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4년 11월 2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꾹꾹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몽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하 김언경)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지난 화요일이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였습니다. 오늘은 이태원 참사 관련 보도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 텐데요. 이태원 참사 관련 보도 비평을 해주신다고요? 어떤 내용인가요?
◆ 김언경 : 제가 올해 청년들과 함께 이태원 참사 관련 모니터링을 진행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 건 아니고요. 4.16 재단 부설기관으로 재난 피해자 권리센터라고 있어요. 이곳에서 재난 보도 모니터링단을 함께하실 분을 모집을 해서 청년들 12명과 함께 지난 7월부터 세 달 정도 함께 모니터링을 진행을 했습니다. 제가 거기서 같이 강의도 하고 또 모니터링 기획, 진행, 보고서를 같이 쓰기도 하고 이랬습니다. 마침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가 다가오는 시기였기 때문에 저희가 이태원 참사 관련해서 세 가지 보도 모니터 보고서를 이렇게 발표를 했습니다. 오늘 방송에서 이 세 가지를 모두 세세히 전해드리기에는 분량이 좀 길어요. 그래서 최대한 간단하게 핵심 내용 중심으로 전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에 20개월간의 10대 일간지에 이태원 참사 관련 사설을 분석해 봤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인 빅카인즈에서 경향, 국민, 동아, 문화, 서울,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이렇게 10개의 종합 일간지에 2022년 10월 30일부터 2024년 6월 30일까지의 기사를 대상으로 해서요. ‘이태원 압사 사고, 이태원 참사, 10.29 참사, 핼러윈’ 이런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키워드들이 있습니다. 그 키워드를 모두 넣어서 관련된 사설을 다 뽑았고요. 그 사설을 보면서 제목이나 내용에서 맥락상 분명하게 이태원 참사 관련 내용이라고 판단되는 경우만 추려냈어요. 그러니까 보도에서 그냥 한마디만 이태원 참사가 들어간 경우 이런 것들은 빼고요. 정확하게 이태원 참사를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는 사설만 골라내니까 총 453건의 사설이 나오더라고요. 가장 많이 사설을 게재한 신문은 72건을 보도한 경향신문이었습니다. 다음으로 한국일보가 64건, 한겨레가 62건을 보도했고요. 이렇게 봤을 때 관련 사설이 가장 적은 신문사는 21건을 보도한 문화일보였습니다.
◇ 최휘 : 20개월간 10개 신문의 이태원 참사 관련 사설 453건이라면 꽤 많은 양인데요. 이걸 분석을 해보셨잖아요. 어떤 기준으로 사설을 분석해 보셨을까요?
◆ 김언경 : 사설을 6가지 프레임으로 분류를 해봤습니다. 분석할 때 먼저 제목 위주로 봤고 그러나 제목만으로는 판단하기 모호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경우에는 내용을 읽어서 함께 판단을 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로는 ‘책임 귀인’ 프레임을 저희가 봤어요. 주로 참사의 책임 소재를 추궁하거나 원인을 추론하는 데 방점을 찍은 그런 사설의 경우에는 ‘책임 귀인’ 프레임으로 판단을 했습니다. 참사의 원인을 참사 희생자거나 소방, 경찰, 지자체장, 행안부, 정부, 국무총리, 대통령 아무튼 누구에게 참사의 원인이 있다고 보고 그 누군가의 책임을 따져보는 그런 종류의 사설이라면 다 여기로 분류를 한 것입니다. 두 번째로 ‘인간적 흥미’ 프레임의 사설이 있는데요. 이런 사설은 대부분 사람들의 감성이나 분노, 동정심 등 주로 사람의 감성적 측면을 묘사하는 데 방점이 찍힌 사설을 여기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갈등적 뉴스’ 프레임의 사설이 있는데요. 참사와 관련해서 개인, 집단 그리고 정부 등 이해 주체 간의 갈등적 요소를 중심으로 기술한 사설의 경우 여기 포함시켰습니다. 이런 사설들은 대체로 추모 공간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 진상규명을 둘러싼 갈등 또는 이번의 경우에 사망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 또 희생자 명단 발표 이후에 관련된 논란 등 양측의 갈등이 있는 경우에 이를 중심으로 기술할 때 여기에 포함을 시켰습니다. 