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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월~금] 06:40, 12:40, 19:40
제작진진행: 이원화 변호사 / PD : 김세령 / 작가 : 강정연
10년간 계부에 성폭행 당한 딸, 父 살해 후 "감옥이 더 편했다" 피해 어땠길래
2024-12-31 10:19 작게 크게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2월 31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강은하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간혹 피해자보다 가해자에게 더 마음이 쓰이는 사건들이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이나 살인은 절대 용납되어선 안 될 일이죠. 오늘 소개해 드릴 이 사건이 딱 그런 케이스인데요. 이 사건의 가해자는 이제 겨우 대학생이던 한 남성과 여성입니다. 두 남녀는 대학교에서 만난 연인 사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여성의 의붓아버지인 김 씨를 무참히 살해했죠. 이유는 뭐였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여성의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됐던 의붓아버지의 성폭행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했죠. 경찰에 신고하면 될 일을 왜 직접 죽였느냐고 말이죠. 해당 사건의 실체가 하나 둘 밝혀지자 여론은 뜨겁게 반응했습니다. 그리고 살인 사건에서 볼 수 없었던 최초의 판결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유한나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강은하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강은하 변호사 (이하 강은하)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강은하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 이 사건 같은 경우에는 법 공부하는 분들이라면 절대 모를 수가 없는 그런 사건이잖아요.

◆ 강은하 : 네 이 사건은 사연도 안타깝고 충격적이지만 형법에서 정당방위를 공부하며 접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모든 법조인 분들은 이 사례를 알고 계시죠?

◇ 이원화 :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처음부터 차근히 살펴보죠. 어느 날 경찰서로 신고 전화가 한 통 들어왔는데 살인 사건이었죠.

◆ 강은하 : 1992년 1월 17일 새벽 3시 경찰서에 강도를 당해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것 같다는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니 집 안은 온통 어지럽혀져 있었고, 피해자 김 씨는 속옷 차림으로 양 발목이 공업용 테이프로 묶인 채 여러 차례 칼에 찔려 잔인하게 살해당한 상태였습니다. 김 씨는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의 총무과장으로 근무하던 53세 남성이었고, 신고자는 만 19세의 김 양이었습니다.

◇ 이원화 :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것 같다 경찰에 신고를 한 사람이 딸이었다는 건데 강도라도 들었던 건가요?

◆ 강은하 : 신고자 김 양은 사실 피해자 김 씨의 의붓딸이었습니다. 강도가 김 씨를 살해하고 돈을 훔쳐 달아났고, 김 양이 간신히 도망쳐 신고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강도 사건과는 다른 수상한 점들이 있었습니다. 베란다나 창문 등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전혀 없었고, 김 씨는 양발이 묶여 칼로 여러 차례 찔렸음에도 반항한 흔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강도가 김 씨를 여러 번 찔러 확실히 살해하려 했던 반면에 현장에 있던 김 양에게는 상처 하나 없었던 점이 이상했던 겁니다.

◇ 이원화 : 그러면 누군가 이게 마치 강도 살인인 것처럼 보이길 원했다 이런 추측이 가능할 것 같은데요.어떤 상황이었던 건가요?

◆ 강은하 : 집 안에서 가족이 아닌 사람의 족적과 지문이 발견되면서 김 양과 같은 대학에 다니는 21살 김 군이 용의자로 지목되었습니다. 그런데 김 양은 체포된 김 군을 보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제가 그랬어요. “제가 범인이에요”라고 자백을 했습니다. 김 양은 남자친구인 김 군과 공모하여 김 씨를 살해하고 강도 살인으로 위장했던 것입니다.

◇ 이원화 : 도대체 딸과 딸의 남자친구가 심지어 대학생밖에 안 된 굉장히 어린 아이잖아요.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거죠?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 강은하 : 만 19세에 불과한 김 양이 왜 의붓아버지인 김 씨를 살해하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게 되었을까요? 사실 김 양은 만 9세부터 의붓아버지인 김 씨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하였다고 합니다.

◇ 이원화 : 만 9세면은 초등학교 3학년 정도인데 그렇게 어린 나이부터 성폭행을 해왔던 건가요?

