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유혜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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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연자 : 엄마는 철인이셨습니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가사도우미 일을 하셨고, 보험도 팔았고, 나중에는 식당에서 일하셨습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와 남동생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뒤로 어머니 혼자 우리 가족의 생게를 책임지셔야 했습니다. 저와 남동생이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하면, 어머니는 공부가 돈 버는 길이라며 극구 말리셨죠. 결국 어머니는 식당 개업을 해서 저희 남매 대학 공부까지 다 시켰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대학 졸업할 때쯤엔 동네 대로변에 있는 번듯한 빌딩까지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쉬지 않고 일만 한 탓일까요, 인생을 즐기기도 전에 어머니는 암으로 너무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생전에 변호사를 통해 유언을 남기셨는데, 제 몫으로는 예금을, 남동생 몫으로는 빌딩을 정해두셨습니다. 저희 남매는 엄마 뜻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엄마 돌아가신 지 5년이 지난 후에야 상속재산분할을 하게 됐습니다. 남동생은 5년간 빌딩 세입자들로부터 받은 월세가 상당했습니다. 남동생은 빌딩을 자기가 상속받았으니 빌딩에서 나오는 월세도 당연히 자기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법을 잘 몰라서 혼란스럽기만 한데, 남동생 말이 맞는 걸까요?
◇ 조인섭 변호사(이하 조인섭) :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어머니가 남긴 재산 상속에 관해 묻는 사연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너무 고생을 많이 하다가 돌아가셨네요.
◆ 유혜진 변호사(이하 유혜진) :
◇ 조인섭 : 사연자분은 남동생이 5년간 발생한 월세까지 챙기면 어머니께서 정해주신 상속재산보다 훨씬 많이 받게 되어, 그대로 따라야 하는지 궁금하신 것 같습니다. 우리 민법상 상속은 언제 개시되고, 상속인들의 몫은 어떻게 정해지는지 간략하게 설명해주시죠.
◆ 유혜진 : 우리 민법은 제997조에서 재산을 주고 떠나는 사람, 즉 피상속인의 사망을 상속의 개시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피상속인인 사연자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상속은 개시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연자 어머니에게는 자녀인 사연자와 사연자 남동생이 있고, 이들 남매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에 해당하여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제1순위 상속인이자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민법은 제1009조 제1항에서 동 순위의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에는 그 상속분을 균분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법정상속분을 계산하면, 사연자와 남동생은 각자 어머니 재산의 절반씩을 상속받게 됩니다. 이렇게 민법에 정해져 있는 상속분을 법정상속분이라고 하는데요, 구체적 상속분이라는 개념도 있습니다. 구체적 상속분은 생전증여나 유증과 같은 특별수익을 받은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 그 특별수익 가액을 법정상속분에서 공제하고 계산한 상속분을 말하는데요, 사연자와 사연자 남동생은 어머니 생전에 증여나 유증을 받은 정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 조인섭 : 사연자분 어머니는 유언으로 남매의 몫을 정확히 정해두신 것 같은데, 유언이 뭔지 알아보고 넘어가죠.
◆ 유혜진 : 네, 유언이란 사람이 생전에 그가 죽은 뒤의 법률관계를 정해두는 최종적 의사표시입니다. 유언은 반드시 유언자 본인의 독립한 의사 따라 행해져야 하는 행위이고, 상대방의 수락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독행위에 해당합니다. 또, 유언자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유언할 수 있고, 언제든지 이를 변경 또는 철회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민법에서 정한 가족관계·재산의 처분·상속·유언의 집행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만 유언할 수 있습니다. 유언자가 일반적으로 돌아가시기 직전에 가족이나 친지에게 남기는 마지막 말이나 당부를 유언이라고 인식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말을 남기기만 해도 당연히 법적 효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 민법은 유언에 엄격한 방식을 요하고 있습니다.
◇ 조인섭 : 엄격한 방식이라면 어떤 방식이 있을까요?
