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서정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조인섭 변호사(이하 조인섭) : 바둑을 둘 때 한발 떨어진 거리에서 구경하던 훈수꾼이 묘수를 짚어낼 때가 종종 있죠. 구경꾼의 눈에 기막힌 수가 보이는 건 승패에 대한 부담없이 한 발 떨어져서 바둑판을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복잡한 일도,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면 어떨까요?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지금 문을 열겠습니다.
◇ 조인섭 : 당신을 위한 law하우스, <조담소> 서정민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 서정민 변호사(이하 서정민) :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서정민 변호사입니다.
◇ 조인섭 : 자... 오늘의 고민 사연은 어떤 내용일까요?
□ 사연자 : 저는 아내와 30년간 부부로 살았고요, 아들 딸... 둘을 낳았습니다. 모두 어엿한 직장인이 됐죠. 저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 최선을 다해왔는데요, 얼마 전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투자에 실패해서 큰 빚을 지게 된 겁니다. 이 사실을 아내에게 숨겨왔는데, 최근에 들키게 됐습니다. 사실 저는 투자 실패를 한 게 아니라 사기를 당한 겁니다. 대학 선배에게 한 제약회사가 신약 개발 중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FDA 승인도 문제없다고 하더라고요. 선배가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걸 보고, 저도 빚을 내어 주식을 샀죠. 하지만 신약 개발은 실패했고, 주가는 며칠 동안 폭락했습니다. 선배는 그 이후로 연락이 없습니다. 이 사실을 안 아내는 없는 돈을 융통해서 급한 빚을 갚았습니다. 그런데 빚이 터무니없이 많다는 걸 확인하고는 도저히 저와는 못 살겠다며 이혼 소송을 제기하더라고요. 저는 한평생 바람을 피운 사실도 없고 오로지 가정에 충실했습니다. 빚을 진 것도 우리 가족을 위해 투자를 하다가 손실을 메꾸기 위해 더 큰 돈을 끌어다 썼고 그래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 겁니다. 그동안 살아온 정이 있는데, 아내는 제 사정을 다 듣고도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저는 그런 아내에게 섭섭하기만 합니다. 결혼 생활 중 아내가 맞벌이한 것은 10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제가 뼈빠지게 일해서 재산을 축적해 온 겁니다. 저는 재산분할할 때 아내에게 많이 내어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 조인섭 : 투자를 위하여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에 이를 유책사유로 볼 수 있나요?
◆ 서정민 : 네 가능합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하여 채무를 부담하더라도 무리한 투자를 하기 위하여 채무를 부담한 것이고 그 규모가 상당한 정도에 이르고 이로 인하여 다툼이 발생해서 이혼소송을 하게 된 것이라면 이는 충분히 유책사유로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법률상 이혼사유 중 어떤 사유에 해당할 것인지가 궁금하실 수 있는데요. 우리 판례는 거액의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에 더하여 상대방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야기시켰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상대방이 만약 위자료 청구를 한 경우에는 위자료가 인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조인섭 : 유책배우자로 인정될 경우에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 서정민 : 네 가능합니다.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라고 할지라도 재산형성에 대하여 기여한 부분이 있다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판례에서도 이혼시 재산분할청구권제도는 혼인 중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이룩한 재산에 대하여 자신이 기여한 부분을 돌려받는다는 취지로 이해되고 있으므로, 유책배우자도 자신의 기여에 따라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 조인섭 : 사연자분의 경우처럼 거액의 투자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그 채무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까요?
◆ 서정민 : 원칙적으로 부부의 일방이 혼인 중 제3자에 대하여 부담한 채무는 일상가사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채무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개인채무로서 재산분할에 고려될 수 없습니다. 즉, 배우자 일방이 채무를 부담하게 된 것이 생활비 등으로 쓰기 위하여 채무를 부담한 것이라면 그 채무는 일상가사에 관한 채무라고 볼 수 있으므로 부부공동재산에 포함되는 채무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연자분의 경우처럼 채무를 부담하게 된 경위가 배우자 몰래 투자를 하였다가 실패한 것을 메꾸기 위한 경우라면 이를 일상가사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채무라고는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배우자가 몰랐던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서 그 채무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 조인섭 : 만약 이혼 소송이 제기되기 직전이나 제기된 이후에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는 이 채무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 서정민 : 재산분할산정의 시기와 관련하여 재판상 이혼시의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과 그 액수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하여 정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나, 사정에 따라서는 별거시 또는 소제기시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소제기 이후에는 서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재산을 고의적으로 감소시킬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최근에는 별거 시 또는 소제기시를 기준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을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혼 소송이 제기되기 직전이나 제기된 이후에 채무를 부담하였다면 이는 일방 당사자의 채무이지 부부의 일상가사에 관한 채무라고는 보기가 어려우므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조인섭 : 자, 지금까지 상담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거액의 채무 부담은 유책 사유로 인정될 수 있으며 아내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었으므로 위자료 청구 가능성이 큽니다. 유책배우자도 혼인 중 재산 형성에 이바지한 부분이 있다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개인 채무는 재산분할에 포함되지 않으나 배우자가 채무를 알고 있었다는 걸 입증한다면 그 채무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혼 소송이 제기된 직전이나 이후에 부담한 채무는 일상 가사에 해당하지 않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지금까지 서정민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서정민 : 감사합니다.
◇ 조인섭 :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는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듣기 하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이나 건의할 사항이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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