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조태현 기자
■ 방송일 : 2024년 11월 1일 (금요일)
■ 대담 :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조태현 기자 (이하 조태현) : 한 기업의 기습 공시가 코스피 전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해당 기업도 시총 10위에서 17위로 뚝 떨어졌고요. 주가도 곤두박질 쳤습니다.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뜨거운 고려아연의 이야기인데요. 국민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면서 유상증자를 발표했습니다. 이게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죠. 여기에 금감원까지 나서면서 부정거래 위험 소지가 있다고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이게 과연 묘수가 될지 아니면 자충수가 될지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님 전화로 연결해서 관련된 이야기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교수님 나와 계십니까?
◇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이하 김우진) : 네 안녕하십니까?
◆ 조태현 : 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먼저 이번에 고려아연이 이사회를 열어서 일반공모 유상증자 카드를 꺼냈다 이 얘기부터 짚어봐야 되겠는데요. 이 유상증자 규모가 얼마나 됩니까?
◇ 김우진 : 지난 30일에 고려아연이 약 2조 5천억 원 규모의 신주 발행을 결의했는데요. 이게 어느 정도 규모냐 하면 전체 지분의 한 20% 규모를 추가로 발행을 하는 겁니다. 지금 앵커도 말씀하셨지만 지배권 경쟁 상황에서 이 정도 규모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고요. 규모도 규모인데 가격이 67만 원으로 정해졌는데요. 이게 지금 기준 주가의 30% 할인 발행된 거고, 법정 최대한도로 굉장히 싸게 가격이 나온 겁니다.
◆ 조태현 : 말씀하신 것처럼 전체 주식량의 20% 규모니까 규모도 굉장히 크고 가격도 너무 낮게 책정이 됐고 이런 면에서 전반적인 희석 같은 것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 일단은 고려아연 쪽에서는 전국민을 상대로 한 유상증자를 통해서 국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 이렇게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설명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진짜 의도는 뭐로 보십니까?
◇ 김우진 : 최 회장 쪽에서는 국민기업 얘기도 하고 있습니다마는 실제로는 지난번에 양쪽의 공개매수 결과에 따라서 영풍-MBK 쪽이 살짝 우위를 점한 게 사실이거든요. 그러니까 고려아연 쪽에서도 대항공대 매수를 했지만 그건 자사주 매입이기 때문에 최 회장 쪽이 직접 지분을 사는 게 아니고, 주주로서 사는 게 아니라 회사가 사는 거라 그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고. 그래서 영풍-MBK 쪽이 조금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그거를 만회하기 위해서 이번에 유상증자 카드를 꺼낸 것으로 해석하는 게 적절할 것 같습니다.
◆ 조태현 : 3%포인트 차로 MBK-영풍의 연합이 우세한 상황. 그러면 만약에 이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된다, 그러면 이게 뒤집히는 겁니까?
◇ 김우진 : 지금 예측대로라면 만약에 이게 실행이 된다고 하면 MBK-영풍 쪽이 35.5% 정도. 그리고 최 회장 쪽이 36%를 살짝 상회해서 1%p 미만이지만 그래도 최 회장 쪽이 살짝 우세한 걸로 예상이 됐습니다.
◆ 조태현 : 그러니까 이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된다면 최윤범 회장 측이 조금 더 우세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주주들 역시도 굉장히 좀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아요. 주주들이 등을 돌린 이유 교수님께서는 뭐로 보십니까?
◇ 김우진 : 어떻게 보면 간단한 건데요. 어떤 물건을 우리가 비싸게 사고 싸게 팔면 당연히 손해가 나지 않겠습니까?
◆ 조태현 : 그럼요.
◇ 김우진 : 그런데 이번에 유상증자는 시가 대비 30% 싸게, 일반 주주니까 일반 공모니까 다른 사람한테 파는 거죠. 그러니까 시가 대비 30% 싸게 팔았고. 지난번 공개 매수할 때는 89만 원에 샀단 말이에요. 그때는 비싸게 샀잖아요.
◆ 조태현 : 그렇죠.
