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조태현 기자
■ 방송일 : 2024년 11월 20일 (수요일)
■ 대담 :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정책과 이준헌 과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조태현 기자 (이하 조태현) : 흔히들 공정위를 시장경제의 파수꾼이라고 하는데요, 담합이나 불공정거래와 같은 시장의 반칙 행위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바로 이런 담합과 불공정거래 관련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정책과 이준헌 과장과 자세한 이야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과장님, 안녕하세요?
◇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정책과 이준헌 과장 (이하 이준헌) : 네 안녕하세요.
◆ 조태현 : 시장감시정책과라고 하면 시장에서 일어나는 경제 사건이나 반칙 행위를 감시하는 부서가 아닐까 싶은데요. 과장님께서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시는지 설명 부탁드릴게요.
◇ 이준헌 : 네, 말씀하신 대로, 저희 과에서는 시장경제의 반칙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만약에 이런 행위들이 발생하면 적발해서 제재하기 위한 정책을 새로 만들거나 상황 변화를 반영하여 발전시켜 나가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과는 여러 반칙행위 중에서도 공정거래법과 관련된 크게 두가지 종류의 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하나는 단독행위, 그러니까 한 기업이 단독으로 독점사업자로서의 지위를 남용하거나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다른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동행위, 즉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등으로 담합해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것입니다.
◆ 조태현 : 네, 정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계시네요. 시장감시정책과에서 올 한해 추진하신 업무도 살펴보면요. 먼저, 스타트업 기업 지원 제도를 개선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어떤 내용인가요?
◇ 이준헌 : 네, 요즘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가진 분들이 스타트업 기업을 설립해서 시장을 개척하는 분들을 주변에서 볼 수 있으실 텐데요, 저희 공정위에서는 1위 사업자가 시장의 과반을 점유하거나, 1위에서 3위 사업자가 시장의 4분의 3을 점유하는 경우에는 이 사업자들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보고 있고요, 이런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일반 사업자에 비해 더 강화된 규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들이 새로 시장을 개척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될 확률이 크지만, 소규모 사업자가 강화된 규제를 준수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어서, 연간 매출액이 40억원이 될 때까지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법을 개정한 내용은,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시간을 좀 더 가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예외를 인정하는 연간 매출액 기준을 기존 40억원에서 80억원으로 높이는 것이었는데요, 이러한 법개정이 스타트업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조태현 : 요즘 기업들이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거나 활용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기후테크 가이드라인이라는 지침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후테크’ 어떤 건가요?
◇ 이준헌 : 네, 다소 생소한 용어일텐데요, 기후테크란 ‘기후’라는 단어와 기술을 의미하는 단어 ‘테크(Tech)’의 합성어로, 온실가스배출 감축과 기후위기 극복에 기여하는 혁신기술을 통틀어 일컫는 용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많이 들어보신 사례를 말씀드리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거나 폐기물 절감을 위한 자원순환 사업, 재생에너지나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한 사업 등이 있습니다.
◆ 조태현 : 그러면 기후테크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 어떤 내용의 지침을 만들고 계세요?