◆ 유혜진 : 민법은 유언을 5가지 방식으로 엄격하게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민법 제1060조에서 이 방식에 따라 이루어진 유언만 효력이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이 정하는 5가지 방식이란 자필증서유언, 녹음유언, 공정증서유언, 비밀증서유언, 그리고 구수증서유언을 말합니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이란 유언자가 직접 자필로 작성하는 방식의 유언을 말합니다(민법 제1066조 제1항). 녹음유언이란 유언자가 법에 정해진 사항을 직접 말하고, 증인이 정확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작성하는 유언을 말합니다(민법 제1067조). 공정증서유언이란 공정증서로 남기는 유언을 말하는데요, 유언자가 설명하는 유언 내용을 공증인이 받아적고, 증인과 유언자에게 확인받아 남기게 됩니다(민법 제1068조). 비밀증서유언은 유언을 남기고 싶지만, 그 내용을 사망할 때까지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싶을 때 활용합니다. 유언자가 유언 내용을 볼 수 없도록 한 다음, 날인하고 2명 이상의 증인에게 제출하여 확인받게 됩니다(민법 제1069조 제1항). 구수증서유언이란 질병과 같은 급박한 사유로 증인에게 유언의 내용을 말로 전하는 유언을 말합니다(민법 제1070조 제1항).
◇ 조인섭 : 그렇군요, 이렇게 유언에 엄격한 방식을 요구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또, 엄격한 방식을 지키지 못한 유언은 무조건 무효인가요?
◆ 유혜진 : 네,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를 명확히 하여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하여 민법은 유언에 엄격한 방식과 요건을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록 유언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민법이 정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다면 무효입니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57899 판결 참조). 다만, 민법 제1071조는 앞서 살펴본 비밀증서유언이 방식에 흠결이 있더라도 자필증서유언의 방식에 적합한 때에는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엄격한 방식을 지키지 못한 유언이라고 무조건 무효인 것은 아니고, 다른 방식의 유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면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 조인섭 : 사연자분의 어머니는 생전에 변호사를 통하여 유언으로 남매가 상속받을 재산을 정해두셨다고 합니다. 유언과 법정상속분 내용이 다른데, 이 경우 어떻게 되나요?
◆ 유혜진 : 앞서 말씀드린 대로 유언은 엄격한 방식을 따라야 하고, 민법이 정한 방식에 따르지 않은 유언은 무효로 보고 있습니다. 사연자 어머니의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 유언하셨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생전에 변호사를 통하여 유언하셨다니 방식에는 문제가 없고, 적법하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유언은 공동상속인인 남매의 법정상속분을 변경할 수 있는 강력한 효력을 가집니다. 따라서 어머니의 유언이 방식에 문제가 없고 적법하다면 효력이 발생하고, 원칙적으로 유언의 내용대로 상속이 이루어져, 남매가 상속받을 재산은 유언에 따라 정해지게 됩니다.
◇ 조인섭 : 그런데 사연자분은 상속재산분할을 5년간 미루다가, 뒤늦게 유언에 따라 상속재산분할을 했고 그 사이 남동생 몫 빌딩에서 상당한 금액의 월세가 발생했습니다. 상속재산인 빌딩과 빌딩에서 발생하는 월세를 법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 유혜진 :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사연자 어머니가 사망하시면 상속이 개시되는데요, 사연자와 남동생은 사정상 상속재산분할을 사망 후 5년이 지나서야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남동생 몫의 빌딩을 상속재산의 원물, 어머니의 사망 후 5년 후 상속재산분할할 때까지 발생한 월세는 상속재산의 과실이라고 합니다. 원물이란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근원이 되는 물건을 말하는데요, 사연자 남동생이 상속받은 빌딩에서 월세를 받을 수 있으니 빌딩이 이에 해당합니다. 상속재산의 과실이란 상속재산인 원물에서 생기는 이익으로, 사연자 남동생이 받는 월세를 말합니다.