◇ 김우진 : 그러니까 회삿돈으로 지분을 비싸게 사고, 그걸 사기 위해서 차입했던 돈을 갚기 위해서 회사 지분을 싸게 파는 거거든요. 그러면 회사 가치는 기계적으로 떨어집니다. 즉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이 된다는 게 가치가 떨어지는 거거든요. 제가 이거를 그냥 간단한 사례로 한번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회사가 10억짜리가 있는데 갑과 을이 동업을 하고 있어요. 각자 50%씩 지분 5억 원씩. 근데 이 동업을 그만하려고 을 보고 너는 나가라. 50% 지분 회사가 인수할게. 그럼 10억짜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현금 5억을 주고 네 지분 5억 팔라고 그러면 안 팔 거니까 조금 그걸 비싸게 사줘야 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7억 주고 50% 지분을 팔아라. 그러면 회사에서 7억이 나가고 회사는 10억에서 7억 빼면 3억짜리 되고. 그러면 원래 주주인 갑은 그 3억짜리 회사 남은 거에 100% 지분을 갖게 된 거예요. 이게 지난번 공개매수 부분입니다. 그래서 공개매수하면서 내 지분이 5억에서 3억으로 줄었어요. 그런데 회사에 돈이 없어요. 그러니까 회사 돈 있는 사람한테 가가지고 ‘나랑 새로 동업하자’ 그러면서 지금 3억짜리 회사니까 너도 3억 내면 합쳐도 6억원 되니까 50% 지분 줄게 이러면 또 안 들어와요. 재미없다고. ‘야 2억에 50% 지분을 줘야지’ 그러면 2억 내고 그러면 50% 지분 가져가. 그러면 3억짜리 회사에 2억의 현금이 들어와서 5억짜리 회사 되지 않습니까? 그러면 저는 이 5억짜리 회사의 50% 지분이니까 이젠 3억도 아니고 2.5억짜리가 된 거죠. 그러니까 이 두 번의 거래를 통해서 제 지분 가치가 10억의 50%인 5억에서 5억의 50%인 2.5억으로 떨어진 거거든요. 이게 이번 거래의 본질입니다. 어떤 경영진이 이런 거래를 자발적으로 하겠습니까? 이런 거래는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인식이 있으면 있을 수가 없는 거고요. 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의사결정입니다. 재무관리 교과서에서는 정반대로 하라고 하거든요. 자사주는 저가에 매입해야 되는 거고 신주 발행은 고가에 해야 기존 주주의 이익이 극대화되는데 지금 고려아연 경영진의 의사결정은 정확히 반대입니다. 그다음에 더욱더 문제인 것은 시기가 문제인데요. 지금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게 공개매수를 할 때 최 회장이 뭐라고 그랬냐면, 우리 별로 자금 사정에 문제없고 그래서 유상증자는 전혀 예상도 안 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드러나는 정황을 보면 공개 매수할 때 이미 유상증자를 계획했다는 얘기가 있고, 특히 이거를 다른 증권사의 같은 팀에서 공개 매수와 유상증자를 동시에 한 팀이 했다는 거거든요.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굉장히 문제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 조태현 : 알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지분의 가치를 희석시키니까 주주들이 좋아할 리가 없는데 여기다 가격도 저렴하고 각종 물량도 많고 잡음들이 굉장히 많은 상황. 그리고 교수님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이런 시기적인 문제도 있단 말이에요? 결국엔 이런 시기 문제가 금감원의 개입을 불러온 것 같은데 금감원 쪽에서 특히 문제 삼고 있는 부분, 어느 지점입니까?
◇ 김우진 : 네. 방금 말씀해 주신 대로 증권신고서를 비교해 보니까 이번에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언제부터 계획했느냐 그 시점이 공개매수 기간이랑 중복되는 게 발견 됐거든요. 그러니까 그 얘기는 뭐냐 하면 처음에 공개매수를 할 때 ‘너네가 중요한 사실을 누락했다’ 또는 ‘허위로 신고했다’ 나중에 유상증자를 할 계획이 있었으면 그것을 이미 공개매수 단계에서 공시를 했어야 되는데 그 내용을 알리지 않고 공개매수 때는 마치 이런 게 전혀 없을 것처럼, 자금 사정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공시를 해놓고 그다음에 바로 유상증자를 했다는 거는 앞에서 했던 공개매수 공시가 중요 사실 누락이고 허위 공시다. 이게 핵심적인 내용이 되겠고요. 그다음에 물론 공개매수 과정에서의 여러 가지 허위사실 유포, 풍문 이런 것들도 있지만 제가 봤을 때 지금 그거는 부차적인 이슈고. 유상증자가 공개 매수 시점에서 이미 검토되고 같이 논의가 됐느냐 이게 핵심적인 내용인 것 같습니다.
◆ 조태현 : 그러니까 허위 공시의 원칙이라면 제때 전부 다 공시를 하는 거, 이 부분인데 이 전부 다가 안 됐다는 말씀이신 거죠?
◇ 김우진 : 그렇습니다. 유상증자를 나중에 할 계획이 있었으면 그거를 공개 매수 시점에도 시장에 알렸어야 되는데 이 유상증자가 나올 거라는 걸 시장에서 전혀 예측을 하지 못했거든요.
◆ 조태현 : 그렇기 때문에 이거는 공시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금감원이 나선 상황이 돼버려서 만약에 고려아연이 계속 이거를 갈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의문도 지금 나오고 있거든요.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김우진 : 저도 사실은 유상증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약간 중립적인 입장 내지는 관망세였는데, 이거를 보고 저도 굉장히 놀랐고. 지금 언론의 향배와 모든 감독 기관들의 판단은 굉장히 무리수를 뒀다. 고려아연이. 그래서 지금 법조계 일각에서는 어떻게 고려아연을 법적으로 도와주는 로펌에서 이런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서 오히려 의문을 가지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 조태현 : 법적인 문제 말씀을 해주셨는데 지금 영풍과 MBK 연합 쪽에서 이번 유상증자를 두고 이건 편법이다, 탈법이다 맹비난을 했고요. 가처분 신청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케이스에서 인용한 판례가 있었는데 이번 전망은 어떻게 해볼 수가 있을까요?
