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라디오 앱 소개

YTN 라디오


인터뷰전문

방송시간[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제작진진행 : 최휘 / PD: 장정우 / 작가: 김은진
[열린라디오 YTN]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전하는 우리 언론
2024-10-20 15:25 작게 크게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4년 10월 19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하 김언경) : 안녕하세요. 

◆ 최휘 : 2023년 10월 7일,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이른바 가자지구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이제 1년하고도 또 보름이 열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전쟁에 대한 서방언론의 보도가 편파적이라는 평가가 있다는 해외미디어 동향을 짚어보신다고요. 소장님, 먼저 이 전쟁에 대한 개요부터 짚어볼까요? 

◇ 김언경 : 이 전쟁의 참상부터 간단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스라엘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지금까지 이스라엘인 등 민간인 약 1200명이 사망했고, 250여 명이 인질로 납치됐으며, 인질-수감자 맞교환 등을 통해 풀려난 인질 외에 아직 101명이 억류돼 있습니다. 공격의 시작은 하마스가 했지만, 이스라엘의 보복은 지나치고 지나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은 정말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개전 이후 이스라엘 군의 폭격 등으로 6일까지 팔레스타인인 약 4만 2천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기나긴 전쟁 속에 가자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 대부분은 현재 굶어 죽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렇게 피해가 커지자, 국제사회가 거듭 휴전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중동에서 포성이 그치긴커녕, 오히려 전선이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 등이 중재하고 있는 양측 간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은 별다른 진전 없이 표류 중일 뿐입니다. 여기다가 레바논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 그리고 이란까지 7개 전선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이참에 중동의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란과의 상황은 정말 일촉즉발이어서, 5차 중동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불안하기 짝이 없는 상황입니다. 

◆ 최휘 : 네. 원래 우리가 숫자로 말하면 그 심각성이 좀 반감되잖아요? 하지만 사람이 4만2천명, 1200명 이렇게 사망했다는 숫자는 너무 끔찍해서 뭐라 말하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전쟁이 길어지자 서방 언론이 가자지구 전쟁보도에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소장님, 아무래도 서방 언론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에서 팔레스타인인의 피해와 고통보다는 이스라엘의 피해와 고통에 더 감정이입이 되는 보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이런 지적이 있다고요?

◇ 김언경 : The New Arab이라는 매체에서 올해 3월 22일에 보도한 한 기사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이 보도에서는 영국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신문인 The Times, The Telegraph, The Sun, Daily Mail의 가자지구 전쟁 보도 수백 개의 헤드라인을 양적 및 질적 분석했는데요. 2023년 10월 7일부터 2024년 2월 7일까지 총 617개 기사를 수집해서 
분석한 결과, 4개 매체 모두 헤드라인에서 다음 세 가지 방식으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편견을 보여준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방식은 이스라엘의 고통을 설명할 때 엄청나게 감정적인 언어를 사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학살', '도살', '야만적', '괴물', '테러리스트'와 같은 악마적인 언어와 '가슴 아픈', '사랑하는 사람', '아기'와 같은 인간적이고 연민적인 언어가 사용되었다는데요. 이런 35개의 감정적 단어 중 하나 이상을 포함한 헤드라인이 있는 경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요. 하마스의 폭력으로 인한 이스라엘 피해자를 묘사하는 데 사용된 감정적인 단어가 645건이나 발견됐지만, 이스라엘의 폭력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피해자의 경우에는 불과 57건만 발견되었다고 했습니다. 조금 더 적나라하고 구체적인 묘사들도 보도에는 있는데요. 너무 구체적 참상을 전하는 표현이어서 제가 생략하겠습니다. 어쨌든 이스라엘의 희생자에 대해서는 최대한 인간의 고통과 슬픔을 잘 묘사한 반면, 팔레스타인인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고 무관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다른 추세는 이스라엘 희생자들의 고통에 대한 개별 이야기, 또는 생존에 대한 영웅적 이야기에 불균형적으로 초점을 맞춘 반면, 팔레스타인인의 개인적 이야기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전쟁영웅이나 생존자의 극적인 스토리가 부각되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겠지만요. 이 신문의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자면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 전역의 27,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희생자보다 한 명의 이스라엘 여성에게 더 인간적인 관심을 기울였다”고 지적했어요. 

◆ 최휘 : 그렇군요. 조금 더 최근의 사례도 이야기를 해봐야겠는데요. CNN이 이스라엘의 거짓 주장을 방송했다는 폭로가 나왔었죠? 

