A씨를 계획적으로 살해했다기보다는 충동적으로 살해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죠. 특히 범인이 지문이 있는 A씨의 오른손 손가락 끝마디를 절단한 것은 A씨의 신원을 감추려고 한 것인데, 이는 A씨의 신원이 밝혀지면 범인의 신원도 밝혀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원화: 유력 용의자가 있었나요?
◇강은하: 그 당시 경찰은 남편인 B씨를 의심했습니다. A씨가 실종된 직후 B씨의 행적에 수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일단 B씨가 A씨가 사라진 날부터 12일이 지나 실종 선고를 했고, 처가와 지인들에게 상반된 말들을 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렇습니다. B씨는 친구들에게는 제주도에 간 부인을 찾아달라며 아내가 제주도에 갔다고 해서 갔는데 어떻게 됐는지 돌아오질 않는다. 배를 탔든 비행기를 탔든 출입 기록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A씨 오빠의 증언에 따르면 B씨가 장모에게 전화를 해서는 아내가 지금 집에 들어오지 않으니 포항에 좀 올라와 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친구에게는 아내가 제주도에 간다고 해서 안 돌아오니 제주도에 간 기록을 확인해 달라고 하고, 장모에게는 아내가 집에 돌아오지 않으니 포항으로 올라와 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죠.
◆이원화: 완전히 다른 말을 했던 거군요.
◇강은하: 네, 그리고 수상한 점은 더 있었습니다. B씨 친구의 말에 따르면 A씨가 실종된 그 무렵에 갑자기 B씨가 대구에 가야 하는데 렌터카를 빌려야 하니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B씨는 멀쩡한 자기 차가 2대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B씨는 실종 신고를 하고 A씨가 시신으로 발견되기 전, 그러니까 아내가 실종 신고된 상황에서 갑자기 세면대 교체 작업을 의뢰했다고 하는데요. 이것도 경찰의 의심을 사는 부분이었습니다.
◆이원화: 세면대를 교체했다고요? 이게 뭐 결정적인 단서일 수는 없겠습니다만 경찰 입장에서는 충분히 의심스럽게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싶습니다.
◇강은하: 네. 만약 B씨가 A씨의 시신을 욕실에서 훼손했다면 살점이나 혈흔이 세면대나 배수구에 남아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경찰로서는 B씨가 세면대와 배수관을 교체하면서 A씨의 살점이나 혈흔이 발견되지 못하게 증거를 인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만한 것입니다. 또 한 가지 B씨의 수상한 점은 물 사용량이었는데요. A씨가 실종되고 한 달간 B씨 혼자서 남성 1인 평균 물 사용량의 2배인 9톤의 물을 썼다는 것입니다.
◆이원화: 남편은 뭐라고 하던가요?
◇강은하: B씨는 설비 업자가 배수관을 교체했다고 진술했음에도 배수관을 교체한 적이 없고 물 사용량이 많았던 것은 더워서 샤워를 자주 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주변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A씨는 사건이 일어나기 몇 달 전부터 심리적으로 매우 위태로워 보였다고 합니다. 또한 실종되기 직전 A씨는 마치 모든 걸 포기한 사람처럼 늘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하며 이웃 중에는 혹 그녀가 우울증에 걸린 게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이원화: 수사에 진전은 있었습니까?
◇강은하: A씨 집 인근과 시신 유기 현장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영상 증거도 부족했고, 유기된 시신마저 발견 당시엔 빗물과 더위에 부패돼 범인의 DNA 검출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체를 포장했던 비닐봉지와 포대 청테이프에도 범인의 지문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B씨가 세면대와 배수관을 교체한 탓인지 국과수 정밀 감식 결과 A씨의 집 욕실에서도 별다른 단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시중에서 파는 각종 톱과 절단기들을 구해 돼지뼈를 수차례 잘라 사체 절단면과 비교해 보았지만 쇠톱이라는 추정만 할 뿐 정확한 상품명과 판매처를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경찰은 시신 이동 경로의 차량 수만 대를 분석하고 B씨를 포함해 주변 인물 300여 명을 조사했지만 결국 용의자를 특정하진 못했습니다. 현상금을 걸고 공개 수사로 전환하면서 사건 전담 수천 장을 뿌렸지만 제보도 특별한 게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원화: 결국에는 장기 미제 상태로 남게 된 거네요.
◇강은하: 2015년 9월 경북지방경찰청은 미제 사건 수사 전담팀을 발족해 방대한 양의 사건 기록과 증거 물품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재물색하며 이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고 있습니다만 현재까지 검거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범인이 검거된다면 살인, 사체 훼손, 사체 은닉, 사체 유기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도 선고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빠른 시간 내에 꼭 범인이 검거되어 A씨의 한을 풀고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사건X파일 오늘은 시신을 잔혹하게 토막 내는 유기해 포항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흥해 토막 살인 사건 살펴봤습니다. 미제 사건들을 다루다 보면요, 정말 막막해 보이던 사건들도 실락 같은 단서 하나가 핵심키가 돼 뒤늦게나마 범인을 처벌해낸 사례 생각보다 적지 않습니다. 억울하게 희생당한 피해자의 한을 풀어주고 완전 범죄는 불가능하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수많은 미제 사건들 끝까지 놓지 말아야겠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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