◆ 강은하 : 네 처음에는 김 양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성폭행을 당하는 것을 몰랐던 모양입니다. 나중에 김 양의 어머니도 이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는데요. 경찰이 김 씨의 얼굴을 보고 인사만 하고 돌아간 적도 있다고 합니다. 김 씨는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 근무자로 검찰청 소속 공무원이었는데요. 이 때문에 김 양과 김 양의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를 해도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던 것이죠. 김 양의 어머니가 이혼하자고도 해봤지만 김 씨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식칼을 휘두르고 쥐약을 들이밀며 “이혼할 거면 너 죽고 나 죽자”라고 하며 위협하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김 씨는 김 양에게 내가 너와 너의 엄마 둘 모두와 관계에 있으니 이제 엄마를 형님으로 불러라 이렇게 말하기도 했답니다.

◇ 이원화 : 끔찍하네요. 어떻게 인간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싶습니다.

◆ 강은하 : 네 정말 인간이라고도 할 수 없겠죠. 아무튼 세월이 흘러 김 양은 대학생이 되어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그럼에도 김 씨 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김 씨는 김 양의 수업 시간표를 확인하고 김 양에게 수업시간 외에는 기숙사에만 머물고 주말이면 반드시 집으로 오라고 협박했습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김 양은 주말마다 집으로 가 계속 김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것입니다.

◇ 이원화 : 들으시는 분들 가운데 다 큰 성인이 집에 갇힌 것도 아닌데 피해를 입을 줄 알면서도 왜 오란다고 주말마다 집으로 갔을까? 이게 의아하다 이런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정말 오랜 시간 억압된 채 공포 속에서 무기력한 생활이 계속되면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 행동이라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 이게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 변호사님도 사건 다루면서 많이 보셔서 잘 아시잖아요.

◆ 강은하 : 네 장기간 엄청난 공포 속에서 탈출이 여러 번 좌절되고 그때마다 더한 폭행을 당했다면 학습된 무기력에 짓눌리게 됩니다. 이때는 정상적 보편적 상식적인 판단 자체가 불가능해지죠. 김 씨는 김 양이 어린 시절부터 김 양에게 학대와 성폭행을 해왔고, 김 양의 어머니 역시도 김 씨에게 성폭행을 당해 왔습니다. 이들 모녀가 다른 친척 어른들에게 호소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이 김 씨를 체포하기는커녕 인사까지 하고 돌아갔습니다. 모녀의 탈출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고, 김 씨는 경찰에 신고했다고 더한 폭행을 가하였습니다. 김 양은 그렇게 약 10년간 김 씨의 공포 속에서 지내왔기에 김 씨에게 저항할 생각조차 전혀 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그런 김 양에게 어떤 변화가 생깁니다. 김 양은 학교 행사에서 만난 김 군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 이원화 : 대학 생활하면서 흔히들 떠올리고 꿈꾸곤 하는 그런 생활을 하게 된 거 아닌가 싶거든요.

◆ 강은하 : 네, 김 양은 친절하게 대해주는 김 군에게 호감이 생겼고, 김 군을 만나는 동안만큼은 평범하게 연애하며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편안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 군은 김 양과 주말에 데이트를 하지 못하는 것이 의문스러웠습니다. 김 군이 이를 묻자 김 양은 어렵게 사실을 털어놓았는데요. 김 군은 큰 충격을 받았고 처음에는 김 씨를 찾아가 교제를 허락받기로 했습니다.

◇ 이원화 : 어떻게 됐을까요?

◆ 강은하 : 김 씨는 김 양과 김 군의 교제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김 양에 대한 집착이 심했던 김 씨는 둘 다 죽여 버리거나 잡아넣어 버리겠다고 완강하게 반대했습니다. 김 군은 김 양에게 경찰에 신고하고 그동안 김 씨가 저지른 모든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자고 했는데요. 김 양은 김 군에게 어린 시절 경찰에 김 씨를 신고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 이원화 : 그래서 범행을 계획하게 된 거군요.

