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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문

방송시간[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제작진진행 : 최휘 / PD: 장정우 / 작가: 김은진
[열린라디오 YTN] 이주청년의 산재사망사고를 다룬 우리 언론의 모습
2024-11-19 00:46 작게 크게

[열린라디오 YTN]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방송일 : 20241116(토요일)

진행 : 최휘 아나운서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하 김언경) : 네 안녕하세요.

 

최휘 : 오늘은 한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신다고요? 어떤 사고였나요?

 

김언경 : 한겨레 이문영 기자가 1111일에 보도한 엄마, 왜 병원 밖에서 울어입사 8개월 만에 죽음으로 끝난 한국살이라는 보도에 담긴 한 이주 청년의 산재 사망 보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하는데요. 그런데 저는 이 기사를 말씀드리기 전에 SNS에서 이주와 인권연구소 김사강 연구위원님이 쓰신 글을 먼저 봤어요. 그래서 이 연구위원님의 SNS 글의 일부를 먼저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최휘 : 그럼 김사강 연구위원님의 글, 어떤 내용인가요?

 

김언경 : 내용을 그냥 읽어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한 2006년에 만난 중학생 꼬마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강태완입니다. 태완은 5살 때 엄마를 따라 몽골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미등록 이주아동이었습니다. 몽골 이름 타이반대신 태완으로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제가 박사학위를 받고 이주와 인권연구소에서 일하기 시작한 건, 태완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어가 모국어이고 한국을 우리나라라고 배우며 자란 태완 같은 아이들이 체류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언제라도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하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서 연구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싸우는 연구하는 활동가, 활동하는 연구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이 연구원님은 태완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20217, 스물아홉 청년이 된 태완은 몽골로 자진 출국했습니다. 법무부가 자진 출국 신고를 하고 본국에 돌아가는 미등록 이주민들에게 다시 입국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태완이 몽골에 가기 전 저를 비롯한 많은 활동가들의 노력 끝에 법무부가 미등록 이주아동 구제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국내에서 태어나서 15년 이상 체류한 미등록 이주 아동에게 체류 자격을 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태완은 국내 출생이 아니라서 대상이 되지 못했습니다.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불안해하면서 태완은 몽골로 떠났습니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태완은 20223월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단기 체류 비자를 받고 들어왔기 때문에 어서 빨리 안정적인 체류 자격으로 변경해야 했습니다. 태완이 몽골에 있는 동안 저희는 법무부에 구제대책의 대상 요건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구제대책은 국내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주 아동들에게도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경기도에 있는 한 대학의 전자공학과에 입학 허가를 받은 상태였던 태완도 구제 대책을 신청했고 마침내 유학 체류 자격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온 지 25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인 등록증을 받고 기뻐하던 태완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태완은 올해 3월에 전북 김제에 있는 전기 특장차 회사의 연구원으로 취직했습니다. 전북 김제로 간 이유는 법무부가 지역 특화형 비자 사업이라는 인구 소멸 지역에 취업하는 외국인에게 거류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완은 6월 말에 F2가 찍힌 외국인 등록증을 받았습니다. 태완은 특수차량의 자율주행 협업 제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학에서 배운 것과는 수준이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모르는 게 너무 많다고. 하지만 매일매일 새로운 걸 배우고 있어서 좋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글에서 쓰여 있습니다. 정말 태완이 이제야 한국에서 자신의 일을 찾아서 너무 행복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그려줬어요.

 

최휘 : , 지금까지 들은 이주 아동의 이야기. 중학교 때 만나서 이제는 32살의 이주 노동자가 된 몽골 청년이 한겨레에서 보도한 그 산재 사망 기사의 당사자인가요?

 

김언경 : 네 맞습니다. 저는 정말 이 기사를 읽고 막 울었는데요. 한겨레는 12일에 한국에서 26년을 이주 아동으로 살면서 국내 정착을 위해서 발버둥 쳤던 몽골 청년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고 이렇게 보도를 한 건데요. “지난 8일 오전 11시께 전북 김제시에 있는 특장차 생산업체인 HR E&I라는 회사에 근무하는 32살 노동자가 10톤짜리 건설기계 장비와 굴착기 사이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보도됐습니다.

 

최휘 : 이 사고 기억이 납니다.