◇ 김언경 : 네. 그렇습니다. 아랍권 언론사인 알자지라의 주간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리스닝포스트'에서 지난 10월 5일에 BBC와 CNN 기자 10여명을 익명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서방언론의 내부 고발을 보도한 것인데요. CNN은 내부직원들의 사전 경고를 무시한 채 이스라엘의 거짓 주장을 방송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이스라엘의 군 당국의 주장을 검증 없이 그대로 보도해왔다는 것입니다.  그 내용이 심각한데요. 하마스가 아기들을 참수했다는 주장, 이스라엘이 폭격한 가자지구 어린이병원에 하마스가 이스라엘 포로들을 숨기는 공간을 뒀다는 주장, 알시파 병원에 하마스 본부와 벙커가 있다는 주장, 하마스가 조직적 성폭력을 벌였다는 주장 등이 있습니다. 
기자가 폭로한 내용 중 한가지 사례를 들어보면요. 작년 11월 CNN의 닉 로버트슨 국제외교 에디터는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파괴된 알란티시 어린이 병원을 방문했었는데요. CNN은 이스라엘이 내외신의 취재를 봉쇄한 가운데 CNN에만 특별하게 종군 취재를 허용했다고 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니엘 하기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알란티시 병원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가리키며 이것이 하마스 조원 명단이며 하마스가 이스라엘 포로들을 이 병원에 숨기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알자지라 방송에서 가명 '아담'을 쓴 현직 CNN 기자가 말하길 “그건 하마스 명단이 전혀 아니었고 아랍어로 적힌 달력이었다. 그러나 로버트슨의 보도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swallowed)”고 하면서, 이 순간이 “CNN에 정말 창피한 순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미 전날 이스라엘군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SNS를 통해서 많이 알려진 상황이었는데도 CNN에서는 이스라엘 주장만 그대로 보도됐다는 설명입니다. 심지어 이를 폭로한 기자는 다른 CNN 프로듀서가 해당 보도가 방송된 뒤 온라인 업로드라도 막으려 했지만 무산됐다고 합니다. 한 동료 프로듀서가 닉 로버트슨 에디터에게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알렸지만 그는 '그럼 하가리(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가 우리한테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냐'고 되물으면서 프로듀서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방송에서는 BBC 현직 기자의 증언도 있는데요. '사라'라는 가명을 쓴 현직 BBC 기자는 BBC가 인터뷰이 선정에 이중 잣대를 둔다고 비판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을 인터뷰이로 선정하려면 엄격한 조사를 거쳐 높은 문턱을 통과해야 하는 반면, 이스라엘 인터뷰이는 거짓말을 한 전적을 갖고도 인터뷰이로 초대돼 어떤 반박도 받지 않고 발언했습니다. 

◆ 최휘 : 소장님 오늘은 외신 위주로만 지적을 하셨는데요. 국내언론에 대한 이야기 등 마지막으로 해주실 이야기 있으신가요?

◇ 김언경 : 이번 방송을 준비하면서 여러 보도들을 살펴봤습니다. 그중에서 이스라엘 총리직을 역임한 정치인 야이르 라피드는 한 2023년 10월 유튜브 방송을 봤습니다. 그는 확신한 찬 모습으로 “국제 언론이 객관적인 보도를 할 경우 하마스에게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양쪽의 주장을 모두 보도하면 그것은 게으른 비겁하고 게으른 짓이며 저널리즘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한쪽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기 때문이라고도 했습니다.” 이 정치인 스스로가 31년 동안 언론인으로 활동했다며 자신을 믿으라고 하는데요. 저는 이 방송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인이 양쪽의 주장을 그냥 따옴표 저널리즘으로 나열만 하고 나는 객관적 보도를 했으니 할 일을 다 했다는 객관주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것은 맞습니다.  언론사 스스로 무엇이 진실인지 검증하려 노력하여 최대한 진실에 접근한 정보를 전해야죠. 그래야 비겁하지 않은 것이죠. 그러나 그 판단에서 누구 말은 믿어도 되고, 누구 말은 믿으면 안된다는 것으로 정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아까 CNN 프로듀서가 에디터에게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지만, 그럼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이가 우리한테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냐고 되물으면서 프로듀서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누구는 무조건 참말을 할 것이라 믿고, 누구는 무조건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 믿는 순간 언론의 생명력은 무너지는 것 아닐까요. 이스라엘이인이든 팔레스타인인이든 모두 똑같은 생명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더 이상 전쟁없는 세상을 원합니다. 서방 언론이 전쟁을 중재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한쪽의 주장에 편승해 부추긴 보도를 한 것은 정말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우리 한국 언론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취재 기회에서부터서방언론들보다 더 이스라엘에 의존해 취재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최대한 다양한 외신을 살펴보고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그런 보도라도 나와줬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최휘 :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