네 번째로는 ‘도덕적 뉴스’ 프레임이 있는데요. 이 프레임의 경우에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돼서 관련자들의 행위를 도덕적, 윤리적 문제에 초점을 맞춰서 지적하는 경우에 여기에 포함을 시켰습니다. 특히 경찰이나 정부, 유가족들의 발언이나 행동 중에서 법적 문제가 아니라 그냥 도덕적, 윤리적으로 ‘당신의 행동이 문제가 있다’고 이렇게 초점을 맞춰서 지적하는 경우에 여기에 포함을 시켰어요. 그런데 온라인상의 혐오 표현 그리고 인신공격성, 악성 댓글 등의 문제도 주로 여기 프레임에 포함이 되었습니다. 다섯 번째로 ‘경제적 뉴스’ 프레임이 있는데요. 이번 참사가 경제적 측면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가를 중심으로 사설이 기술된 경우에 여기 프레임에 포함이 되었습니다. 여섯 번째로 ‘문제 해결’ 프레임이 있었는데요. 사고 이후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우리 사회에 어떻게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기술하는 프레임입니다. 향후에 재발 방지를 위해서 어떤 제도가 필요하다든지 이런 것에 방점이 찍힌 보도들이 여기에 해당되는데요. 예를 들면 ‘생명안전기본법이 필요하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조위가 필요하다.’ 등을 아주 분명하게 이야기한다든가 진상규명과 안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강조하는 사설의 경우에는 이 프레임에 저희가 분류했습니다. 20개월간 이태원 참사 관련 사설을 모두 이 6개의 프레임 중에 어딘가로 다 분류를 했는데요. 어떤 프레임이 가장 많았을 것 같으세요?
◇ 최휘 : 아무래도 이태원 참사 관련해서는 여야 갈등도 있었고요. 또 유가족과 정부 갈등도 있었던 만큼 아무래도 ‘갈등적 뉴스’ 프레임이 가장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 김언경 : 저도 처음에 그렇게 약간 생각을 했고 그게 현실적으로는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언론에 대해서 크게 기대하는 바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책임 귀인’ 프레임이 179건으로 39.5% 가장 많이 차지를 했어요. 여기에는 한국일보가 35건, 경향신문 32건, 한겨레 29건으로 워낙 압도적으로 책임 귀인 프레임을 가진 사설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보도가 많은 이유는요. 참사 발생 직후에 시민의 압사 우려 신고가 있었는데도 참사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적 사설이 워낙 초기에 많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대책위 그리고 야당과 이를 정쟁으로 치부하는 정부 여당과의 갈등으로 인해서 약간 갈등적 뉴스 프레임의 보도가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갈등적 뉴스’ 프레임의 보도가 137건이나 됩니다. 이게 30.2%로 두 번째로 많은 보도량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많은 프레임은 ‘도덕적 뉴스’ 프레임인데요. 이건 65건으로 14.3%를 차지했습니다. 이 수치는 그만큼 이태원 참사와 관련돼서 책임 회피나 막말이 많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참 아쉽다고 생각한 것은 ‘문제 해결’ 프레임이 59건으로 13.0% 그러니까 굉장히 적었다는 것인데요. 사실은 문제 해결 프레임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필요성 같은 내용이 많이 나왔다는 것이잖아요. 그리고 사실 가장 많이 필요한 사설은 이것이었다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앞으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야 되는 것인데. 이런 내용이 굉장히 높은 비중이 아니었다는 것에서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설만을 대상으로 한 분석이어서 그런지 ‘인간적 흥미’ 프레임의 사설이나 ‘경제적 뉴스’ 프레임의 사설은 거의 없다. 뭐 한두 건 정도 있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최휘 : 그러니까 참사의 책임을 따져보는 ‘책임 귀인 프레임의 사설이 가장 많았다라고 말씀해 주셨고요. 사설을 분석하시면서 우리 신문이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명명하는지도 자세히 보셨다고요?