◆ 강은하 : 네 결국 김 양과 김 군은 강도로 위장해 김 씨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김 씨에게서 김 양을 구할 방법은 그것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김 군은 범행 전날 범행에 사용할 식칼, 공업용 테이프, 장갑 등을 구입하여 김 씨가 있는 충주로 내려갔습니다. 김 양은 새벽에 김 씨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김 군에게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김 군은 집 안으로 들어가 술에 취해 잠든 김 씨의 양팔을 무릎으로 누른 후 김 씨를 깨워 더 이상 김 양을 괴롭히지 말고 놓아주라는 취지로 말한 후 칼로 김 씨의 심장을 찔러 살해하였습니다. 그 후 김 군은 강도가 든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김 씨의 양 발목을 공업용 테이프로 묶은 다음 현금을 태워 없애고 장롱과 서랍 등을 뒤져 흩어놓았습니다. 김 군은 김 양도 피해를 당한 것처럼 하기 위해 김 양의 속옷 끈을 칼로 끊고 손목과 발목도 공업용 테이프로 묶은 후 현장에서 달아났고, 김 양은 옆집에 가서 강도를 당했다고 허위 신고를 한 것입니다.

◆ 강은하 : 그러나 결국 김 군이 체포되고 김 양이 자백을 하면서 이들의 범행과 김 씨의 오래되고 추악한 범행 역시도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 이원화 : 스토리를 다 듣고 나니까 참 복잡한 마음입니다만 재판에 넘겨졌겠죠.

◆ 강은하 : 내 사건의 전말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지원 단체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어 공동 대책위원회가 결성되었고, 22명의 무료 변호인단도 구성되었습니다. 대책위원회와 변호인단은 성폭행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성폭력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1심 법원은 두 사람의 살인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고 김 군에게 징역 7년, 김 양에게 5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김 군과 김 양은 즉시 항소를 제기했고, 2심인 항소심은 김 양이 오랜 세월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라는 정상을 참작하여 김 군에게는 징역 5년의 실형을 그리고 김 양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 이원화 : 그래도 혐의에 비해서는 형량이 높게 나온 편은 아니긴 하거든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피해 여성이 처했던 상황상 여론이 더 뜨거울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 강은하 : 네 이 당시 전 국민이 김 씨의 반인류적인 행동에 공분하여 전국적으로 김 양과 김 군의 석방 운동이 펼쳐졌고, 방청객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재판이 진행되지 못하고 연기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합니다. 김 군은 최후 진술에서 어머니 다음으로 사랑하는 김 양이 무참하게 짓밟히는 것을 알고도 나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느낄 때마다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나는 김 양의 의붓아버지를 죽인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김 양을 살린 겁니다.”라고 하였고, 김 양은 구속된 후 “감옥에서 보낸 7개월이 지금까지 살아온 20년보다 훨씬 편안했습니다. 밤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더 이상 밤새도록 짐승에게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벌을 받을 테니 김 군을 선처해 주세요.”라고 하여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 이원화 :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 강은하 : 대법원에서 김 군과 김 양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김 군에게 징역 5년, 김 양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2심이 확정되었습니다. 김 양의 안타까운 사연에 살인 사건 최초로 집행유예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입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도 잘 아시겠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살인 미수도 아니고 살인죄에서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는 거 말입니다.

◆ 강은하 : 네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인데요. 법정형의 최하한의 장량 감정까지 받아야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김 군과 김 양의 살인이 우발적인 것이 아닌 계획된 범죄인 것을 인정하면서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고 정당방위에도 해당하지 않으며 심신장애 또는 심신미약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어떠한 행위가 정당방위가 되려면 첫 번째로 정당방위 상황으로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어야 하고, 두 번째로 방위 의사, 세 번째로 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특히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결하였다고 하였는데요.

◆ 강은하 : 그럼에도 김 양이 김 씨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해왔고 앞으로도 반복하여 계속될 염려가 있었기에 김 양의 신체나 자유 등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치매 상태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하여 정당 방위 사항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이 사건은 1994년 성폭력 특별법 제정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겠습니다.

◇ 이원화 : 너무나도 안타깝고 절대 그 누구도 겪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중요한 가치를 다시 한 번 일깨우고 법 제정까지 이끌어낸 그런 사건이었던 것 같은데 이후에 사면도 받았죠.

◆ 강은하 : 1993년 3월 1일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김 양에게 3.1절 특별사면 조치를 단행, 형 면제 및 복권 조치를 했습니다. 김 군은 자녀 형기의 절반을 감형 받아 1995년 2월 17일 만기 출소했습니다. 김 양과 김 군은 이후 개명 후 조용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건은 법리적으로는 정당방위 요건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아동 대상 성폭행, 친족 간의 성폭행 문제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을 일깨우고 성폭력 특별법을 제정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 이원화 :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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