◇ 조인섭 : 그렇군요. 그렇다면 빌딩의 과실인 월세는 누구의 몫일까요? 남동생 주장대로 상속재산인 빌딩의 일부라고 보아야 할까요?
◆ 유혜진 : 사연자 남동생이 받을 월세는 상속개시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가, 상속개시 후 상속재산분할이 완료되기 전까지 남동생 몫의 상속재산인 빌딩에서 발생하여, 상속재산으로부터 발생한 과실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어머니 사망으로부터 실제로 상속재산분할이 이루어지기까지는 5년이라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생겨 문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실도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대상이 된다는 견해와, 원칙적으로 분할의 대상이 아니나 공동상속인 전원의 합의가 있으면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견해, 원칙적으로 분할의 대상이 아니나 공동상속인의 합의가 있거나 상속인 간의 공평을 도모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분할의 대상이 된다는 견해 등이 있습니다. 하급심 중에는 과실도 원칙적으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는 취지로 판시한 예도 있지만, 원칙적으로 분할의 대상이 아니지만 공동상속인의 합의가 있거나 상속인 간의 공평을 도모할 필요가 있을 때 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심판례가 더 많습니다.
◇ 조인섭 : 대부분의 심판례에 따라 월세가 원칙적으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아니라면 월세는 따로 나누어야 할 것 같은데요, 누구에게 어떻게 귀속된다고 보아야 할까요?
◆ 유혜진 : 상속재산분할은 소급효가 있습니다. 따라서 상속재산분할로 공동상속인인 사연자에게 귀속하는 예금과 사연자 남동생에게 귀속되는 빌딩은 상속개시, 즉 사연자 어머니 사망 당시에 이미 피상속인인 사연자 어머니로부터 직접 이전받은 것으로 보게 됩니다. 이를 이유로 남동생의 주장과 같이 빌딩에서 나오는 월세도 남동생이 단독으로 취득한다는 견해가 있기는 하나, 상속재산의 과실은 상속인들이 상속분에 따라 취득하는 공유재산이라는 견해가 우리나라 통설입니다. 다만, 이때 상속분이 법정상속분을 의미하는 것인지, 구체적인 상속분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동안 논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최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재산의 과실은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구체적 상속분의 비율에 따라 취득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만약 법정상속분에 따라 일률적으로 과실을 귀속시킨다면 공동상속인 간의 형평에 어긋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판결로 보입니다.
◇ 조인섭 : 그렇다면 사연자분의 경우, 월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유혜진 : 그렇습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월세는 빌딩과 별개의 재산이어서 원칙적으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남동생이 월세까지 전부 단독으로 취득한다면 사연자와의 형평을 해칠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예외적으로 상속인 간 공평을 도모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사연자는 구체적 상속분에 따라 월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사연자나 사연자 남동생이 어머니 생전에 재산을 증여받았거나, 어머니 재산에 특별히 기여한 정황은 보이지 않으므로 이때 구체적 상속분은 법정상속분과 차이가 없어, 사연자는 그동안 발생한 월세 중 절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 조인섭 : 자, 지금까지 상담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상속은 피상속인이 사망하면서 개시되고요, 사연자분과 남동생은 각자 어머니 재산의 절반씩 상속받게 됩니다. 유언은 민법에서 정한 방식에 따라야 법적 효력이 인정되고요, 유언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그리고...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구수증서가 있습니다. 사연자분의 어머니가 변호사를 통해 적법한 방식으로 유언을 남겼다면 남매는 유언에 따라 상속받게 됩니다. 남동생이 상속받은 빌딩은 상속재산의 원물이고 그 빌딩에서 발생한 월세는 상속재산의 과실이라고 하는데, 빌딩의 과실인 월세는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이 아니지만 상속인 간의 공평을 도모할 필요가 있는 경우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상속재산의 과실은 상속개시 당시 구체적 상속 비율에 따라 취득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사연자분은 월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요, 월세의 절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유혜진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유혜진 : 감사합니다.
◇ 조인섭 :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는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듣기 하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이나 건의할 사항이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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