◆ 김언경 : 네. 신문에서는 대부분 ‘이태원 참사’라고 명명하고 있더라고요. 보도의 86.1%인 390건이 그냥 ‘이태원 참사’라고 명명하고 있었어요. 이거는 우리가 원래 ‘10.29 이태원 참사라고 부르자’라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신문은 최대한 단어를 줄여서 사용하려고 하는 어떤 속성이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10.29 이태원 참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그냥 다 ‘이태원 참사’라고 부르고 있었고요. 반면에 문제가 되는 것은 ‘핼러윈’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명명이 여전히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표현이 62건 13.7%를 차지하는데요. 이 표현을 가장 많이 사용한 언론사는 사설의 경우만으로 봤을 때 16건을 사용한 조선일보였습니다. 예를 들면 ‘핼러윈 방지법 표류, 국민 의식 그대로인데 여야는 정쟁만’ 이런 식의 제목으로 뽑는 건데요. 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면서 이렇게 꼭 핼러윈이라는 단어를 빼지 않고 사용을 꼭 하거든요. 이것은 참사가 이 외국에서 도입된 핼러윈 축제 문화로 인해서 발생했다는 듯한 뉘앙스를 주고요. 참사의 원인을 핼러윈 축제에 참여한 시민 개인에게 돌리는 그런 이미지를 계속 줍니다. 핼러윈이라는 단어에서 읽히는 어떤 유흥이나 ‘놀러 갔다’라는 이런 이미지 좀 심하게 말하면 문란함 등의 이미지로 인해서 이런 표현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 희생자를 향한 2차 가해 논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유가족협의회 발족 이후에 유가족과 피해 당사자가 요구하는 참사의 명칭이 분명하게 존재하게 되었어요. 그것이 바로 ‘10.29 이태원 참사’라는 그런 표현이 된 것인데요.이런 명명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계속 ‘핼러윈’이라는 표현을 자꾸 사용하는 것은 굉장히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 최휘 : 세 가지 모니터링을 진행하셨다고 하셨는데 마지막으로 또 어떤 내용인지 간단히 해 주실까요?
◆ 김언경 : 2024년 1월 9일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잖아요. 그런데 1월 18일에 국민의힘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고 30일에 대통령은 거부권을 재가했습니다. 저희는 1차로 1월 9일부터 30일까지 그러니까 이태원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부터 거부권 행사 직전까지 이 기간 동안의 보도량과 보도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한 날부터 일주일간의 보도를 좀 살펴봤어요. 이때 당시에는 더 여력이 없어져서 6개 종합일간지로만 대상을 좁혔는데요. 1월 9일부터 30일까지의 언론 보도량을 보니 경향 45건으로 가장 많았고요. 한국일보가 19건, 한겨레 17건, 중앙일보 14건, 동아일보 12건, 조선일보 6건. 이렇게 보도를 했습니다. 제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분들에게 ‘언론에 대해서 가장 서운한 게 무엇이었냐’라고 말씀드렸을 때 다들 말씀하신 게 언론이 너무 무관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이 시기에 본인들은 정말 추운 겨울에 눈비를 맞고 추위를 견디면서 거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고 눈물을 흘렸는데. 그 당시에 너무 언론들이 보도를 해주지 않아서 그것이 너무 서운했다. 그 무관심이 너무 서운했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그랬을까?’라고 사실 제가 보도량을 그때는 그렇게 점검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실제 보도량을 보니까 정말 보도량이 적은 편이었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최휘 : 네.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관련 보도 비평해 주셨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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