 

김언경 : 한겨레는 이주인권단체들이 한국에 2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사람들, 한국 사회에는 존재하지만 정확한 통계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이 유령들 중에서 한 명으로 살아온 그는 존재증명인 비자를 얻자마자 소리 없이 쓰러졌다.” 이렇게 표현을 했어요. 사건 당시에는 이 회사에서 개발 중인 텔레핸들러라는 장비를 테스트하기 위해서 공장에서 차량을 빼내서 테스트 장소로 옮기던 과정이었다고 합니다. 강태완 씨는 리모컨으로 원격 조정을 하고 있었는데요. 천천히 움직이고 있던 이 차량이 출입구를 통과하던 중 경사로에서 속도가 빨라졌고요. 차량을 몸으로 막아선 강태완 씨가 순식간에 떠밀리면서 뒤쪽에 진열돼 있던 굴착기 사이에 압착되었다고 합니다. 출동한 119 응급대원들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고요. 사망 진단은 1시간 뒤에 내려졌다고 하고요. 직접 사인은 외상성 쇼크였고, 원인은 다발성 늑골 골절 및 심장 파열이었습니다. 11일 오전 부검에서는 늑골과 척추 손상 및 양쪽 폐 파열이 확인되었습니다. 초동 수사한 김제경찰서는 이날 변사 사건 조사를 끝내고 업무상 과실치사 여부는 전북 경찰청으로 넘겼습니다. 고용노동청도 사건 당일 현장 조사를 마쳤어요. HR E&I는 직원 230여 명 규모의 회사이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기업입니다. 저는 먼저 이 보도를 당일 12일에 1면 보도에 배치한 한겨레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사실 요즘은 명태균 게이트 등 정말 주요한 관심 있는 보도가 많다 보니까 이 산재 사망 보도가 신문 1면에 배치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어지간한 의지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겨레는 이 청년과 인연이 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사고에 대해서 더 각별한 관심을 갖고 이 보도를 의미 있게 1면에 배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전에도 한겨레는 고 김용균 씨 사망 사고 당시에도 1면에 이 산재 사고를 그야말로 대서특필하여 보도를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도 우리 사회의 산재 사망의 문제를 제대로 알려내는 데 일조를 했었습니다. 저는 언론이 자신이 가진 이런 힘을 충분히 발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노력을 기울인 한겨레신문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최휘 : 이제 이번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한 상황인 것 같아요.

 

김언경 : 네 그렇습니다. 119 구급대원과 사측의 전화를 받고 달려온 그의 어머니는 조사 나온 경찰에 본인이 잡혀갈까 봐 무서워서 병원 주위를 돌면서 울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도 너무 슬펐는데요. 몽골 대사관이 경찰에 요청을 하고 경찰로부터 걱정하지 말라는 약속을 받은 뒤에야 어머니가 병원으로 들어와서 오열을 하셨다고 합니다. 현재 공장은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고, 그 사건 차량에는 파란 방수천이 덮여 있더라고요. 유족 측은 경찰과 고용노동청에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 그리고 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사건 차량과 뒤쪽 차량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 태완 씨가 스스로 몸으로 막다가 벌어진 사고라고 이렇게 설명을 하고 있지만, 차량이 태완 씨를 밀어서 사망하게 한 이유가 리모컨 오작동인지 기계 결함인지부터 수사를 통해서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박영민 노무사가 강조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유족 쪽은 회사를 상대로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 그리고 유족에 대한 심리치료 지원 등을 요구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체류 자격이 없던 시절 태완에게는 소원 하나가 있었는데요. 비자를 받으면 자신이 운전면허를 따서 엄마를 드라이브 시켜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최근에 200만 원짜리 중고차를 사서 태완은 일터에서 엄마를 태워서 집까지 돌아오는 짧은 드라이브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렸을 때처럼 엄마를 껴안고 볼에 뽀뽀를 해줬다고 하는데요. 이주와 인권연구소 김사강님은 태완이 그토록 원했던 바를 이루고 가서 다행이다.” 이렇게 표현을 했어요. 행복할 때 떠나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저에게 태완은 이주 노동자도 몽골 출신도 아닙니다. 태완은 이주 아동이었고 한국어밖에 못하는 군포 출신이었습니다. 저는 태완의 성장을 지켜보았고, 태완과 태완 같은 이주 아동들이 한국에서 체류하며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아가며 지난 18년간 활동해 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태완에게 타이반이라는 이름이 찍혀 있는 외국인 등록증이 아니라 강태완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주민등록증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활동할 생각이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래서 태완이 당한 사고가 철저히 조사되고 진상이 밝혀지고 책임자가 처벌받고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요. 부디 정말 어떤 억울함도 생기지 않도록 태완이 당한 사고가 철저히 조사되고 진상이 밝혀지고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무엇보다 우리 안에 이주아동의 인권 현실이 더 철저히 정말 개선되기를 그렇게 바랍니다.