◇ 김우진 : 방금 판례 말씀해 주셨는데 이게 둘 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관련된 건인데요. 한 번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이기고 한 번은 졌습니다. KCC가 유상증자가 안 된다고 한 건에 대해서는 KCC의 손을 들어줘서 만약에 판례가 그 방향으로 간다면 MBK한테 좀 유리한데 그 이후에 법이 바뀌었거든요. 이런 유상증자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게 바뀌어가지고 그 이후에 쉰들러가 유사한 상황으로 현대엘리베이터하고 소송이 났을 때는 쉰들러가 졌습니다.
◆ 조태현 : 아 예예.
◇ 김우진 : 그래서 지금 이 바뀐 법조문 상황하에서 법원에서 어떻게 판단할지는 그냥 아주 단순하게 예측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지금 현재 시장 상황이 이것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조태현 : 여론 같은 측면에서는 분명히 악화된 건 맞지만 전망은 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볼 수 있겠고요.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최윤범 회장의 악수가 돼가는 그런 분위기도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장 분노한 거는, 뭐 교수님도 굉장히 분노하신 게 느껴지긴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분노를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주가도 많이 곤두박질치고요. 주주를 보완할 대안 이런 것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봐야 되는 거 아닙니까?
◇ 김우진 : 예. 이번 건도 있었지만 얼마 전에 두산에서 구조개편 한다고 밥캣하고 로보틱스를 주식 교환하는 시도들도 있었고 지금 전반적으로 지금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수준이 다른 여러 가지 저희가 케이 컬처라든지, 지금 노벨상도 타는데 이런 국경에 지금 안 맞는 굉장히 낙후된 수준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주주들의 일반 주주들의 보호에 대한 조항을, 좀 일반적인 조항을 만들어야 된다는 거는 분명한 것 같고. 매번 이런 문제가 지난번 두산 건도 그렇고 이번 건도 그렇고 감독원이 이게 매번 나서서 이렇게 할 수가 없잖아요.
◆ 조태현 : 그렇죠 그렇죠.
◇ 김우진 : 일반 조항이 있어서 그거를 경영진들이 알아서 해야 되는데 이제는 드디어 시점이 된 거 아닌가 싶습니다.
◆ 조태현 : 이 기업의 주인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기업의 주인은 주주잖아요. 주주 우선주의가 논란도 많이 있긴 하지만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게 경영진들의 목표가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고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 쟁점이 되는 게 이 상법 개정안이란 말이죠. 주주를 보호하는 이런 조치들이 들어가려면 어떤 방향으로 이게 개정이 돼야 된다고 보십니까?
◇ 김우진 : 네. 기술적으로는 원래 처음에 나왔던 안이 주주와 회사에 대해서 동시에 충실 의무를 진다. 그래서 주주하고 회사를 병렬적으로 놓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거에 대해서 또 상법 학자들이 굉장히 반론을 제기하는 게 많아서 지금 나오는 안은 그렇게 병렬적으로 놓지 않고 주주에 대한 보호 의무를 별도로 규정하는 이런 안도 지금 절충안으로 나오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법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런 법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고 내용적으로 어쨌든 간에 두산의 구조개편이라든지 이번 이런 저가 유상증자라든지 이런 거래를 막을 수 있는 일반 조항이 필요하다는 데는 대체로 학자들도 의견이 일치하는 걸로 제가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빨리 국회에서 이번 회기에 이걸 논의를 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합한 주주 보호 관련 조문이 나오기를 강하게 희망하고 기대합니다.
◆ 조태현 : 전반적으로 봤을 때 ‘국내 기업들의 주주 가치 보호가 글로벌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다소 부족하다’ 이런 평가를 많이 받고 있잖아요.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형식이 중요하다기보다는 내용 같은 것들이 중요하다고 그랬는데 이런 것들도 기업의 문화, 주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는 게 먼저 이렇게 돼야 되는 거 아닙니까?
◇ 김우진 : 예. 지금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법을 아무리 바꿔도, 지금 밸류업도 그렇고요. 법을 아무리 바꿔도 기존 경영진의 인식이 일반 주주들과 우리도 같이 가는 거라는 인식이 없으면 이거가 되기가 어렵고, 그런 측면에서 저는 특정 기업 얘기해서 좀 그렇습니다마는 메리츠 금융 사례를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은데요. 거기 메리츠 금융의 조정호 회장님이 뭐라고 그랬냐면 “대주주의 한주와 일반 주 한주의 가치는 동일하다” 이런 인식을 우리 모든 상장회사에 관련된 분들이 이런 인식을 갖고 앞으로 경영에 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조태현 : 말씀하신 게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쉬운 부분들이 있는데 많이 개선돼야 될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님과 함께 고려인을 둘러싼 유상증자 논란 자세하게 짚어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우진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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