◇ 이준헌 : 네, 가이드라인의 정식 명칭은 “환경적 지속가능성 관련 사업활동에 대한 공정거래법 자율준수 가이드라인”이고요, 이 가이드라인은 기후테크산업이나 다른 환경 개선 관련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사업 활동과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담합이나 불공정 거래행위의 유형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사업 활동을 하면서 공정거래법상 유의하여야 할 점을 설명드리고, 주요 사례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 주요 국가들은 급격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기업들이 이 시장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서 투자도 많이 하고,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거나 제품을 만들면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할까 두려워서 위축되거나 뒤처지지 않도록, 저희 공정위에서는 기업들이 안심하고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최종 가이드라인은 이해관계자 간담회 및 공개의견청취를 통해 충분한 의견을 수렴한 후 다음달 초에 최종안을 확정하여 기업들과 국민들께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 조태현 : 요즘 미국이나 EU 같은 선진국에서 ESG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나라 안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들에게도 그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런 부분에 대한 규정도 만들고 계시다고요?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 이준헌 : 최근 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금지법」이나 EU의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처럼 일부 국가들은 기업들이 자회사나 협력업체가 제품 생산 과정에서 인권, 환경 규제를 잘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 내용을 증명하거나 공시해야하는 의무 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들이 이 의무를 준수하려고 자회사나 협력업체에게 필요한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거래상의 지위를 이용하여 거래상대방의 경영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와 규정을 명확화해달라는 건의가 있었습니다. 사실, 현행 규정으로도 ESG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 타당하고 합리적으로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부당한 경영간섭에 해당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재계의 건의를 수용하여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를 해석할 때 참고하는 내부 지침인 「불공정거래행위 심사기준」에 ESG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기업의 행위는 경영간섭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는 규정을 신설하였습니다. 이번 개정을 통해 기업들의 법적 불안정성과 규제 위험이 낮아지고 보다 원활한 영업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 조태현 : 작년에 검정고무신 작가가 저작권 관련으로 억울한 일을 당해서 돌아가시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는데요, 이런 저작권 분야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개선하기 위해서 공정위가 표준계약서를 새로 만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 이준헌 : 신과 함께, 부산행, 미생, 재벌집 막내아들 이런 작품들 잘 아시죠? 이 작품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웹툰이나 웹소설 원작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와 드라마라는 점인데요, 이런 작품들을 전문 용어로 2차적 저작물이라고 하는데, 웹툰이나 웹소설을 기반으로 2차적 저작물이 만들어질 때 원작 작가가 아닌 플랫폼이 저작권을 갖는 형태나 누가 저작권을 갖는지 불분명한 형태의 계약서가 굉장히 많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정위는 문화 산업을 담당하는 문체부와 함께 웹툰, 웹소설 작가와 온라인 플랫폼 업체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 제작업체가 모두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운영하면서, 거기서 나온 의견들을 표준계약서에 반영하고, 표준계약서가 없는 경우에는 새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웹툰 분야는 지난 6월에 이런 작업을 완료했고, 웹소설의 경우에는 그동안 없었던 표준계약서를 새로 만드는 작업을 올해 내에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표준계약서에 담긴 공정한 거래조건이 웹툰, 웹소설 분야의 공정거래 질서 확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조태현 : 요즘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큰 화제인데요, 저도 한번 써봤는데 여행일정도 짜주고, 번역도 되고 참 신기하더라고요. 이 AI시장에 대해서도 정책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요?
◇ 이준헌 : 말씀하신 것처럼, AI, 특히 생성형 AI는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기술로 지난 2023년 OpenAI의 챗GPT 등장 이후 국내외 산업과 시장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정부와 기업들이 AI 기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는데요. 이런 AI 기술이 한편으로는 굉장히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자본이나 컴퓨팅 자원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한 특징이 있어서, 소수의 빅테크 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거나 주요 생산요소에 대해 진입장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경쟁법적 차원의 여러 우려 역시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이유로 이미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와 같은 해외의 주요 경쟁당국이 시장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빅테크 기업들이 이런 시장에서 위법행위를 하지는 않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 공정위도 국내 AI 시장에서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정책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난 8월부터 해당 시장의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시장 실태조사를 실시했고요, 그 실태조사의 분석 결과나 관련 전문가분들의 의견 수렴 결과를 종합적으로 반영해서 우리나라 AI 시장의 경쟁 상황은 어떤지, 어떤 경쟁법이나 소비자 보호 문제가 우려되는지를 담은 정책보고서를 다음달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 AI 정책보고서가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공정한 경쟁 질서 기반을 마련하여 AI 시장의 혁신이 지속되는 데 도움이 되길 희망합니다.
◆ 조태현 :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시장감시정책과 이준헌 과장이었습니다.
◇ 이준헌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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