 

최휘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 참 슬픈 소식을 전해주셨는데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이야기 있으실까요?

 

김언경 : 사실 저 자신도 되게 많이 반성을 했거든요. 왜냐하면 저도 미디어인권연구소라고 이름을 붙여놓고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주 아동에 대한 모니터링을 정말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주 아동에 대해서 우리 언론이 얼마나 관심이 있었을까. 새삼스럽게 검색을 해봤습니다. 제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인 빅카인즈에서 최근, 그러니까 1014일부터 1113일까지 딱 한 달치의 뉴스를 검색을 해봤어요. ‘이주 아동’, ‘이주 배경 아동이라는 검색어로 얼마나 기사가 나오나 검색을 해봤더니 이 한 달의 기간 안에 116건이 나왔습니다. 여기에는 빅카인즈에서 제공하는 모든 매체가 다 포함되는 거라서 사실 이 보도량은 적은 편의 보도량입니다. 그전에 좀 설명을 드려야 되는데. 우리가 이주아동이라는 말은 좀 많이 알잖아요. 그런데 이주 배경 아동이라는 것은 뭘까 좀 의아하실 거예요. ‘이주 배경 아동이라는 것은 부모 혹은 본인이 이주의 경험을 지닌 아동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 본국에서 출생하거나 부모의 한국 이주 이후에 한국에서 출생한 난민 아동 또는 한국 국적 아동을 포함하는 중도입국 청소년과 부모가 체류 자격이 박탈된 상황에서 국내에서 출생한 미등록 이주 배경 아동 등이 포함이 됩니다. 이 중에서 미등록 아동은 수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못하고 있어요. 적절한 의료 서비스와 교육도 누리기 어려운 상태이고요. 교육 지원도 제한적일 뿐 아니라 기초생활 지원, 장애인 등록 등 복지 시스템도 누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주 배경 아동의 인권은 더 심각한 상태라고 볼 수 있어요. 한 달 치의 보도량을 살펴보니까 최근 한 달 보도 중에서 강태완 씨 관련 산재 보도가 6건이 있었고요. 그리고 토론회 중계 보도가 5건 정도 있었어요. 그리고 외국의 아동인권 보도가 5건 있었고 나머지 93건은 이주 아동을 언급만 한 보도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보도들의 내용을 보면 대부분 어떤 단체나 기관에서 이주아동 관련해서 어떤 행사를 했다는 정도의 소개를 하는 보도여서 제가 보기에는 홍보성 미담 기사들 이런 것들이었어요. 그리고 진짜 이주 아동 관련해서 뭔가 심층적인 보도를 했다고 할 수 있는 보도들은 정말 거의 없었어요. 6건 정도의 보도가 있었는데 이들 보도도 대부분이 시민단체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받아쓰는 좀 쉽게 쓴 보도들이었고요. 좀 냉정하게 말하면 3건 정도가 그래도 공들인 기사였습니다. 한 달 정도 전체 보도 중에서. 좀 인상적인 보도가 있다면 소개시켜드리고 싶은데. 강원도민일보의 보도였어요. “일손부족 강원, 이들이 있어 다행입니다라는 시리즈가 있었는데. 이 중에서 1030일 보도, 1건이에요. “4. 아이들은 죄가 없다라는 한 편의 보도인데요. 그러니까 일손부족 강원, 이들이 있어 다행입니다이 보도는 전체적으로 강원도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관련된 보도인데요. 그중에서 이 4편 보도는 특히 이주 아동의 문제를 잘 보도한 거예요. 이 내용은 그냥 미등록 외국인 아동들의 현황을 잘 정리했거든요. 그런데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서 작성했다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제가 느낀 것은 이런 거예요. 이런 기금을 받아야지만 이 정도의 보도들이 나오나. 이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되게 좋은 보도예요. 그런데 이런 기금을 받거나 계기가 있지 않으면 스스로는 잘 쓰기 어렵지 않나. 좋은 인권 보도는. 이런 생각이 들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언론에서 이런 인권 관련 이슈, 이주 아동 관련 이슈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자주 보도해 주어야 국민이 이런 주제에 관심이 생기고 그리고 이런 이슈에 대해서 동의하게 되지 않겠어요? 그래야 정치인들도 움직일 수 있고 그래야 법도 바꾸고 예산 확보도 가능해지잖아요. 그래서 언론이 이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한 영향력, 좋은 힘을 좀 더 많이 발휘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최휘 : 우리 언론이 앞으로는 미등록 이주 아동의 인권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갖고 깊이 들여다보길 바라면서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언경 : 감사합니다.

 

최휘 :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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